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00)
300화 48. 누구세요? (7)
반란군과 혁명군은 종이 한 장 차이인 법이다.
실패하면 반란이고, 성공하면 혁명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마대륙의 무링교는 혁명군이었다.
“무링교 사천왕이다!”
“저 더러운 배신자들을 죽여라!”
뿌리까지 파괴의 여신을 믿는 부족장들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으나, 역부족이었다.
기존의 사천왕이라고 해도 부족장들 수준으로 막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나, 무링교를 믿고 더욱더 강해진 사천왕은 이전의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상태였다.
“어, 어떻게 배교도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부족장을 보며 마지막으로 합류한 뉴 대지의 버둠은 안타깝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정한 신을 만났을 뿐이다.”
한때 파괴의 여신을 섬겼던 버둠이었으나, 지금은 완벽하게 무링신을 믿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패자는 강자를 따르는 것이 마족의 율법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강한 힘을 원하는 것은 마족의 본능이었다.
그것이 마족이었고, 그것이 파괴의 여신이 원하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파괴의 여신은 오랜 시간 동안 마족의 최고신으로 군림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파괴의 여신은 무링신에게 자리를 내어 주게 된 것이다.
“파괴의 여신의 잘못은 무링신보다 약하다는 것뿐이다.”
마족의 왕, 마왕조차 패배하면 바뀌는 곳이 마족이었고.
그렇기에 마족의 최고신인 파괴의 여신도 무링신에 패배하면 내려갈 뿐이었다.
“항복하라! 무링신께서는 자비로우시다!”
“너희가 회개하면 무링신께서는 용서를 해 주실 것이다.”
“파괴의 여신은 패배했다. 그저 그것뿐이다.”
“이것으로 우리는 평화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전방에서 파괴의 여신을 따르는 마족들을 학살하며 뉴 사천왕들은 전도를 시작했다.
화염의 폭풍이 전장을 휩쓸고, 하늘에서는 우뢰와 빙석들이 떨어지며, 땅이 갈라지는 모습은 종말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는 광경이었다.
인류라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평화의 신이라는 작자가 종말의 형태를 가져오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나 마족의 개념은 인류의 개념과는 많이 달랐다.
“항복하겠다.”
“패자는 승자의 뜻을 따르는 법.”
“우리는 시대에 뒤처진 것인가?”
패배한 이들 중 살아남은 이들이 항복을 하기 시작했다.
인류의 기준에서는 패배하고 목숨을 구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모습이었으나, 마족에게 있어서는 죽지도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기에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강자에게 지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분하고 억울하면, 살아남아 더 강해져서 다시 도전하는 것이 마족의 미덕이니까!
“회개하라!”
“파괴의 여신은 패배했다!”
“패자를 따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나, 나는 존중한다. 끝까지 패자를 따르며 죽으려는 자는 나에게 도전하라!”
항복하는 자들,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죽음으로 신앙을 증명하려는 자들.
그리고 한번 싸워 보지도 않았는데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달려드는 자들을 하나하나 상대하며, 무링교의 세력은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파괴의 여신의 마지막 사원이 무너지고.
마지막 남은 여신상이 파괴되는 그 순간, 마대륙은 완벽하게 무링교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고.
마대륙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고야 말았다.
***
-저주할 거다. 내 모든 것을 걸고 널 저…….
“이게 되네?”
마지막 여신상이 파괴되는 것과 동시에 데르마치의 귓가에 울려 퍼지던 파괴의 여신의 목소리가 끊겼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나, 데르마치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 지상으로 떨어지려나?”
믿음을 잃은 신격은 천상에 거주할 자격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진다.
물론 그럼에도 신성을 가졌던 영혼이 어디 가지는 않기에 지상에서도 절대적인 힘을 가질 수 있으나, 신이었던 시절과 달리 여러 제한이 붙는다.
그중 하나는 죽을 수 있다는 것.
물론 한때 신이었던 존재를 죽일 수 있는 존재는 같은 이름 없는 신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으나.
