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46. 평화를 위해서 (5)
어느 아카데미의 총학생회장이 한계를 돌파한 지지율에 절망하고 있을 무렵.
인류와 정반대라는 마족은 그 말을 증명하듯, 지지율이 바닥까지 내려갔기에 절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인 점이라면 지지율이 천장을 뚫어 도망칠 수 없는 라일라와 달리, 마족은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났나?”
수백 명의 마족이 쓰러진 자리 위, 온몸이 피투성이인 마족 하나가 작게 중얼거렸다.
마왕군 총군사 데르마치이자, 파괴의 여신이 선택한 사도.
또한 최초로 마족의 신이 아닌 인류의 신에게 개종한 마족이기도 한 존재였다.
“진짜 뒤질 것 같네.”
아무리 최강의 마왕이라고까지 불렸던 데르마치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전투력은 아펠리오스 시절과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이다.
하물며 이번 생은 세계 정복을 위한 단련이 아닌, 헬리아스를 마왕으로 세우고 마왕군 총군사로서 마족들의 개혁에 힘을 쓴 데르마치였다.
그렇기에 싸움을 걸었을 때 조금 불안하기는 했다.
‘이러다 지면 진짜 뒤지는 건데.’
하나 막상 눈앞에 사천왕이 달려들고 부족장들도 달려들고, 그 밖에 여러 장군급 마족들과 마족 전사들이 달려들자 데르마치는 생각을 그만두었다.
생각할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때려눕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주먹을 휘두르고, 마족도 휘두르고.
용사를 위해 과거에 만들었던 필살기까지 다 쏟아부어 데르마치는 승리를 취할 수 있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해도 뒤질 것이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면, 그냥 한 놈이라도 더 데려가라는 마족의 오래된 속담이었다.
그 뒤를 이어 그러다 가끔 운이 좋으면 살아남는다는 말도 있었는데, 그걸 실제로 할 줄이야.
‘용사 녀석과 싸울 때는 한 번도 안 그랬었는데.’
역시 그 새끼는 괴물이 맞다.
퍽!
그렇게 생각하며 힘겹게 일어나는 데르마치의 뒤통수에 나무 막대기 하나가 내리쳐졌다.
“…뭐 하십니까?”
그리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애매한 일격이었지만 지금의 데르마치에게는 순간적으로 어지러운 정도의 충격을 줄 만했다.
그러나 더 어지러운 것은 둔기에 의한 충격이 아닌 그것을 내려친 마족이었다.
“어, 음.”
자신이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니다 싶은지 뻘쭘한 표정으로 막대기와 데르마치를 번갈아 보던 헬리아스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고개를 기울이며 대답했다.
“역모 차단?”
“…저기요?”
헬리아스는 강하다.
최초의 여마왕이니, 마신의 인정을 받지 못한 마왕이니 같은 소리를 듣는 마왕이었으며.
그러한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해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총군사 같은 근본도 없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비판을 들으며 마족들에게 그다지 지지를 받지 못한 마왕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녀가 마왕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그녀가 강했기 때문이었다.
마족의 무력을 담당하는 사천왕들조차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실력자.
그런 실력자이기에 헬리아스는 알 수 있었다.
사천왕 두셋 정도면 목숨 걸고 싸워 볼 만하지만, 사천왕 넷이 한 번에 덤비면 이길 수 없다.
그것도 자신의 무력에 취해서, 연계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듯한 놈들이라서 그렇지.
솔직히 제대로 된 연계만 할 수 있으면 두 명의 사천왕도 버거울 수 있었다.
마왕과 사천왕의 차이는 딱 그 정도였다.
몇 수 위의 실력이지만, 그렇다고 모두를 압도할 수 없는 수준.
그렇기에 사천왕 모두가 반대할 만한 일은 하지 않았고.
사천왕끼리 반목하게 만들기 위해 물밑에서 공작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을 비웃듯, 혼자서 사천왕을 다 때려눕힌 것은 물론 마족의 이름난 강자들인 장군급 인원들과 부족장까지 모두 상대했다.
“야, 그냥 네가 마왕 해라. 내가 총군사 할게.”
강하기에,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헬리아스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저것을 해내려면 자신이 열댓 명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걸 혼자서 해냈다.
