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02)
302화 48. 누구세요? (8)
아카데미 광장.
의자에 앉아 빵을 한 입 물며 데이지는 생각했다.
‘무섭다.’
바람은 상쾌하고, 햇볕은 따스하다.
종종 자신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이 따갑기는 했으나, 이제는 익숙한 일이었다.
창조의 교단의 용사이자, 한때 가장 유명한 용사였고.
지금은 그 명성이 조금 내려갔다고 하나, 그 명성을 빼앗아 간 이들이 자신의 동생들이었기에 데이지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언급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그런 시선을 받는다고 데이지가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데이지가 두려워하는 것은.
“이렇게 평화롭다니.”
다름 아닌 평화로운 아카데미의 분위기였다.
평화.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원하는 것이었다.
사람이란 늘 정적인 것에서 안정감을 얻는 법이었으니까.
하나 르윈으로 인하여 평화로운 생활보다는 혼란스러운 생활을 보낸 데이지로서는 평화가 불안했다.
어쩔 수밖에 없었다.
모든 원인인 르윈이 밀고 있는 종교의 신부터가 평화의 신을 주장하고 있지 않은가!
‘평화란, 과연 평화가 맞을까.’
단어의 근본적인 의미조차 의심이 들 정도로, 데이지에게 평화라는 단어가 불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기에 평화로운 아카데미에 오히려 불안감을 느낄 무렵이었다.
“빌 데인이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미친, 진짜 되었다고?”
“속임수 아니야?”
“검에서 마력이 날아가던데?”
“그건 중등부 다니는 애들도 다 하는 거잖아.”
“상대하던 교수님도 같이 날아가던데?”
“그건 졸업생도 힘들긴 하지!”
평화롭던 아카데미가 거짓말처럼 시끄러워졌다.
당연한 일이다.
아카데미에서 소드마스터라니.
이게 보통 일인가?
어느 아카데미에서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놀랄 일이었다.
하나 이번 일이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예고된 소드마스터였다는 사실이었다.
“빌의 실력이 어느 정도였지?”
“제법 실력자 소리를 듣기는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건국제에서도 제법 성적을 냈던 녀석이니까.”
빌 데인의 이름은 베르샤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제법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실력이 제법 괜찮았으나, 그보다는 그 근처에 있는 인물들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자주 함께 다니는 인물은 용사의 동료로서 이름을 날렸던 아렐리드 가문의 여식이요.
함께 검을 맞대는 이들은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시종이자 아카데미에서도 손에 꼽히는 검사인 예리엘과 하인스였다.
그렇기에 이전에도 빌의 이름은 아카데미의 학생들 사이에서 제법 언급이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 빌이 무링교의 용사가 되고.
그 무링교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되고.
거기에 예리엘과 하인스가 소드마스터가 된 이후, 무링교에서 다음 소드마스터로 빌을 선택했다.
소드마스터가 선택을 한다고 될 수 있다니.
그게 가능했다면 모든 검사들은 그 종교를 선택했을 것이다.
실제로 재능 있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던 검사들 중 여럿이 소드마스터라는 경지를 눈앞에 두고 벽에 가로막혔고.
오랫동안 그 벽을 넘지 못하여 사악한 마신에게 영혼을 팔고 타락하는 일들이 있지 않았던가?
역사적으로도 그런 이들이 수두룩한데, 창조의 교단이 인정한 공식 종교에서 그런 일이 이루어졌다.
심지어 비록 태생적으로는 좋지 못한 환경이었다고 하나, 우연한 계기로 검의 명가라고 불리는 드라이르프 가문에서 검을 배우고.
더 나아가 언젠가 소드마스터가 되리라는 평가를 받던 예리엘과 하인스와 달리 빌은 배경도 그리 좋지 못하고, 실력은 있으나 소드마스터가 되리라고 예상한 이들은 없는 인물이지 않았던가!
그런 인물조차 몇 달 만에 소드마스터로 만든 종교가 있다니.