“그 잘난 면상 한 번은 꼭 보고 싶은데.”
그 예외에 포함되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데르마치였다.
그렇기에 데르마치는 파괴의 여신이 지상으로 떨어지면 한 번쯤 꼭 외쳐 보고 싶었다.
‘네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라고.
“지만 뒤지려나?”
지상으로 떨어지면 여러 제한이 생기지만, 반대로 신으로서는 할 수 없는 여러 제한이 해제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지상의 존재를 직접 해하면 안 된다는 법칙.
지상에 있는 상태에서도 그 법칙은 어느 정도 적용이 되지만, 상대가 먼저 공격을 한다면 보복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괜히 옛 문헌에 드래곤의 분노를 사 멸망한 왕국 같은 것이 남아 있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런 의미로 데르마치 본인이 먼저 지상으로 떨어진 파괴의 여신을 공격한다면, 파괴의 여신도 복수를 할 권한을 얻게 되겠으나.
“뒤지면 그만이지.”
어차피 여러 번 살다 간 인생.
시원하게 저지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르마치였다.
“…조금만 즐기다 가면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막상 각오를 다지고 나니, 지난 생부터 살기 위해 발악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번 생에도 헬리아스에게 마왕을 시키고 자신은 한 발짝 물러난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
데르마치는 생각했다.
굳이 내가 파괴의 여신과 싸워야 할까.
용사 녀석의 계획에 따르면 인류의 최고신인 라헬 또한 지상으로 떨어트릴 예정이지 않은가.
내가 직접 파괴의 여신과 싸우는 것보다는 파괴의 여신과 라헬이 싸우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파괴의 여신과의 싸움은 그걸 구경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아직 지상으로 떨어지려면 시간 좀 필요하고 말이지.”
파괴의 여신에 대한 흔적을 모두 지웠으나, 아직 마족들의 가슴 한편에는 파괴의 여신에 대한 믿음이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존재하는 한 오랜 시간 마족을 지배했던 파괴의 여신이 잊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마족들에게 진정한 신의 말씀을 가르쳐야 한다.
모두가 진정으로 무링신을 믿을 때,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법이니까.
“무링.”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마왕군 총군사이자 무링교 마대륙 최고 사제인 데르마치는 오늘도 무링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
“레피스 님이시다!”
“괜찮으십니까?”
레피스의 석방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 없는 죄도 만든다는 소문이 있는 재무부와 감찰부는 드물게 잘못된 정보로 무링교에게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사과를 하는 성명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그렇기에 무링교의 혼란은 빠르게 수습이 되었다.
아니,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단단해지기까지 했다.
“평화를 시기하는 자들의 음모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석방 날, 모진 고초를 겪은 듯한 모습으로 레피스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신도들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 또한 진정한 평화를 위한 일. 저는 괜찮습니다.”
굳은 각오를 가진 레피스였으나, 그 말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교주님!”
“괜찮으십니까?”
다행히도 근처에 있던 신도들이 레피스의 몸을 잡아 주었으나, 잘못했으면 크게 다칠 뻔했다.
그에 신도들은 레피스를 조심스럽게 부축하였고, 레피스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힘에 겨운 모습으로 그들의 부축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 또한 모두 평화를 위한 길. 무링신께서 제게 주신 시련이라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아…….”
“…무링.”
그 모습에 신도들은 감격한 모습을 보였고.
르윈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배우 해도 되겠는데?”
저게 다 연기다.
투옥이 되었다고 하나, 레피스는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레피스로서는 감옥에 있었다기보다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편안한 생활을 하다 나왔다.
그저 르윈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를 듣고 이 기회를 이용하려고 저런 연극을 할 뿐이었다.
‘상대를 말하지 않길 잘했네.’
우리의 성장세에 위협을 느낀 다른 종교에서 견제가 들어온 것 같다.
일단 황족인 레일라와 잘 협상하여 일을 무마시켰다.
그 정도만 말했는데, 레피스는 저런 연기를 보여 주었다.
좋은 일이다.
