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97)
297화 48. 누구세요? (4)
마왕성.
수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마대륙에서, 한때 유일하게 세워진 성이었다.
그곳에는 오직 힘으로 자신을 증명한 모든 마족의 왕인 마왕이 기거를 하고 있으며, 그 마왕을 보필하여 마족의 대소사를 진행하는 마족들과 마족의 오래된 염원인 인류 정복을 위한 군대가 존재했다.
아니, 존재‘했었다’.
“세례를 받고자 왔는가.”
“그렇습니다!”
“무링신께서는 쪼잔한 파괴의 여신과 달리 모두에게 힘을 내려 주신다. 지금부터 무링신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기만 한다면…….”
과거 마왕성에도 종교와 관련된 일들이 벌어지기는 했으나, 지금처럼 대놓고 종교 시설로 사용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무리 마왕이 마신의 뜻을 따르는 사도이자 선봉장이라고 하더라도, 마왕성은 종교 시설이 아니라 마족의 왕이 기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족이 단순 무식하여 인간들처럼 궁중에서 암투가 벌어지는 일이 없다고 하나…….
그래도 마왕성은 마왕성이다!
마왕이 거주하는 곳!
마족의 왕이 마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장소!
아무리 신과 밀접한 관계인 마왕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리는 마왕이 스스로 얻어 낸 것이다.
오직 자신의 무력을 증명하여, 자신이 마족의 왕이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돼?”
“어허! 자세가 그게 뭡니까! 믿음이 부족하십니다!”
“미안!”
그러나 그 마왕이 허락한 일이었다.
아예 한쪽에서 무링신(데르마치)의 가르침을 따르며, 무링신의 힘을 받아 강해진다는 자세를 따르고 있었다.
“첫 번째는 호흡. 두 번째는 자세입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무링신님이 대지에 내리신 자비를 들어 마시고. 올바른 자세로 무링신님의 뜻을 따를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응!”
당연히 거짓말이다.
데르마치는 무링신의 가르침을 받기는커녕, 그 모습을 직접 본 적도 없었다.
하나 그에게는 인생 10회 차를 살아가며 쌓여 온 노하우들이 있었다.
그냥 노하우도 아니다.
마왕 경력이 몇 번이요, 지난 생은 아예 지상 최강의 존재라고 불리기도 했었다.
역대 마왕 중 최강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냥 말 그대로 세상이 창조된 이후 지상에서 최강이었다.
‘그걸로 처발렸지만.’
반신이라 불리는 경지이다.
한때 신이었던 존재, 지상의 존재는 절대로 쓰러트릴 수 없다는 드래곤조차 ‘와, 이건 싸우면 내가 뒤질 듯?’이라고 말했을 정도.
진다가 아니라 뒤진다라고 말했다.
지상의 존재에게는 그게 그거 아닌가 싶겠으나, 드래곤과 같은 존재에게 그 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존재했다.
비록 이름을 잃고 지상으로 추락했다고 하나, 드래곤은 신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로 패배한 것은 아펠리오스가 데르덴에게 겁을 먹은 탓이 컸지만.
그것과 데르마치가 전생에 이룩한 경지는 무관한 것이다.
어차피 무서운 것은 용사고, 다른 것은 그다지 무섭지 않으니까!
-저주하겠다. 내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널 죽여 버릴 거야!
이제는 악만 남아 귓가에 중얼거리는 파괴의 여신의 목소리조차 두렵지 않은데, 지상의 나약한 존재들이 무엇이 두렵겠는가!
‘용사가 내 편이다!’
용사와 손을 잡았다.
반신의 경지를 이룩했음에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 그 괴물과 힘을 합쳤으니 두려울 것이 무엇이겠는가.
어차피 신이라는 존재가 지상에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도에게 신탁을 내리는 것과 신도들의 기도에 자신이 관리하는 개념을 조금 사용하는 것이 전부다.
비를 원하는 자들의 기도를 듣고 비를 내려 주거나.
풍요를 원하는 자들의 기도를 듣고 풍작을 내려 주거나.
거친 폭풍에 항해하는 뱃사람들의 기도를 듣고 파도를 잠잠하게 해 주는 것처럼.
자신을 향한 기도를 듣고, 파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조금 해 주는 것이 파괴의 여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하찮지.’
아무리 신의 축복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본인 자체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이전보다 조금 더 지치지 않고, 무기에 가호가 부여되어 조금 더 튼튼하고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변하는 것이 전부다.
같은 수준의 싸움에서는 그것만으로 승패가 갈릴 수 있겠으나, 데르마치 정도 되는 경지에 이른 존재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파괴의 여신을 믿고 따르는 자들은 패배하였다.
압도적인 힘으로.
그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데르마치는 전장에 나섰고.
그 힘에 매료된 이들에게 무링신의 위대한 가르침(아님)을 전해 주었다.
그 결과 무링교로 개종한 마족들은 빠르게 강해졌다.
‘저번에도 했던 일이지만.’
원래 마족이라는 종족은 끝없는 싸움을 하고, 그러한 삶에서 살아남으로써 자신의 강함을 증명했다.
