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7)
27화 6. 인생 10회 차는 탐험을 한다 (4)
골렘의 핵은 마력석이다.
맨드레이크인 엘리가 흡수한 마력으로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골렘 또한 마력석에 있는 마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을 움직인다.
‘그렇기에 마력석만 부수면 쉽게 쓰러트릴 수 있지만.’
그런 아까운 짓을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르윈은 검을 뽑았다.
‘이 서늘하고 묵직한 감각.’
예리엘이나 하인스와 종종 대련을 해 주었지만, 진심으로 검을 뽑은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목검을 사용한 대련이었지만, 목검으로도 진심으로 때리면 사람이 죽는다.
아니, 그냥 길가에 떨어진 나무 막대기로도 된다.
“후.”
그렇기에 진심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은 이번 생에서 처음이었다.
“오랜만이네.”
누군가는 폭포수에 비교할 만큼 막대한 마력이 르윈의 몸속에서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용사의 비기, 숨쉬기 운동을 통해서 어린 시절부터 만든 몸은 마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실제로 르윈의 몸에 흐르는 마력은 폭포수처럼 강렬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었다.
강줄기, 아니 그보다도 작은 시냇물 줄기처럼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와 함께 미세하지만 빠르게 몸 안을 움직인다.
심장을 시작으로 전신을 빠르게 움직이던 마력이 정착한 곳은 바로 검.
내부의 마력을 장작 삼아, 외부의 마력을 불씨 삼아.
르윈이 손에 쥔 검에 푸른 불꽃이 일어났다.
검기.
기사의 상징이자, 시작이라고 불리는 것.
중등 교육 기관에서도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만이 사용하는 그것을 이제 입학한 르윈이 사용한 것이다.
“오랜만이라서 그런가.”
하지만 르윈은 자신의 검에 맺힌 검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생 1, 2회 차라면 모를까, 인생 10회 차가 되어서도 이 정도밖에 못 뽑아내다니.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개소리 그만하고 살려 줘!”
르윈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날아갔던 엘리가 눈물을 뿌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 뒤에 석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속도로 달려오는 골렘은 덤.
“핵은, 저기려나?”
가슴에 빛나는 푸른 마력석.
인간이 만든 골렘이라면 저게 페이크일 수도 있겠으나.
“자연산인가?”
주변 환경을 생각했을 때 이 던전은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일단 베자.’
몸속의 마력을 조금 더 빠르게 회전시킨다.
집중하는 곳은 검 끝과 발끝.
순간적으로 마력을 폭발시켜 도약하고, 단 일격으로 마력석을 베어 낸다.
쿵!
“안 되네?”
“미친놈아!”
그 행동은 매우 깔끔하고, 성공적이었지만.
“마력이 부족하네.”
마력석 주변에 큰 흠집을 내는 것이 한계였다.
“멋진 척은 다 했으면서!”
다급히 날아든 엘리가 르윈의 어깨를 붙잡으며 울먹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골렘의 주먹이 그대로 르윈과 엘리의 위로 떨어져 내렸다.
“사람 살려!”
“너 사람 아니잖아.”
골렘의 일격은 강력하지만,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그렇게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렸지만, 그것이 르윈의 몸에 닿는 일은 없었다.
“어떻게든 해 봐!”
“마력이 부족해서 그런데, 다리 한 짝만 주면 해결될 것 같은데.”
“꺄악! 이 변태! 남의 다리로 뭐 하려고?”
“씹어 먹으려고.”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다닐 정도의 고순도 맨드레이크.
그 정도면 잔뿌리로도 제법 많은 마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하지만 엘리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신체 일부가 사라진다는 의미!
“어차피 또 자라잖아.”
“그렇긴 하지만, 주는 게 문제야. 한번 주는 순간 ‘저번에도 줬으니, 또 줘도 상관없잖아?’라고 할 게 뻔하다고!”
“쳇.”
제법 눈치가 빠른 맨드레이크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르윈은 다시 한번 검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좀 떨어져 봐.”
“뭐 하려고?”
“단순 검술로 안 된다면.”
과거, 제법 이름을 날렸던 명검이 르윈의 손에서 울음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비명 같네.’
검사가 검과 하나가 되면, 검사와 검이 공명하며 검이 울음을 내뱉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엘리는 지금 르윈의 모습이 그것과 조금 다른 느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마법 써야지.”