현 마왕 열 명분의 전투력이 부하로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신을 끌어내리고 마왕이 될 수 있는 강자가.
그에 헬리아스는 들고 있던 나무 막대기를 집어 던지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얼마나 우습게 보았겠어. 어쭙잖게 강한 주제에 마왕이라고 거들먹거리고. 그러면서 사천왕이 반란 일으키면 어쩌나 매일 끙끙거리고.”
그냥 포기하려고 내뱉은 말이었으나, 생각해 보니 화가 난다.
그래도 오랜 친구 사이인데, 저렇게 강하면서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다니.
비록 귀찮은 업무는 다 처리해 주고 있다고 하지만, 저렇게 강하면 좀 티를 내고 다녀도 되지 않는가!
“…화나네?”
생각해 보니 열받는다.
열이 받으니 억울하다.
저 새끼가 나보다 강한 것은 맞지만, 그래도 마왕의 가오가 있지.
한 번 붙어 보지도 않고 마왕의 자리를 넘겨주기에는 그동안 했던 일들이 너무 억울하다!
“야, 아니다. 한판 제대로 붙고 끝내자.”
결과가 뻔한 승부지만, 헬리아스는 속 안의 분노와 자존심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마족의 새로운 마왕이 될 강자, 데르마치를 내려다보았다.
“…응?”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한다.
분명 키 차이가 그리 나는 편은 아니나, 그래도 데르마치가 자신보다 더 큰데 시선이 내려간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저기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데르마치를 한 번 불러 본다.
조금 전 버렸던 나무 막대기를 다시 집어 들고는 조심스럽게 데르마치의 몸 이곳저곳을 찔러 본다.
“…….”
뻗었다.
자신이 무안할까 봐 연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으나, 얼굴이나 옆구리를 넘어 남자로서 찌르면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부위들을 콕콕 찔러 보아도 요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숨도 안 쉬네?”
뻗었다가 아니었다.
죽었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날린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야, 야? 일어나!”
그에 다급히 데르마치의 양 볼을 때리고, 심장을 두들긴 결과.
다행히도 데르마치가 인생 11회 차를 사는 일은 없게 되었다.
***
시간이 흐르고, 베르샤 아카데미의 졸업 시즌이 되었다.
수많은 학생이 아카데미를 떠나 사회로 나아가는 시기.
이 시기만큼은 먼 곳에 사는 가난한 학부모들도 어떻게든 돈을 모아 자신의 자식이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저 아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영상 마도구로 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컸네요.”
“자랑스러운 내 아들.”
“우리 가문의 자랑!”
아카데미 재학 중 가문으로 돌아가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방학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가까운 가문이나 재력이 뒷받침되는 가문이 아니라면 가문으로 돌아가는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몇 년에 한 번, 심하면 아카데미를 졸업하기 전까지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는 학생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만난 자식의 건장한 모습을 처음 보는 학부모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곤 한다.
물론 이때만 그럴 뿐, 몇 달이 지나면 취업을 하지 못해 가문에서 뒹굴거리는 백수 새끼를 차갑게 내려다보는 일이 많은 편이었으나.
이때만큼은 그런 미래의 일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이곳의 졸업생들은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베르샤 아카데미, 취업률 100퍼센트 달성!>펄럭~
베르샤 아카데미의 정문에 휘날리는 현수막을 보며 모든 학부모가 다시 한번 눈물을 훔쳤다.
“솔직히 공무원 시험 네 번은 떨어질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한 번에 붙을 줄이야.”
“베르샤 아카데미를 처음 들어간다고 했을 때, 재수를 권했는데…….”
“공부하기 싫다고 재수 안 한다고 했을 때는 쥐어 패서라도 재수를 시키려 했었죠.”
“우리 장남은 다 계획이 있었는데. 우리가 그것도 모르고.”
“용사라니. 우리 집안에서 용사가 나오다니!”
취업률 100퍼센트.
황실 아카데미에서도 달성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황실 아카데미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다수가 가문을 잇거나, 아니면 다 계획이 있기에 굳이 취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나.
황실 아카데미조차 모든 학생이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취업률 100퍼센트는 충분히 아카데미의 업적이라고 할 만한 일이었다.
