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90)
290화 47. 태초에 천지가 창조되고… (5)
“이게 왜 되냐?”
“나도 몰라…….”
벌써 7회 차 동아리 예산 변경이 허락되었다.
아무리 학기 초에 예산이 오락가락하더라도, 7번이나 예산 변경이 허락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심지어 아카데미의 추가 지원이 아닌, 동아리와 동아리 사이에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동아리 부원 간의 싸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마이너스 아닌가?”
“맞을걸……?”
하나 그것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아카데미에서 받아 간 예산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일 똑바로 안 해?”
“똑바로 했거든?”
아카데미의 회계 상태가 정상이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에 르윈이 라일라를 바라보았으나, 라일라는 억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럼 창조 동아리가 돈이라도 벌어 와서 동아리 비용을 뜯기고 있다는 거야?”
“그, 그럴 일은 없지만…….”
아무리 창조의 여신이 시켰다고 하더라도, 동아리 비용까지 벌어다가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예산과 관련된 것을 학생회가 잘못 처리할 리는 없었다.
그렇게 대충 했다면 옛날 옛적에 일을 다 끝냈을 테니까!
“이건 음모야!”
그에 라일라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으나, 르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 음모가 왜 필요한데?”
“어, 음. 나를 흠집 내기 위해서?”
학생회 임원들에 대한 모략은 아카데미 시스템이 만들어진 이후부터 계속 있어 왔던 일이었다.
아카데미 내부에서의 권력은 물론, 졸업 후 공무원을 비롯한 국가직에 대한 가산점이 부여되기에 많은 학생들이 학생회를 노렸기 때문이었다.
“그럼 너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쳐. 그래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
보통 이런 일을 저지르는 이들은 크게 두 분류다.
하나는 해당 학생을 쓰러트리고, 그 자리를 차지할 법한 사람.
흔히 말하는 2인자 격인 사람.
또 다른 하나는 자리에 상관없이 해당 학생을 적대하는 학생이다.
보통 가문 간의 적대 관계인 경우가 많았고, 혹은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적대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라일라는 이 모든 것에 해당이 안 된다.
오히려!
“…난가?”
총학생회장의 명예에 흠집이 생긴다면… 탄핵을 당할 수 있다!
합리적으로 총학생회장을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다!
“…내 문제가 맞는 거 같아!”
“이게 어디서.”
그것을 깨닫고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는 라일라였으나, 르윈은 그런 하찮은 수작에 말려들지 않았다.
“모를 때는 직접 찾아가는 게 맞지.”
그리고 창조 동아리에 도착한 르윈은 예상치 못한 변수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헌금을 모았습니다.”
“…네?”
성녀의 말에 라일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자신이 들은 말이 이해가 안 되는 듯한 모습이었다.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동아리 비용이 부족하다고 하여, 저희 창조 동아리에서 예배 때 모은 헌금을 모아서 보내 드렸습니다.”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서 바쳤다!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한 라일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왜, 왜요?”
“그것이 신의 뜻이니까요.”
“…….”
“…….”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르윈도, 라일라도 입을 다물었다.
호구다. 호구가 여기 있다!
동아리 비용을 빼앗기는 것으로도 모자라, 자발적으로 돈을 걷어서 지원을 해 주고 있다니!
‘좋은데?’
역시 창조의 교단은 호구가 맞다.
호구의 선봉장으로서 인생 9회 차를 살았던 사람이 르윈 본인이었기에 더욱 설득력이 있는 생각이었다.
“언제든지 비용이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평소와 달리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성녀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라헬이 무언가를 지시한 모양이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주겠다는 것을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니.
“라일라, 예산 올려 줘!”
“넌 양심도 없냐?”
“응.”
양심 없이 창조의 교단의 헌금을 뜯어내면 되는 것이었다.
***
‘교황 바오르 2세가 추천하는 올해의 경전.’
“…왜?”
신전이란 하나의 사업장이다.
헌금을 비롯한 각종 지원금이 들어오는 곳이며, 동시에 신전에서 파는 것들은 하나같이 종교 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물건들이다.
어떤 의미로 당연한 일이었다.
비록 원가는 저렴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신의 말이었으니까!
원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신의 말씀이 담겨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뿐인가? 장식물들은 다 하나하나 신의 손길이 닿은… 일들을 구현한 물건이며.
조각상은 감히 신을 흉내 내어 만들고, 용사의 외모를 따서 만든 것이다.
비록 진짜와 비교할 수 없겠으나, 흉내 낸 것의 가치 또한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신이나 용사를 흉내 낸 것이니까!
“왜, 왜 무링신 경전이 잘 팔리는 건데?”
그러나 그러한 장사가 잘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창조의 교단을 비롯한 대형 교단들이 아닌 이상에야 주기적으로 물건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소규모 교단이란 새로운 신자가 들어와야 대충 초보자용 세트로 하나 판매가 되는 느낌으로.
경전은 그중 필수인 물건이라 상당히 비싸게 판매한다.
잘 안 팔리니까, 하나 팔 때 비싸게 받아먹자… 가 아니라 신의 말씀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교주님! 경전의 생산 속도가 판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왜?”
“창조의 교단의 교황께서 저희 경전을 극찬하여서…….”
“그러니까 왜?”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경전이다.
그런 경전을 인류 최고 교단의 교황이 극찬했다니.
‘신개념 암살인가?’
높으신 분들은 공격하더라도 그냥 하지 않는다고는 들었으나, 이렇게 빙빙 돌려서 공격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한 상태였다.
아니, 그 이전에.
“아무리 교황님이 극찬하셨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잘 팔리는 게 말이 돼?”
아무리 교황의 말이 있더라도, 경전의 생산 속도가 판매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소규모 인쇄소에서 출판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쓸모없음 잉여신이라는 이름을 증명하는 듯한 경전을 누가 구매한단 말인가!
