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72)
272화 45. 쟤들 뭐 하냐 (7)
“안 돼.”
“…….”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그 말에 르윈은 생각했다.
‘이게 아닌데?’
아무리 자식 사랑이 크다고 해도 공과 사는 구분하는 가주였다.
그렇기에 드라이르프의 일원으로서 전장에 나서겠다고 하면 받아들일 줄 알았다.
“집구석에 한번 안 들어오던 자식 놈이, 갑자기 전쟁터에 나가겠다고 찾아오면 아비가 된 입장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
“…….”
하긴 르윈이 생각하기에도 좀 그렇긴 했다.
방학 때 집에 좀 오라는 소리에 온갖 이유를 대며 안 들어온 자식 놈이, 갑자기 전쟁터에 가겠다고 학기 중에 집에 찾아오다니.
‘내 자식이었으면 한 대 쳤지.’
자식이 있었던 적은 없으나,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획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다른 애들과 함께 전장 근처에는 가야 한다!
아무리 르윈이라고 하더라도, 아카데미에서 활동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으니까!
‘최악의 경우에는 지하 던전을 이용해서 이동하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마족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이 여럿 존재할 것이다.
여차하면 진짜 기숙사 옷장 안에라도 이동용 게이트를 하나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한 인력과 자원,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여기서 아버지를 설득해야 한다!
“형님들도 다 가는데, 저 혼자 평화롭게 있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르윈은 각오를 담아 소리쳤으나.
“형제들이 다 가면 가문은 누가 이어받냐.”
“…르나인 누님이요?”
머뭇거리는 르윈의 대답에 가주 라이하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카데미로 돌아가라. 그 전에 막내들 좀 보고. 걔들은 네가 누군지도 모를 수도 있겠다.”
“…넵.”
1차 시도 실패.
인생 10회 차도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
“이것이 마족의 조직도입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마왕입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여신님의 주적인 마신의 대리자, 용사의 오랜 숙적.”
대전쟁이 선포된 이후, 용사로 선발된 학생들은 특수반이라는 형태로 따로 수업을 받게 되었다.
강의 내용은 마족에 관한 내용.
그것이 곧 싸워야 할 존재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학생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음은 사천왕입니다. 마신의 아래, 네 명의 악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빗대어서 만들어진 존재들입니다. 마왕과 마찬가지로 오직 무력으로만 선발되는 존재들이기에, 시대에 따라서 그 특징은 매번 달랐습니다.”
마왕과 사천왕.
이러한 존재를 모르는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들 어린 시절 용사의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니까.
동화나 전설에서 매번 이름이 거론되는 존재들이었으니까!
“그러나 하나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그 어떤 시대든 사천왕은 강했습니다. 당연하죠. 마왕이 되지 못했을 뿐, 마족에서 가장 강한 존재들이니까요.”
문제는 그 존재들이 현실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고, 자신들이 그것들과 싸워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이나 했을까?
그렇게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있기는 했다.
아주 오래전, 용사의 이야기를 들었던 어린 시절.
지금으로부터 십 년도 더 된 과거에는 그런 망상을 다들 한 번쯤은 했을 테니까!
“그다음은 마왕군을 통솔하는 장군급 마족들로, 이 숫자는 마왕군의 규모에 따라 달랐습니다. 적게는 10명에서, 많을 때는 30명이 넘어가는…….”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늘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처음 자신이 용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감동했던 학생들도, 전쟁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순간이 오자 다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오늘의 마족학개론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오후 실전 수업도 잘 받으시고 훌륭한 용사가 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하나의 수업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의 안색은 점차 바뀌어 간다.
누군가는 각오를 다지고, 누군가는 용사라는 직위에 대한 무게감을 느낀다.
“후우.”
“괜찮아, 누나?”
“안 괜찮아…….”
그리고 현재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가장 유명한 용사 중 하나인 데이지는 전자도 후자도 아닌 상태였다.
“일이 너무 많아.”
