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85)
285화 46. 평화를 위해서 (7)
이제는 제 발로 찾아오는 예비 신도들을 보며 르윈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옳게 된 세상이지.”
“…정말요?”
이름부터 이상한 무링교라는 종교 집단에 자발적으로 사람이 모이게 되는 세상이라니.
심지어 그 교리들을 알고 있는 데이지로서는 드디어 세상이 망할 때가 된 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동아리 활동이 잘되고 있는데 불만이라도 있어?”
“불만은 없습니다만…….”
그동안 할당량을 채운답시고 동아리 부원들이 저질렀던 일들을 생각하면, 알아서 신입생들이 찾아오는 지금이 더 좋긴 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라일라를 비롯한 학생회가 찾아와서 경고한다거나, 부원들을 빼앗긴 다른 동아리에서 항의하러 오지는 않을 테니까.
그러나 마냥 좋아하기에는 지금 이 상황이 꺼림칙하다.
무링교가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에 이 종교가 얼마나 대충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짜 이대로 괜찮을까요?”
그렇기에 무링교가 유명해질수록 데이지의 걱정도 커졌다.
과거의 소규모 종교라면 모를까.
이렇게까지 커지는 무링교를 보면 자연스럽게 이 종교의 실체가 밝혀지는 날, 대륙이 뒤집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대로는 곤란하지.”
르윈도 그것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일까.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안도할 법도 했으나, 데이지는 오히려 더 불안할 뿐이었다.
“이 정도 성장세로는 부족해. 조금 더, 조금 더 성장해야 해!”
“하아…….”
그리고 자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답변에 데이지는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언제까지 성장해야 합니까?”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을 때까지?”
“그때가 언제인데요.”
“일단 창조의 교단이나 마신보다 무링신을 더 많이 믿는 날.”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인류와 마족의 뿌리와 같은 신앙이 창조의 여신과 마신이다.
그런 신들을 누르고 더 많은 신자를 확보한다니.
기세 좋게 신자들을 모으는 무링교라고 하나, 그 두 종교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통은 그렇지.”
르윈도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는다.
지금의 기세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두 종교를 이기는 것은 몇백 년은 걸릴 일이었고.
사람들이 지금처럼 무링교에 관심을 두는 것도 그리 오래 유지되지는 않을 것 또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유행 비슷한 거겠지.’
큰 사건이 연이어 작용한 호재다.
물론 대다수의 종교들은 이런 호재조차 없어서 무링교를 부럽게 바라보고 있을 테지만, 르윈이 원하는 원대한 목표에는 아직 부족할 뿐이었다.
‘지금 필요한 건 두 개.’
하나는 기존의 종교를 끌어내리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그렇게 해서 떨어져 나간 신자들을 무링교에서 흡수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모두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창조의 교단을 흠집 내는 일은 오래전부터 준비한 일이었고.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하여 르윈조차 건드릴 수 없는 마신은 전직 마왕 데르마치가 맡아 주고 있다고 하나.
길고 긴 시간, 최고신으로 군림한 두 신을 떨어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설령 떨어트렸다고 하더라도 그 신자들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두 신에게 억눌려 있어서 그렇지, 기회만 있으면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교단도 많을 것이다.
기록도 되지 않던 먼 고대 시절에는 서로 최고의 신 자리를 번갈아 가며 차지했던 신들이 지금까지도 존재할 정도였으니까.
그들 중 창조의 여신이나 마신 같은 것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니, 솔직히 그 둘은 존재 자체가 상극 중의 상극이라서 그렇지, 서로 죽이 잘 맞는 신들이 인류와 마족의 최고신이 된다면 지금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르윈은 만족하지 않았다.
신자들이 자동으로 양산이 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은 매우 좋은 일이나, 자신의 목표는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있으니까!
“데이지.”
“네, 도련님.”
“동아리 인원들에게 전해. 자발적으로 온 학생들 자기 할당량으로 채우다 걸리면 각오해야 할 거라고.”
“…사람도 많이 오는 것 같은데 그냥 좀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요?”
