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67)
267화 45. 쟤들 뭐 하냐 (2)
역사적으로 이 시기에 북방의 추위를 버티지 못하거나, 식량 부족으로 남하하는 몬스터는 북방의 골칫거리였다.
거기에 유목민 시절에는 몬스터가 남하하는 것에 맞추어 도망을 칠 수 있었지만, 제국의 귀족이 된 이후부터는 정착 생활을 했기 때문에 도망친다는 선택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북방의 대장벽이란 이러한 사정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국이 건설한 거대한 성벽으로, 동시에 제국이 북방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축물이기도 했다.
제국이 막대한 자금과 노동력, 그리고 시간을 투자하여 만든 대장벽은 그 값어치를 하였다.
최소 수천에서 많을 때는 수만의 몬스터가 내려오는 시기를 대장벽은 여태까지 잘 버텨 내 주었고.
더 나아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사상자가 나오지 않는 경지에 이르게 만들었으니.
시간이 지나고는 아카데미 졸업이 가까워진 학생들의 필수 방문 코스가 되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시설이 좋네.”
“돈이 되니까.”
그렇기에 대장벽은 북방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었고.
더불어 주변 환경과 맞지 않게 물가가 비싼 제국 수도조차 우스울 정도로 비싼 물가를 자랑하고 있었다.
“진짜 비싸네…….”
“위험 요소가 많고, 유통 과정이 좀 힘드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곳까지 이런 물건들을 가져오면 비쌀 수밖에 없긴 하겠네요.”
중등 교육 과정에서 파견을 나온 학생들은 대장벽 주변을 구경하며 감탄을 했으나, 이곳에 몇 번 온 경험이 있는 쿠셀렌은 별일 아니라는 듯 학생들을 이끌고 주변 시설에 대해 설명했다.
“저기가 상점이다. 투박하게 생긴 것과는 달리 제국 5대 상단이 모두 입점해 있지.”
“뭐 파는데?”
“없는 거 빼고 다. 말 그대로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 미리 신청만 해 두면 드워프제 마검도 판다고 할 정도니까. 대신 비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북방을 지배하는 후작 가문의 자제가 대놓고 비싸다고 말한다.
그에 학생들의 시선이 잠시 상단들이 입점해 있다는 건물을 바라보다가 흩어졌다.
“상점들과 차이는 별로 없어 보이지만, 저곳은 음식점이다. 간단한 간식 같은 것을 파는 아카데미의 노점 같은 느낌이지.”
“노점이라고? 뭐 하나 살까?”
“참고로 비싸다. 네 주머니 사정으로는 가게를 들어가자마자 나올 정도로.”
“…나 귀족인데?”
“귀족한테도 비싸다.”
망설임 없는 대답에 학생 몇몇이 조심스럽게 음식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밖으로 나와서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기 아니야?”
“그게 북방의 혹독함이다.”
그렇게 북방의 추위와 더 차가운 물가를 체감한 학생들은 아카데미에서 마련해 준 시설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몬스터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괜히 실습 기간이 한 달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듯, 일주일 동안은 오히려 아카데미에 있었을 때보다도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때에 따라서는 이대로 한 달 동안 북방의 찬바람만 경험하다 복귀하는 경우도 많으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딱 8일 차가 되는 날.
“몬스터 웨이브다!”
“정면에 오우거 셋! 마법사단에 화력 요청해!”
대지를 뒤흔들며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공세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조심할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실수로 성벽에서 떨어지지 말 것. 그런 멍청이가 어디 있겠냐고 생각하겠지만, 여기 전사자 대부분은 실수로 떨어져서 죽었다. 대성벽의 높이가 높이인 만큼 제대로 착지 못하면 마력 장벽을 전개해도 즉사할 수 있고,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몬스터들에게 밟혀 죽으니 알아서 조심하고.”
“나머지 두 가지는 간혹 오우거 같은 몬스터들이 나무나 돌을 던지니 맞지 않게 조심하는 것과, 드물게 공중형 몬스터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으니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인솔 교수들은 성벽의 아카데미에 할당된 구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대부분은 교수의 말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와…….”
