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81)
281화 46. 평화를 위해서 (3)
“이게 맞나?”
창조의 여신, 라헬은 지상의 상황을 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마족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마족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였다.
왜?
마족의 신자를 빼앗을수록 마신을 약화시킬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은 강해질 수 있으니까.
신자의 숫자란 곧 신의 힘을 나타내는 것이니까.
그런 의미로 마족에게서 신자를 얻어 낸다는 것은 마신과의 승부에서 승리할 확률을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고.
그렇기에 라헬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마족에게 자신을 믿게 만들려 노력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마족은 원하는 것이 없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라헬이 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맞추어 줄 수 없었다.
그에 비해 ‘힘을 원하는가?’라는 오글거리는 한마디에 손쉽게 마신에게 넘어가는 인류를 보면 얼마나 억울했던가.
딱 한 놈만 넘어오면… 마족을 공략할 방법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마족 또한 생명체로서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아무리 머리가 텅텅 빈 마신에게 뼛속까지 물들어 싸움밖에 들어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에 살아가는 존재인 이상 싸움보다 더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패했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사용하여 꼬시려고 노력하였지만 실패했다.
사실상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인대륙과 달리, 마신이 지배하는 마대륙을 엿보기 위해서는 엄청난 힘이 필요했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아낌없이 투입했는데.
중요 인물들 같은 경우에는 자신처럼 마신 또한 눈을 부릅뜨고 관리하고 있기에, 마신이 하는 것처럼 어중간한 인물들만 포섭하려고 노력했는데!
‘퉷.’
‘이것이 인류의 여신인가? 목소리부터 나약하군.’
‘아아, 마신이시여. 제가 나약하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때가 왔나 보군. 인류의 여신이 말을 걸 정도로 나약해지다…….’
라헬의 목소리를 들은 마족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여 주었다.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 침을 뱉는 이도 있었고, 자신의 나약함을 한탄하며 마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제법 잘나가던 전사가 신인 전사에게 패배한 이후, 마신처럼 힘을 원하느냐고 묻자 죽을 때가 되었다고 하면서 자살한 일이었다.
내가 그렇게 별로인가.
마신이 인류를 꼬시는 방법을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생각하여 도전해 보기도 하고.
마대륙의 삶이 투쟁인 이유가 대륙 자체가 워낙 척박하니까, 대지 관련 신들과 협상하여 마대륙의 토지를 개선시키려는 시도까지 해 보았다.
그러나 실패했다.
막대한 신성력을 투자했음에도 돌아오는 것은 마족의 쌍욕뿐이었다.
그런데 그걸 성공했다.
참으로 좋은 일이다.
비록 자신이 아닌 그 아래 신을 믿는 것이라고 하나, 원래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는 쉬운 법이니까.
아래 신을 믿는 마족이 생겼다면, 그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자신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존재도 하지 않는 신을 믿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무링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애초에 없는 신을 있다고 누군가가 주장하며 만들어진 신이었으니까.
평화의 신.
라헬조차 그런 신이 존재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오래된 개념이었다.
분명 존재하는 개념이기에 존재는 했을 테지만.
생존이 필요했던 고대에는 평화보다는 생존에 도움이 되는 개념의 신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괜히 자연과 관련된 신이 오랫동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살아남은 것이 아니다.
지금은 최고신으로 추앙받는 라헬조차도 그 먼 옛날에는 신격을 잃어버릴 뻔하지 않았던가?
“해당 신하고 이야기를 못하니 합의도 어렵고. 그렇다고 신도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도…….”
신도들이 하나같이 종교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신도들 자체가 적은 편이었고, 그 적은 인원들조차 대부분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종교에 가입한 이들이었다.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 시절에는 그저 놀기 위해 동아리에 이름만 올린 학생들이었고.
무링신 연구 동아리 시절에는 공작가와 연줄을 대기 위해서, 혹은 공작가의 권위에 압박당해 반강제로 동아리에 들게 된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반강제로 활동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무링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지켜보니 믿음이라는 것이 생기려야 생길 수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나중에 관심을 가지고 가입한 이들이, 무링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보다 신앙심이 더 높을 지경이지 않은가!
“방법이 없어.”
좋게 생각하면 그렇기에 가로채기 쉬울 수 있으나, 문제는 그곳을 만든 이가 다름 아닌 자신이 선택한 용사라는 것이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창조의 여신, 라헬이 선택한 유일한 사도이자 용사.
가장 빛나는 영혼을 가진 인간이자, 불가능에 가까웠던 승부를 이겨 내어 마신과 마족들의 손길에서 인류를 보호하였고.
결과적으로 그들과 동등한, 아니 그 이상의 전력을 가지게 만든 기적의 산물이며.
동시에 승리를 눈앞에 두고 삐뚤어진 매우 아픈 손가락.
그 르윈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무링교를 건드렸다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진짜 할 때는 하는 놈이라서 ‘여신이 밉다! 인간이 밉다!’라고 외치며 마왕군의 선봉에 설 수도 있다.
“…….”
‘설마 그러겠어…’라고 생각하다가도, 진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무섭다.
고작 인간 하나가 아니다.
늘 불가능한 시련을 어떻게든 이겨 낸 그 용사다.
