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48. 누구세요? (3)
평화에는 힘이 필요하다.
당사자인 무링신의 의지는 1도 들어가지 않은 말이었으나, 신도들은 그 말을 믿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원래 다른 종교도 신의 말씀은 경전을 통해서만 전해지고, 직접 그 말을 전하는 자들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경전의 해석은 읽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렇기에 그 사람이 어느 위치에 있냐에 따라, 그 해석에 설득력이 생기는 법이다.
그리고 레피스는 무링교의 교주다.
그것만으로도 무링교의 경전 해석에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있는데, 인류 평화 회담의 일등 공신으로서 이름을 드높이는 중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레피스의 예배를 듣는 신도들은 레피스가 말하는 것이 곧 무링교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생각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 바로 두 명의 소드마스터의 탄생이었다.
용사 최초 소드마스터 달성! 심지어 2등도 무링교!
이것은 엄청난 업적이었다.
현재 가장 유명한 용사를 손에 꼽으면, 마신회의 앞잡이이자 세상을 위협에 빠트릴 작정이었던 발레푸스 후작을 토벌한 일등 공신 데이지와 용사 선발 이후 첫 번째로 졸업을 한 몇몇 용사들이었다.
착실히 실적을 쌓아 이름을 알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유망주로 이름을 알리는 용사가 몇 존재한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용사의 이름을 잘 알지 못한다.
아카데미라는 폐쇄적인 환경에서 교육을 받고, 드림 월드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여러 상황에 대해 훈련한다고 하지만 그걸 사람들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리엘과 하인스는 달랐다.
소드마스터!
그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된다.
최연소 소드마스터는 아니나, 고등부 2학년에 소드마스터를 달성하는 건 역사에 이름을 남길 업적이었다.
아무리 둘의 나이가 같은 고등부 2학년과 비교하면 조금 많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정도!
심지어 그 둘이 무링교의 예배에 나와 말하지 않았는가.
‘아, 무링교를 믿고 강해졌습니다.’
‘그렇죠. 무링교 최고!’
딱딱한 말투와 태도였으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저 나이에 소드마스터에 이르렀는데, 매일같이 검만 휘둘렀으니 이런 자리가 어색하겠지.
무링교의 신자들은 두 사람의 어색한 모습조차 인간미로 느낄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교주인 레피스가 말했다.
무링교의 용사 빌 데인을 세 번째 소드마스터로 만들 것이라고.
무링신의 뜻이 그렇다고!
그야말로 모든 검사들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신의 힘을 받아 강해질 수는 있으나, 근본은 바꿀 수 없다.’
검을 다루는 이들이 흔히 하는 말이었다.
최초의 용사 빌 이후, 용사로 선택받은 존재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정도의 실력을 가졌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은 용사가 창조의 여신에게 힘을 받아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검의 신이나 전쟁의 신 같은 이들을 믿어 봤자 강해지지 못했다.
오직 창조의 여신만이 힘을 내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이 창조의 여신에게 간절히 기도했으나, 그 기도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오직 용사에게만 허락된 힘인가.
아니면 그런 재능을 가진 자만이 용사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무를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영원한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 그 질문에 대답해 주는 신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불문율처럼 남아 있는 그것을 깨 버린 신이 나타났다.
나를 믿어라.
그리하면 강해질 것이다.
평화의 신을 주장하면서, 평화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이 필요하다고 하는 신.
물론 무링신이 말한 것은 압도적인 힘으로라는 것뿐이었지만 교주가 그렇게 말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만약 무링신이 항의했다면 르윈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니었으면 교주 관리를 잘했든가.”
“…….”
아니, 그냥 대놓고 면전에 대고 외쳤다.
“후.”
이 새끼가 이러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라헬에게도 이러는 미친놈이다.
그러니 참자.
그 성질 더러운 라헬도 참는데,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그래서, 진짜로 소드마스터를 찍어 내는 게 가능해?”
“무조건은 아니지만, 재능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면 가능하지.”
