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79)
279화 46. 평화를 위해서 (1)
평화 협상은 성공적이었다.
마족은 우리가 원하는 조건 대다수를 수용했고, 그 증거로 마왕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마왕군의 총군사라는 자가 인류가 모시는 신에게 개종했다.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도 믿지 않을 말이 인류의 평화 사절단으로부터 전해졌다.
“마족의 함정인가?”
“그렇겠지.”
“그렇다면 이미 사절단은…….”
개중에는 아예 사절단이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간악한 마족들이 사절단을 죽이고 헛소문을 퍼트린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 아닌데요?』
그러나 확인차 사용한 영상 마법 너머로 당황한 듯한 레피스의 모습이 보이자 사절단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짜로 개종을 한다고 하였습니다. 원한다면 지금 바로 개종해도 상관이 없다고…….』
난데없이 자신을 죽은 사람 취급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으나, 그만큼 충격적인 소식이라는 사실을 레피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열심히 설명한 레피스였으나.
“포로로 잡힌 것 같습니다.”
“사악한 마족 같으니.”
“마족 놈들은 이런 수작질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는 건가?”
영상 마법이 끝나고, 회의장에서 울려 퍼지는 이야기는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레피스 교주가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거짓을 말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아마 사절단 전원이 마족에게 사로잡혔거나, 그에 준하는 협박을 받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른 이들을 인질로 삼아 협박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이미 몇 명이 본보기로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악한 마족들…….”
이를 갈며 마족에 대한 분노를 쏟아 내는 각국의 정상들이었으나, 정작 마족과 사절단으로 나간 레피스 등이 들었다면 어이가 없을 말들이었다.
진실만을 말했는데, 믿어 주는 이가 없다니!
“마신을 버리고 개종한다니.”
“그런 헛소리를 믿는 자가 어디 있다고 하찮은 술수를.”
그러나 개종 소식을 들은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마신이 어떤 존재인가.
마족의 근본이요, 뿌리인 신이다.
인류로 따지면 창조의 여신을 버리고, 마신도 아니고 그 하위신에게 개종한다는 말이었다.
간혹 마신의 유혹에 넘어가 마신을 따르는 이들이 있었으나, 그들은 마신이 약속한 대가를 받고 넘어간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마신을 버리고 개종을 할 경우 얻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평화다.
어떤 이의 시선에서는 가장 중요한 가치일 수도 있으나, 마족에게 있어서는 쓸데없는 가치인 평화.
그걸 위해서 마신을 버리고 개종을 한다니, 그걸 누가 믿겠는가.
그것도 마왕의 오른팔을 자처하는 이가 한다는데!
그러나 다음 날 오후.
『안녕하세요. 마왕군에서 총군사를 맡고 있는 데르마치라고 합니다.』
“…….”
“…….”
성복을 입고, 성물을 주렁주렁 찬 데르마치의 영상을 보며 인류의 수뇌부들은 할 말을 잃었다.
『앞으로 무링교로 개종하여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합니다. 힘들겠지만 다른 마족들에게도 평화의 말들을 전하며 그들의 개종을 이끌어 보겠습니다.』
“…….”
『그러니 앞으로 평화를 위해 서로 협력하여…….』
이건 함정이다!
차마 그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
인류에게 큰 충격을 준 데르마치의 개종 선언이었으나.
“신을 인간이 어찌할 수는 없어.”
르윈이 데르마치를 꼬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마족도 마찬가지지.”
신과 인간은 너무 많이 엮였다.
그리고 가장 큰 원인을 말하자면 르윈 본인과 눈앞의 데르마치 때문이었다.
그러니 책임을 져야 했다.
인류와 마족에게 라헬과 마신 같은 제멋대로의 신이 아닌.
“신은 신으로 상대해야지.”
제대로 된 신을 만들어서라도.
“그게 무슨 소리지?”
르윈의 말에 데르마치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신은 신으로 상대한다.
그 말이 헛소리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자신과 르윈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신과 신은 싸우지 않는다. 아니, 싸울 수가 없다.”
확신에 가득 찬 말이었다.
지상의 존재 중 그 누구보다 파괴의 신을 오랫동안 보았던 데르마치였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만약 신들의 전쟁이 가능했다면, 데르마치가 경험했던 파괴의 여신은 가장 먼저 창조의 여신의 목에 칼날을 꽂기 위해 달려들었을 테니까.
그러니 창조의 여신과 파괴의 여신이 공존한다는 것은 신들은 서로 싸우지 못한다는 증거라고 데르마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겠지. 그러니까 지상의 존재들을 대리로 내세우는 것이고.”
르윈 또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신을 신으로 상대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잖아?”
“있다고?”
흥미를 느끼는 데르마치의 모습에 르윈은 딱 한마디를 내뱉었다.
“드래곤.”
“……!”
“그쪽 동네도 제법 있지?”
그 한마디에 데르마치는 르윈이 하고자 하는 일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또한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며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가능할까?”
드래곤, 한때 신이었던 존재들.
반대로 말하자면 신에서 떨어져 내려온 존재라는 말이다.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은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이름 없는 신.
이름을 아는 존재들이 모두 사라져서 신성을 잃어버린 존재.