늘 인류에게 이길 수 없다는 절망을 준 마왕과 그럼에도 어떻게든 이겨 낸 용사가 손을 잡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인류가 마족보다 압도적인 전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불안한데, 용사라는 비대칭 전력을 빼면 인류가 마족에게 무조건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기에 더욱 불안했다.
‘용사가 없으면 안 돼.’
르윈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용사와 마왕이 없는 상황에서 라헬은 창조의 교단을 부추겨 마족과 몇 번 소규모 전투를 진행한 전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 매우 좋지 못하게 끝이 났다.
비록 공격이 수비보다 더 힘들다고 하고, 거기에 소규모 교전은 마족이 인류보다 더 우월하다고 말하지만.
라헬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때에만 도전했음에도 매번 참패했다.
무력으로는 마족을 이기기 어렵다.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마족이 자신들의 대륙으로 넘어가면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되면 다음 회 차의 용사와 마왕에게 운명이 정해질 것이고.
르윈은 더욱 비뚤어져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이번에 끝내야 해.’
기세는 좋다.
그동안 협조를 잘하지 않았던 인류는 자발적으로 마족을 없애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다.
성 하나를 제물로 바쳐 메테오를 떨어트릴 때는 라헬조차 환호성을 내질렀을 정도다.
그뿐인가? 마족은 약해졌다.
마신의 제단을 털려 마왕이 약해진 것도 있겠으나, 마족의 전체적인 질 또한 약해져 있었다.
바로 이전 회 차였으면 메테오 정도는 마왕 선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그 당시 사천왕 넷이 모여 있으면 메테오 몇 방 정도는 막아 낼 수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나, 그 말도 안 되는 짓을 행하던 미친놈들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마왕은 마신을 무시하고, 마신의 제단을 턴 미친놈이었다.
라헬 또한 이대로 망하는 건가 싶었던 시절도 이겨 냈는데, 이번 기회를 날릴 수 없었다.
그 망할 마신을 믿는 놈들을 모조리 없애고, 지상으로 떨어진 마신을 비웃어 주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용사의 마음을 돌려 마족을 이겨 내야 했다.
“후.”
그렇기에 라헬은 선택해야 했다.
존재 자체도 없는 신을 밀어줄 것인가.
아니면 빼앗아 새로운 기회로 삼을 것인가.
“그래, 한 번만 믿어 보자!”
기왕 밀어주고 있는 거, 확실하게 밀어주자.
그래도 함께한 시간이 얼마인데, 용사도 원래 착한 아이였으니까 밀어주면 마음을 바꾸겠지.
그렇게 생각한 라헬은 바로 신탁을 내렸으나, 그 선택이 최악의 상황으로 되돌아올 줄 상상도 못했다.
***
“먼저 손을 내밀었네.”
새벽 일찍, 아카데미 메이드가 가져다준 신문을 보며 르윈은 피식 웃고 말았다.
신문의 가장 첫 면을 장식한 성녀의 초상화와, 그 아래 라헬의 신탁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화의 신과 그들을 따르는 신도들의 활약으로 마족이 눈을 뜨는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마족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구성원임에도, 오직 세상을 파괴하려고만 하는 간악한 마신의 수족을 자처하며 세상을 위기로 몰아갔습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구성원입니다. 만약 사악한 마신을 버리고 진정으로 눈을 뜨는 자들이 존재한다면, 저는 얼마든지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따르는 자들은 개종한 자들을…….>
그 뒤에도 길게 이어진 내용이었으나, 요약하면 간단했다.
무링교가 이번에 큰일을 해 줬다. 다들 보고 본받아라.
그리고 개종한 마족을 마족이라고 갈구지 말고, 본보기로 삼아 마족이 더 넘어올 수 있게 잘 대해 줘라.
마지막으로 무링교 좀 밀어주려고 하니까, 눈치껏 지원하라고 정리할 수 있다.
“다행이네.”
이것은 전 세계에 보내는 신탁이자, 동시에 르윈에게 보내는 화해의 손길이었다.
내가 이렇게 밀어주는데, 조금만 더 열심히 해 보자.
마족도 약해졌고, 넘어오는 마족도 있으니 이번에 끝내면 그간의 고생이 보답받는 거 아니냐.
“진짜 모르는구나?”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개종한 마족이, 마왕의 업을 짊어진 존재라는 것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자신처럼 인생 10회 차의 마왕이 넘어왔는데 이런 반응이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발악을 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마왕을 완벽하게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이건 라헬이 마신과 전혀 대화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였다.
만약 마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 마신이 마왕이 개종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화하고 있어도 말하기 어려운 것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숙적에게 자신의 가장 큰 치부를 말하기 어렵긴 하다.
오히려 상대가 알지 못하도록 발악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르윈과 데르마치에게 있어서는 무슨 이유든 상관없었다.
그저 마왕의 정체를 라헬이 모르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것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그런데 라헬이 알아서 도움까지 준다고 한다.
르윈에게 있어서 최상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어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전부터 준비해 둔 것을 언제 터트리느냐는 것인데.
“마왕은 아직인가?”
그 타이밍은 르윈이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르윈은 그저 마왕이 보내는 신호를 기다릴 수밖에 없으나.
르윈이 아는 마왕이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도 포교 활동이나 해야겠다.”
코앞으로 다가온 새 학기를 위해 동아리 인원 확충을 위한 준비를 하는 르윈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