그렇다.
마족은 인간들처럼 누군가에게 배움으로써 강해지는 것이 아닌, 살아남음으로써 강해지는 종족이었다.
강해지지 못하면 죽는다.
마족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용사와의 싸움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점차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마왕은 생각했다.
그냥 뒤지지 않고 살아남으면, 더 강해질 기회가 많지 않나?
우리도 인간 놈들처럼 강자가 약자를 가르치면, 더 많고 강력한 병력을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을 아펠리오스는 증명해 냈었다.
워낙 아펠리오스라는 존재의 무력이 전설적이었기에 잊히는 경향이 많으나.
아펠리오스의 마왕군은 역대 마왕군 중에서도 최강이었다.
시대가 변할수록 상상도 못할 정도로 발전하는 인류와 달리, 그리 변화하지 않는 마족의 특성상 그 차이는 명확했다.
실제로 당시 용사였던 데르덴조차 당황하여 인류의 총동원령을 내렸을 정도였다.
과거 사천왕 정도 되는 마족들이 장군직에 앉아 있고.
과거의 마왕과 비견할 만한 실력자들이 사천왕에 있던 시절.
데르덴조차 인류의 멸망을 각오하게 만들었던 아펠리오스는 반신의 영역에 도달한 강자였으나.
마족의 역사가들이 존재했다면, 아펠리오스의 강함보다 최초로 마족들의 스승으로 마족들을 강하게 만든 업적을 더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그딴 건 없었지만.’
이 무식한 새끼들은 그러한 업적을 기억하지도, 기록하지도 않았다.
나름 체계적인 수련법도 만들어서 남겨 두었는데, 부활한 후 하나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얼마나 허무했던가!
‘인류의 반격에 소실이라도 되었으면 이해라도 하지.’
멀쩡하게 서고에 처박혀 있는 수련법을 보았을 때, 데르마치는 변하지 않는 돌대가리들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으나,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호재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무링의 뜻이다.”
“오오…….”
“강해진다. 내가 강해진다!”
데르마치는 생각했다.
마족이라는 종족은 무식하다.
그러나 신의 뜻이라면 잘 따르는 편이다.
그것은 마족의 특성이기도 했고, 또 아주 오랫동안 파괴의 여신이 최고신으로 굴림하며 만들어 낸 결과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의 말이랍시고 수련법을 가르치면, 이 새끼들이 잘 따르지 않을까.
결과는 지금 보는 것처럼 매우 효과적이었다.
가르침이라는 말에는 ‘위대한 전사는 그런 거 모른다!’로 일관했던 무식한 놈들이, 신의 뜻이라는 말에 열정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목숨을 무링을 위해!”
“무링을 위하여!”
훅! 훅!
마족답지 않게 올바른 자세를 취하며 주먹을 내뻗는다.
“무링신께서 말씀하시길, 주먹은 평화를 가로막는 것을 쓰러트리기 위해 무거워야 한다고 하였다. 의지가 담긴 주먹은 무겁다!”
“무겁다!”
“그에 비해 발은 평화를 깨트리려는 자들에게 붙잡히지 않게 빨라야 한다고 하였다. 몸은 가볍게, 다리는 더욱 빠르게!”
“빠르게!”
이런 단순한 훈련으로 강해질 수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기초적인 단련은 모든 마족들이 배우지 않더라도 실행하고 있다.
다만 전문적이지 않았기에 효율이 나빴을 뿐.
장기적으로 보면 강해지는 비결이 될 수는 있으나,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동작을 하면서도, 무링의 호흡을 유지하거라. 천지만물에는 마기가 존재하는 법이고, 그 마기는 무링께서 내려 준 축복이니. 그 축복을 더 빠르게 흡수할수록 무링의 가호를 더욱 받을 수 있는 법이다!”
“네!”
일단 첫 번째로는 마족판 숨쉬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데르마치의 호흡법이었다.
인간이 마력을 받아들이듯, 마족은 마기를 받아들인다.
인간과 조금 다른 점은 태생적으로 그것을 어느 정도 깨닫기에, 인간처럼 배움이 없더라도 마족들은 마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다.
다르게 말하면, 그렇기에 굳이 마기를 더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을 뭐 하러 배우겠는가?
그렇기에 인간처럼 조금 더 효율적인 호흡법을 개발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마족은 태생적인 재능에 따라 마기를 받아들이는 차이가 매우 컸다.
그것을 줄인다.
그것만으로 수많은 마족이 자신이 강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나 이것도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마족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태생적인 격차가 크다는 것은, 이미 강자라고 불리는 자들은 충분히 효율적으로 마기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놔라! 놓으라고! 차라리 명예롭게 죽여라! 파괴의 여신님을 믿는, 자랑스러운 사천왕의 일원이자 한 명의 전사로서! 명예롭게 죽겠다!”
파워 업 한 우뢰의 라이텐에게 패배하여 생포당한 사천왕.
영원의 얼음 헬레네는 격하게 저항하며 차라리 자신을 죽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가엽도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을 알지 못하다니.”
