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45. 쟤들 뭐 하냐 (6)
불타는 성과 그것을 보며 포효하는 마족들을 보며 마왕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어떻게 하냐.”
“망한 거죠.”
총군사 데르마치의 간단한 상황 설명에 마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노려보았다.
“총군사나 되어서 그게 할 말이야?”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뭔데?”
“마왕님께서 아펠리오스만큼 강하셔서 다 때려눕히면 됩니다.”
“약해서 미안하게 되었네!”
이게 내 책임이냐!
그렇게 씩씩거리는 마왕 헬리아스를 보며 데르마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미친 전투 종족 새끼들.’
마족을 향한 말이 아니었다.
솔직히 저들이 저러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눈앞에 같은 종족이 두 눈으로 지켜보기 어려운 모습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다.
평범한 마족이 그러한 일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분노할 텐데, 모두에게 인정받는 대전사가 당한 일이었다.
그걸 보고도 참을 정도로 마족은 인내심이라는 것을 가지지 않았다.
실제로 호전적 성격을 지닌 사천왕과 그들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마왕의 파벌에서도 전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이걸 막으면 어차피 파멸이다.
그동안은 율법이니 마신의 뜻이니 하는 것들로 지켜지고 있는 마왕의 자리였으나, 이번에도 참는다면 말뿐인 명분으로는 마왕의 자리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힘, 오직 힘으로 지켜야 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마왕의 세력은 마족 전체로 봤을 때 한 줌에 불과한 세력이었고.
거기에 이번 사건으로 그 한 줌의 세력에서도 의견이 갈리게 되었다.
마왕 헬리아스는 강하다.
무려 마왕 경력 9회 차인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강하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한 명의 생명체일 뿐이다.
마족 최강이라는 사천왕조차 일대일로는 압도하는 실력을 갖췄으나, 다굴을 맞다 보면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이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내전으로 인하여 약해진 마족을 인류가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
용사를 백 명 이상 뽑아 버리는 미쳐 버린 시대를 보면, 여신 라헬도 작정한 것일 테니까!
‘살아야 한다.’
데르마치는 죽음이 싫었다.
한때 마족의 삶이라는 것은 늘 투쟁이었고, 그렇기에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믿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회 차가 지나고, 용사와 싸울수록 꼭 싸워야만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의문이 들자, 사실 다 마신이 시킨 일이라는 결론만 나올 뿐이었다.
인류도, 마족도 결국 다 신의 농간에 놀아난 것뿐이었다.
심지어.
-죽여라! 다 죽여 버려! 라헬 그년의 손에 아무것도 남기지 마라!
머릿속에서 신이 난 듯 소리치는 마신의 목소리는 데르마치의 의심에 확신을 줄 수밖에 없었다.
“하아.”
파괴, 파괴, 파괴!
오직 그 소리를 내뱉는 무식한 신이 원하는 것은 라헬의 파멸뿐.
마왕이 죽더라도, 그것만 이룰 수 있다면 만족할 신이었다.
‘그렇게 절실하면 자기가 천계에서 부수든가.’
왜 지상에서 이 난리를 피우는지 모르겠으나, 안타깝게도 마족에게 최고신으로 받들어지고 있었고, 그로 인하여 마족들도 대부분 비슷한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이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신은 원래 이랬고, 마족도 원래 이랬으니까.
인생 10회 차의 경험 동안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자신 또한 그러했다.
따지고 보면 늘 변한 것은 자신뿐이었고, 그렇기에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변수는 늘 마신과 마족이 아니라 인간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용사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두 번 한 솜씨가 아니었어.’
마족이 어떻게 하면 분노할지 평생을 연구한 듯한 도발이었다.
저걸 그냥 생각나는 대로 했다고 하면 오히려 더 무서울 정도였다.
‘차라리 죽어서 목만 보냈다면, 혹은 양팔과 다리를 자르고 눈을 불로 지져서 보냈다면 이 정도로 분노하지는 않았겠지.’