순수하게 일이 너무 많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각오를 다질 시간도, 용사라는 직위에 대한 무게감을 느낄 여력도 없었다!
“용사 중 일부는 루테스 전하와 함께 후방이지만 참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응.”
“듣기는 했지.”
용사 특수반 수업이 진행됨과 동시에 들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데이지는 그 소식을 그 누구보다 먼저 들을 수 있었다.
“그거 인원도 나보고 짜 오라고 시키더라.”
이미 창조의 교단에서 데이지는 완벽한 인력이었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 막대한 지원을 해 주고 있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 막대한 노동을 부여받았다!
사실상 베르샤 아카데미 용사들의 대표나 마찬가지!
용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아카데미의 모든 활동에 데이지가 관여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니까 일단 너희 둘은 자동 참가야.”
“…누나?”
“…언니?”
그 말이 같이 죽자는 말로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인가.
예리엘과 하인스는 잠시 서로를 쳐다보다가 데이지를 바라보았으나, 데이지는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도련님이 그러래.”
“…….”
“…….”
“그리고 자기도 간다고 했는데, 가문에서 거절당했다더라.”
그렇게 말하며 데이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오래전에 아카데미를 졸업한 장남과 차남이 존재하는데, 유일하게 아카데미를 다니는 남아까지 무리해서 전장으로 보낼 이유가 있겠는가?
데이지도 아는 이 사실을 르윈은 몰랐다는 듯 자신 있게 전장행을 선언했고, 당연하게 거절당했다.
‘문제는 그런다고 물러설 사람이 아니라는 건데.’
그런다고 물러나는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인생은 조금 더 행복한 삶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세상은 조금 더 평화롭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데이지는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그래서 너희도 다음부터는 특수반 수업도 빠질 거야.”
특수반 자체도 용사를 위한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지만, 그것조차도 전장에 나가는 이들에게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창조의 교단이었다.
그렇기에 조금 더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창조의 교단은 대륙 각지를 뒤져 최고의 인력을 선발했고, 황금 공의 동의를 얻어 베르샤 아카데미에 파견했다.
“그리고 이건 지원 목록.”
“…이걸 준다고?”
“다 주는 건 아니고, 선택해서 고르는 거야.”
“하나만으로도 엄청난데?”
데이지가 내민 종이에는 수많은 무기와 방어구가 기재되어 있었다.
하나하나가 제국의 고위 귀족조차 쉽게 만질 수 없는 최고급 무구들.
심지어 모두 드워프제 물건들이었다.
“그만큼 진심이라는 것이겠지.”
데이지는 힘없는 목소리로 동생들의 말에 대답했다.
창조의 교단은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자신을 부려 먹고, 그 진심에 대한 대가를 기대 이상으로 챙겨 주고 있었다.
“아, 그리고 제국하고도 협상이 끝났다고 하더라.”
“제국하고?”
“뭘?”
“일단 전장에 나가는 용사 학생들은 다 작위 하나씩 챙겨 준다더라.”
가장 최하위인 남작위에 불과하지만, 학생 때 작위 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보상이다.
심지어 그냥 최전선에서 싸워 성과를 내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참가만 하면 남작이었다.
그에 두 눈을 크게 뜨는 동생들을 보며, 데이지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공적에 따라서 백작위까지 올려 줄 수도 있다더라.”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
그리고 인류에게 마족의 침공이란 인류 멸망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게 만드는 난세 중의 난세다.
“미끼가 너무 맛있어 보이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말 그대로 총력전을 진행하였고, 그것은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
“크아아악!”
“비겁한 인간 놈들!”
비명을 지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천왕, 지옥의 불꽃 발텐데르를 보며 데르마치는 중얼거렸다.
“저 무식한 새끼…….”
인류가 심혈을 기울여 설치한 함정 마법을 맨몸으로 돌파하고 있다.
