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45. 쟤들 뭐 하냐 (10)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평화 사절단?”
“마족에게도 그런 게 있었나?”
마족과의 전쟁이 여러 차례 있었으나, 마족들은 적들의 항복조차 받은 전적이 없었다.
마신, 마족들에게 파괴의 여신이라고 칭해지는 여신의 사전에는 말 그대로 파괴라는 단어만이 존재했으니까.
인류를 파괴하고, 창조의 여신을 무너트릴 생각으로만 가득한 신이었고.
그런 신을 모시는 광신도 집단인 마족들에게 인류란 전멸시켜야 할 적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마족의 압도적인 힘 앞에 항복을 했던 이들은 모두가 죽임을 당하였고.
싸우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인류는 눈물을 머금고 마족과의 총력전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사악한 마족의 음모입니다!”
“그렇습니다. 평화라니요. 마족의 사전에 그런 단어가 적혀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여러 교단을 비롯하여 친종교 성향의 국가들에서는 마족들의 허튼수작이라는 반발이 당연히 튀어나왔으나.
“마족이 그런 일을 할 놈들인가.”
“대대로 용사님들이 말씀하지 않았던가. 그 무식한 새끼들에게 전략과 전술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면 인류는 옛적에 멸망했을 것이라고.”
“최전선에서 보내온 영상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
예전부터 마족의 머리는 장식이라는 소식은 마족과 싸워 본 사람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었다.
심지어 역대 용사들의 일대기에도 나오지 않았던가?
‘괜히 ‘함정인가?’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게 오히려 함정이다.’
‘전략은 인간이 펼치는 것이지, 마족은 그런 거 모른다.’
‘마족의 계략에 당한 놈은 없다. 그냥 자기 혼자 계략이라고 자빠진 놈들만 있을 뿐.’
그리고 그것을 마왕군은 얼마 전에 증명했다.
시간을 끌기 위해 수많은 상단과 종족들에게 마력석을 기부받고, 그것을 바탕으로 거의 모든 마탑과 각국의 마법사단이 만든 함정 마법들을 맨몸으로 돌파하려 했던 마족의 존재는 인류의 상층부에 큰 충격을 주었으니까!
‘진짜로 미친놈들이 맞구나!’
영상을 보았던 수많은 소드마스터들조차 고개를 저었던 사건이었다.
저건 소드마스터가 아니라 전설의 경지라고 불리는, 인류사에 존재하는 기록으로는 데르덴 한 명만이 이루었다고 전해지는 그랜드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아닌 이상 인간의 기준으로 버틸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인 것은, 그러한 짓을 저지른 마족이 평범한 마족은 아니라는 것이었고.
불행한 것은 그런 존재가 마족에게 최소 넷이나 더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사천왕.
마왕의 아래 마족의 무력을 담당하는 네 명의 마족.
그 무식한 마족이 그 일원이었고, 그런 존재가 셋이나 더 존재하며.
그런 사천왕을 통솔하는 마왕까지 존재한다니.
역시나 마족은 마족이다.
그렇게 생각한 인류는 아켄성을 통째로 제물로 바쳐 마족을 잠시 밀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야기 정도는 들어 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기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아켄성에서 메테오에 당한 마족들은 어이가 없겠으나, 인류 또한 그곳에서 대다수의 마족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은 돈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는 인명 피해를 입지 않았을 뿐, 생각보다 큰 피해를 본 상황이었다.
마족들을 저지하기 위해 설치한 마법 함정의 숫자는 이틀당 작은 국가의 한 해 예산에 해당할 만한 금액이 소모되었고.
아켄성에 치밀하게 설계를 해 둔 메테오 소환 마법은 제국조차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의 금액이 필요했다.
그뿐인가? 그러한 일에 사용된 물품들은 돈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이었다.