검사가 아닌 사람들조차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들의 시선이 예리엘과 하인스의 언니이자 누나, 동시에 무링교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는 르윈의 종자인 데이지에게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
하나 그들의 시선이 닿은 곳에 데이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 광장 한복판에서 햇볕을 즐기던 데이지의 모습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사라지고 만 것이다.
“후.”
모두가 당황한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무렵, 숙련된 암살자처럼 인기척을 죽이며 모두의 시선에서 벗어난 데이지는 생각했다.
‘이럴 때는 도련님에게 배운 것이 쓸모가 있다니까.’
원치 않았던 일이었으나, 분명 도움은 된다.
생각해 보면 그 원인이 르윈이었기에 전혀 고맙게 느껴지지는 않으나, 덕분에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귀찮은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동안 귀찮아지겠네.’
가장 귀찮아지는 것은 빌 본인이겠으나, 한 명의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한정적이다.
더군다나 신의 힘으로 빚어진 소드마스터라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한동안 아카데미보다도 외부 행사에 끌려 다니게 될 운명일 터.
아마 빌보다 그와 친했던 사람들, 그리고 무링교와 연관이 있는 이들이 더욱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부실 관리 잘하라고 해야겠네.”
창조의 교단이기 이전 무링교의 임원으로서, 그리고 예리엘과 하인스의 최측근으로서 자신 또한 시달릴 게 분명할 터.
앞으로 한동안은 매우 시끄러운 아카데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아카데미가 조용할 때 생겼던 불안감이 지금은 깔끔하게 사라진 상태다.
아니, 오히려 더 마음이 평안할 정도였다.
“그래, 아카데미는 원래 이런 곳이었으니까.”
그렇게 자기 자신을 속이며 데이지는 혼란스러운 아카데미를 걸었다.
***
“파괴의 여신은 얼마나 억울할까. 자신의 악명을 모두 합쳐 실체화시킨 놈이 인류에 있었는데. 그것을 모두 마신이라는 이름하에 혼자 다 처먹고 있었으니.”
“그게 누군데?”
“네놈이다! 이 악마야!”
무링교의 세 번째 용사 탄생의 순간을 보며 자신을 악마라 부르다니.
안타깝다.
이게 누굴 위한 일인데!
“누굴 위한 일이긴, 다 널 위한 일이지 않으냐!”
그런 르윈의 모습을 보며 무링신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만 좋다고 하는 일은 아니잖아?”
그 말에 르윈은 억울했다.
기본적으로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으나, 무링교를 확장하기 위한 일이니 무링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고.
당사자인 빌 데인도 소드마스터가 되었으니 이러나저러나 인생을 피게 된 것이다.
말 그대로 일석삼조!
그야말로 이 일에 관련된 모두가 행복해진 결과라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과연 당사자가 그걸 원했을까?”
하나 무링신은 확신할 수 있었다.
당사자에게 과거로 돌아가 이 짓을 또 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고개를 저을 것이란 것을.
차라리 악마에게 영혼을 팔겠다고 대답할 것을!
그만큼 평범한 검사를 소드마스터로 만드는 일은 고행의 길 그 자체였으나.
“행복해졌으니 OK 아닐까?”
“그 고통을 받고도?”
“원래 소드마스터가 되는 길은 고통스러운 일이지. 벽에 막혀서 질질 짜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재능의 벽에 가로막혀서 끝내 소드마스터가 되지 못한 이들이 고통받았던 모습을 많이 보았던 르윈으로서는 그다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니, 오히려 당당할 정도였다!
“그래. 네 말이 맞는다고 치자. 그럼 이제 입교하는 검사들 다 그렇게 소드마스터로 만들어 줄 생각이냐?”
무링교의 신으로서 무링신은 온갖 인간들의 욕망이 느껴졌다.
기존에 있던 신도들 중 검사들의 믿음이 강렬해졌고, 또 자신을 믿지 않는 자들 중에서도 신앙이 생기기 시작했다.