“한 달 사이에?”
“이런 호구 새… 아니, 용사에 최적화된 녀석을 위해 내가 얼마나 지원을 해 줬는데?”
첫 번째 용사 시절의 이름은 물론, 호구적 기질까지 다분히 가진 빌 데인이었다.
르윈도 빌을 보며 ‘사실 빌이란 이름을 가지면 호구처럼 사는 저주에 걸리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을 했을 정도.
하지만 그런 호구 기질을 높이 사, 대타 용사를 만들기 위해 빌에게 많은 지원을 해 주었다.
“유적 파서 영약 먹이고, 용사의 비기랍시고 기술도 전수했지.”
심지어 본인이 강해지고 싶어 하는 의지가 강했기에,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괜찮은 성장 속도를 보여 주었다.
물론 괜찮다 정도로 만족할 리가 없는 르윈은 예리엘과 하인스를 통해 등을 조금씩 떠밀어 주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아져서 생각보다 계획이 더 당겨졌잖아?”
원래는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후 시동을 걸 생각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변수가 너무 많았다.
알고 보니 마왕이 자신과 몇 번을 싸운 당사자였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기에 자신처럼 싸움이 반복되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마신을 버리고 자신의 계획에 동참했으며.
무엇보다 무링신 본인이 지상에 현신하게 되었다.
폐기된 계획들도 생기고, 새롭게 만든 계획도 생겼으며.
그에 맞추어 톱니바퀴 역할을 해 줄 사람들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넌 한가한 것 같은데…….”
“그럴 리가. 내가 제일 바쁜데.”
어제만 하더라도 세계를 돌며 용사의 유적을 여럿 파 놓은 상태였다.
얼마나 많이 팠으면, 더 쓸 라헬의 욕이 없을 정도!
거기에 최근에는 데르덴의 유적이 너무 발굴되어 임팩트가 떨어졌기에 그 이전 회 차의 이름을 써야 했다.
오래전 필체를 떠올리고, 그것을 똑같이 구현해 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라헬의 이미지를 깎아내린다!
“…아무리 그래도 신한테 무좀이 있다는 건 좀 그렇지 않냐?”
“그건 좀 그랬나?”
이제는 제법 신성력이 모여, 르윈의 행동을 어느 정도는 구경할 수 있는 무링신이었기에 르윈의 말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그걸 위해서 일부러 보여 주고 있는 것이겠지만.’
자신보다 최소 몇 배는 격이 높은 라헬의 시선조차 차단할 수 있는 르윈이었다.
그렇기에 르윈이 자신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자신의 시선을 차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무링신은 알 수 있었다.
‘동시에 협박이기도 하고.’
최고신이라고 하는 라헬도 이렇게 할 수 있다.
겁쟁이처럼 천상에 숨어 있는 애도 이렇게 당하는데, 지상에 있는 넌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이 새끼라면 진짜…….’
자신을 십자가에 매달거나, 죽이고 부활하는 것을 대중에게 보여 줄 수도 있는 놈이다.
그 꼴을 당하기 싫으면, 이 녀석에게 협조하여 라헬과 파괴의 여신을 끌어내리고 천상으로 튀어야 한다.
‘내가 더러워서 신격을 얻어 내고 만다!’
다행히도 마족들의 마대륙 정복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진짜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쌓이는 신성이 몇 배는 늘어나는 느낌.
이 정도 숫자면 내년이면 모든 마족을 평정하고, 마족의 최고신 자리 정도는 얻을 기세였다.
그 무식한 파괴의 여신이 지상으로 떨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만 해도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라헬까지 떨어지면 볼만하겠지.’
신들의 싸움이 금지된 천상과 달리, 지상에서는 싸움이 가능하다.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생각보다 적은 이유는 고대 시절, 신이었던 시절 사이가 안 좋았던 신들이 지상으로 떨어진 이후 영혼의 승부를 펼쳤기 때문이기도 했다.