인류가 없는 역사를 뒤져서 마족을 공부하듯, 데르마치 또한 인류를 오래전부터 공부했다.
심지어 인간과 비교해서 배우기도 쉬운 것이 마족은 늘 인류를 침략하는 입장이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나라를 멸망시킨 전적이 존재했다.
원하기만 한다면 간단한 서적은 물론 왕실 도서관을 약탈하는 것도 가능했기에, 마족의 대도서관에는 인류에서도 찾기 힘든 인류의 서적들이 다수 존재할 정도였다.
물론 그러한 대도서관을 이용하는 마족이 한 자리 숫자라서 마족들도 모를 뿐!
‘인류의 전쟁사에서 어떤 이도 이러한 도발은 하지 않는다.’
그 소수의 마족 중 하나인 데르마치는 이번 도발을 실행한 자는 마족에 대해 잘 아는 존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동시에 인생 10회 차의 경험 중 비슷한 짓을 저지른 놈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설마…….’
아니지. 아닐 거야.
그렇게 부정을 하지만, 데르마치는 한 가지 결론에 이르고 만다.
‘그 새끼들도, 사실 다 한 놈이었나?’
이 세상에 인생 10회 차가 두 놈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늘 자신의 앞을 가로막던 녀석이 또 자신을 죽음으로 보내려고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
기이한 행동을 하던 마족들이 결국 대륙을 넘어왔고, 신성국은 마족의 도발에 대전쟁이 시작되었음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일들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마족이 테이즈위더의 앞에 도착한 이후부터 각국은 언제든지 대전쟁을 치를 준비를 하였고.
마족들이 테이즈위더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만큼 인류가 준비할 시간은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유일한 변수는 겨울이라는 계절.
그러나 운이 좋게도 올해 겨울은 그리 추위가 길지 않았기에, 북방 지역 같은 몇몇 특수한 곳을 제외하고는 전쟁을 준비하는 것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렇게 인류가 준비한 방어선에 막혀 진군이 느려지는 마족들과 달리, 인류의 대다수의 국가는 언제든지 병력을 파견할 준비가 되었다.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재학생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흐음.”
바로 여신의 신탁에 따라 용사 양성 아카데미가 되어 버린 베르샤 아카데미가 문제였다.
아무리 신탁을 받고, 교단의 선택을 받아 용사가 되었다고 하나, 아직 학생인 그들을 최전선에 보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교단에서는 연락이 왔는가?”
“아카데미의 재량에 맡기겠다고 하였습니다.”
“제국과 같은 입장이군.”
말로는 재량에 맡긴다고 하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이사장이 모를 리가 없었다.
여기서 학생들을 보내겠다고 한다면, 어린 학생들을 전쟁터에 내보내는 어른이 될 테고.
여기서 학생들을 보내지 않겠다고 한다면, 용사를 양성한다는 이유로 온갖 혜택은 다 받아 놓고 막상 마족과의 전쟁이 시작되니 학생이라는 명분으로 참가하지 않는다고 질타를 받을 것이다.
“올해 졸업생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가 적지는 않겠으나.”
그 실력이 용사라는 이름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비록 베르샤 아카데미가 최고의 명성을 지닌 아카데미가 되었다고 하나, 그것은 신탁이 내려진 이후였다.
그 전까지는 제국 수도에 위치한 아카데미 중 잘나가는 아카데미는 맞으나, 말 그대로 끝자락에 간신히 걸친 비교적 신생 아카데미일 뿐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작년과 올해 졸업하는 졸업생들은 베르샤 아카데미가 그런 평가를 받을 때 입학을 한 평범한 학생들이었다.
신탁을 받기 이전에도 황금 세대라 칭할 만한 이들이 존재하기는 하나, 그들조차 현 고등부 1학년과 중등부 3학년에 재학 중인 세대다.
