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84)
284화 46. 평화를 위해서 (6)
“후우.”
레피스는 강당에 모인 수많은 사람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아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숫자였다.
그런데 몇 달 사이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진 강당을 보니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이래도 될까?’
자리가 부족하여 서 있는 사람들도 있다.
도대체 왜 저렇게 열정적으로 무링교의 설교를 듣기 위해서 온 것인가 싶다가도, 이들 모두가 무링신을 진심으로 믿기 때문에 이 자리로 온 것을 알기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레피스였다.
‘그래, 다 이유가 있어서 왔겠지.’
갑작스럽게 세력을 확장하는 신흥 종교를 구경 온 이들도 있었고, 마족조차 개종시켰다는 신의 말씀을 듣기 위해 온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아주 소수지만, 진짜로 무링신이라는 것을 믿기에 온 이들도 있었다.
무링신이라는 신이,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리라는 것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 신자들이 있는 것이다!
‘우리 신, 무쓸모 잉여신인데!’
이름의 유례를 알고 있는 레피스로서는 절대 믿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이 사기극이 밝혀지는 순간 가장 먼저 목숨이 위험한 것은 본인이었다.
‘왜 이렇게 되었지?’
그냥 동아리 활동을 했을 뿐인데.
억지로 회장이 되었을 뿐인데.
갑자기 공작가 아들내미가 들어와서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유는 모르겠으나 창조의 교단에서 막 지원을 해 주고.
더 나아가서 갑자기 마족이 개종을 해 버렸다.
‘진짜 왜 이렇게 되었지?’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라도 어긋났으면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텐데.
그 과정에 개연성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하나하나가 그저 우연이라고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그렇게 모든 원인이 르윈이라는 것을 모르는 레피스는 눈물을 머금고 예배를 시작했다.
“무링신께서 말씀하시길, 누구든지 너의 오른뺨을 때리거든 그의 왼쪽 뺨을 때리라고 하셨습니다.”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당연한 이야기다. 보통 이런 구절에서는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을 돌려 대라고 말하는데.
평화의 신이라는 작자가 바로 응징하라 말한다니.
‘죽이고 싶다.’
과거 경전을 만들 때 목숨을 걸고 반대하지 않았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그때의 자신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기도 했다.
그냥 동아리 활동용 경전인데, 공작가 아들내미와 대립각을 세우며 막을 필요가 있을까.
이거 어디서 쓸 것도 아닌데!
‘잘 쓰잖아…….’
울고 싶다.
말리지 않은 과거의 자신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것을 잘 쓰게 되어 버린 현실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이 지경까지 왔는걸!
내가 선택한 무링교 교주 자리… 는 아니었지만, 이미 도망치기에는 늦었다!
“진정한 평화란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동등한 관계여야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자고로 경전의 해석이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하물며 무링교의 경전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내용 또한 짜깁기와 사담이 가득 들어간 것이다.
그뿐인가? 종교 자체도 근본이 없기에 경전의 내용을 들은 사람도 거의 없다.
무링교의 교주로서 이렇다고 말하면 누가 반박하겠는가!
“그렇기에 평화를 위해서 참으시면 안 됩니다. 참고 참아 속에 쌓아 두면 언젠가 결국 터지게 되어 있습니다.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참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내보여야 합니다.”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뭘 하든 사람들이 손뼉을 쳐 줄 것이다.
그리고 레피스는 지금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신흥 종교의 수장이었고.
“그리하여 모든 것은…….”
헛소리를 적은 경전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음에도 모두 박수를 칠 뿐이었다.
***
“이제 곧 새 학기다. 새 학기가 되면 뭐가 늘어나지?”
르윈이 드물게 진지한 모습으로 물어보자, 그 안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소리쳤다.
“새 신자가 늘어납니다!”
“그래.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이 몰려온다는 것은! 새로운 신자들이 들어온다는 것과 마찬가지!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뭐다?”
“전도!”
“그래!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하기 위하여 우리는 싸워야 한다!”
“넵!”
곧 전장에 나서는 병사들처럼 군기가 바짝 든 모습이었다.
그저 놀고먹기 위하여 만들어진 동아리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동아리 학생들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저번에 졸업한 선배는 바로 사제 직위 받고 교단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었지…….’
‘레피스 선배님하고는 친했으니까. 교단에만 들어가면 잘 챙겨 주시겠지.’
무링교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 나가고 있었다.
베르샤 아카데미와 제국 수도에서나 알 법한 이름이 아닌, 전 대륙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종교였다.
심지어 그 종교가 품은 뜻이 평화라고 하지 않던가!
평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전쟁으로 이득을 볼 법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없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으로 불이익을 보면 보지, 이득을 보지 않는다.
즉, 인류의 대다수는 평화라는 단어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그저 저 먼 곳에 마족이라고 하는, 없애지 않으면 평화라는 단어를 실천할 수 없는 적이 존재하기에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걸 해냈다.
그것도 평화의 신을 주장하는 종교에서 해냈다.
마족과의 평화.
몇몇 집단에게는 절대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고.
또 그렇기에 아직도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하나.
정말로 마족이 평화를 주장하면… 꼭 싸워야 하냐고 의문을 가지는 이들 또한 존재한다.
아니, 대부분의 위정자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인류에게 있어서 뿌리 깊게 내려온 마족의 혐오가 존재한다고 하나.
