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98)
298화 48. 누구세요? (5)
마족에서의 포교가 순조롭게 진행될 무렵.
오히려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인대륙에서의 포교는 뜻밖의 사건으로 인하여 멈추게 되었다.
“횡령?”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신분을 숨기고 빌을 열심히 굴리고 온 르윈은 무링신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 재무부랑 감찰부에서 횡령 혐의로 레피스를 잡아갔다고 쟤들이 그러더라.”
쟤들이라는 말에 시바에게 엘프 왕국에서 보낸 1등급 물을 뿌려 주고 있던 엘리가 손을 들며 말했다.
“라고 아카데미에 소문이 퍼졌는데. 못 들었어?”
“지금 막 돌아왔으니까.”
르윈은 그렇게 말하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무링신을 바라보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교주가 잡혀갔다고 하는데. 신이 그걸 소문에 소문으로 알게 되는 게 맞나?”
르윈의 말에 무링신은 입술을 깨물었다.
맞는 말이었다.
일반 신도도 아니고 교주가 무슨 일을 당했는데, 신이 알지 못하다니.
아무리 무쓸모 잉여신이라는 족쇄로 묶여 있다고 하더라도 할 말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교주 새끼는 명색이 교주라면서 나에 대한 믿음이 하나도 없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한 줌의 믿음이라도 있으면 신성력을 쏟아부어서라도 관리를 할 수 있으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자에게 신성력을 소비할 만큼 무링신의 신성력은 많지 않았다.
마족에서 수급되는 막대한 믿음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지상의 관리가 아닌 빠르게 천상에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고위직일수록 나에 대한 믿음이 없냐!”
“…….”
근본이 사이비니까.
무링교의 창단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진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고도 신앙이 생기면 오히려 무서운 일이지.’
그걸 다 보고도 신앙이 생기면 그거야말로 광기다.
그렇기에 레피스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무링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고.
오히려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사이비에 가까운 탄생 시작을 보았기에 당연한 판단을 했을 뿐이다.
다만.
“언젠가 잡힐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빠를 줄이야.”
레피스의 위법 행위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뭐? 그럼 진짜로 횡령을 한 거야?”
“확실하지는 않은데…….”
충분히 그럴 만하다.
갑자기 생긴 권력과 자금은 사람을 취하게 하는 마법이 있으니까.
아무리 레피스가 무해한 사람으로 보였다고 하더라도.
르윈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본 사람 중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바뀌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렇기에 레피스가 횡령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쾅!
“아니, 좀 믿어 달라고요!”
그러나 다음 날, 오후에 만난 레피스는 벽을 두들기며 소리쳤다.
“난 무죄라고요!”
철창을 사이에 두고, 레피스는 눈물을 주룩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직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던 르윈은 억울할 뿐이었다.
“그래도 구해 주러 왔구나, 했었는데! 오자마자 드디어 저질렀구나! 하는 표정을 짓고서는!”
하나 레피스가 르윈을 본 것이 몇 년이던가.
이미 모든 것을 파악한 레피스의 말에 르윈은 시선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진짜 아닌가?”
“아니라고!”
레피스는 억울했다.
횡령이라니.
신자들에게 무링신 상품이나 경전을 조금 바가지 씌운 것은 있어도, 횡령한 적은 없었다.
아니, 할 기회조차 없었다.
“애초에 횡령해서 돈을 쓸 기회가 있어야지!”
레피스는 바쁘다.
바빠도 너무 바쁘다.
신탁 이후 매일같이 찾아오는 귀족들이 한 트럭이요, 만나자는 약속은 그보다 더 많았다.
그뿐인가?
성장세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는 것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좋은 일이나 내부에서는 무조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물론 성장 자체를 못하는 다른 종교에서 보기에는 배부른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끝없이 몰려드는 일거리를 인원 충원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교단은 물론 국내 귀족, 심지어 국외 왕국에서도 계속 문의가 오고 있지.”
그 밖에도 교단의 지부 건립, 경전에 대한 토의,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예배 등으로 레피스는 최근 개인적인 시간을 얻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건강만 놓고 따지면 구금된 지금이 더 좋을 정도인데!”
뒷감당을 안 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몇 달 정도 이곳에 갇혀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레피스는 바빴다.
그런데 횡령이라니.
내가 횡령을 저지르다니!
“횡령할 시간이라도 주든가!”
쓸 시간은커녕 할 시간도 주지 않았으면서 횡령이라니.
억울하다. 너무 억울하다!
“이럴 때는 보통 가족이나 밑에 사람이 범인이던데.”
“밑에 사람들도 똑같이 뭘 할 시간이 없는데요? 가족들은 지방에서 올라온 적도 없고!”
“의심되는 것도 없어?”
“없는데요. 다른 지부 건설하느라 돈 빠져나갈 일이 생겼으면 몰라. 최근 지출한 곳이라고는 경전 제작 속도 좀 올려 달라고 단가 세게 불렀던 일 말고는 없는데!”
거기서 손해를 봤으면 몰라, 단가가 올라간 만큼 소비자들에게 더욱 많이 뜯어 갔기에 오히려 이득을 보았다.
“그건 그것대로 문제 있었던 거 아니야?”
“한정판이었으니까요.”
“한정판이면 어쩔 수 없지.”
당당하게 암흑 진화를 한 듯한 레피스를 보며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아닌가?’
완벽하게 횡령 혐의를 벗어난 것은 아니나, 이 정도로 당당하다면 진짜 아닐 가능성도 고려를 해야 한다.
만약 진짜로 횡령이 아니라고 할 경우, 이 음모를 누군가가 짰다고 했을 경우 범인은 누구인가!
“나야.”
“…….”
