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87)
287화 47. 태초에 천지가 창조되고… (2)
베르샤 아카데미의 모든 수업이 끝난 후, 새롭게 확보한 동아리 신입생들에게 세뇌에 가까운 정신교육을 한 르윈은 자신의 기숙사로 돌아왔다.
“끄아아악!”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르윈이 본 것은 세계수 2세가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생명체를 쥐 잡듯이 잡는 모습이었다.
“이, 이게!”
처음 보는 생명체는 이를 갈며 벗어나려고 노력했으나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대로 깔려 머리카락을 쥐어뜯기자 비명을 내지르며 소리쳤다.
“세, 세계수가 그렇게 가르쳤냐!”
그에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가, 저항을 포기하고는 바로 부모를 소환하였고.
“시바… 는 배웠어요. 패드립은 나쁜 거예요!”
“이 녀석 그냥 욕하려다가… 끄악!”
갑작스럽게 패드립을 듣게 된 세계수 2세, 시바는 분노하며 깔고 뭉갠 생명체의 머리카락을 쭉쭉 잡아당기며 응징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르윈은 구석에서 딸내미를 응원하고 있는 엘리를 보며 물었다.
“쟤는 누가 아빠야?”
“내 자식 아니거든?”
그에 화들짝 놀라며 이를 가는 엘리였으나, 르윈은 그 말을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시바 때도 처음에는 아니라고 했었으면서…….”
“엄마… 그랬어……?”
“아, 아니, 그게!”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시바를 보며 엘리가 당황했고.
“끄아아악! 왜 나한테!”
눈물과 비례한 전투력 상승에 밑에 깔린 생명체는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저거 뭐야?”
“나도 몰라.”
“영감님 연구실이라도 갔다 왔어?”
“요즘 안 갔는데?”
“근데 왜 몰라.”
“갑자기 툭 하고 튀어나왔으니까.”
“어디서?”
“그냥 허공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하는 엘리를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허공에서 튀어나왔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공간 계열 마법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아카데미 쪽은 공간 마법을 방해하는 장치들이 되어 있었고.
몇 번의 사건이 있고 난 뒤 베르샤 아카데미의 시스템은 더욱 강화가 되어 있었기에, 황탑의 정해진 시설이 아닌 곳에서 공간 마법을 사용할 경우 자살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구축되어 있는 시스템보다 더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거나.
혹은 시스템을 유지하는 막대한 마력석과 마법사들의 마력을 압도하는 마력량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말 그대로 초월자에 가까운 괴물이 마음먹고 뚫는다면 아무리 잘 만들어진 시스템도 막아 낼 수는 없다.
“식물 주제에 불경하게!”
“대자연 펀치!”
“커억!”
그러나 그런 초월자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묘목에 처맞고 있을 리가 있겠는가?
“도대체 뭐지?”
“나도 몰루?”
시바와 대등할 정도의 크기.
소통은 가능하나, 무력은 시바에게도 제압될 정도로 약하다.
아무리 시바가 세계수의 재능과 엘리의 마력을 물려받아 미래가 보장된 묘목이라고 하더라도… 아직은 묘목이다.
거대한 세계수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 길게는 수천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즉, 지금의 시바는 아무리 세계수의 후예라고 하더라도 약하다.
괜히 세계수가 베르샤 아카데미로 엘프 기사를 비롯한 호위 인력을 보낸 게 아니었다.
그런 시바에게 제압을 당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침입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접한데?”
“개 약하긴 하네.”
쓸모가 없을 정도로 너무 약하다!
“이게 누구 때문인데?”
그리고 그러한 평가에 발작하며 일어나려 했으나, 시바를 이겨 내지 못하는 모습에 르윈과 엘리의 시선이 더욱 차가워졌다.
“내가, 내가 이러려고 부활했나 부끄럽고, 자괴감이 들고…….”
“뭐라는 거야?”
“나, 이거 알아. 요즘 아카데미에 유행하는 병이잖아.”
“우리 아카데미에 전염병 돌고 있었어?”
“비슷해. 중2병이라고. 중등부 2학년쯤 되면 다들 자기가 전설의 용사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막 잘난 줄 아는 병 있어.”
“그거 고등부도 똑같던데?”
