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
3화 1. 인생 10회 차는 세상을 구할 생각이 없다 (3)
르윈 디 드라이르프.
인생 10회 차이자 인생 1년 차.
“자자, 이거. 이게 뭐라고?”
“바바.”
“맞아, 바보야.”
“미친 새끼야, 내 동생한테 뭘 가르치는 거야!”
“맞는 말이잖아. 그리고 내 동생이기도 하거든?”
르윈은 자신의 옹알이에 싸움을 시작한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직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앳된 모습.
서로 비슷한 생김새가 두 사람이 같은 핏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싶었다.
라테일 디 드라이르프.
라그일 디 드라이르프.
드라이르프 공작가의 장남과 차남의 모습에 르윈은 생각했다.
‘요즘 애들은 안 바쁜가?’
나 때는 5살만 되어도 후계자 수업한다고 끌려다녔는데.
전생에 후작가의 후계자로서 받았던 교육들을 떠올리며, 르윈은 자신의 형들을 바라보았다.
“바바.”
“봐봐. 바보 맞대잖아.”
“너한테 한 소리겠지.”
자신의 한마디에 투덕거리는 모습이 귀엽다.
자신보다 7~8세 많은 형이었지만, 인생 10회 차에 나이란 것은 별 의미가 없었다.
“그래. 바보 오빠들은 내버려 두고 누나랑 놀자.”
앙증맞은 손이 자신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그에 르윈은 고개를 돌려 그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르나!”
르나인 디 드라이르프.
르윈보다 6살 연상의 누나로, 드라이르프 공작 가문의 장녀를 맡은 이였다.
“맞아, 누나야.”
끙끙거리며 르윈을 들어 올리려 했지만, 고작해야 7살의 힘은 너무나도 미약했다.
“으으.”
끙끙거리며 르윈을 들어 올리려던 르나인의 행동은 곧 싸우고 있던 형제에게 발각되었다.
“르나인!”
“위험하잖아.”
“읏.”
오빠들의 한 소리에 입술을 삐죽인 그녀가 르윈을 들어 올리려던 행동을 멈추었다.
“이번에는 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르나인의 모습에 르윈은 말했다.
“아우!”
‘억울하면 강해져라.’
일곱 살이나 되어서, 한 살짜리 아기를 드는 것도 어려워하다니.
아홉 번이나 세상의 위기를 경험한 르윈으로서는 자신의 누나가 이 험난한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르윈이가 웃었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르나인은 르윈의 웃음에 그저 까르륵거릴 뿐이었다.
“얘들아.”
남매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
그에 아이들은 자신을 부른 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머니.”
“네.”
“엄마!”
드라이르프 공작가의 안주인이자, 르윈의 어머니.
그리고 세 남매의 어머니이기도 한 에르젠 디 드라이르프였다.
“또 르윈이를 보러 온 거니.”
이제 막 40대에 이른 나이지만, 외견만 본다면 2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모습을 지닌 에르젠이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녀가 공작가의 안주인으로서 관리를 받는 것도 있겠지만.
“동생을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수업에서 도망치면 안 돼.”
“윽!”
“악!”
잔잔하게 불어온 바람에 두 형제는 울상을 지었다.
바람의 손.
간단한 마법 같아 보이지만, 중급 마법 중에서도 어렵다고 알려진 마법.
그것을 매개체가 되는 지팡이도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정도로 에르젠은 뛰어난 마법사이기도 했다.
“알겠니?”
방긋 웃으며 말하는 에르젠의 모습에 라테일과 라그일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빨리 가렴. 선생님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네…….””
쓸쓸히 퇴장하는 두 형제를 바라보며, 르나인은 기회가 온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방해꾼은 없어졌어!’
바로 귀여운 동생인 르윈을 독점할 기회!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두 형제에게 귀여움을 받던 르나인이었지만, 과거의 일일 뿐이었다.
