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299)
299화 48. 누구세요? (6)
모든 국가가 그러하듯, 바벨리안 제국도 태생부터 제국이 아니었다.
오히려 현존하는 국가의 수많은 건국 역사 중에서도 가장 나약한 국가로 시작한 곳이었다.
그렇기에 대륙의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감히 제국이라는 칭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된 바벨리안이라는 나라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주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물론 승자의 역사는 늘 좋게 포장되는 법이고, 패자의 역사는 늘 안 좋게 포장이 되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바벨리안은 모든 학자들에게 고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 그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통된 의견이 몇 있었으니.
‘바벨리안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바벨리안은 실패를 잊지 않는다.’
‘바벨리안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바벨리안을 상대할 때는 계속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바벨리안과 싸울 때는…….’
수많은 평가가 존재하지만, 모두 하나의 뜻으로 귀결된다.
바벨리안은 과거를 잊지 않는다.
아무리 오래된 과거의 일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 겪은 일이라면 그때의 경험을 잊지 않고 대처한다.
정말 오래된 일이라고 하더라도, 마치 그때를 살았던 사람처럼 능숙하게 대처한 바벨리안은 수많은 위기를 이겨 내고 제국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진짜로 경험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
아무도 모르는, 오직 바벨리안의 황족만이 아는 진실.
레일라는 황족의 일원으로서 그 진실을 알고 있었다.
바벨리안이 하나의 국가임을 주장하기도 애매했던 시절.
그 당시 대륙은 마족과의 전쟁으로 인하여 크게 흔들렸다.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다는 말처럼 바벨리안의 왕족은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영웅을 배출… 하지 못했다.
하나 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류 최고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용사의 가르침을 받은 이들은 몇 존재했다.
“지금 마족은 강하다.”
당시에도, 그리고 후대에도 최강의 용사라고 불리는 데르덴은 말하였다.
지금 인류의 힘으로 마족을 이기기는 어렵다고.
“그렇기에 인류의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온 인류가 힘을 합쳐서 적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미 그러고 있는데도 인류는 마족에게 밀리고 있었다.
“각 국가에서 숨기고 있는 유물들을 다 걷는다. 옛 유산이 숨겨졌다고 알려진 지역으로 모든 학자들을 파견하여 발굴한다!”
현세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유산까지 모두 찾아내어 사용한다.
박물관에 전시가 되어 있을 만한 유물들도 그 능력만 확실하다면 다 꺼내 올 정도였다.
물론 그에 반발하는 국가도 많았으나, 용사는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그들의 반발을 해소했다.
“군사적으로 그쪽으로는 방어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해당 왕국으로의 병력을 빼고, 더 나아가서 마족들에게 길을 열어 주는 모습까지 보여 줬다.
어차피 여기서 못 막으면 인류는 다 끝이다.
인류의 역사가 사라질 바에는 역사적 유물도 다 끌어다가 막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싫어? 싫으면 마족 거기로 가도 안 도와준다.
나 없이 마족을 막을 수 있다면 막아 보든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데르덴에게 수많은 지도자들이 반발했으나, 왕국 하나가 마족들에게 멸망하는 모습을 본 이후에는 데르덴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러다 진짜 다 죽게 생겼는데,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최전선에서 온몸을 비틀며 마족을 막고 있는 동안 후방에서는 수많은 옛 유산들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용사가 모르는 것이 약인 진실을 발견하고.
그로 인하여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되었으나.
용사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많은 것들이 발견되었고.
몇 가지는 인류를 위해서가 아닌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이 된 것들도 존재했다.
바벨리안의 왕족이 발견한 옛 유산도 그중 하나였다.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이들이 만든 옛 금술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을 처음 발견한 바벨리안의 왕족은 고민했다.
확인 결과 흑마법사가 만들어 낸 금술은 아니었으나, 얼마든지 흑마법사와 엮을 수 있는 내용의 금술이기도 했다.
‘불사’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당연히 흑마법사였으니까.