아직 졸업하려면 2~3년의 기간은 필요할 터.
그들이 전장에 나서기 전에, 용사 칭호를 달고 있는 졸업생들이 패배한다면 인류의 사기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그럼 진짜 재능이 있는 이들이 용사로서 전장에 선다고 하더라도, 믿음보다는 불신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허어.”
솔직히 말해서, 몇몇 재학생들의 실력은 올해 졸업하는 졸업생들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개중 몇몇은 언제 깨달음을 얻어 소드마스터에 도달할지 모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런 이들을 용사로 내세우는 것이 맞았다.
올해 졸업생들이 인류의 기준으로 부족한 이들은 아니었으나, 마족의 기준은 인류의 기준과는 너무나도 달랐으니까!
“저는 재학생들도 자격이 맞는 이들은 전장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교수석에서 조용히 관망하고 있던 이가 목소리를 내었다.
“레이카 경.”
엘프의 기사, 레이카.
현 베르샤 아카데미 기사학부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용사가 아님에도 전쟁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용사가 참전하지 않는다니요.”
심지어 참전하는 이는 제국의 가장 고귀한 핏줄이었다.
“루테스 전하께서 참전하게 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그러나 그것과 이것은 전혀 다른 사항이었다.
루테스가 출전하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황족이 최전방에 나갈 일은 없을 테니까.
최후방에서, 말 그대로 제국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보내지는 것일 뿐.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인간 사회에서 제법 시간을 보낸 레이카는 그러한 사실 또한 예상하였다.
“그러니 그에게 재학생 용사들을 맡기시지요.”
“그게 무슨…….”
“우리는 용사님을 보냈습니다. 그것도 제국의 황족과 함께.”
“……!”
레이카의 말에 이사장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어차피 토템 역할로 가는 황족 옆에, 용사라는 이름의 응원용 토템 몇 개 더 보내자는 말이지 않은가?
‘엘프가 이런 생각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안전한 지역에 학생들을 보낸다.
그럼 학생들의 안전은 지킬 수 있고, 용사를 보내지 않았다는 불평도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도 있으나, 그 정도는 가볍게 무시할 힘이 베르샤 아카데미에는 존재했다.
“좋은 방안이군요.”
제국도 각 교단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기에, 레이카의 의견은 만장일치로 통과가 되었고.
나중에 그 소식을 들은 제국의 황자 하나만이 분노를 터트렸으나, 안타깝게도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시키신 일에 성공했습니다.”
한쪽 무릎을 꿇은 레이카가 엘리에게 정중하게 말하였다.
“음, 잘했어!”
“잘했어!”
엘리와 그녀의 딸 시바는 방긋 웃으며 그런 레이카의 공을 치하했다.
“근데 어떻게 하려고?”
“뭘?”
엘리는 그렇게 말하며 탁자에서 무언가를 깎고 있는 르윈을 바라보았다.
“일단 네가 말한 대로 아카데미 학생들도 전장에 갈 수 있게 만들기는 했는데. 용사만 갈 수 있잖아.”
“그렇지. 진짜 망할 위기가 아니면 학생들은 보내지 않을 테니까.”
“근데 넌 용사 아니잖아. 그럼 못 가는 거 아니야?”
진실한 의미로 르윈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용사라는 것을 엘리도 알고 있으나, 본인 입으로 그런 거 안 한다고 선언한 르윈이었다.
그에 걸맞게 수많은 이들이 용사로 선택되는 베르샤 아카데미에서도 르윈은 용사 권유조차 받은 적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런 이가 전장에 나갈 방법이라니.
“걱정하지 마. 우리 집이 어떤 곳인데?”
그러나 르윈에게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드라이르프 공작가.
제국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군권을 담당한 가문.
그런 가문의 자식이 전장에 나갈 방법이 없겠는가!
“안 돼.”
“…….”
그러나 싸늘한 한마디에 르윈의 계획은 시작부터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