“그래도 고등부쯤 되면 현실 파악은 잘하잖아.”
“그건 그렇지.”
“으으윽…….”
자신을 헛된 망상에 빠진 인간 취급하는 르윈과 엘리를 보며, 시바에게 깔려 있던 생명체는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나는 신이다!”
“……!”
“……!”
그 한마디에 르윈과 엘리의 표정이 바뀌었다.
측은한 시선을 넘어 못 볼 것을 봤다는 듯한 시선.
그 시선을 본 자칭 신은 다시 한번 소리쳤다.
“내가 무링이다!”
***
“저, 저기요?”
태초에 평화의 신으로 태어났으며, 죽은 후 다시 평화의 신으로서 지상에 강림한 존재.
이름이 잊히고, 과거의 이름조차 사라진 그 신은 자신의 이름을 무링이라 불렀고.
“인간들 말이 맞네. 개 같아도 악착같이 살아남으라고 했는데.”
“진짜 신 맞아?”
“냉정하게 말하면 신은 아니지. 지금은 찌꺼기 수준이야. 하지만 미약하게나마 신성이 있는 것을 보면 성장세에 따라 신격을 얻을 수 있겠어.”
그 한마디에 실험용 쥐처럼 붙잡혀 있었다.
“본인 확인이 되었으면 풀어 주는 게 맞지 않을까?”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자신은 무해하다고 알리고 있으나, 자신을 내려다보는 두 시선은 변하지 않았다.
“카하하! 바로 위쪽에서 신성이 싹트는 것을 느꼈다만, 이렇게 웃긴 모습으로 세상에 강림할 줄은 몰랐었는데.”
한때 신이었으나, 잊힌 존재.
그렇기에 매드 온즈는 눈앞에 무링의 상황을 보며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아니, 이걸 강림이라고 불러야 하나?”
신앙을 얻고 신격을 쌓을 수만 있다면 다시 천상에 올라갈 수 있으나, 그 전까지는 너무나도 나약하게 존재할 수밖에 없다.
세계수도 아니고, 세계수의 묘목에 제압당할 정도로 나약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대로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그래도 신성을 가진 존재니 소멸하지는 않겠지만… 아마 힘이 많이 줄어들겠지. 네 계획을 진행하려면 잘 보호해야 할 거다.”
“신이란 것들은 다들 하나같이 쓸모가 없냐.”
“누, 누구 탓인데…….”
서럽다.
이름부터 무쓸모 잉여신으로 지어 놓고, 쓸모가 있기를 바란다니.
“이름부터 힘을 빼앗고. 교리까지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고서는…….”
신의 권능은 신앙에서 온다.
그 말은 신자들이 신을 어떻게 믿느냐에 따라 신의 권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의 신에게 비를 내려 달라고 기도하지 않고, 빛의 신에게 풍년을 기원하지 않는다.
비는 물의 신, 혹은 비의 신에게 기도하고, 풍년은 대지의 신에게 기원하는 것이 당연하니까.
그렇다면 평화의 신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평화다.
그렇다면 평화의 신을 믿는 자들은 자신의 신에게 무엇을 기도할까!
“그래. 어차피 이전에도 가정의 평화를 원한다며 부부 싸움 말리는 것 정도만 해 주던 녀석이었다. 얘가 뭘 할 수 있겠냐.”
“그랬어?”
“크아아악!”
매드 온즈의 말에 무링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주 먼 고대 시절, 그나마 있던 권능을 깨닫고 수치심에 죽고 싶어진 탓이었다.
“우리 잊힌 신들을 우습게보지 말라! 괜히 인간들이 안 믿은 게 아니다!”
“그걸 자랑이라고 말하냐!”
“카햐하하!”
무링이 매드 온즈를 비난했으나, 이미 과거의 미련을 거의 털어 낸 매드 온즈는 호탕하게 웃을 뿐이었다.
“어차피 별 필요도 없는 권능. 그냥 없는 셈 치고 살아라.”
“없는 셈이 아니라, 그냥 없잖아! 무쓸모 잉여신이면 왜 신이 존재하는 건데!”
“바지 신?”
“이런 녀석이 왜 내 종교를 만든 건데?”
이럴 거면 그냥 소멸한 상태로 내버려 두든가.