이런 시기에 이런 것을 숨기다 들킨다면, 마족과 내통하는 이들이라고 의심을 받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어차피 이대로 가면 바벨리안은 몇 세대 이후에 망하게 되어 있어.”
그러나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바벨리안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이야 마족과의 전쟁으로 인하여 인류 간의 전쟁이 금지되어 있기에 살아남았을 뿐.
마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순간 바벨리안은 인근 왕국에 의해 멸망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바벨리안의 왕족들은 각오를 다졌고.
결국 금술을 실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록 온전한 불사를 이루는 금술은 아니었다.
안전하지 않고, 금술 자체가 완벽하게 설계가 되어 있지도 않았으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뿐인가?
제한도 많고, 필요한 조건도 많은 기술이었다.
하나 당시의 바벨리안에게는 그것 말고는 돌파구가 없었다.
그렇게 바벨리안의 왕족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금술을 실행하고, 성공했으며.
그 결과로 불멸의 금술을 후대에게 전하였다.
“영혼의 사슬.”
레일라의 영혼에, 아니 더 정확하게는 바벨리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의 영혼에 각인된 금술이었다.
바벨리안의 핏줄이라면 누구나가 개안을 할 수 있는 것으로.
각인된 옛 선조들의 영혼이 황족의 정신에 함께 살아간다.
그들은 후손에게 좋은 스승이자 친구요, 가장 뛰어난 책사이자 무장이었으며, 과거이자 미래였다.
바벨리안의 황위 경쟁 싸움은 자신의 몸에 깃든 선조들의 숫자에 따라 갈린다.
그러한 말이 있을 정도로 선조의 힘은 중요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늘 함께했고.
기억이 있던 시기부터 자신을 가르쳤으며.
이미 하나의 인생을 끝마친 그들의 경험은 여벌의 목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레일라는 자신이 있었다.
황족에게만 전해지는 역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황족에게 깃드는 선조의 영혼은 셋.
레일라는 그에 3배에 가까운 영혼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의미로는 인생 10회 차라고 할 수 있는 것.
덕분에 레일라는 자신의 재능을 한계까지 끌어낼 수 있었고.
단 한 명의 영혼도 각성하지 못한 루테스는 형제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황위 경쟁에 참여할 수 없던 이유이기도 했다.
“슬슬 끝났으려나?”
그렇기에 레일라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자신의 영혼에 깃든 옛 선조들의 영혼에 대한 믿음이.
그중에서도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것을 후대에 계속 이어지게 만들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던 바벨리안을 제국으로 만든 세이아에 대한 믿음이!
또각. 또각.
그녀는 자신의 가벼운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이곳은 드림 월드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공간.
꿈이 아닌, 레일라 디 바벨리안의 정신 세계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 공간을 이동할 수도 있으나, 이곳에 사는 것은 자신 혼자만이 아니었다.
위대한 선조들이 함께 기거하는 공간.
특히나 저 너머는 위대하신 선조께서 그 녀석을 ‘설득’하는 중이기도 했다.
“들어가겠습니다.”
가볍게 문을 두들긴 레일라는 문을 열고 감추어진 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응?”
레일라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환각인가?’
그녀는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믿지 못했다.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안에 있는 모든 선조가, 더 나아가서 자신과 경쟁하는 형제들은 물론 그들의 영혼에 깃든 수많은 선조에게도 존경을 받는 위대한 선조께서 흔히 대가리 박기라고 말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처음 금술에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르윈은 어이가 없었다.
‘나한테 금술을 쓴다고?’
자고로 금술이 무엇인가?
마법과는 전혀 다른 체계로 진행되는, 마력이 아닌 무언가의 대가를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술법이었다.
마법보다는 신과 비슷한.
그러면서도 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기술.
누군가는 이 기술을 잊힌 신들의 잔재라고 부르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외도를 걷는 자들이 만들어 낸 세상의 규칙을 초월하는 무언가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또 어떤 이들은 드래곤들의 언어인 용언이 금술을 이루는 근간이라는 말까지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가설들이 다 틀렸다는 것을 르윈은 알고 있었다.
금술은 그저 금술일 뿐이다.
마법이 마법인 것처럼 금술은 금술이다.