“그, 그것이…….”
경전의 판매를 담당하는 신자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경전을 구매한 사람들이 했던 말을 그대로 레피스에게 전해 주었다.
“…신탁이 내려왔다고 합니다.”
“신탁? 무슨 신탁?”
“창조의 여신님께서… 꼭 한 번 보라고 하셨다고…….”
“창조의 여신님께서?”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무쓸모 잉여신님이 말씀하신 개소리를, 아니 말씀하셨다고 르윈을 비롯한 몇몇 인원이 쓴 개소리를 인류의 최고신께서 직접 보라고 하셨단다.
‘이게 말이 되나?’
최근 귀족들 사이에서 연락 마법을 통한 사칭 범죄가 많다고 하던데.
혹시 신탁도 창조의 여신의 이름을 빌려 사기 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일까.
‘그럴 리가… 없겠지?’
당연히 없어야 정상이나, 애초에 지금의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기에 확신할 수가 없었다.
“어, 음. 재고는 당연히 없겠고. 추가 물량도 생산하기 어렵겠지?”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무링신의 경전은 다 팔리리라 생각하고 만든 것이 아니었다.
그냥 창조의 교단의 지원을 받아 대량 생산하여 창고에 쌓아 두고, 언젠가 다 팔리겠지… 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판매하는 물건이었다.
다 판매하는 것은커녕, 악성 재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물건이었기에 추가 물량을 고려하지는 않았다.
아니, 고려할 수가 없었다.
“…….”
레피스는 조용히 자신의 경전을 꺼내 보았다.
[무링신께서 말씀하시길, 신은 뭘 해 주지 않는다. 그러니 자기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믿는 자에게 통수가 있나니. 믿으니까 배신당하는 것이다. 믿지 않는 자는 배신당하지 않는다.>“…이걸?”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연 창조의 교단의 교황은 이 경전을 읽어 본 것인가.
창조의 여신은 내용을 알고도 신탁을 내린 것인가!
“교주님,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 하긴.”
의문이 가득하지만 지금은 물이 들어오고 있을 때였다.
“고급 출판사를 찾아서 한정판 양장 커버로 경전을 만들어.”
“…네?”
“한정판이니까 값도 더 비싸게 받고요.”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지 않을 이유가 레피스에게는 없었다.
***
“오오오오! 힘이 느껴진다!”
신자의 숫자는 곧 신의 힘이 된다.
그런 의미로 무링신의 힘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었다.
“진짜?”
“끄앙!”
강해졌다는 외침에 시바가 손을 내뻗자 그대로 쓰러지는 무링이었다.
“개 약해…….”
그런 무링을 내려다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시바였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강해져 봤자 무쓸모 잉여신이라는 기본 베이스가 어디를 가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 신력에 이 정도 능력일 리가 없는데!’
괜히 신들이 신명을 공개 안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괜히 신의 이름에 이상한 의미가 붙으면 신에게도 악영향이 갈 수 있다.
그런 의미로, 이름의 뜻이 무쓸모 잉여신의 줄임말인 무링신은…….
“이름 좀 바꿔 줘!”
아무리 신앙이 모여도 능력이 쓸모가 없었다.
그러라고 만든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신은 쓸모가 없잖아.”
“아니다! 신성력이 모이면 권능을 사용할 수 있다!”
르윈의 말에 무링신은 고개를 저으며 신들의 권능을 설명했으나, 르윈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 봤자 인간이 뭘 해야 하잖아.”
“그, 그렇긴 하지.”
대지의 신이나 풍요의 신이 풍작을 줄 수는 있으나, 인간이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그러한 기적도 필요가 없었다.
전쟁의 신이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결국 칼을 들고 직접 싸우는 것은 전쟁의 신이 아닌 인간이다.
있으면 좋으나, 없어도 그다지 크게 변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신의 기적보다 신의 분노로 인하여 입는 피해가 더 많다.
“플러스마이너스를 합치면 마이너스인데, 굳이 신의 권능이 필요할 리가 있겠어?”
“…….”
불신이 가득한 르윈의 시선에 무링신은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라헬은 뭔 짓을 했기에.’
그래도 이 세상의 유일한 용사였던 놈이자, 창조의 여신을 자칭하는 라헬의 사도였던 놈 아닌가.
그런 놈이 어떻게 저렇게 신에 대해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그 녀석들 때문에 괜히 나만 피해 보잖아!’
어떻게 신 이름이 무쓸모 잉여신인가.
이건 신은 물론 어떠한 생명체에게도 지어서는 안 되는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부여받고 묘목에게 얻어터지는 신세가 되니 더욱 서럽고 슬픈 무링신이었으나.
“그리고 어차피 무쓸모 잉여신이 아니었어도 쓸모가 없었잖아.”
“…….”
이어진 르윈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맞는 말이라서 반박하지 못하는 게 제일 슬프다.’
평화의 신이라고 하더라도, 권능으로 전쟁을 없앨 수는 없었다.
만약 막을 수 있었다면, 신성을 잃고 떨어져서 이 꼴로 부활할 일도 없었다.
너 어차피 무쓸모 잉여신이었잖아.
그래서 한 번 망했었잖아.
그렇게 말하는 듯한 르윈의 모습에 무링신은 무릎을 끌어안고 서럽게 울었다.
“또 울어?”
옆에 다가와 위로하는 듯한 시바의 말이 더 슬픈 무링신이었으나.
“이제 슬슬 뽑아 먹을 만큼 뽑아 먹었으니까, 시작할까나?”
“뭘?”
“창조의 여신 떨구기.”
귓가에 들려오는 르윈과 엘리의 대답만이 무링신을 위로해 줄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