온갖 화염 마법이 폭발하는 한가운데에서 고통에 울부짖으면서도 앞으로 전진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지옥의 불꽃 그 자체.
“불에 대한 내성이 높으면 저렇게 처맞아도 안 죽는 거냐?”
옆에서 데르마치와 비슷한 표정으로 발텐데르의 기행을 보고 있는 헬리아스 또한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덜 죽는 거죠.”
아무리 내성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그건 이미 내성이라고 불리는 영역이 아니었다.
그리고 발텐데르가 그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면, 마왕의 이름은 헬리아스가 아니라 발텐데르가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저건 뭔데?”
“그냥 무식하게 밀고 나가는 거죠.”
저건 그냥 참는 거다.
다른 사천왕들조차 피를 토하고 쓰러질 정도의 함정을.
마왕조차 조금 위험할 것 같은 함정을 자신과 맞는 속성이라고 버티면서 뚫는 것이다.
“그만큼 화가 났다?”
“그렇죠. 막았으면 진짜로 혁명이었을 겁니다.”
“무섭네.”
그 정도로 발텐데르는 분노한 것이다.
자신의 수하가 그런 꼴을 당하고 돌아왔으니까.
차라리 명예롭게 죽었다면 저렇게 분노하지는 않았겠으나.
더러운 이교도의 문양을 머리에 새기고, 온몸에 라헬을 칭송하는 글귀가 적히고.
마신의 제사장들이 쉽게 치료할 수 없게 곳곳에 라헬의 신성력이 깃든 성물을 박아 넣기까지 했다.
마왕조차 입을 떡 벌리고, 인생 10회 차인 데르마치조차 경악을 할 정도의 모습이었다.
마족의 율법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지키는 마족들에게는 그 충격이 어떠할까.
“그래도 덕분에 효과적으로 진군을 할 수 있겠네.”
“그렇긴 합니다.”
마족이 인류의 눈앞에서 헛짓거리를 할 동안 인류는 놀지 않았다.
비상시 테이즈위더의 병력이 후퇴할 퇴각로를 만들고.
테이즈위더가 함락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인근 국가로 오는 모든 길목에 함정을 설치했다.
각 교단을 중심으로 수많은 국가와 마탑, 심지어 이종족까지 동원되어 설치된 함정들은 비용만 따져도 제국의 한 해 국가 예산과도 맞먹는 막대한 양이었으니.
아무리 마족들이라고 해도 그것을 쉽게 돌파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인류는 생각했겠으나.
인류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방법으로 마족들은 빠르게 진군하고 있었다.
아마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인류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무식한 방법으로 말이다.
“크아아아아아악!”
“어?”
“야, 저거 뭐냐.”
그렇게 온몸으로 함정을 처맞던 발텐데르가 이전과 다른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이전이 ‘아프다!’라고 내지르는 비명이었다면, 이번에는 ‘죽겠다!’라는 느낌으로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이런 미친!”
“야, 저 새끼 살려 와!”
그에 발텐데르에게 시선을 주던 헬리아스와 데르마치가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항상 불꽃을 두르던 그의 몸이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파괴적이고 폭발력이 있는 화염 계열 함정이 아닌, 적군의 진군 속도를 늦추기 위해 만들어 둔 얼음 계열의 함정이 발동된 것이다.
“마족 살려!”
전신의 불꽃이 꺼지기 시작하며 발텐데르가 울부짖었다.
평소라면 그의 불꽃에 녹아내렸을 함정이었건만, 이미 한계치에 가까운 데미지를 받던 발텐데르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중상을 입히기 충분했다.
그에 다급히 냉기에 내성을 지닌 마족들이 달려가 발텐데르를 구출하기 시작했다.
“하아.”
그 모습을 보고 데르마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많이 전진했다고 생각했으나, 아직도 느껴지는 마력석의 마력이 많다.
“이 새끼들은 도대체 얼마나 준비를 한 거야.”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전쟁을 준비했다.
그 사실을 데르마치는 뼛속까지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