르윈이 하고자 하는 일은 창조의 여신과 파괴의 여신을 이름 없는 신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둘은 최고신이다. 우리가 존재하기 전에도 그러했고. 우리가 존재한 이후에는 더욱 굳건한 신앙을 가지게 되었지.”
신앙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않았던 인생 1회 차 시절에도 두 신은 최고신으로서 인류와 마족에 군림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두 신의 대립이 대륙 간의 대립이 된 이후에는 더욱 굳건해졌다.
그것을 이제 와서 깰 수 있는가.
데르마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르윈은 달랐다.
“인류나 마족이 한쪽에서만 신앙을 모으면 불가능하겠지.”
“인류와 마족 모두에게 신앙을 모아서 대항한다?”
“그렇지.”
“그런다고 될까?”
“안 되면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 그냥 싸울까?”
“…….”
싫으면 여태까지 했던 대로 칼 들고 서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그건 르윈도, 데르마치도 원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러니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가져와 보든가.”
르윈의 말에 데르마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두 여신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인류와 마족 중 하나가 사라지거나, 창조의 여신과 파괴의 여신을 없애는 것밖에 없었기에.
데르마치는 르윈의 계획에 동참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시간만 벌자며.”
헬리아스가 도끼눈을 뜨며 성직자 복장을 한 데르마치를 노려보았다.
망했다. 이건 헬리아스로도 커버가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최소 탄핵감이요, 처형해도 이상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가능하면 평화 협상을 하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불가능한 조건이잖아.”
“가능한데요?”
“목숨 여러 개면 가능하겠지. 너 진짜 죽고 싶어?”
마신을 그다지 따르지 않는 이들만 모인 마족 측 평화 사절단이다.
그런 이들조차 혼란스러울 정도로 데르마치의 행보는 파격적이었다.
이들조차 이런데, 마신의 율법을 목숨처럼 지키는 마족들에게 데르마치의 행동이 어떻게 보일 것인가.
‘사천왕과 부족장들이 들고일어나고, 그동안 나에게 반발하던 마족들도 함께하겠지.’
그 사실을 데르마치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의 일을 떠올리면 눈앞에 아른거릴 정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데르마치에게도 다 생각이 있었다.
이미 마왕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활동을 하였고, 그때마다 보수적인 마족들은 반발했었다.
“다 생각이 있습니다.”
성공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것이요, 실패하면 죽음이다.
마왕이 되어 인류를 침략하기 전, 우선 마족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했다.
그건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헬리아스는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데르마치가 죽는다!
“평화의 신, 무링교로 개종하는 것을 조건으로 평화 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내었습니다.”
심지어 먼저 죽여 달라는 듯, 사천왕 및 부족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데르마치는 당당히 선언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위대한 파괴의 여신을 버리고, 이름도 듣지 못한 잡신을 섬기다니!”
“네놈이 그러고도 마족이냐!”
그리고 예상대로 살기를 줄줄 풍기며 반항하는 이들이 나타났고.
그에 헬리아스가 나서려 했으나, 데르마치는 그녀를 제지하며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래. 무슨 수가 없으면 이렇게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지.’
이 지경이 되니, 오히려 데르마치에 대한 신뢰가 생길 정도다.
자살 희망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막 나갈 리가 있겠는가!
“이 또한 다 파괴의 여신의 뜻입니다.”
“…….”
“…….”
“…….”
“……?”
데르마치의 말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헬리아스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이것이 다 파괴의 여신의 뜻이라니.
‘진짜인가?’
데르마치가 파괴의 여신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제사장이었던가.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세상이 창조된 이후, 파괴의 여신은 늘 한결같았다.
백 보 양보해서, 신명부터 파괴를 담당하는 여신이 평화의 신과 어울릴 리가 없었다.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
“우리를 우롱하려는 것인가!”
“마왕의 비호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마왕 헬리아스여, 그대의 뜻도 저자와 같은가!”
다른 마족들 또한 헬리아스와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 하나둘 자리를 박차며 소리쳤다.
개중에는 헬리아스에게 시선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파괴의 여신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마족이여, 자신의 의지를 위해 싸워라.”
그런 마족들을 보며 데르마치는 마신의 율법을 말하였다.
“힘은 곧 나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이니, 강자는 얻을 것이요. 약자는 빼앗길 것이다. 그러니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강해져야 한다.”
그 이후에도 데르마치는 마신의 율법 몇 개를 더 말하였고.
끝내 자신을 노려보는 마족들을 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지금까지 말한 율법 중 틀린 내용이 있습니까.”
“없다.”
사천왕 중 하나, 지옥의 불꽃 발텐데르가 대표로 말했다.
모든 상처를 회복하고, 인류와 싸울 날을 기다리던 그는 갑작스럽게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고 하는 데르마치의 말에 이미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마신의 율법을 들먹이며 과연 무엇을 말할까.
데르마치의 마지막 유언을 듣는 느낌으로 발텐데르는 데르마치가 내뱉을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족의 율법에 따라 정하면 되는 일입니다.”
“……?”
그에 발텐데르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기울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헬리아스를 포함한 모든 마족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하나 뜬 느낌이었다.
“말 못 알아듣냐? 꼬우면 덤비라고, 새끼들아.”
“……!”
자신들이 무슨 헛소리를 들은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는 마족들에게 데르마치는 친절하게 중지를 들어 올리며, 그들이 들은 것이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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