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80)
280화 46. 평화를 위해서 (2)
마족 진형에서 데르마치가 마족의 율법에 따라 포교를 시작할 무렵.
“마족이 개종했다고?”
“진짜로?”
“그런 일이 가능하긴 해?”
인류에게도 알음알음 마족의 개종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무슨 종교로 개종을 했는데.”
“당연히 창조의 교단 아니야?”
“인간 중에도 마신에게 넘어가 마신교라는 것을 세운 놈들도 있으니까. 마족도 비슷하겠지.”
아직 정확한 정보가 퍼지지 않았기에 소문을 들은 대다수의 인원은 헛소리로 생각했고.
그 소문을 믿는 소수의 사람들 또한 마족이 창조의 교단으로 개종했다고 생각했다.
마족이 개종을 할 정도로 메리트가 있는 교단은 수많은 인류의 신 중에서도 오직 창조의 여신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니라는데?”
“뭐?”
“창조의 교단이 아니라 무링교라는 신생 종교로 개종했대.”
“왜?”
“평화를 사랑해서, 평화의 신을 모시는 곳으로 개종했다던데?”
“평화의 신? 그런 신도 있었어?”
“몰라. 그러니까 신생 종교겠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가 풀리기 시작했고, 그로 인하여 처음으로 마족이 개종한 종교가 창조의 교단이 아닌 무링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옛 선인들은 말씀하셨습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인류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무링교의 교단.
그곳에서 마족을 개종시킨 인류 최초의 업적을 달성한 무링교의 교주, 레피스는 눈앞에 매우 귀찮은 손님이 열변을 토하는 것을 듣고만 있었다.
‘신기하네.’
아카데미 시절만 하더라도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드라이르프 공작가였으나, 이제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들기는 했다.
귀찮다는 감정이.
‘아하하.’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이제 제국의 공작가 정도로 놀라기는 힘들지.’
대륙 최강국에서 단둘만이 존재하는 공작가.
국가에 따라서는 왕족조차 한 수 접어 줘야 하는 가문들이었으나, 최근 레피스는 왕이나 그에 버금가는 인물들을 매일같이 만나고 있었다.
그렇다.
레피스는 강해졌다.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으로 레피스를 당황하게 만들려면, 드라이르프의 가주가 직접 찾아오는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인생…….’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아카데미 시절,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가 무링신 연구 동아리가 되고.
그로 인하여 여러 사건 사고를 경험하게 된 이후 레피스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리하여 얻은 것은 신흥 종교의 교주.
원래라면 보잘것없을 테지만, 창조의 교단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제국 수도에서는 제법 이름을 날렸고.
그로 인하여 제법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되었으나.
‘이 정도로 성공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기본적으로 레피스라는 사람은 흔히 소시민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 하나였다.
기본적으로 인생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았고.
그렇기에 남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공부하고 동아리 실적을 쌓을 때, 놀기 위해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에 가입한 것이다.
비록 르윈이 입학한 이후 평화가 깨졌고.
그로 인하여 신흥 종교의 수장이 되어 일하게 되었고.
본의 아니게 제법 열심히 일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그 본성이 어디로 간 것은 아니었다.
최대한 찾아오는 사람들만 만나서 기부금이나 받고.
노력의 보상으로 나름 비싼 차나 디저트를 구매하여 즐기는 것으로 보람을 얻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인류를 대표해서 마족과 협상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레피스에게는 버거운 것을 넘어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는 일이었지만.
그것을 해내었다.
그것도 단 한 번 만에!
마족과의 전쟁을 위해 모인 수뇌부들이 최소 열 번 이상의 협상 파행을 예상했고.
그로 인하여 협상 기간 서너 달을 예상했던 그 일을…….
놀랍게도 레피스는 단 사흘 만에 끝낸 것이다!
사절단이 아켄성에 도달하는 시간이 협상보다도 오래 걸렸을 정도!
그뿐인가? 마족과의 협상만 따지자면 고작 몇 시간이었다.
사흘 대부분은 마족과의 협상보다 인류의 지도자들에게 협상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데 사용이 되었을 정도였다.
절대로 불가능한 협상 카드를 들고 갔음에도, 그것을 성공시켰다.
그뿐인가? 인류 최초로 마족을 개종시키는 업적까지 달성했다.
하나하나가 인류의 역사에 기록된 적이 없는 경악스러운 업적이요, 더 나아가 모든 업적에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을 정도다.
레피스 원드.
그 이름은 전설처럼 대륙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높으신 분들에게만 퍼지고 있으나, 그것이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을 레피스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을 이용하자는 르윈의 말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옛 선인이 말하는 물이 들어오는 시기는 자연재해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닐 텐데.”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맞는 말이다.
그러나 폭풍이 불어오고, 거친 해일이 몰아치는 바다에 배를 띄우는 것은 미친 짓이다.
지금이 그러했다.
매우 높으신 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레피스를 찾고 있고, 곧 평범한 사람들도 그 이름을 알게 될 것이다.
단순히 제국 수도에서 눈여겨보고 있던 신흥 종교는 이제 없다.
위대한 업적을 세우고, 대륙에 모르는 이가 없는 종교가 될지도 모르는 분기점이었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찾아올 것 같은데…….”
굳이 나서서 일을 키울 필요가 있을까.
레피스는 그럴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했으나 르윈은 다른 모양이었다.
“마족도 개종한 종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때, 신자들을 더 모아야 하는데.”