몇몇 물건들은 여신의 신탁을 받고 고대부터 준비해 왔던 창조의 교단의 창고가 아니었다면 충족을 시키지 못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몇몇 국가의 대표들 입에서 마족과 대화를 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마음을 먹는다면 아켄성과 비슷한 일을 한 번 정도 더 할 수 있다고 하나, 지출이 클 뿐만 아니라 거기서 끝내지 못하면 결국 사람을 갈아 넣어 전쟁을 해야 한다.
그 수많은 마법 함정들을 몸으로 뚫어 내고, 메테오를 처맞아도 살아남는 마족들과 말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족과 대화가 될 리가 있겠습니까?”
“여신님께서 말씀하시길, 마족과는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지도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성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마족과의 악연은 너무나도 깊었다.
그뿐인가?
이미 인류에 깊게 뿌리를 내린 창조의 교단의 여신이 누구인가?
바로 마신과 공존할 수 없는 존재, 라헬이었다.
창조와 파괴.
둘 중 하나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없는 신들.
그런 신들이 인류와 마족의 최고신이었기에 인류와 마족은 싸움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마족은 자신들의 땅으로 퇴각을 하였습니다. 마족의 땅으로 쫓아가 그들과 싸워야 합니까?”
“이전 마대륙 정벌에서 얻은 교훈이 무엇입니까!”
마족과 이야기하자는 측은 마족들이 이미 마대륙까지 물러났다는 점.
우리가 공세를 취할 수 없고, 적들도 제법 많은 피해를 본 것 같으니 시간을 벌자는 주장을 했다.
일리가 있는 말들이었다.
시간만 벌 수 있어도 테이즈위더를 복구할 수 있고, 파괴된 함정들을 수리하여 재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2차 마족의 침략이 있더라도 이번처럼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을 터.
굳이 마족과의 평화 회담에 실패하더라도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더러운 놈들과 협상을 진행한다니요.”
“차라리 마대륙에 넘어가 싸우다 죽으면 죽었지, 어찌 사람이 되어서 마족과 평화를 논합니까!”
“이건 다 마족들의 더러운 술수입니다. 평화를 가장하고 평화 회담에 참석한 이들을 죽이려 들겠지요!”
오히려 반대하는 이들에게 논리가 존재하지 않으니, 당연히 찬성파에게 무게추가 기울 수밖에 없었다.
보통이라면 말이다.
“여신님께서 말씀하시길!”
“용사님께서 하신 말씀을 잊으셨습니까?”
그러나 사제들이 여신과 용사가 들어간 발언을 내뱉기 시작하자, 반대파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만큼 인류의 역사에 여신과 용사의 이름값이 컸고, 마족과 관련이 되어 있다면 더욱더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만.”
그렇게 혼란에 빠진 자리를 정리한 것은 제국의 대표로 참석한 제국의 1황자, 루테온 디 바벨리안이었다.
“제국의 입장을 말하겠습니다.”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이자, 이번 대전쟁에 인적, 물적 자원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국가가 바벨리안이었다.
그런 바벨리안의 의견은 창조의 교단도 쉽게 무시하지 못한다.
심지어 그 대표가 차기 황제에 가장 가까울 수 있는 1황자라면 더욱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다.
“제국은 마족의 평화 사절단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하자.
그 말에 찬성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반대파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그리고 평화와 가장 어울리는 자를 대표로 선발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만.”
이후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평화와 가장 어울리는 자라니.
누굴 말하는 것인가?
“바로 평화의 신이라는 무링신을 모시는 교단, 무링교의 교주인 레피스 원드를 대표로 보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 말에 무링교를 아는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무링교? 그런 종교가 있었습니까?”
“몇 년 전 제국에 등장한 신흥 종교라는 말은 들었습니다만.”
“무링교라면 나름 믿을 수 있지.”
“평화의 신을 모시는 종교이나, 상대는 그 마족인데 잘할 수 있을지…….”
곳곳에서 그게 누구냐, 괜찮지 않냐라는 말들이 울려 퍼질 때쯤.