“어머머, 오랜만이네요. 젤나가 이번에 번개의 교단에 예비 성기사로 취업했다면서요.”
“에이, 부인이야말로 이번에 막내가 초목의 교단의 용사가 되었다면서요.”
“어후, 졸업하자마자 본단에 가서 수업을 또 받아야 한다고 일주일도 안 돼서 떠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마음 이해되죠. 저희 딸도 내년부터는…….”
물론 그 취업했다는 곳이 공무원 아니면 종교 관련 직종이었으나, 취업은 취업이었다.
비록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족이니 대전쟁이니 하는 말들이 나왔기에 걱정하는 학부모들도 있으나, 제국과 창조의 교단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평화의 신이 마족을 개종시켰다.’
평화의 신을 모시는 마족.
몇 번을 곱씹어도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들이었으나.
마족이 평화를 주장한다면 자식들이 전쟁터로 끌려갈 일은 없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어차피 전쟁이 나면 다 차출되어서 끌려갈 테니까.’
‘오히려 교단에서 용사로 추대받고 후방에서 근무하는 게 더 안전할 수도 있지.’
‘우리 애가 어릴 때부터 검술 하나만큼은 잘했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대전쟁급 규모가 되면 결국 다 끌려가게 되어 있다.
그렇게 일반 귀족 병사로 끌려갈 바에, 차라리 좋은 대우를 받으며 가는 것이 낫다.
학부모들은 물론 학생들 또한 그렇게 생각했기에, 베르샤 아카데미의 졸업식 분위기는 매우 좋을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많은 사제들.
그들이 가득 모여 있음에도 그 누구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10년의 세월을 견디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이들에게 여신의 거룩한 축복이 있기를 바라며…….”
심지어 강단에서는 이사장이 아닌, 창조의 교단의 추기경이 학생들을 축복하고 있을 지경!
이곳이 아카데미가 아니라 종교 시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의 졸업생 중 많은 이들이 용사가 되었고, 또 내년에도 탄생할 것이다.
용사로 선택받기 위하여 학생들은 노력하지만.
그에 지지 않을 정도로, 각 교단도 미래의 용사에게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단은 바보가 아니다.
지금 대륙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용사의 이미지는 그들이 쌓은 업적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숫자가 현저히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지금의 시스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용사의 희소성이 사라지게 된다.
올해도 용사가 나오고.
내년에도 용사가 나오고.
10년 후에도 용사가 나올 것이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용사로 선택받는 이들은 줄어들 것이고.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만이 용사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용사들보다 인지도는 더 떨어질 것이다.
원래 인기란 흐름을 타는 법.
용사가 탄생한 초반, 거기에 마족이 대륙을 넘어 침범했다는 사건.
그 두 가지로 인하여 세간의 시선이 모였기에 용사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렇기에 이름이 알려진다.
그리고 그 이름이 알려진 용사는 이렇게 불린다.
OO의 교단, 용사 누구.
용사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해당 교단도 자연스럽게 광고가 된다는 것!
그렇기에 각 교단은 교세 확장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용사를 모집하고 있었다.
대전쟁이 길어지면 모를까, 평화가 찾아오게 되면 용사에 대한 가치도, 교세를 확장할 기회도 더 빠르게 없어지기에 더욱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은 평화의 교단, 무링교의 교주 레피스 님께서 말씀하겠습니다.”
그러나 모든 교단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인류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창조의 교단이 그러했고, 최근 무섭게 기세를 확장하는 교단인 무링교가 그러했다.
“저곳이 그곳이지?”
“내 친구의 친구가 저곳 용사인데 지원이 대형 교단보다 좋다는데?”
“창조의 교단에서 엄청나게 지원해 준다고 하잖아.”
“그 대신 용사를 정말 안 뽑는 곳으로 유명하던데?”
이름만으로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그것을 느끼며 레피스는 두 눈을 감고, 확성 마법이 걸린 마법 도구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안녕하세요. 무링교의 교주, 레피스 원드라고 합니다.”
그것만으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그 생각을 매번 하지만, 그럼에도 할 일은 늘 바뀌지 않는다.
“여러분, 평화가 왜 중요할까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포교.
용사 선발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무링교였으나, 포교에는 교주부터 동아리 막내까지 늘 진심인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