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95)
295화 48. 누구세요? (2)
라헬에게 무링신을 공개한 지 세 달의 시간이 지났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용사가 되겠다고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이 입학하였으나, 용사는커녕 교수의 과제조차 뛰어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름방학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시기가 찾아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총 100번이 넘는 협상이 진행되었고, 당연하게도 라헬은 매번 르윈에게 차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 안 참는다!”
이를 갈며 퇴장하는 라헬을 보며 무링신은 말했다.
“저 말 몇 번째야.”
“협상을 진행한 횟수랑 같겠지.”
“저래 놓고 내일 되면 굽신거리면서 나오잖아.”
“라헬이잖아.”
“그리고 라헬이 강림한 육체의 머리숱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일까?”
“스트레스성 탈모 같은데?”
“라헬의 스트레스를 육체의 주인이 받는다고?”
“육체에 강림한 거잖아. 그러니까 저 상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성녀의 육체가 받는 게 아닐까?”
“그런가?”
젊은 나이에, 그것도 여성에게 탈모가 찾아오다니.
그래도 평화의 신으로서, 모발의 평화를 찾지 못한 성녀가 가엽게 느껴지는 무링신이었으나.
“그러게 우리 교단에 성녀 자리 비어 있다고 할 때 왔어야지.”
르윈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우리 교단이 더 힘든 거 아니야? 우리 교주는 나한테 신앙심이 1도 없던데.”
인간들의 신앙이 쌓이는 곳을 확인할 때면, 늘 레피스가 존재했다.
고작 말 몇 마디로 이 정도의 신앙을 쌓는다니.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 준 천부적 재능을 가진 교주라고 할 수 있겠으나, 정작 그 교주가 가장 신앙이 없으니 무링신으로서는 남감한 일이었다.
사실 천부적 재능의 사기꾼이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 이 정도로 환호를 받으면 조금은 나에 대한 신앙을 쌓아도 괜찮은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를 몇 번.
늘 한결같은 레피스의 신앙을 느끼며, 무링신은 한숨을 푹 내쉴 뿐이었다.
“괜찮아. 어차피 성자랑 성녀는 얼굴마담이고, 나머지는 교주랑 용사가 알아서 할 테니까.”
“…….”
교주가 믿음이 없는 것은 사실 이 새끼 때문은 아닐까.
알아봤자 좋을 것 없는 진실을 무링신은 깨닫고 말았다.
하지만 무링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무쓸모 잉여신.
빠르게 신앙을 얻고 있으나, 하찮은 기적 하나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약하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면 슬슬 기적 하나 정도는 내릴 수 있는데!’
신자의 숫자만 고려하면 이미 과거 신성을 가졌던 때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간 신도들이 늘어나는 것도 제법 빠르지만, 마족들의 신도들이 늘어나는 숫자가 상상을 초월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다행이다만.’
라헬도 이 사실을 모르기에 느긋하게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평범한 이름 없는 신이었다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신성과 권위가 그대로 보였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무리 우유부단한 라헬이라고 하더라도, 이단 선언을 하지 않을 리가 없다.
라헬이 생각하는 무링신은 파괴의 여신을 무너트리는 도구였지, 파괴의 여신을 잡아먹고 자신의 세력조차 위협하는 적이 아니었으니까.
‘설마 이것까지 다 고려한 건가?’
자신을 무쓸모 잉여신으로 만든 이유가 이러한 것 때문인가.
인간이 신의 시스템을 이렇게까지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 무링신이었으나.
“그래도 얼굴마담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 여차하면 직접 뛰자.”
“…뭘?”
“부활 가능하다고 했었지? 딱 세 번 정도만 죽었다가 부활하여 대중에 나서면 신자들이 폭발적으로 늘 것 같은데.”
“…….”
곧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새끼는 그냥.
‘날 완전히 무시하는 게 분명해.’
쓸모없음 잉여신이라는 이름을 지은 이유는 그것뿐이다.
무링신은 자신의 신명을 걸고 확신할 수 있었다.
***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결과를 확인합니다.] [고등부 1학년, 빌 데인.] [통합 19위.]“후우.”
드림 월드에서 나온 빌은 화면에 뜬 글귀를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드디어 해냈다!’
