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45. 쟤들 뭐 하냐 (1)
방학이 있었나 싶은 여름이 지나가고, 건국제와 라일라를 제외한 이들이 학생회에 들기 위한 선거도 끝이 났다.
그리고 찾아온 겨울.
고등 교육에 막 입학한 학년들에게는 이전과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는 시기였다.
“고등 교육 과정부터는 겨울마다 실습을 나간다.”
바로 실습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1학년들은 비교적 안전한 장소에서 실습을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도록. 자세한 내용은.”
담임 교수인 바르바는 칠판에 중요한 사항만 요약해서 적기 시작했다.
본래는 자세한 내용을 세세히 알려 주어야 하겠으나,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어차피 안 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바에는 진짜 중요한 것들만 확인하게 만든다!
제법 연차가 쌓이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되는지 깨달은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가지를 포기한 것이기도 했다.
“이렇게다. 목적지는 북방. 겨울에 밀려 내려오는 몬스터들을 성벽에서 요격하면 된다.”
“교수님!”
“왜.”
“성벽에서 요격하는 거면 검사는 뭘 하나요?”
“창 던지거나 활 쏴.”
“칼은요?”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놈들이 북방의 대장벽을 기어 올라오면 사용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겠냐?”
한마디로 검사는 들러리라는 이야기에 검을 주로 사용하는 학생들에게 야유를 들었으나, 바르바는 오히려 그들을 비웃었다.
“그러게 마법 배우라니까.”
“교수가 그런 말을 해도 돼요?”
한 학생이 기세 좋게 일어나며 소리쳤으나, 바르바는 오히려 더 강한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해 주었다.
“당연하지! 억울하면 기사과 가든가. 왜 마법과 와서 칼질하는데?”
그에 검사 차별 반대를 외치던 몇몇 학생들의 입이 다물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과에서 마법 배우라는데, 뭐라 하겠는가!
‘마법을 배우는 시늉이라도 하든가.’
무슨 이유로 기사 지망생이 마법과에 온 것인지는 안다.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가 한곳에 모이다니.
이전의 황실 아카데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기형적인 반 배치였다.
그렇기에 가문에서 압박이 좀 있었겠지.
그것까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학과 선택 당시 다들 똑같은 레퍼토리로 ‘마검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들어왔으면, 대충 마법 한두 개 정도는 마스터하는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 그래도 데이지도 칼 쓰는데!”
데이지가 용사 데르덴의 무기를 지녔다는 것은 아카데미의 모든 검사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최후의 반론으로 그 사실을 지적했으나.
“여기서 데이지보다 마법 잘 쓰는 놈이 있으면 나에게 칼을 던져라.”
쓰윽.
“르윈 학생은 칼 집어넣고! 양심적으로 칼을 꺼내려면 일단 시험에서 결과를 보여 달라니까?”
매번 시험 점수는 어중간하면서 이럴 때만 움직이는 르윈을 보며 바르바는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있는 데이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거짓은 아닌 것 같으나.
‘뭔가 봤어야 알지.’
본 것이 없으니, 또 확실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너네는 그나마 덜 억울한 편이다. 그래도 명색이 마법과니까.”
야유가 들린 것 같으나 바르바는 능숙하게 무시했다.
이 망나니 같은 놈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는 7년 정도의 시간이 있으면 충분히 깨달을 만했다.
“어차피 기사과도 똑같으니까. 물론 검을 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몬스터가 기어 올라오는 것 말고도요?”
“그래. 너희가 소드마스터가 되어 검에 마력을 계속해서 사출할 수 있으면 검 써도 된다.”
“…그게 말이 돼요?”
“왜? 용사라며. 용사 후보생이라며? 역대 용사님들은 다 너희 나이에 하셨던 일이다.”
억울하면 강해지든가.
이제는 이런 말을 뻔뻔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바르바였다.
***
북방의 날씨는 대륙 평균보다 늘 추운 편이다.
한여름에도 바람만 잘 통하면 귀족가 저택에도 냉방 마법이 필요 없을 정도고.
가을 정도만 되어도 두툼한 겨울옷을 하나둘 껴입어야 할 정도다.