그리고.
‘업을 쌓은 나에게는 최악이지.’
마력을 소모하는 만큼 사용할 수 있는 마법과 달리 금술은 업을 쌓을수록 강해진다.
그 밖에도 수많은 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업을 쌓는 것만큼 금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르윈에게 금술을 사용하는 것은 최악의 방법이었다.
인생 10회 차를 살아오며 쌓인 영혼의 업을 감당하는 것은, 한 번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무겁기 때문이었다.
‘이런 건 인생 2회 차 시절에나 당하는 거지.’
흑마법사의 금술에 당한 적은 있지만, 그건 인생 2회 차의 애송이인 시절이었다.
지금의 자신에게 금술이 통할 리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는 르윈이었으나, 막상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자 어이가 없었다.
“이건 또 뭐야?”
기분 나쁜 얼굴이 가득하다.
수많은 레일라가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아닌가?’
하나 곧 그들이 미묘하게 다른 특징을 가졌다는 것을 르윈은 눈치챌 수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대충 9쌍둥이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저곳에 레일라가 없으니 10쌍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건 또 뭐야.”
르윈의 말에 레일라처럼 생긴 이들이 웅성거렸다.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구나.”
“애들은 늘 버릇이 없었다.”
“버릇이 없을 만하지. 드라이르프라고 하지 않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제 시대의 드라이르프는…….”
얼핏 보면 환상인 것 같으나, 르윈은 이질적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다.’
이들은 다 살아 있는 것들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 공간에 살아가는 이들일 것이다.
심지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다른 세대를 살았던 이들 같으니.
‘이 새끼들이?’
르윈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흑마법사가 사용하던 금술이었기에 입 안에 욕설이 맴돌 수밖에 없었다.
“조용.”
르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웅성거리던 이들을 이들의 대표 격인 세이아가 조용히 시켰다.
그러고는 웃으며 르윈에게 말하였다.
“안녕한가, 드라이르프의 후예여. 난 세이아 디 바벨리안이라고 한다.”
아주 먼 시대를 산 인물이나, 르윈이 당연히 자신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쳐 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자신감에 걸맞게 르윈은 세이아를 알고 있었다.
“세이아. 세이아. 세이아……?”
“그래. 내가 제국의 역사 시간에 매번 나오는…….”
“아.”
“…응?”
그렇게 세이아의 이름을 몇 번을 되새기던 르윈은 그 이름이 아른거리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어디서 유출이 되었나 했더니.”
처음 레일라 디 바벨리안을 보았을 때, 자신이 만든 숨쉬기 운동이 유출된 것을 보며 당황했는데.
그 범인이 이렇게 눈앞에 있었다.
그뿐인가?
이곳은 현실이 아니고, 눈앞에 저 녀석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뜬 녀석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내가 외부 유출 금지하지 않았었냐?”
“그게 무슨 헛…….”
다시 말하지만, 금술은 업을 쌓으면 쌓을수록 강해지고.
그런 의미에서 지상에 존재하는 이들 중 르윈과 비슷한 영역에 도달한 자들은 거의 없었고.
또 살아남기 위해 금술을 연구한 적이 있었던 르윈이었기에, 이 공간에 대한 파악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마법적 공간의 개념을 정립했다고 하는 마녀와 드림 월드를 연구하던 사람이 르윈이었기에!
“…어라? 어라라?”
세이아의 고개가 연신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눈앞의 애송이의 모습이 갑자기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두려워했던 인물의 모습으로 변하였기 때문이다.
“데르덴 님?”
자신에게는 유일한 스승이었으나, 그에게는 수많은 제자 중 하나뿐인 세이아였으나.
그에게 많은 벌을 받았던 기억은 아직도 그녀에게는 악몽으로 남아 있을 정도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옛 연인의 바람을 안 직후의 데르덴은 날카로웠으니까.
재수 없게 그 시기에 데르덴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니까!
“오랜만이다?”
그리고 그 시절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데르덴의 모습을 한 르윈은 방긋 웃으며 말하였다.
“일단 대가리 박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