목표였던 20위를 드디어 깼다.
비록 1년이 지나서 선배들이 졸업하고, 그 자리를 자신이 채운 것은 아쉽기는 했으나.
그래도 목표였던 아카데미 20위의 벽을 깬 것이다.
“고등부 3학년에는 1위를 할 수 있을까?”
나름 용사라는 타이틀을 가졌고, 전쟁이 터졌을 때는 전선으로 나간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나.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마족과의 평화 회담 이후로는 뭔가 허전한 공백이 생긴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기에 빌은 그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자신만의 목표를 세우며 단련을 시작했다.
“저 선배 맞지?”
“와, 통합 19위네.”
“이제 고등부 1학년이었던가?”
“무섭게 성장하는 건 무링교만이 아니네.”
“…….”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빌은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아무리 드림 월드가 베르샤 아카데미에만 존재하는, 마녀의 기술력이 있기에 가능한 최신 훈련이라고 하더라도 한계는 있다.
바로 정신적인 것과 실전 경험을 쌓을 수는 있으나, 그래 봤자 가상의 공간.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기에 육체의 단련은 필수였다.
실제로 드림 월드만 파던 몇몇 학생이 오히려 실력이 더 떨어졌다는 논문이 재작년에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나왔을 정도.
드림 월드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에서는 현실의 단련은 필수였고, 다행히도 빌에게는 최적의 트레이닝이 가능한 곳이 있었다.
“왔어?”
시원한 미소와 함께 자신을 맞아 주는 선배, 하인스를 보며 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오자마자 바로 칼 들고 덤비네.”
킥 웃은 하인스가 바닥에 있는 검을 들어 올리자 주변의 공기가 바뀐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용사 칭호를 받은, 그러나 본인 입으로는 할 일 없는 백수라 칭하는 하인스.
하나 그 역시 오래전부터 용사를 동경하던 이였다.
자신이 동경하던 용사라는 이름을 더럽힐 수는 없다.
그렇기에 빌 이상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며 단련했고.
“전력으로 와 주십시오!”
“그래?”
“…아니, 검에 마력은 담지 마시고요!”
학기 초, 학생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영역, 소드마스터에 도달하며 대륙을 놀라게 했다.
“너도 내년에는 해야지.”
“무립니다!”
캉!
검과 검이 부딪친다.
마력을 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검의 끝이자 시작이라는 소드마스터에 도달한 검사의 일격이다.
한 번 맞대는 것만으로도 손아귀가 터져 나가는 느낌.
실제로 빌의 손에는 붉은 피가 흘러내리기도 했다.
“후배를 생각해서 좀 살살 해 주시죠?”
“아까는 전력으로 와 달라며!”
“그냥 하는 말이죠!”
이제는 제법 친해졌기에 농담 정도는 내뱉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기에 빌로서는 정말 드물게 농담도 내던지며 검을 휘둘렀으나.
“후우, 후우, 후우.”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울 수밖에 없었다.
“아직 멀었구나.”
“소드마스터 상대로 이 정도면 잘 버틴 것 아닙니까?”
하인스의 잔소리에 빌이 입을 삐죽 내밀며 항의했으나.
“누가 소드마스터 되지 말라고 칼 들고 협박했냐? 노오력을 덜 한 자신을 반성하거라.”
어디서 남자 새끼가 엄살이냐며 질책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이게 노력으로 됩니까?”
“되던데?”
“아니, 그건…….”
당신이 천재라서 그런 겁니다.
그렇게 말하려던 빌은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소드마스터가 재능의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하인스의 노력을 무시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찾았다.”
“예리엘 선배?”
온몸이 만신창이인 상태로 귀기를 내뿜는 예리엘의 모습에 빌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야, 야…….”
“기나긴 모멸과 핍박의 시간, 지긋지긋했지.”
“결국 그것에 손을 대고 말았구나!”
“그래, 지옥에서 돌아왔다!”
무언가 둘만의 언어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손에 어느 순간 검이 들려 있었다.
‘빠르다!’
예리엘이 검을 뽑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예리엘이 아카데미에서도 손에 꼽히는 빠른 검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헉!”
