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44. 시련은 용사를 강하게 만든다 (5)
“저것들은 결과가 늘 이상하네.”
베아트리체를 무찌르고 서로의 부상 여부를 확인하는 빌과 마를렌을 보며 르윈은 인상을 찌푸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원하는 결과처럼 보이기는 하나, 뭔가가 애매하다.
“차라리 저 녀석을 용사로 키웠어야 했나?”
기분 탓일까. 마를렌이 빌보다 강해 보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둘의 가문 차이는 제법 컸으니까.
비록 뒤통수를 거하게 맞았다고 하나, 자신의 옛 동료의 후손이다.
심지어 뒤통수도 둘 다 살아남았기에 칠 수 있었던 것이다.
살아남는다.
르윈조차 단 한 번도 이루어 내지 못한 위업이다.
물론 최후의 적과 싸우는 역할을 용사가 했기 때문이기도 하나,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을 버틴 동료의 후손이다.
그것만으로도 혈통은 타고났다고 봐도 되는데, 자신의 동료였던 이들은 살아만 있으면 대부분 잘 먹고 잘살았다.
이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를 구하는 여정을 함께한 이들을 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그 나라를 믿겠는가?
그렇기에 가문의 위업에 너무 취해 역모를 저지르거나, 혹은 줄을 잘못 타서 정치적으로 망한 가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 나라의 핵심 가문으로 아직도 남아 있었고.
아리타 왕국의 아렐리드 가문 또한 그런 가문 중 하나였다.
바벨리안이라는 제국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강성했던 아리타 왕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거대한 가문.
그곳의 직계 혈족인 마를렌이 어린 시절부터 받아 왔을 혜택은 빌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따라잡기 힘들 터.
르윈도 그걸 알기에 온갖 영약과 비전 기술들을 풀었으나, 방금 전 모습만 놓고 보면 마를렌이 더 용사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번만 그럴 수도 있는 거고, 밀리더라도 나중에 따라잡으면 되니까.”
생각해 보면 르윈도 인생 1회 차 시절에는 자신보다 강한 조력자들이 몇 명이나 있었다.
그것을 빠르게 따라잡는 것도 용사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을 터.
지금 중요한 것은 빌이 용사를 그만두지 않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마를렌과 함께 파티를 꾸리는 것이었으니까.
“당사자가 아니라서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빚은 갚아야지.”
마를렌이 생각보다 더 강하다?
오히려 좋다.
자신의 뒤통수를 친 선조의 죄는 용사와 함께 세상을 구하는 것으로 갚으면 되는 일이니까.
물론 그것을 확인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으니.
“조금 더 시련을 줘야지.”
딱!
르윈이 손가락을 튕기는 것과 동시에 누가 보더라도 동굴이 무너질 듯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거 뭐야?”
“멍청아, 일단 뛰어!”
빌과 마를렌은 필사의 도주를 시작했다.
***
마를렌의 납치 사건은 아카데미에 엄청난 파급력을…
“비밀로 하죠.”
“네?”
가져오지 못했다.
아는 사람이 극히 적은, 극비 정보로 취급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사장의 말에 빌이 다급히 외쳤으나, 이사장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흑마법사가 한 번 침입했는데, 그대로 내버려 둔다고요?”
“변명처럼 들릴 수 있으나, 지금 베르샤 아카데미의 시설은 웬만한 왕성보다도 뛰어납니다.”
사실이었다.
그간 몇 번 뚫린 전적이 있었기에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보안에 보안을 거듭했고.
또한 베르샤 아카데미가 뚫렸다는 것은 수도가 뚫렸다는 말이기에 제국에서도 수많은 인원을 파견하여 대처하고 있었다.
그뿐인가?
아예 대놓고 상주하고 있는 여러 교단의 보호를 위해 창조의 교단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제들 또한 아카데미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는 상태.
평범한 왕국이 아닌 제국 황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베르샤 아카데미는 보안이 잘되고 있었다.
사람의 실수로 뚫린 것이라면 모를까, 최선의 방비를 한 상태에서도 보안이 뚫렸다는 것은 베르샤 아카데미의 시스템 탓이 아니라 최후의 흑마법사가 그만큼 괴물이라는 뜻이었다.
“현재 마족 중 일부가 국경을 넘거나 테이즈위더를 공격하는 등 도발을 하고 있다는 것.”
그 숫자가 소수여서 아직 대륙에 공표가 되지 않았을 뿐, 소규모 국지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언제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아카데미에 혼란을 주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용사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그곳이 흑마법사에게 뚫려 학생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은 인류 기세를 꺾을 수 있었다.
거기에.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침입했다는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저를 포함하여 아카데미와 제국, 그리고 여러 교단의 전문가들은 내부에 첩자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괜히 일을 키웠다가는 그 첩자가 몸을 뺄 수도 있을 터. 기회가 있을 때 모두 처리하고 싶습니다.”
학생에게 고개를 숙이는 이사장의 뒷머리를 보며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뒤통수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인 끝에 마를렌이 먼저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를렌!”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모를까, 이게 최선이라면…….”
“감사합니다.”
아무리 타국이라고 하나, 아렐리드 가문 정도 되는 곳에서 항의한다면 아카데미에서도 사건을 숨길 수 없다.
그렇기에 이사장은 저자세를 취했고, 다행히 그것이 먹힌 듯싶었다.
“하아.”
그렇게 이사장과의 면담 이후, 창조의 교단의 높으신 분과도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이 본 최후의 흑마법사에 대한 정보를 말하고.