시야의 끝자락에서 끝자락까지, 수없이 밀고 내려오는 몬스터들의 파도는 입을 쩍 벌리고 볼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대충 마법 날려도 다 맞겠는데…….”
맞는 말이었다.
마법은 물론 활이나 투창도 던지면 일단 맞는다.
문제는 그걸 맞고 몬스터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티도 안 난다는 것.
저 숫자의 몬스터들을 모두 죽이거나, 전의를 잃게 만들어 도망치게 하는 것이 대성벽을 지키는 이들의 역할이었다.
“그럼 우선 마법과부터 시작한다!”
가장 효과적으로 적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이들이자, 화살이나 창 같은 소모품 대신 언제든지 리필이 되는 마력이라는 힘을 사용하는 마법사였기에 첫 공세는 마법과에게 맡겨졌다.
화려한 마법이 떨어진다.
보통 제국 수도권 아카데미 고등부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전문 마법사 취급을 받을 정도는 되었고.
비록 용사 선발 이전에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부분 평범하다고 하나, 학업에 대한 분위기는 예상보다 훨씬 중요한 법이다.
모두가 용사가 되겠다고 난리를 치는 상황이었기에, 평소에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않았던 학생들도 자신도 모르게 노력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전반적인 실력 향상을 가져오기도 했으니까!
“쏴라!”
“이렇게 신나게 마법을 쏠 기회가 인생에 얼마나 있을 것 같냐!”
“그냥 던지면 맞는다! 아카데미처럼 정확도에 신경 쓰지 마라! 위력, 오직 마법의 위력을 끌어 올리는 데에만 신경을 써라!”
거기에 늘 점잖은 척하는 교수들 또한 신이 난 듯 학생들에게 마법을 남용하라고 외치니, 학생들 또한 언제 이런 기회가 있겠냐며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모아 마법을 날렸다.
“마법사 놈들은 신났지만, 우리는 조금 다르다.”
“우리는 활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럼 여기까지 온 이유가 없지. 이것 또한 훈련이다! 한 발 한 발에 마력을 담아 쏘는 훈련!”
“검에 마력을 담듯 담으면 효율이 좋지 않다. 그렇다고 너무 적은 마력을 담으면 오크 같은 두꺼운 피부를 가진 몬스터에게는 효과가 없다.”
“마력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 생각하고, 한 발 한 발 집중하도록!”
그렇게 마법과 학생들이 신나게 마법을 난사하고 있었다면, 기사과 학생들은 빈 공간에서 기사과 교수들의 시범을 보고 있었다.
“저기 마법과가 마법을 쓰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냥 쏘면 맞는다. 그러니 굳이 적을 맞히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마력을 이용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
기사과 교수는 눈에 띄는 마력을 담아 화살을 발사하였다.
“이러면 확실하게 적에게 피해를 줄 수 있지. 오크 정도는 즉사고, 오우거의 신체에도 화살이 박힌다. 그러나 효율이 좋지 못하지.”
오우거, 혹은 그에 버금가는 몬스터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은 확실히 좋은 위력을 자랑하는 것이지만, 몬스터 웨이브에서 그런 몬스터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보통은 그런 몬스터들에게 굴복당한 오크나 고블린 같은 약한 몬스터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대형 몬스터들이 그런 몬스터들을 잡아먹지 않고 굴복시켜 데려오는 것은 그들도 어느 정도 지능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물자와 체력을 소모시키게 만든다.
그것을 그대로 당해 주면, 인간의 체면이 살지 않는다.
“적당하게. 그러나 오크 정도는 죽일 수 있게.”
이전의 화살에 비해 3분의 1도 되지 않는 마력이 화살에 감돌았다.
푹!
그렇게 날아간 화살이 어디에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충분히 살상력을 가진 위력은 분명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어차피 오우거나 트롤 같은 것에 화살을 몇 발 박아 봤자 티도 안 나니까.”