평화의 신이라고 말하기보다는 검의 신으로 추앙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믿음!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까지 쌓아 온 여러 실적보다도, 소드마스터 셋 만들어 낸 실적이 더 많은 신앙을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그리고 그러한 믿음을 보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드마스터를 만들어야 했다.
“뭐, 더 만들 수는 있겠지만.”
소드마스터를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아예 자질이 없는 이들을 데려다가 소드마스터를 만든다면 모를까, 무링교로 개종한 이들 중 벽에 막혀 있는 상태인 이들만 데려다가 뚫어 주면 빌을 소드마스터로 만든 과정보다 훨씬 쉽게 소드마스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은 안 해야지.”
“왜?”
“쉽게 만들어 주면 오히려 신앙이 덜 쌓일 테니까.”
구원의 손길은 너무 쉽게 내밀면 오히려 더 없어 보이는 법이다.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는 이들에게 대충 일 년에 한 번쯤.
기적이라는 단어가 잊힐 만할 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르윈은 안다.
“라헬이 그렇게 자주 했거든.”
“와…….”
사람의 간절함을 신앙으로 이용하는 방식에 무링신은 혀를 찼다.
이건 라헬이 문제일까. 아니면 그 방법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려는 르윈이 문제일까.
‘둘 다 문제지.’
고민의 여지도 없이 그 신에 그 용사구나 생각하며 무링신은 혀를 찼으나, 문제는 그 용사가 이제는 개종해서 자신을 믿는다고 주장한다.
신앙은 쥐뿔도 없으면서, 자신의 근본을 무쓸모 잉여신으로 만든 상태로 말이다!
“그래서, 이 다음은 어쩌려고?”
마대륙을 정복했고, 제국의 미래를 굴복시켰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륙 모든 검사들의 신앙을 훔쳐 오는 일까지 벌였으니 이 다음은 무엇을 할 것이냐.
그렇게 묻는 무링신을 보며, 르윈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국 정복?”
“…….”
당장 제국 감찰부에 잡혔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발언을 보며 무링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
바벨리안 제국의 황제란 어떤 존재인가.
신의 대리자라고 불리는 창조의 교단의 교황조차 한 수 접어 주는 인류의 최고 권력자이자.
태양 아래 가장 고귀한 이라 불리며, 말 한마디로 대륙의 정세를 뒤집을 수 있는 살아 있는 신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하나 그 또한 피조물일 뿐이요.
결국 한 명의 인간이었다.
제국의 황제라고 하나, 영생을 살 수는 없는 법이었고.
그렇기에 태양이 저물듯, 후대에 자신의 자리를 넘겨야 하는 법이다.
그렇기에 핏줄을 남기는 것은 황제의 가장 큰 의무였고.
그중에서 가장 적합한 후계자를 선택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
그런 의미로 제국의 현 황제는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의 핏줄을 매우 많이 남겼으며, 그들 모두가 역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재능을 지녔으니까.
오히려 다른 시대라면 능히 황제가 될 만한 재능을 지닌 이들이 동시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
하나 안타깝게도 재능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열 명의 범재가 모여도, 눈에 띄는 이가 있듯.
열 명의 천재가 모여도, 그중에서 눈에 띄는 이가 존재하는 법이다.
루테온 디 바벨리안.
루테인 디 바벨리안.
레일라 디 바벨리안이 그러한 존재들이었다.
각자가 능히 황제가 될 재능을 지녔고.
그러한 재능에 걸맞은 위대한 선조들을 품고 있기에 누가 황제가 되든 제국의 황금기를 이끌 것이라 믿었다.
아니, 믿었었다.
“네놈들이 감히!”
차기 황위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회담이 있을 예정이다.
그러한 소식을 들었기에 황제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으나.
“아버지도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다 제국의 미래를 위한 일입니다.”
돌아온 것은 자식들의 배신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