“내일까지 목표 인원수 못 채우면 데이지 팬 사인회라도 열어서 채울 건데?”
진심이 가득 담긴 표정에 데이지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저는 창조의 교단 소속 용사인데요?”
“하지만 우리 동아리 소속이지?”
“…탈퇴하겠습니다.”
“되겠냐?”
억지를 부린다면 가능은 하겠으나, 뒷감당이 두렵다.
아무리 창조의 교단의 용사 타이틀을 지녔고, 재학 중인 용사 중 가장 유명한 용사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쌓여 온 경험들은 어찌할 수 없는 법.
“알겠습니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남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 용사라고는 하지만, 굳이 용사가 이런 일에 희생해야 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
이미 르윈을 통해 단련된 데이지는 부원들에게 가진 안쓰러운 마음이 빠르게 사라진 상태였다.
***
“안 오네…….”
“오겠냐?”
가만히 있어도 자발적으로 신자가 늘어나는 베르샤 아카데미와 달리, 마족 측에서는 새로운 신자 확보에 실패하고 있었다.
마족의 율법에 따라 패배한 이들은 모두 데르마치의 포교 활동을 막지 못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데르마치를 따라 무링교로 종교를 바꾸는 마족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한 명은 개종할 줄 알았는데.”
실망감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데르마치를 보며, 헬리아스는 가운뎃손가락을 높이 들어 올렸다.
“마왕이 파괴의 여신을 버리라고? 혁명당할 일 있냐?”
헬리아스가 신에게 의지하지 않는 마왕이라고 하나, 마족의 근본 자체인 파괴의 여신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혁명은 제 선에서 다 처리할 수 있다니까요.”
“닥쳐. 네 뒤에 숨으면 그게 마왕이냐? 바지 마왕 세우려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배신감이 가득 담긴 그 시선에 데르마치는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럴 만하지.’
마왕이 되기 위해서 헬리아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늘 곁에서 지켜본 데르마치였다.
심지어 알게 모르게 헬리아스를 도운 일도 제법 있지 않았던가?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마왕이 되었는데, 옆에 있는 허약한 소꿉친구 놈이 알고 보니 자신보다 강했다.
그것도 조금 강한 것이 아닌,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로 말이다.
“내가 이러려고 마왕이 되었나, 괴롭고 자괴감이 들고~”
으르렁거리는 헬리아스의 목소리가 데르마치의 양심을 마구 물어뜯었다.
다른 마족도 아니고, 어떻게 네가 그럴 수 있냐는 그 시선이 매우 따갑게 느껴진다.
‘그래도 마왕이 개종하면 일반 마족들도 관심을 보일 텐데.’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 헬리아스를 건드리는 이유는 마왕의 개종급이 아니라면 다른 마족들이 개종에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마족도 아니고, 자신의 사천왕들조차 ‘그건 좀…’ 하는 반응을 보이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마왕까지 개종하는 순간, 진짜 너 죽고 나 죽는 거다!
‘이딴 걸 뭘 믿고.’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모든 마족에게 들려주고 싶다.
하루도 쉬지 않고 협박과 애원을 번갈아 하는 신보다는 평화의 신이 더 좋지 않을까.
-평화의 신 따위는 옛날 옛적에 뒤졌어! 이미 없는 신 따위를 믿어서 뭘 하겠다고!
이미 없는 신이라.
‘오히려 좋아.’
-이 새끼가?
신이라는 것들에 시달린 데르마치로서는 이미 죽은 신이라는 정보는 오히려 희소식일 뿐이었다.
“마왕님.”
“안 해.”
“평화는 우리의 소원이지 않았습니까!”
“이기지 못할 싸움을 하지 말자는 거였지, 언제부터 우리의 소원이 평화였었는데?”
“그게 평화지 않습니까.”
“마족이 평화는 무슨.”
개소리하지 말라는 헬리아스를 보며, 데르마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진보적인 마왕 헬리아스라고 하더라도, 개종은 어렵다는 것을.
그만큼 마족을 개종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그걸 이제야 깨달았냐, 멍청아?