라헬과 파괴의 여신이 진짜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아마 천상에 있는 모든 신들은 물론, 지상에 남아 있는 모든 드래곤도 팝콘을 뜯으며 감상할 빅매치였다.
그것을 생각하며 무링신은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고 있었다.
***
회색이라기에는 밝고, 흰색이라고 하기에는 어두운 애매한 공간.
그곳에 몇 명의 여인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각.”
“기각.”
“기각.”
“기각.”
“진행.”
모두가 기각을 외치는 상황에 단 한 명만이 진행을 요구한다.
그에 기각을 말하던 사람도, 기각을 말할 예정이었던 사람도 모두 한곳을 바라보았다.
“싫어?”
그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없었다.
몇몇 이들은 아니라는 듯 격하게 고개를 저었고, 몇몇 이들은 불만이 있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으나 반대 의견을 말하지는 않았다.
“선조님,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그 말에 제국의 황녀, 레일라는 드물게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고.
그에 기각을 외쳤던 여인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감.”
참으로 어이가 없는 대답이었으나, 레일라의 태도는 달랐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요.”
레일라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한숨을 내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자신들의 운명을, 아니 어쩌면 대륙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일에 감이라는 불확실한 요소를 넣어서는 안 되겠으나.
그것이 누구의 감이냐에 따라 충분히 고려해 볼 요소가 될 수도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레일라에게 있어 선조라고 불린 저 여인은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녀가 보여 준 행보가, 남아 있는 역사가 그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반대하시는 분 있으십니까?”
회의를 주관하는 듯한 레일라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황위 경쟁이 시작된 지도 오래.
루테스를 시작으로 몇 명의 황족들이 조용히 탈락되었다.
물론 그러고도 남은 숫자가 많아, 이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나, 레일라에게는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음, 감찰 쪽은 늘 귀찮았지.”
“그런가? 나는 재무 쪽이 더 귀찮았는데. 걔들이 예산 안 주면 다른 부서도 움직이기 힘들잖아?”
“그래 봤자 큰 한 방은 없잖아요. 감찰 쪽은 건수만 잡으면 역모로 몰고 가면 끝이던데.”
“그건 네 시대가 개판이었으니까 그런 거고. 우리 시대는 평화로워서 감찰거리가…….”
이곳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이들의 도움이 있다면, 자신이 승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테니까.
물론 다른 황족들에게도 이들에 버금가는 존재가 붙었겠지만.
‘나보다는 적겠지.’
몇 명이 붙었는지는 당사자 말고는 알 수 없겠으나.
황실의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정도 재능을 보여 준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제국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희귀한 경우.
그리고 단순하게 숫자만으로 레일라가 자신감을 얻는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창조의 교단에서 비밀리에 연락해 온 일은…….”
“찬성.”
레일라의 말이 끝나기도 전, 이전에 모두가 기각할 때 찬성을 외쳤던 여인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내었다.
여태까지 조용히 관망하고 있던 이의 목소리가 들리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번 그녀에게로 몰렸다.
“역시 신흥 종교 무링교보다는 창조의 교단에 붙는 게…….”
“그건 아니고.”
레일라의 말을 다시 한번 끊은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음, 그러니까. 일단 이름이 마음에 안 들어. 무링교가 뭐야.”
무쓸모 잉여신을 줄인 것도 아니고.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곧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전부터 말했지만, 그거 만든 애가 별로야.”
“르윈 디 드라이르프 말입니까?”
“그래. 뭐라고 해야 할까. 꺼림칙하다고 할까. 근처에 있으면 좋은 꼴을 못 볼 것 같다고 할까.”
역병의 신이 존재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데이지가 들었다면 정확하다고 경악했을 평가를 내리며, 여인은 레일라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거긴 아웃!”
장난스럽지만, 반론은 받지 않겠다는 그 태도에 레일라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세이아 님.”
세이아 디 바벨리안.
작은 소국이었던 바벨리안이 제국이 될 수 있는 기틀을 쌓은 위대한 여걸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