왜 신앙을 받아 세상에 부활하게 했는지 원망스러운 무링은 르윈을 노려봤으나.
‘도대체 어떻게 신앙을 모았지?’
지금 시대는 어떤 시대이기에 무쓸모 잉여신을 믿으려 하는 것인가.
동시에 이러한 의문 또한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신을 내세우고, 그런 교리를 내세우는데 자신을 부활시킬 정도의 신앙을 쌓다니.
‘그냥 멀쩡한 것 내세워서 했으면 더 좋았잖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르윈이 원하는 신은 지금의 무링이었다.
하찮고 또 하찮은 신.
너무 하찮아서 믿음이 가지 않는 신.
그렇기에.
“확인 다 끝났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네.”
“캬하하! 재밌구나. 재밌어. 이 정도 재미는 수만 년 만이구나!”
그렇기에 마음 놓고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는 신을 원한다는 사실을, 무링은 이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
무링은 평화의 신이었던 존재다.
지금은 기억도 흐릿하지만, 원래는 천상에 거주했던 신이었다.
비록 신격을 잃고 추락하고, 그렇기에 목숨을 끊어 과거의 힘과 업을 전부 잃었다고 하더라도.
흐릿한 기억 속에는 천상에서 있었던 일들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었다.
‘죽음의 신 면상도 이보다 무섭게 생기지는 않았는데!’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이동한 곳에서 만난 아인헤르츠의 얼굴을 보며, 자연스럽게 죽음의 신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되었다고? 왜?”
“나도 모르겠는데.”
“허허…….”
죽음에서 벗어난 존재, 위대한 리치 아인헤르츠.
그는 드물게 진중한 모습으로 자신의 실험대에 묶여 있는 무링을 내려다보았다.
‘죽음의 신 녀석보다도 더 위험해 보이는데?’
그리고 그 시선을 받으며 무링은 오들오들 떨었다.
한때 신이었고, 지금도 신에 가까운 존재이기에 아인헤르츠의 영혼에 쌓인 업이 보인다.
솔직히 말해, 이 초월자는 지금의 자신보다도 더 신에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해부해 봐도 되나?”
“캬아아악!”
그런 존재의 입에서 나온 묵직한 한마디에 무링은 구속구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죽으면 죽었지, 신 중 최초로 지상의 존재에게 해부당하는 신 타이틀만큼은 얻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죽으면 계획이 몇 년씩 미루어질 수도 있다고 하던데.”
“그럼 안 되겠구나.”
쩝! 정말로 안타깝다는 시선에 안도하는 무링이었으나, 동시에 이런 것으로 안도하는 자신에게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큭… 차라리 죽여라!”
“고전에 나오는 사로잡힌 여기사가 할 만한 대사구나.”
“영감님, 그런 것도 봐?”
“베아트리체가 가져온 서적 중에 그런 것이 있더구나. 요즘 것들은 심심하면 흑마법 서적 하나라도 더 챙겨 봐야지, 연애 소설이나 보고…….”
“아직도 그런 내용이 나오는구나. 요즘은 ‘큭! 죽여라!’ 하면 바로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서 죽여 준다던데.”
“기사도라는 것이 도대체 뭐냐?”
“그냥 기사들이 말하는 수식어 비슷한 겁니다. 마법사들도 필요 없이 영창 따박따박 하잖아요.”
“…흑.”
진심을 담아, 이렇게 부활하느니 다시 죽는 게 낫다고 말한 무링은 자신의 말을 삼류 연애 소설과 비교하는 르윈과 아인헤르츠를 보며 진심으로 눈물을 흘렸다.
평범한 존재도 아닌, 신에 근접한 초월자 놈들이 저러고 있으니 자신의 처지가 진심으로 서러웠기 때문이었다.
“신도 우는구나!”
“라헬도 맨날 울고 싶다고 난리를 치던데. 신도 진짜 울 수 있네요.”
“저건 무슨 성분일까. 인간과 같은 것일까? 아니면 성수?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채취용 병을…….”
그러나 그러한 눈물마저 연구 대상으로 보는 두 무뢰한의 행동에 무링은 더욱 서럽게 울었고.
그렇게 아인헤르츠는 만족할 만한 표본을 획득할 수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