그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던 오빠들은 이제 귀여운 동생과의 시간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
그렇기에 이렇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 동생에게로 향하려고 하였지만.
“아쉽게도.”
르나인의 몸이 살며시 허공에 떠올려졌다.
“우리 딸도 수업 시간이 얼마 안 남았잖니?”
“힝.”
가문의 후계자이자 이제 곧 아카데미에 입학할 나이가 가까워지는 형제만큼은 아니지만, 르나인 역시 공작 가문의 장녀로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학습량이 필요했다.
“르윈아.”
세상 서럽다는 표정으로 르윈에게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르나인의 모습에 에르젠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애들은 왜 동생이 생길 때마다 저러는지 모르겠네.”
집안 특성인가.
그렇게 중얼거린 에르젠이 르윈을 품에 안으며 말했다.
“우리 르윈이는 동생이 생겨도 저러면 안 된다?”
“아우!”
르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인생 10회 차로서, 동생 좀 생긴다고 저렇게 수업을 빼먹으며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안 할 거긴 하지만.’
이번 생은 열심히 인생을 즐길 생각이기에 공부는 예정에 없는 일이었다.
거기에 아홉 번이나 인생을 살아 봤기에 어린 나이에 배울 상식 같은 것들은 이미 다 기억한 상태.
그러니 미련 없이 놀 생각인 르윈이었다.
“우리 애가 대답은 잘하네.”
까르륵거리며 자신을 웃게 만들려는 에르젠의 노력에 르윈은 마주 웃어 주었다.
효도가 별건가.
이런 것도 효도지.
‘나중에 사고 좀 칠 수 있으니까, 이렇게라도 효도를 해야지.’
르윈의 인생 계획은 일반적인 효자보다는 불 속성 효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았다.
‘갑자기 울지 않고, 계속 우는 것도 하지 않고, 특히 밤에 울어서 사람들 깨우지 않고.’
그렇다고 또 너무 울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는지 걱정을 한다.
절묘한 줄타기.
인생 1회 차를 제외하고 갓난아기였던 시절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르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우!”
“그래그래.”
그렇게 소소한 효도에 만족하는 부모님을 보며, 르윈은 양심의 가책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다.
***
르윈 디 드라이르프.
인생 10회 차이자 인생 6년 차.
침대에 누워 다른 사람들의 품으로 이동하는 것이 전부였던 르윈도 이제 스스로 걸어 다니고 말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조금의 자유가 생긴 시기.
르윈은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도련님.”
“응.”
작년부터 르윈의 전속 집사가 된 알렉스의 말에도 르윈의 집중은 깨지지 않았다.
“지금 무엇을 하시는 것입니까?”
“보면 몰라? 숨 쉬잖아.”
숨쉬기 운동.
인생 3회 차 이상을 쏟아부어 만든, 용사의 비기.
그 비기의 효율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오늘도 저택의 정원 한가운데서 르윈은 숨을 쉬고 있었다.
“도련님…….”
하지만 용사의 비기인 숨쉬기 운동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전생에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마족과 마왕 놈들을 대비하여 몇몇 이들에게 속성으로 가르쳤지만, 수백 년 전의 이야기.
아쉽게도 그 세월을 버틸 정도로 인간의 수명은 길지 않았다.
“숨은 방에서도 쉴 수 있는데, 이제 그만 들어가시지요.”
“여기가 공기가 좋아.”
알렉스의 말을 거부한 르윈은 보란 듯이 심호흡하였다.
“후우우우. 하아아아.”
7초 정도 숨을 들이마시고.
8초 정도 숨을 참은 뒤.
9초 정도 숨을 내뱉는다.
그러면서 그 안에 담긴 미세한 마력들을 몸 곳곳에 보낸다.
단순하게 심장이나 단전이라 불리는 곳에 마력을 모아 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살, 근육, 뼈, 혈관, 피.