“좋습니다.”
루테온의 말에 찬성을 던지는 목소리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의 직함이, 창조의 교단의 추기경이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요.”
제국이 요청하고, 창조의 교단이 승인을 했다는 것은 다른 국가나 교단의 의견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
마족이 쳐들어오고, 그로 인하여 수많은 종교가 다급히 움직였으나.
무링교의 교주, 레피스는 평소와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생겨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종교에 무슨 힘이 있겠는가?
성기사는커녕 흔한 사병조차 존재하지 않았고.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에서 무링교 연구 동아리가 되는 과정을 겪은 몇몇 백수 학생들을 사제로 끌어들인 것이 전부인 집단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신도가 제법 늘어 후원도 받고 있고.
그렇게 받은 후원금을 창조의 교단 쪽으로 보내고 있으니, 조금은 인류의 전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레피스를 비롯한 무링교의 사제들이 하는 일은 평소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어제까지는 말이다.
“제, 제가요?”
“응.”
르윈에게 이야기를 전해 받은 레피스는 덜덜 떠는 손으로 찻잔을 잡아 올렸다.
“하, 하하. 여전히 농담이 심하시네요.”
부들부들 떨리는 팔에 찻잔에서 튄 찻물이 묻었지만, 레피스는 전혀 신경을 쓸 수 없었다.
‘무슨 헛소리지?’
분명 제국어로 한 말인데.
그래서 단어의 뜻을 모두 이해를 했는데.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모르는 언어도 아니고, 그 단어가 이어지지도 않는데!
그런데 이해가 안 된다니!
‘그러니까, 보자.’
르윈에게 들었던 말을 열심히 곱씹어 본다.
마족에서 평화 사절단을 보낸다.
‘그게 말이 돼?’
마족과 평화 사절단이라니.
첫 시작부터 연결이 되지 않는 단어들이었다.
마족과 평화라니.
창조의 교단의 마왕이라는 소리와 비슷한 거 아닌가?
그러나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래, 마족들이 갑자기 미쳐서 평화를 주장할 수도 있지.
전쟁을 하다 보면 미칠 수 있다고 하는데, 마족들은 맨날 전쟁만 하고 사는 놈들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까 마족들이 미치는 것은 어쩌면 정상적인 일일 수도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인류 평화 사절단 대표, 무링교의 교주 레피스 원드.’
이건 좀 아니다.
인류 평화 사절단이라니.
그런 거창한 곳의 대표가 무링교의 교주라는 사람이라니.
“제, 제가요?”
수십 번을 곱씹어도, 그러한 존재가 자신밖에 없었다.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붉은 눈망울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나오지만.
“그렇다니까?”
그 애처로운 모습에도 르윈의 말은 바뀌지 않았다.
“왜, 왜요?”
“제국이 요청했고, 창조의 교단이 승인했으니까.”
“그러니까 왜요?”
왜 그런 거물들이 요청하고 승인을 했단 말인가?
‘이게 말이 돼?’
역사를 뒤져 봐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인류와 마족의 첫 사절단의 대표를 이런 사이비 종교 집단의 수장 같은 사람을 내세운다니!
“우리가 평화의 신을 모시잖아.”
“평화를 사랑하는 종교가 우리밖에 없어요?”
“응.”
“진짜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생각을 해 보니 평화와 관련된 교단이 떠오르지 않는다.
‘주, 죽음의 교단도 있는데!’
그런 부정적인 느낌의 교단도 있는데, 진짜로 사랑이니 평화니 하는 교단은 떠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인류와 마족과의 대립이 당연시되는 구조에서, 그런 개념을 가진 교단들이 살아남을 수는 없었으니까.
“왜, 왜 없어?”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레피스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평화를 상징하는 곳이 무링교만 남았다는 것은.
‘지, 진짜로 가야 되잖아…….’
도망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