그런 건 전문 기사들이 해당 몬스터만 노리고 투창하거나 마법사들이 집중 폭격을 가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니 너희는 딱 이 정도만 하면 된다.
그것이 화려하게 마법을 쏘아 대는 마법과와 비교가 되어 입을 삐죽이는 기사과 학생들도 있었다.
“교대!”
“와! 스트레스 제대로 풀린다.”
“나 마력 바닥난 것 처음이야.”
“마법관에 불지를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야, 총학생회장님 어디 있지 않냐? 너 그거 들키면 뒤진다?”
“못 들으셨을걸? 아까 보니까 지형을 바꿔 버릴 기세로 마법을 쏟아부으시던데.”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마력 탈진에 걸린 학생들이 있을 정도로 화려한 신고식을 마친 마법과였다.
그에 기사과 학생들은 더욱 기가 죽은 모습으로 활과 화살을 들고 적에게 쏘기 시작했다.
“자, 자, 수고했고. 다들 시원한 음료 한 병씩 마시고!”
그러나 기사과 학생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맛없어…….”
“이 쓴맛. 어디서 맛을 본 적이 있었는데.”
“교수님? 이 음료 너무 쓴데요?”
“미안. 포션 물량을 맞춰야 해서 맛까지는 신경을 못 썼어!”
“포션이요?”
싸늘하다.
북방의 날씨가 차갑다고 하나, 마법과 학생 몇몇은 몸이 아닌 가슴속 깊은 곳을 스치고 지나가는 싸늘함을 감지하고 말았다.
“이거, 마력 회복 포션 아니야?”
맞았다.
다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셨던 포션과 달리, 저렴한 양산형 포션이었기에 그 맛이 달랐을 뿐.
점점 심장과 배 쪽에 인위적으로 마력이 회복되는 것을 느낀 마법과 학생들은 하나둘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교수님?”
그저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고 있을 때, 결국 참지 못한 한 학생이 진리의 문을 열고 말았다.
“오늘 실습은 언제까지 하나요?”
“당연한 사실을 묻네요.”
그런 학생에게 마법과 교수는 아카데미에서처럼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해 주었다.
“실전이니 실전답게 가야죠.”
“그 말은…….”
“네. 저기 있는 몬스터를 다 쓰러트리거나, 아니면 도망가게 할 때까지 실습은 끝나지 않습니다.”
“…….”
절망의 시작이었다.
***
사람은 살기 위해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한다.
간혹 듣는 말이었다.
하나 그것을 북방에서 입을 옷을 빼앗으며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게… 되네?’
그러나 더 화가 나는 사실은, 그 말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기 자신이었다.
예리엘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오려는 것조차 막으며 다시 화살 하나를 활시위에 걸었다.
“후.”
처음 화살에 마력을 담을 때는 신체를 보호하고 있던 마력이 흩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북방의 찬바람을 얇디얇은 옷으로 맞고는 이대로 죽는 건가 싶기도 했으나, 한 발 두 발을 쏘고 보니 자연스럽게 따뜻해졌다.
처음에는 죽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기사 선배들에게 듣기로는 얼어 죽은 사람 중에는 뇌가 망가져 몸이 뜨겁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옷을 벗고 동사하는 이상 탈의 현상에 도달한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자신의 몸은 살기 위해 마력으로 몸을 보호했고.
더불어 계속 마력을 집중했던 탓인가, 화살에 마력을 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말 그대로 ‘이게 되네?’가 실천되는 상황이었다.
덕분에 이제는 제법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고 말았다.
그렇기에 다른 학생들과 달리 목표물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쏠 수 있었다.
오크에게는 이 정도의 마력을.
늑대형 마수에게는 이 정도의 마력을.
고블린에게는 이 정도의 마력을.
그렇게 한 발 한 발 쏘던 예리엘은 몬스터 무리 사이에 껴 있는 이상한 형체를 볼 수 있었고.
“저건 뭐야?”
그것 또한 예리엘의 시선을 느꼈는지 예리엘을 바라보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