또 무너진 동굴의 위치와 자신들이 보고 겪은 일들을 모두 말한 이후에야 해방될 수 있었다.
“힘들다.”
“그러게.”
축 늘어진 빌과 마를렌은 서로를 보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웃었다.
함께 사선을 넘은 동료만이 가질 수 있는 기묘한 느낌.
두 사람이 그것을 느낀 것만으로도 르윈의 목적이 어느 정도는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
마를렌이 납치된 사건은 아카데미 학생들 대부분이 알지 못하게 처리가 되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아는 학생들이 소수는 존재했다.
“흑마법사라.”
탁. 탁. 탁.
손가락으로 책상을 규칙적으로 두들기며 데이지는 멍하니 창문 너머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장마가 지나간 지 제법 되었는데 먹구름이 가득하다.
마치 내 앞길 같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데이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눈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길 안내를 해 준 게 다다?”
“으, 응! 언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 이런 말일까.
아카데미를 대표하는 용사이자,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용사 중 한 사람이 된 데이지의 기세는 매서웠다.
인생 대부분을 함께 보낸 동생조차 기를 꺾을 만큼!
‘도련님이 시킨 대로 애들을 보냈는데, 결과적으로 흑마법사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데이지로서도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지원을 받고 있는 창조의 교단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협조를 구하여 조사하고 있었는데, 또 르윈과 관련된 일이라니!
‘도련님이 요즘 가만히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자신에게 피해가 없었을 뿐, 다른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자 오늘 날씨처럼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진짜인가?’
안 그래도 자신의 복수를 이루어 냈을 때, 발레푸스 후작 가문에서 마족이 튀어나온 것이 걸리는 데이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흑마법사라니.
사실 자신의 주인은 인류의 배신자가 아닐까 싶다가도.
‘굳이?’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사람에게 마신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그나마 창조의 여신을 질색한다는 것이 존재했으나, 그보다 더 마신을 싫어하는 느낌이었다.
아니, 애초에 무링신이라는 이상한 신을 제외하면 신이라는 존재 그 자체를 극히 혐오한다는 것이 정확하리라.
‘도대체 뭐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그에 절로 찡그려지는 데이지의 인상을 보며, 무릎을 꿇고 있던 예리엘은 더욱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래. 네가 뭘 잘못했겠어.”
그저 평소대로 르윈이 시킨 일을 강제로 했을 뿐이다.
애초에 거절은 존재하지 않았을 터이니, 예리엘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대신.”
“응! 입 꾹!”
“그래. 그럼 돌아가 봐.”
“응…….”
그래도 누군가와 달리 잘못한 것은 아는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도망치는 예리엘을 보며 데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할 일이 너무 많아.”
복수를 성공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위치가 너무 급격하게 상승했다.
창조의 교단의 지원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추가되었고.
원하기만 한다면 각 교단에서 성기사들을 부를 권한까지 생겼으나.
지원과 권한이 늘어났다는 의미는,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늘어났다는 말이었다.
바쁘다.
아카데미 학생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바쁘다!
“이게 학생의 삶?”
저 멀리 대륙과 대륙의 국경에서 일어나는 일이 매일 아침 보고된다.
하나하나가 각 나라의 최고위층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였으나, 그 정보가 왜 자신의 앞까지 빠르게 전달되는지 데이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네가 갈 곳이다.
그러니 미리 알아 둬라.
아마 그런 의미일 터였다.
전쟁이 난다면 가장 유명한 용사로서 마족과의 전장에 나서야 할 테니까.
그러나 들어오는 보고서의 내용은 그녀가 감당하기 벅찬 내용이었다.
‘마왕군 사천왕을 주장하는 마족이 번개를 내려치니, 테이즈위더의 마력 장벽을 찢고 방벽 일부를 부수었다.’
‘마왕군 사천왕을 주장하는 마족 둘이 성문을 두들기니, 급히 병력을 출동시켜 간신히 뚫리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마왕군 사천왕을 주장하는 여섯 마족이 마왕군이 건설하는 성벽을 부수니, 종잇장처럼 찢어졌다.’
“…아니, 사천왕이 도대체 왜 여섯인데?”
심지어 세부 묘사를 보면, 이전에 테이즈위더를 공격하던 사천왕들과 다른 마족들로 보인다.
머리가 아프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사천왕 여섯이라는 표현에 눈치채지 못했던, 이들이 부순 곳이 테이즈위더가 아닌 자신들이 건설하던 성벽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데이지는 손으로 두 눈을 가렸다.
“후우.”
이런 헛소리를 정보라고 준 사람을 찾아가 따지고 싶었으나, 이걸 준 사람은 창조의 교단에서 보낸 사람이었다.
그것도 특급 기밀을 직접 전달할 만큼 제법 높은 위치의 사람.
그런 사람이 이런 애들 장난과 같은 정보를 줬다는 것이 말이 안 되었으나, 놀랍게도 이런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다 사실입니다.’
무려 아카데미에 상주하는 최고위 성직자인 추기경의 말이었다.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사천왕에 대한 마족의 해석이 바뀌었다는 의견과 마족에 내분이 일어나 사천왕이 계속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자의 내용이라면 사천왕이 여섯인 이유가 해결되고.
후자의 내용으로는 마족이 자신들이 건설하는 성벽을 부순 이유가 해결되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해결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다.
문제는 그러한 일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창조의 교단에서 계속해서 공문을 보내는 것.
우리가 남인가! 용사와 교단은 늘 함께였다!
“하아.”
받은 만큼 뽑아낸다!
인생 1회 차 시절부터 르윈이 경험했던 창조의 교단이었으나, 데이지는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을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