그러나 북방이 겨울이 되었다 함은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괜히 북방 유목 민족들이 제국으로 내려오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이 아니었거든.”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학자들 사이에서는 가장 큰 원인을 계절로 보고 있었다.
아니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겨울에 한 달 정도만 북방으로 파견을 보내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
“애초에 몬스터들이 이 시기만 되면 밀고 내려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니까.”
고블린 같은 몬스터라면 모를까, 두꺼운 피부로 인하여 칼날조차 잘 들어가지 않는 오크나 오우거 같은 몬스터들조차 버티지 못하는 추위라니.
괜히 북방의 전사들이 독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마법의 발전을 통하여 많이 보안이 되었다고 하지만, 수천 년의 세월을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혈통이 보통은 아닐 테니까!
“그런데요, 도련님.”
“응.”
하인스는 공허한 눈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짐 정리를 하는 르윈을 바라보았다.
곧 실전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북방을 떠나기에, 북방에서 쓸 짐을 정리하는 것은 이상한 행동이 아니었다.
문제는 저 짐이 르윈의 짐이 아니라 하인스의 짐이라는 것.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북방이 얼마나 추운지 강조하면서.
“왜 두꺼운 옷들만 골라서 빼고 있으세요?”
아니죠?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사실에 간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당연히 필요 없으니까.”
안타깝게도 이러한 예상만 늘 맞는 게 현실이었다.
“왜요?”
춥다며! 오우거도 얼어 뒤질 정도로 춥다며!
울상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하인스의 표정을 보며, 르윈은 뭘 모른다는 듯 혀끝을 차며 말했다.
“내가 한 말을 제대로 들었어?”
“당연하죠! 그 독한 북방의 전사들도 이러다 우리 다 죽어! 하면서 제국으로 돌격하게 만들고. 몬스터들도 뒤질 것 같아서 산맥을 내려와 인간들을 약탈하는 추위라면서요!”
“그래! 그런 험지에서 수련을 안 하면 어디서 하겠어!”
“수련하다 죽을 것 같은데요?”
“괜찮아. 가면 마력을 이용해서 체온을 보존하는 방법을 알려 줄 거야.”
“마력이 떨어지면?”
“괜찮아. 네가 익힌 호흡법을 제대로만 사용하면 마력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거거든.”
“제가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마력이 떨어지면요?”
“춥겠지?”
“죽겠지는 아니고요?”
“괜찮아. 그때가 되면.”
“겉옷이라도 돌려주나요.”
“아니, 네가 죽기 싫어서라도 최선의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될 거라고 말하려 했는데?”
“못하면 죽는다는 말로 들리는데, 아닌가요?”
“그 정도 시련도 못 이겨 내면 어차피 용사 하다 죽지 않을까? 그리고 추위로 죽으면 자연사잖아. 사람은 결국 자연스럽게 죽어.”
“그럼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죽으니, 절벽에서 사람을 밀었는데 죽으면 그것도 자연사입니까?”
“오!”
“오?”
개소리하지 말라는 의미로 말한 것인데, 그런 방법도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은 모습은 무엇인가!
“그건 나중에 해 보고.”
“누굴 죽이려고요?”
“괜찮아. 혹한기 훈련일 뿐이야. 용사라면 이 정도 훈련은 받아야지.”
“용사는 죽지도 않는 초인입니까?”
“그건 아니지. 모든 용사는 다 전투 중에 죽었잖아?”
“그럼 조금은 조심을…….”
“대신 마왕이나 그에 버금가는 놈들하고 같이 죽었지, 그 전에는 안 죽었어. 하인스도 용사니까. 그 전까지는 안 죽겠… 지?”
“…….”
차라리 끝까지 자신 있게 말하든가, 마지막에 묘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더욱더 소름 돋는다.
“누, 누나나 예리엘은요?”
설마 여자 기숙사에 쳐들어가 짐을 빼지는 못할 것 아니냐.
나만 이러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
그렇게 최후의 반격을 하려고 했던 하인스였으나.
“먼저 갔다 왔는데?”
“아.”
이미 조치가 끝났다는 말에 하인스는 마지막 희망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
“안 추워요?”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후배들을 보며, 하인스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안 춥네.’