그리고 엘리의 감은 정확했다.
르윈이 검에 담은 것은 단순한 마력이 아니었다.
화 속성 기초 마법, 발화.
하지만 평범한 발화 마법하고는 조금 달랐다.
“술식을 조금 비튼 거라서, 조금 위험하거든.”
기본 발화 마법에 화 속성 고위 마법인 폭발의 술식을 조금 섞는다.
르윈이 만든 고유의 방식으로, 마력의 사용량은 발화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었지만 순간적인 화력을 고위 마법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런 기술에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었다.
술식의 안정성을 모두 포기한, 오직 화력만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식.
“지금 상태로 저런 돌덩이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잖아?”
그러니 알아서 피하라는 말에 엘리는 울상을 지으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뜨거운 건 질색인데!”
마력의 장벽이 펼쳐지는 것을 느낀 르윈은 그대로 엘리를 뒤로 던지며 골렘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이미 검붉은 마력을 휘감은 검이 조금 전 골렘의 상처를 다시 한번 내려쳤다.
콰아아아앙!
“야, 이 미친놈아!”
기초 마법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거대한 폭발에 엘리가 비명을 질렀다.
나름 용사가 선택하여 숨겨 둔 명검에도 금이 갈 정도의 여파였다.
“조금이 아니잖아!”
“죽지만 않으면 조금이지.”
수명이 다한 검을 아쉽다는 듯 바라보던 르윈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쓰러진 골렘의 옆으로 다가갔다.
“조금 부서졌네.”
“그 짓을 해 놓고 멀쩡하길 바랐어?”
“나름 조절했으니까.”
괜찮은 검 하나를 포기하면서까지 얻으려고 했던 마력석이었다.
‘어차피 쌓일 마력이라고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시기를 앞당길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이었으니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수준의 무기를 포기할 만한 가치는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르윈은 검을 이용하여 골렘의 마력석을 뽑아내고자 했다.
“아, 잘 안 되네.”
“도와줘?”
“몰래 흡수하면 진짜 먹는다.”
“안 그래!”
소리를 빽 지른 엘리의 손에 마력이 감기더니, 이윽고 골렘의 핵을 조심스럽게 파고 내려갔다.
“그런 거 할 수 있으면 아까 전투 중에 하지.”
“시끄러워. 이게 얼마나 세밀한 작업인 줄 알아?”
자신은 인간처럼 전투 생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엘리를 르윈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저 정도 마력이면, 충분히 전투 생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음만 먹는다면 던전 보스로 취업해도 될 정도의 마력이었다.
당연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맨드레이크는 기본적으로 많은 마력을 지니고 있기에 영초였고, 그런 영초에 의지가 깃들어 영물이 된 존재가 엘리였다.
그녀가 품은 마력은 일반적인 맨드레이크와 비교해도 압도적이고, 거기에 르윈이 숨겨 둔 마력석의 마력까지 싹 다 긁어 먹었다.
‘그저 효율이 더럽게 나빠서 문제일 뿐이지.’
마력을 운용하는 것이 너무나도 단순했다.
르윈이 턱없이 부족한 마력으로 골렘의 숨통을 끊은 것처럼, 마력은 조금만 잘 운용하면 몇 배의 파괴력을 쉽게 얻을 수 있었다.
“끄앗! 거의 다 됐어! 구경만 하지 말고 좀 도와 봐!”
이게 내 일이냐!
그렇게 소리 지르는 엘리를 보며, 르윈은 다 죽어 가는 검을 지렛대 삼아 마력석을 꺼내었다.
“괜찮네.”
자신의 얼굴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마력석을 보며 르윈은 만족했다.
엘리가 먹은 양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했지만, 이 던전 자체가 계획에도 없던 일들이기에 이득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들고 나가냐는 건데.”
“길 몰라?”
“그건 아니고. 밖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거든.”
지금쯤 이를 갈며 자신을 찾아다닐 데이지를 떠올리며, 르윈은 골렘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뭐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다른 몬스터나 골렘의 마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 발생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거나, 아니면 아카데미 공사로 인하여 출입구가 막혀서 던전화 진행이 막힌 듯싶은 상태.
“음…….”
대충 계획을 세운 르윈은 마력석을 빼앗긴 골렘을 내려다보았다.