몸을 이루는 구성 하나하나에 마력을 주입한다는 생각으로 마력을 모으고 순환시키며, 끝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성장기에 이것을 해 둘수록, 미래의 한계치가 비약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도련님.”
“응.”
“그만 놀고 수업을 들으러 가셔야 합니다.”
다른 사람 눈에는 그냥 정원에 놀러 나와서 숨만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었다.
“노는 거 아닌데.”
“도련님 기준에서는 그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세상의 기준으로는 그걸 논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알렉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르윈의 형제인 라테일과 라그일 또한 어린 시절 수업을 도망친 적이 있다는 것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련님은 수업 자체를 들을 생각이 없으시지.’
어쩌다 한 번 도망치는 것과 매번 도망치는 것.
그것의 차이는 설명하지 않아도 명확했다.
“하지만.”
르윈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알렉스를 올려다보았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투정을 부리는 표정.
귀엽기만 한 모습이지만, 1년간 르윈을 모신 알렉스로서는 머리가 아파 오기 시작할 뿐이었다.
“배울 거, 없는걸.”
“…….”
어처구니가 없는 말이었다.
배울 게 없다니.
고작 6살짜리가 입 밖으로 내뱉을 말은 아니었다.
“…….”
하지만 그 말에 알렉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르윈이 저런 말을 내뱉었을 때는 정말로 배울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르윈 도련님은 천재시다.’
천재가 아니라면 인생 2회 차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르윈의 습득 능력은 매우 빨랐다.
자신의 주인이기에 높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었다.
르윈을 가르치기 위해 찾아온 교사들 역시 같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상태.
드라이르프가의 삼남이 신동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그게 문제였다.
알고 있으니 배우지 않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그렇게 주장하는 르윈을 쉽게 막을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도련님, 옛날에 어떤 현자가 말했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그렇기에 알렉스는 르윈을 설득하기 위해 오늘 찾아낸 한 현자의 말을 인용하려 했다.
“응, 맞지.”
하지만 그런 알렉스의 생각을 읽은 르윈은 선수를 쳤다.
“구걸하고 있는 거지에게도 배울 점이 있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에 마력이 있듯, 배움 또한 세상 모든 것에 있다는 의미잖아.”
“알고 계신 이야기였습니까?”
“당연하지.”
고개를 끄덕인 르윈은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알렉스에게 말했다.
“그러니 방 안에서 공부하는 것만 배움이 아니야.”
“…….”
“이렇게 대자연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역시 배움이 될 수 있다는 거지.”
후우. 후우.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호흡을 이어 나가는 르윈의 모습에 알렉스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역시 내가 모시는 도련님은 천재가 분명하다고.
‘고작 여섯 살에 저런 변명을 내뱉으시는데.’
머리가 굵어지면 얼마나 사람의 복장을 뒤집어 놓을까.
위장약을 달고 살아야 할지 모르는 미래의 자신을 위해 알렉스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아, 쫌!”
“들어가셔야 합니다, 도련님. 오늘은 특별히 황실 아카데미에서 초빙한 교수가 오는 날이란 말입니다!”
르윈의 발버둥에도 알렉스는 그대로 르윈을 안아 들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명문가의 후계를 보살피는 처지로서 할 행동은 아니지만, 작지만 영악한 도련님을 상대하다가는 정해진 수업 시간에 그를 데려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와, 집사가 사람 잡네!”
“도련님은 좀 잡혀도 괜찮습니다. 아니, 제발 좀 잡혀 주세요!”
빠져나가는 순간 전력으로 도망친다는 사실을 알기에 알렉스는 버둥거리는 르윈을 붙잡고 최선을 다해 달려 나갔다.
그렇게 알렉스의 눈물겨운 노력에 르윈은 수업을 듣게 되었지만.
“끝났다!”
“벌써?”
수업 시작하고 30분.
진도를 다 끝내 버린 르윈의 모습에 알렉스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