그러나 그것에 놀랄 겨를도 없이, 그녀의 검에서 터져 나오는 붉은 마력을 보며 빌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오러!”
그 검붉은 마력을 부르는 이름은 많으나, 뜻하는 것은 하나였다.
베르샤 아카데미에 두 번째 소드마스터가 탄생했다.
“지독한 X.”
“흐흐! 이제 다시 ‘예 밑 하’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예리엘 밑 하인스.
늘 하인스를 이겨 먹던 예리엘이 하인스를 놀리던 말이었으나, 하인스가 소드마스터가 된 이후 그 업보는 그대로 자신에게 되돌아왔다.
그렇기에 예리엘은 하인스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팔았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다는 말이 있듯, 악마 같은 르윈에게 자신을 팔아넘긴 것이다.
“길고 긴 고통이었으나, 결국 나는 힘을 손에 넣었다!”
“미친X!”
“누가 먼저 시작했는데!”
쿵!
검과 검이 부딪치는데, 공간이 뒤흔들린다.
빌은 이곳에 있다가는 자신도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고.
그와 동시에 온갖 마법으로 방비가 되어 있는 훈련장이 빛과 함께 박살 나기 시작했다.
***
비록 창조의 여신의 신탁이 처음 내려왔을 때처럼 임팩트가 계속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베르샤 아카데미는 이미 전 대륙의 관심을 받는 아카데미가 된 지 오래였다.
올해는 완벽하게 황실 아카데미를 추월했을 정도로, 수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는 아카데미.
그 이유는 누가 뭐라 하든 용사라는 칭호 때문이었다.
비록 마족과의 평화 협상이 진행되었다고 하나, 반쪽짜리로 평가하기도 힘든 평화 회담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평화 회담을 진행했던 마족들이 제거되고, 마족들이 다시 인류를 침공할지 모른다.
그러한 소문들이 퍼져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마족을 신뢰하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기록된 바만 수천, 기록되지 않은 역사까지 따지면 수만 년을 적으로 살아왔던 인류와 마족이다.
지금도 수인족을 비롯한 몇몇 이종족은 우리가 마족을 쳐야 한다는 주장을 할 정도로 인류와 마족과의 악연은 너무 깊었다.
하나 평화라는 이름이 주는 안정감은 보통이 아니다.
괜히 평화의 신을 모시는 무링교에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었다.
마족이 변하고 인류와 평화를 논할 수 있게 된다면, 굳이 서로를 죽이면서 싸움을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이들도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었고.
그 여파로 마족과의 전쟁의 상징이었던 용사에 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나 그것을 뒤집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용사 칭호를 달고 있는 아카데미의 학생이,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이나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무링교의 용사로 선택된 자들이!
“이것이 모두 평화의 신의 힘입니다!”
“우오오!”
“평화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다?”
“압도적인 힘!”
활활 불타오르는 신도들에게 레피스는 기름을 끼얹는 듯한 발언을 내뱉고 있었다.
“…….”
“…….”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예리엘과 하인스는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이러려고 그 개고생을 해 가며 소드마스터가 된 것이 아닌데.
내가 이러려고 소드마스터가 되었나, 괴롭고 자괴감이 들고…….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소드마스터가 되기 위해 르윈에게 영혼을 판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했다.
“마족의 땅에서도, 우리의 신도들이 파괴의 여신을 믿는 배교자들을 때려눕히며 신앙을 전하고 있을 것입니다. 무링신은 강합니다. 무링신을 믿고 따르는 우리는 강합니다!”
진짜로 다 때려눕히며 전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레피스는 그냥 되는 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는 하나였다.
“그리고 그 기적이 행할 다음 용사는 바로 이 친구입니다!”
“…네?”
예리엘, 하인스와 같이 끌려온 무링교의 용사, 빌 데인은 ‘제가요?’라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 친구는 한 달 후에 소드마스터가 될 겁니다!”
“우와아아아!”
이미 르윈에게서 확답을 들은 레피스의 말에 신도들은 환호성을 내뱉었고.
“…어?”
그렇게 빌의 소드마스터(진)가 예정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