“미안하지만, 그렇게 되었어.”
마지막으로 레피스에게 사식을 넣어 주며 면회장을 빠져나온 르윈에게 한 병사가 다가와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전하였고.
설마 이번 일의 범인이 등장하는 건 아닌가 싶었던 르윈은 망설임 없이 병사를 따라갔고.
도착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범인은 놀랍게도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자백했다!
‘이게 왜 진짜지?’
설마 했던 범인의 등장.
심지어 그 범인은 예상보다 더 거물이었다.
“왜?”
그래도 그리 나쁜 사이는 아니었는데, 왜 남의 사업을 방해하는가.
“같은 동아리 부원 아니었나?”
“그렇기는 하지.”
그 말에 횡령 사건의 범인, 레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정치라는 게 원래 이런 거잖아?”
정치.
그 말에 르윈은 레일라의 뒤에 누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창조의 교단이구나.”
“그렇게 되었어.”
일반적으로 레일라의 입에서 정치라는 말이 나온다면 제국 내부에서의 일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아직 황제의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황제의 자식들은 황위 경쟁을 은밀히 벌이고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러나 그런 이유에서라면 레일라가 무링교를 공격할 이유는 없었다.
갑작스럽게 세력을 늘리고 있는 무링교였고, 황족으로서도 적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 더 이득일 터였으니까.
무링교가 특정 황족을 지지한다면 모를까, 아직 정치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으로 만들 이유가 레일라에게는 없었다.
무링신 연구 동아리의 부원으로서 오히려 무링교와 접근하기 좋은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대놓고 밀어주다가 위기감이 느껴지니까 발목을 붙잡는다? 창조의 교단도 추하네.”
“그 정도로 무링교를 위협적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니까, 오히려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르윈은 진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라헬, 이것이.’
끝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니까 조금씩 협박을 하려는 것이다.
체면이 있으니 창조의 교단에서 제국을 움직인 것이다.
‘아니라고 잡아떼기도 좋겠지.’
제국 정도 되면 아무리 창조의 교단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흔들 수 없는 것이다.
아마 라헬은 그러한 점까지 고려하여 레일라를 사용하려 한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레일라라는 인물은 창조의 교단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정상이 아닌 인물이었다.
“그래도 소중한 오빠와 추억이 가득한 동아리실을 떠올리면 나도 마음이 아프거든.”
“옛날 선배를 감옥에 집어넣은 건 가슴이 안 아프고?”
“그래서 최대한 배려를 해 주고 있는데? 오히려 교주 일 하고 있을 때보다 좋을걸?”
레피스에게서 안에 있는 게 더 좋긴 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대충 일 안 해서 좋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르윈의 생각보다도 더 좋은 시설에서 감금이 되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래도 토끼는 스트레스받으면 위험한 생물인데.”
“그러니까 좋게 좋게 가자고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거잖아?”
“원하는 게 뭔데?”
“거기까지는 아직 들은 게 없긴 한데. 일단 무링교를 저지해 달라는 말만 들었거든.”
“원하는 것도 없이 협상을 하자고?”
“무리한 것은 안 시킬 테니까, 무조건 따라 준다고 말하면 안 될까?”
“되겠냐?”
“그렇긴 하지.”
레일라의 행동이 어처구니없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르윈은 다 이해가 되었다.
‘일을 저지른 라헬부터가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있으니까.’
못 참고 결국 폭발한 것이라면, 귀찮게 레일라에게 무링교를 압박하라고 사주할 필요가 없었다.
이러한 방식은 물론, 창조의 교단과 수많은 국가를 직접 움직이면 무링교의 인류 세력은 하루면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그건 아무리 나라도 막기 어렵지.’
그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소극적으로, 치사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다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술수가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역시 최초의 용사의 이름으로 창조의 여신이 무좀에 걸렸다는 기록을 남긴 게 문제인가?’
최근 용사의 유적에서 창조의 여신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이 유포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로 인하여 교단에서 유적 발굴을 금지하려는 조짐이 보였다.
그렇기에 고고학과 관련된 교수들이 금지 이전에 뭔가를 찾아야 한다며 발굴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하여 급조한 형식의 유적이 아닌 데르덴 시절에 만들어 두었던 유적들도 하나둘 발굴이 되기 시작했다.
여신 무좀설이 적힌 유적은 그러한 유적 중 하나로, 인생 7회 차 시절 연인과 친구가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세상에 대한 원망을 담으며 만든 유적이었다.
그렇기에 이것저것 고려를 하지 않은 채 여신에 대한 원초적인 비난만을 적은 곳이었다.
‘그게 그렇게 논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나름 신성에 대한 이해력을 가지고, 그 신성에 타격을 주기 위해 그럴싸하게 노력을 했던 다른 유적들은 생각보다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였으나.
대충 써 둔 그 유적의 내용은 논문으로 만들어져 학계에 제출이 되고 있었다.
덕분에 창조의 교단에서 막은 다른 유적들의 내용도 찾아내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
여신으로서도 악의적인 표현들을 막아야 할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었다.
‘어림도 없지만.’
지금부터 가만히 있는다고 하더라도 숨겨 둔 유적은 아직 많다.
이번 생에만 일과처럼 만들어 둔 것이 몇 개요, 전생에도 제법 많은 것을 만들어 두지 않았던가!
“하지만 설득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응?”
하지만 모든 것이 르윈의 예상대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사술?”
“내 안에는 이런 일의 전문가가 있거든.”
붉게 빛나는 눈과 바닥에 그려지는 마법진.
이번 생은 물론 전생에서도 쉽게 보지 못할 사술의 흔적을 황족이 대놓고 드러낼 줄은 르윈조차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