누가 뽑았는지 몰라도 참으로 훌륭한 교주였다.
“이게 교주냐? 사기꾼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르윈을 보며 무링신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좋은 걸 보여 준다고 위험하게 데려왔으면서.
좋다고 보여 주는 것이 저런 사기극이라니!
내 종교, 이래도 괜찮은가!
“내실도 잘 다지는 모습이잖아.”
“신앙이 없다고 하더라도, 저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읽힌다! 내 뒤에 창조의 교단이랑 황족이 있으니 누가 싸우든 이길 수 있다는 표정이지 않느냐!”
음모를 저지른 곳이 창조의 교단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레피스가 저런 도발적인 언행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교주 자리를 반납하고 도망쳤을 수도 있었다.
하나 여태까지 성심성의껏 무링교를 도운 창조의 교단이.
인류의 모든 신앙을 상징하는 창조의 교단이 자신들을 시기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레피스는 당연히 창조의 교단을 아군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
르윈의 말에 무링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무링신 또한 이것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제국은 이제 우리 편인가?”
“제국 전체는 아니지.”
레일라 디 바벨리안의 전의는 이미 꺾였다.
자신의 정신 공간에 대한 주도권을 완벽하게 빼앗기고.
더불어 가장 믿고 있었던 선조들을 무릎 꿇린 것으로 모자라 르윈의 정체를 알게 되었던 탓이었다.
“하긴 역대 용사가 다 한 새끼였고, 그 새끼가 뒤지고 싶냐고 하면 나 같아도 전의를 잃겠다.”
“뒤지고 싶냐고는 안 했는데.”
“대충 그런 느낌이었겠지.”
이야기만 들었음에도 무링신의 머릿속에는 한 편의 느와르가 완성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제아무리 황족이라고 하더라도, 금술을 통해 수많은 인생을 받아들인 상태라고 하더라도.
결국 레일라 디 바벨리안은 르윈과 달리 인생 1회 차다.
10회 차에 가까운 경험을 살고 있을 뿐이지, 10회 차의 인생을 살아오며 단련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리가. 징그럽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까 의외로 귀엽던데?”
맞선을 시작으로 인연이 생겼던 그때부터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으나, 그것이 금술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귀여울 뿐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모습의 근원이, 다른 누구도 아닌 세이아를 믿고 한 행동이라니.
“다른 황족 중에서도 그 시대에 있던 녀석들이 있으면 편할 텐데.”
바벨리안이 제국이 되는 기반을 만든 이들 대부분은 데르덴의 가르침을 받은 이들이었다.
마족과의 대전쟁에서 살아남고, 데르덴이 전수한 모든 것들을 금술을 통해 후대로 전했기에 바벨리안의 황족들은 사실상 데르덴의 가르침을 내려 받은 제자나 마찬가지였다.
“다른 황족도 갈구려고?”
“갈구다니. 불법 유출한 벌금을 물을 뿐이야.”
누군가에게 자신의 지식을 알리지 못하도록 제한을 건 데르덴이었으나, 바벨리안은 금술을 통해 그 제한을 풀어 버렸다.
그 사실을 몰랐으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벌금 정도는 물어도 괜찮지 않을까.
“싫다고 하면?”
“그 시절의 나를 아는 새끼들이, 싫다고 하면 뭘 할 수 있는데.”
용사 데르덴.
대마왕이라고 불린 아펠리오스를 쓰러트리고, 인류의 신화로 남은 전설적인 용사로 사람들은 기억하지만.
원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왜곡이 되거나 미화되기 마련이었다.
그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그를 용사로 칭송했으나, 뒤에서는 이렇게 불렀으니까.
“아아, 오랜만에 폭군 데르덴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인류의 승리를 위해서는 옛 왕의 무덤이나 성인의 무덤조차 파헤치고.
필요하다면 왕국 한복판에서 칼 들고 국왕을 협박했으며.
여차하면 마족에게 길을 열어 주어 왕국을 멸망의 갈림길에 처하게 했던 그 모습을.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위정자는 보았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