“흐흐!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떠올라 부끄럽구나.”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이 중요한 법이다, 라이텐.”
“그렇지. 모든 것이 무링하고 또 무링하니. 모든 것은 무링의 뜻대로 무링한 법이니까.”
“그렇지. 무링한 법이다.”
“무링하도다.”
“무링하구나.”
“세뇌라도 당한 거냐?”
이해를 할 수 없는 말을 주고받는 발텐데르와 라이텐을 보며 헬레네는 두려움에 떨었다.
‘역시 파괴의 여신님을 무너트리려고 하는 사교도!’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파괴의 여신을 따르던 동료들이 다음 날 ‘내 목숨을 무링을 위해!’, ‘압도적인 힘으로!’라고 외치며 달려드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마치 세뇌라도 된 것처럼, 광전사처럼 달려드는 마족들을 보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사천왕인 두 마족조차 당한 세뇌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헬레네는 미지에 대한 공포로 사천왕답지 않게 몸을 떨었고.
그런 헬레네의 곁으로 데르마치가 등장했다.
“흠, 영원의 얼음 헬레네. 마대륙에서도 험지로 유명한 만년설 지역에서 살아가는 빙하의 마족들.”
“…큭!”
데르마치의 큰 손이 헬레네의 얼굴을 향했다.
굴욕이라도 주기 위해서인가.
그녀의 흰 얼굴이 분노로 인하여 붉게 물드는 순간.
“아?”
데르마치의 손이 그녀의 입을 잡아 벌렸다.
“므 하는 그야!”
입을 쭉 벌린 상태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데르마치를 보며 헬레네는 강력하게 저항했으나.
“라이텐.”
“그렇게 접촉하고 있으면 데르마치 님께도…….”
“무링의 뜻을 따르는 사도인 내가, 네 녀석의 전력에 피해를 입을 것 같으냐?”
“죄송합니다.”
“으갸갸아아아!”
짧은 대화와 함께 라이텐의 전력이 헬레네의 몸을 지졌고.
헬레네는 자신의 몸이 점점 마비되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무링을 더욱 믿는다면 너도 가능할 것이다.”
“무링…….”
“무링…….”
‘미친 새끼들.’
축 늘어진 헬레네와 달리 멀쩡한 데르마치를 보며 두 사천왕이 감탄할 무렵.
데르마치는 품속에서 꺼낸 물건들을 헬레네의 입 속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그야야야!”
마비된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 노력하며, 목 안으로 넘어가는 물체를 뱉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헬레네였으나, 그 저항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맛없어! 더럽게 맛없어!’
식고문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입 안에 퍼지는 불쾌한 맛에 지금 당장이라도 구토를 하고 싶었으나.
“이것은 무링신께서 네게 내려 주는 자비이다. 맛없지. 불쾌하지. 그것이 바로 네 신앙이 더럽혀졌다는 증거요, 파괴의 여신 같은 잡신을 섬김으로써 쌓인 독이노라.”
“무링…….”
“무링…….”
“그러니 많이 처먹어라.”
“그야아아아!”
“그것을 참아 낸다면 강해질 것이다!”
“갸소뤼!”
개소리하지 마라!
그렇게 소리친 헬레네였으나, 며칠의 시간이 지나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강해졌어?’
강해졌다.
붙잡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그냥 뭘 처먹이기만 하는데.
그런데 진짜로 강해지고 있다.
“신앙이 생기고 있구나.”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혼란스러워하는 헬레네를 보며 발텐데르와 라이텐은 경건한 모습으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 그럴 리가?”
그렇다.
인간과 달리 마족에게는 영약이라는 개념이 없다.
워낙 척박한 땅인 마대륙이었기에 애초에 먹을 것이 부족했고, 위험한 것도 많았기에 마족들은 먹는 것만 먹었다.
그리고 흔히 몸에 좋은 것이 맛이 없다는 말을 증명하듯, 마족의 몸에 효과가 있는 것들은 대부분 맛이 없고, 심지어 구하기도 어려웠다.
거기에 파괴의 여신의 말에 따라, 자신의 무력을 숭상하는 마족들에게 무언가를 먹는다고 강해진다는 개념이 있을 리 있겠는가!
그렇기에 데르마치가 만든, 마족판 영약의 존재를 마족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보다는 더욱 단순하고 예로부터 믿고 있었던, 데르마치가 말하는 신의 기적을 믿을 뿐!
“이것은 무링의 살이요, 피니. 그는 자신을 희생하여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하려 하신다.”
“…아아.”
그렇게 몇 주의 시간이 지난 후.
신앙심이 가득한 헬레네의 눈동자를 보며, 데르마치는 그녀에게 말했다.
“무링의 뜻을 따르는 자여, 너희는 널리 퍼져 무링의 뜻을 모두에게 전해야 한다. 그것이 너희의 속죄이니.”
“…무링.”
그렇게 또 하나의 광신도가 탄생하였고.
“야, 이 비겁한 새끼들아!”
최후의 사천왕, 대지의 버둠은 사천왕 셋에게 일방적으로 처맞으며 파괴의 여신의 최후의 보루는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