‘다른 것은 다 그렇다 치고.’
이 골렘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것에 대한 답은 금방 나왔다.
“엘리.”
“왜.”
“네가 뽑아 먹었던 마력석 있잖아.”
“…왜?”
마력석 이야기를 하니 한껏 경계하는 엘리였지만, 이미 쓸 만한 것은 얻은 상태.
“그것 좀 가져와 봐.”
“그걸?”
마력을 다 빨려서 이제는 돌멩이에 불과한 것인데.
그걸 왜 가져오라는 걸까.
“궁금하면 가져와 봐.”
“나도 그게 답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문제가 있는걸.”
“문제?”
“돌아가는 길을 몰라.”
“…….”
“…….”
말없이 한숨을 내쉰 르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길 좀 모를 수 있지.
“저기요?”
10분 후.
길을 잃어버린 르윈은 엘리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그렇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
“도련님.”
“응.”
앗, 따가워.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벌써 몇 번은 죽지 않았을까.
르윈은 그런 생각을 하며, 살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데이지의 시선을 피하려고 노력했다.
“고의는 아니시죠?”
“설마.”
“그렇겠죠?”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말투에 르윈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 아니야. 나도 입학하고 바로 튈 생각은 없었다고.”
입학한 첫 주.
그것이 끝나기 무섭게 르윈은 아카데미 결석 1회를 달성하고 말았다.
“바로?”
하지만 데이지에게 그 말은 변명으로 들리지 않았다.
바로 튈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는 말은 언젠가 튈 생각은 있었다는 말이었으니까!
“음… 살다 보면 한 번쯤은 아카데미를 못 가는 날이 있지 않을까?”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렇지.”
“하지만 도련님은 계획적으로 결석할 예정이니 문제고요.”
으득.
-저 언니 무서워.
거칠게 이를 가는 데이지의 모습에 엘리가 기겁했다.
-나도 좀.
평소보다 더 분노한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절대 퇴학은 안 된다. 물론, 자퇴도 안 된다.’
데이지의 머릿속은 이미 알렉스의 목소리로 가득 찬 상태였다.
“벌써 결석 한 번이라니.”
아카데미 입학 전.
알렉스를 비롯한 르윈의 시종 전원이 모여 회의를 했다.
주제는 어떻게 하면 르윈 디 드라이르프가 졸업할 수 있을까.
수많은 의견이 제시되고, 충돌하고, 그리고 그들은 몇 가지 결론을 낼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개.
그것이 가정한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그 정도면 드라이르프 가문의 힘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졸업은 시킬 수 있을 것이다.
최악의 사태를 가정한 방어선.
그 선이 일주일 만에 깨진 것이다.
“도련님.”
“응.”
“도련님은 르윈이기 전에, 드라이르프입니다.”
“그렇지?”
“드라이르프 가문 역사상 아카데미를 중퇴한 인원은 없었습니다.”
“나도 졸업은 할 생각인데.”
“믿음이 안 갑니다.”
-내가 시종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던 거야? 평소에 무슨 짓을 했기에 저렇게 믿음이 없는 건데?
억울하다.
아직 아무 일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이번 일은 진짜 사고였는데.
‘너무 안일하기는 했지.’
나름 미궁 소리를 듣는 곳이었는데, 너무나 쉽게 생각했다.
처음이야 엘리와 골렘이라는 마력이 가득한 존재들이 있었기에 목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그 두 가지를 회수한 이후 르윈이 목적지를 찾을 방법은 오로지 감 하나뿐이었고.
‘오랜만에 배신당했지.’
백 번 중 한 번 일어나는 일이 하필 그때 일어날 줄이야.
덕분에 고생고생해서 자신의 창고에서 마력석과 보물 몇 가지를 들고, 다시 골렘이 쓰러진 자리에 도착하는 데 하루를 써 버리고 말았다.
“던전 발견인데, 뭐 없어? 잘만 하면 결석 정도는 봐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것도 문제입니다. 아주 오래된 던전이기에 골렘의 마력이 다해서 쓰러져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죽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잘못 건드린 것 같은데?
눈에 쌍심지를 켜며 으르렁거리는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베르샤 아카데미 2주 차 결과.
영물급 맨드레이크와 상급 마력석이라는 소득을 얻었지만, 시종의 믿음은 잃어버린 한 주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