여태까지 마족과의 전쟁으로 인하여 본 피해는 그 혐오를 이기기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대륙 최강을 논하던 아리타 왕국조차 두 번의 대전쟁을 통해 대륙의 패권을 바벨리안에게 넘기지 않았던가?
그러한 일이 자신들에게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나라에서는 마족과의 화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고.
그 시발점이 된 무링교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
즉 현 시대의 최고 우량주 아카데미가 베르샤 아카데미라면, 종교는 무링교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베르샤 아카데미 입학생이자, 무링교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부원인 자신들은…….
‘조금만 더 참자.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경전에도 나와 있잖아. 무링신께서 말씀하시길, 평화란 줄을 잘 타야 가능한 일이다. 썩은 줄을 잡으면 절대 평화를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이번 포교 활동으로 10명만 더 데려오면 동아리 간부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야.’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루트를 타고 있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고, 그 마무리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더 많은 신자를 모아 무링교의 사제직을 얻어야 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회장의 한마디로 오늘 활동을 끝내도록 한다.”
르윈의 말에 터벅터벅 걸어온 베르리아 디 레이세르는 울상을 지으면서 한마디를 내뱉었다.
“모두 힘내세요…….”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냐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부원들은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원래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회장들은 대체로 비슷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
[존경하는 베로니카 언니에게.>그렇게 시작한 편지를 보낸 지 며칠이 되었던가.
베르리아는 자신에게 온 편지를 받으며 눈을 빛냈다.
[사랑하는 동생에게.>여전히 화려한 필체로 쓰인 글귀를 빠르게 읽으며 베르리아는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 위생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식당 하나를 날렸다는 건 평소에도 하던 일이고. 괜찮은 요리사 하나를 가문으로 데려왔다는 것은 좀 희귀한 일이지만 없던 일은 아니고.”
그래도 존경하는 언니의 편지였기에 꼼꼼히 읽어 내려가던 베르리아는 마지막 글귀에서 자신이 보낸 질문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동아리 회장직은 계속해야 한다고 하는구나. 언니가 말은 해 봤는데, 아버지랑 어머니가…….>“아, 안 돼!”
동아리 회장직 하기 싫어요…….
여기 종교 이상해…….
그렇게 간절하게 편지를 써서 보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단호했다.
안 돼. 돌아가.
“왜, 왜…….”
울먹이는 베르리아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으나, 무링교는 대륙 차원에서 관심을 받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제국의 후작 가문이라고 하더라도 신경 쓰지 못할 정도!
굳이 관련도 없는 곳에 자식을 보낼 정도는 아니라고 하나… 그곳의 핵심 인물이 되어 있는 자식이 탈출하려는 것을 막을 정도는 되는 곳이었다!
[어머니가 그러시더라. 원래 종교 활동이라는 것이 평범한 일상과 다른 법이니까, 조금만 더…….>“나도 그건 알아…….”
종교의 관점이랑 세상의 관점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고위 가문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베르리아였고.
그중에는 종교와 관련된 사람들도 다수 있었기에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오히려 확신할 수 있었다.
무링교는 일반적인 종교하고는 다르다.
인류의 종교와 대척점에 존재한다는 마신을 따르는 이들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결국 마신도 신을 믿는 거니까.”
그에 비해 무링교는 종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종교라고 하기에는 오히려 불신자 집단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더 이상 이런 이상한 종교에 있어서는 안 된다.
뭔가… 뭔가가 이상하게 되어 버릴 것 같다!
그렇기에 탈출하고자 했으나, 가문에서 거절당하다니!
“안녕하세요.”
가문의 막내로서 귀여움을 받고 자란 베르리아였다.
가족의 부탁을 거절할 자신이 베르리아에게는 없었다.
그렇기에 입학식 당일, 베르리아는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회장으로서 신입생들을 만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기가 무링신 연구 동아리인가요?”
“회장님이셨어요?”
“잠깐만, 무링신 연구 동아리 회장님이라면 그 레이세르 가문의…….”
이제 막 입학한 아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여태까지 받았던 시선과 전혀 달랐다.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무링신이 뭐냐. 그건 무슨 사이비 종교냐.
그러한 시선을 받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다음 누구시라고요? 드라이르프요? 레이세르요?
라는 말과 함께 왜 그런 가문이 사이비 종교 활동을… 이라는 의심 반 경악 반인 시선을 보내고.
결국 그 권위에 굴복한 학생들이 반강제로 무링신 연구 동아리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끌려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먼저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은 것은 물론, 그들의 시선에서 경외와 신뢰가 느껴지고 있었다.
‘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최근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무링교에 대한 영향력이 늘어났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간의 경험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바뀔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회장님, 동아리 가입 가능할까요?”
“쉽게 가입할 수 없다고는 들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가입할 수 없다?
그럴 리가 없다.
오히려 가입하기 싫어도 반협박으로 데려오는 곳이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실체였다.
“크흠, 그렇긴 하지만…….”
폭군이자 재앙 취급을 받는 베로니카와 달리, 베르리아는 유약한 편이었다.
그러면서도 늘 당당한 베로니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를 동경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베로니카를 향해 보내던 시선을 자신에게 보내자, 베르리아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평화를 원하는 자들을 거절하지 않는 것이 우리 동아리니까요!”
그렇게 선대 회장이었던 레피스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신입생들이 주는 선망의 시선에 취한 베르리아는 미래의 자신이 후회할 만한 업보를 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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