“그거 가지고도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높으신 분 대부분은 아직도 마족의 개종을 의심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레피스 본인 또한 왜 그 마족이 개종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더욱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 무링교가 활약해야지.”
“…난 다음 달 일정까지 꽉 차서 힘든데.”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짜로 다음 달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정이 잡혀 있다.
오히려 지금처럼 르윈에게 시간을 낼 수 있는 게 이상할 정도로 레피스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일정 속에서도 전도는 할 수 있잖아요.”
“…내가 누굴 만나는지는 알고 하는 말이야?”
“왕이나 다른 교단 수뇌부들을 만나잖아요.”
“알고 하는 말이구나!”
그들 대부분은 창조의 교단에 깊게 관계된 이들이다.
무링교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도운 곳이자, 인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창조의 교단을 버리고 무링교로 넘어오라고 포교하다니.
그건 포교가 아니라 선전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절대 안 해!”
이전이라면 모를까, 이제는 레피스 또한 완벽한 거물이 되었다.
더는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존재에게 휘둘릴 이유가 없었기에 레피스는 당당히 선언했으나.
‘너, 너무 막 나갔나?’
완벽한 거물이 되기에는 아직 2퍼센트 정도 모자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전쟁이 잠시 멈추었다.
완벽하게 종전이 선언된 것이 아니라 그저 휴전을 하는 것뿐이라고 하나,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은 마족만이 아니었다.
“진짜 마족 봤어?”
“어땠어?”
“머리에 뿔이 있고, 눈이 여섯 개쯤 있고, 입에서는 불을 내뿜는다는데. 진짜 사실이야?”
“사실이겠냐. 드림 월드만 사용해도 아니라는 걸 알겠는데.”
“용사님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거라고 하지만, 결국 꿈이잖아. 진짜는 다를 수도 있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일상으로 복귀한 이들은 바로 아카데미의 학생들이었다.
본래라면 전쟁에 가장 마지막에 투입되어야 할 존재들이었으나.
용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투입된 학생들.
마족의 전투는커녕, 대다수의 인원들이 멀리서 마족을 구경하는 것조차 하지 못했으나.
전쟁터에 나갔던 이들은 아카데미에 남아 있던 학생들에게 무수히 많은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데이지는 마족 봤다고 했지?”
“평화 협상 장소에도 갔다며.”
“역시 데이지야!”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의 인물은 당연히 데이지였다.
현재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가장 유명한 용사이기도 했고, 또한 마족을 구경조차 못한 다른 학생들과 달리 직접 마족을 목격한 이가 데이지였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그거 진짜야?”
“나도 궁금했어. 진짜로 마족이 개종을 했어?”
“무링교라면… 데이지가 모시는 르윈의 종교였지?”
“거기 회장님하고도 되게 친하지 않았어?”
“회장님이라니. 레피스 선배는 이제 교주님이시잖아.”
대다수의 사람이 마족이 개종했다는 소식을 듣고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우고.
심지어 개종한 종교가 창조의 교단도 아니고 무링교라는 곳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이었으나.
무링교의 최초 발생지이자, 교주를 비롯하여 사제 대부분이 베르샤 아카데미 출신이었기에.
베르샤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는 무링교가 다른 사람들처럼 들어 보지도 못한 종교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했다.
그간 창조 동아리와 함께 아카데미에서 제법 많은 활동을 했던 덕분에 학생들에게는 이름은 들어 본 종교 정도로 취급받는 것이다.
“음… 그게…….”
같은 학년 학생들의 질문에 데이지는 잠시 눈을 감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마족은 봤어. 머리에 뿔은 있었지만, 눈은 우리랑 똑같이 두 개였지. 입에서 불을 내뿜는 것은 못 봤는데. 들어 보니까 비슷한 짓을 할 수 있는 마족이 없는 건 아니랬어.”
직접 보지 못했으나, 최상급 마법이 깃든 함정도 맨몸으로 돌파하는 불의 마족이 있다고 들었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마족이 개종한 것도… 진짜이기는 했지.”
그 장면은 아직도 데이지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또 도련님은… 아니겠지?’
그 수많은 종교 중에서 하필이면 무링교라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으나.
아무리 도련님이라고 하더라도, 마족에게까지 무슨 짓을 하지는 못하리라 생각하기에 애써 불안한 마음을 지우려 노력하는 데이지였다.
“레피스 선배님이 계시는 무링교로 개종한 것도 맞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이 건에 대해서는 비밀로…….”
“당연하지!”
“이걸 누구에게 말하겠어?”
“우리는 입이 무거워.”
“비밀은 꼭 지킬게!”
재잘거리는 학생들을 보며 데이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소문은 오후가 되기 전, 아카데미 전역에 퍼질 것이요.
내일쯤 되면 제국의 모든 아카데미에 널리 퍼져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 말하겠냐는 말은,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사람에게도 다 말한다는 말이었고.
입이 무겁고 비밀은 꼭 지킨다는 말은, 조심스럽게 사람을 불러 모아 ‘이건 비밀인데…’라는 말과 함께 다 알려 준다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아카데미 생활 몇 년이면 이 정도는 쉽게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데이지가 말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하아.”
무링교의 포교 활동.
비록 자신이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구성원이라고 하나, 그래도 창조의 교단에 소속된 용사인데 이런 일을 해도 되는가.
그런 의문이 잠깐 들었으나, 무링교는 창조의 교단의 비호를 받는 곳이기에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 데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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