여신의 비아냥을 들으며 데르마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 네가 개종하는 건 네 자유니까 넘어가고. 이제 그만 일 좀…….”
“마왕님의 개종을 걸고, 승부를 요청합니다.”
데르마치의 외침에 마왕과 파괴의 여신은 똑같은 모습으로 소리쳤다.
“이 새끼가?”
-이 새끼가?
“꼬우면 나보다 강하세요, 마왕님!”
“야, 야! 진짜 때리냐?”
“모든 것은 파괴의 신의 율법대로!”
“개종까지 한 새끼가, 이럴 때만?”
갑작스럽게 달려드는 데르마치에 발버둥을 치는 헬리아스였으나.
안타깝게도 인생 10회 차의 진심을 인생 1회 차 마왕은 막아 낼 수가 없었다.
“그… 냥… 네가 마왕 하라고, 개새끼야…….”
그렇게 패배자가 된 마왕은 마족의 오랜 율법대로 승자의 권한에 따라 개종하게 되었고.
그 소식은 마대륙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망나니 마왕이라고 해도 그렇지, 위대한 파괴의 신을 버리다니!”
“마족의 율법을 따르지 않는 마왕 따위,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다!”
그 소식에 수많은 마족들이 마왕성으로 찾아왔으나.
“꼬우면 이겨서 개종시키든가.”
“…누구세요?”
“무링교 마족 지부, 포교 담당관 데르마치라고 한다.”
찾아오는 마족들을 하나하나 강제로 개종시키며 데르마치는 생각했다.
‘괜히 고민했네.’
파괴의 신은 멀고, 자신의 주먹은 가깝다.
마대륙의 오랜 진리를 잊고, 말로써 해결하려고 한 자신이 어리석었다.
중요한 것은 꺾일 때까지 두들겨 패는 주먹.
-개새끼야!
마족의 오랜 법칙을 다시 한번 깨우치며, 데르마치는 새로운 신자들을 늘려 나갔다.
***
신도 죽음을 맞이하는가.
맞는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었다.
세상이 창조되었을 때부터 영원을 살아가는 신이었으나, 믿는 자가 없는 신은 곧 신이라고 불릴 수 없었다.
그렇기에 신들은 잊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으나.
세상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는 한정되어 있고.
그들의 믿음 또한 한정이 되어 있기에 하나둘 잊혀 가는 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상의 존재에 잊혀, 결국 신성을 잃고 떨어진 존재들.
누군가는 그들을 이름 없는 신이라 불렀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남은 존재의 힘을 두려워하여 드래곤이라고 불렀다.
그렇기에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신의 죽음이라고 볼 수도 있었고, 아니라고 볼 수도 있었다.
비록 신성을 잃고 영락한 존재라고 하나, 그 본성은 신이었을 시절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그 드래곤도 죽는가.
…라고 묻는다면,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이건 생각지 못했는데.”
베르샤 아카데미 지하, 할 일 없이 잠들어 있던 매드 온즈는 오랜만에 잠에서 깨며 눈을 빛냈다.
“뒤진 놈이 신성을 얻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는 했는데.”
평화의 신.
그렇게 불렸던 신은 전쟁의 시대를 버티지 못하고 지상으로 떨어졌고.
인류와 마족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이후에는 스스로의 소멸을 선택했다.
그렇다. 드래곤도 죽는다.
사인은 모두 자살.
비록 신에서 영락한 존재였기에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원한다면 영생을 살아갈 수도 있겠으나.
한때 신이었던 존재였기에 영락한 자신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평화의 신 또한 그러했다.
앞으로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생을 마감했다.
그렇기에 르윈이 처음 계획을 말했을 때, 평화의 신이라는 존재가 없다는 것을 공인해 주었던 매드 온즈였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공석인 자리에 신앙이 생긴다면, 과연 스스로 소멸을 선택한 그 녀석이 부활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신성이 만들어질 것인가.
“둘 다인가?”
부활하되,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
그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자신의 머리 위로 새로운 신성이 싹트는 것을 보며, 매드 온즈는 유쾌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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