르윈이 알려 준 마력을 통한 체온 조절은 실제로 놀라운 효과가 있었다.
효율 또한 좋았기에, 르윈의 말처럼 하루 종일 유지를 하는 것 또한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었다.
다만.
‘이걸 호흡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유지하라고?’
중요한 것은 이게 마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법처럼 파박! 하고 시전하면 계속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닌, 피부에 얇은 마력의 장벽을 한 겹 덮어씌우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다.
24시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집중을 해야 한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덕분에 말도 못하고 간신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드는 것으로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할 뿐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러한 행동조차 집중력이 흔들릴 정도로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역시 선배야!”
그러나 그 모습조차 눈에 콩깍지가 낀 사람으로서는 멋지고 과묵한 선배로 보일 뿐이었다.
아니, 솔직히 말없이 무언가 집중하는 듯한 모습은 하인스의 잘난 외모와 합쳐져 실제로도 잘나 보였다.
“후.”
그런 재잘거리는 플라나의 모습을 보며, 쿠셀렌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왜.”
이럴 때면 하인스에 대한 안 좋은 소리를 한마디씩 내뱉는 쿠셀렌이었기에 플라나는 도끼눈을 뜨며 대응할 준비를 하였으나.
“집중하는 모습은, 멋지구나.”
“…….”
그의 시선이 하인스와 비슷한 상태인 예리엘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평소였다면 오히려 반격할 타이밍이었으나, 이번 여정은 예외였다.
본래 고등 교육이 아니면 참가할 수 없는 실습이었으나.
베르샤 아카데미의 특수한 환경과 여러 조건, 그리고 이번 실습 예정지인 북방의 핵심 가문이자 쿠셀렌의 가문이기도 한 데르칸 가문의 강력한 요청에 의하여,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소수의 엘리트들은 자신이 원한다면 고등 교육의 실습에 따라갈 수 있게 되었다.
‘이번만큼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데르칸 가문의 강력한 요청은 사실 쿠셀렌 개인의 요청이나 마찬가지였다.
북방이 어떤 곳인가!
바로 쿠셀렌 가문의 영향력이 가장 큰 곳이었다.
한때 제국조차 위협했던 북방의 전사들.
그리고 그 전사들의 중심이 바로 쿠셀렌 가문이었다.
그로 인하여 진짜로 멸족할 뻔한 위기가 수차례 있었으나, 결국 살아남았고.
제국 또한 전쟁보다는 회유를 선택하여 데르칸 가문에 후작위를 내리는 것으로 북방은 제국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데르칸 가문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북방 최고위 가문으로서 중앙 정계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에 이전 부족 사회보다 더한 영향력을 뽐내고 있는 가문이었다.
그렇다.
북방에서만큼은 쿠셀렌은 드라이르프나 라인하르트 부럽지 않은 영향력을 보일 수 있었다.
그런 곳에 자신이 연모하는 이가 간다는데, 안 따라갈 수 있겠는가!
그런 북방의 한복판에서 쿠셀렌은 조용히 자신의 복장을 바라보았다.
‘…벗을까?’
어느 지역이나 겨울은 혹독하지만, 북방의 겨울은 제국 중심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사람들 또한 그 사실을 말로는 이해하고 있으나, 직접 체감하기 전까지는 그 두려움을 제대로 모른다.
그렇기에 쿠셀렌은 온갖 준비를 다 해 왔다.
예리엘이 추위에 떨면 덮어 주려고 겉옷을 준비했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보온 마법이 있는 수통도 여럿 준비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호탕함을 뽐내기 위해 최대한 얇으면서도 보온에 효과적인 옷감을 선택해 입었으나.
긴팔이라고 하나 한여름에 햇볕에 피부가 타는 것을 막기 위해 입을 법한 얇은 옷을 입은 예리엘의 모습을 보니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도착했다.”
그렇게 누군가는 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누군가는 그러한 발버둥을 보며 감탄하고 있을 때.
평지에 만들어졌다고 생각되지 않는 거대한 성벽을 보며 학생들을 인솔하고 있던 교수가 말했다.
“이곳이 북방의 대성벽. 한 달 동안 너희가 거주해야 할 집이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