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03)
303화 49. 인생 10회 차 (1)
현 대륙의 중심을 말한다면 모든 이들이 바벨리안 제국을 꼽을 것이고, 그 제국의 중심은 당연히 황성이 존재하는 수도 바벨리안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바벨리안 안에서도 중심은 당연히 황제가 기거하는 황성일 것이요, 그 황성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은 당연히 황제가 기거하는 곳일 터였다.
그야말로 현 대륙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
가장 고귀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이 침략을 받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데, 협력자들이 제국의 차기 황제에 가장 가까운 이들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태양 아래 가장 고귀한 존재라고도 불리는 바벨리안의 현 황제, 루라시온 디 바벨리안은 일그러지는 공간을 보며 생각했다.
‘다음 세대야말로 제국의 황금기라고 생각했건만.’
그의 안에 존재하는 네 명의 선조의 영혼 또한 인정한 일이었다.
루테스를 제외한 모든 자식이 황제가 될 재능을 지녔고.
그중 몇몇은 역대 최대치 수준의 선조들이 깃들었으며.
그 면면 또한 제국의 현 황제인 자신이 품은 영혼을 압도하는 수준이었다.
모두가 제국을 위해 헌신한 위대한 선조였으나, 그중에서도 격은 존재하는 법이었으니까.
루라시온 본인 또한 자신의 안에 존재하는 네 명의 선조 중, 자신이 황제가 되는 데 가장 도움을 준 이는 제국의 전대 황제 중 한 사람의 영혼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그렇기에 이 금술을 완성시킨 자들이자 제국의 기틀을 닦은 위대한 영혼을 비롯하여.
역대 황제들의 영혼이 다수 존재하는 다음 세대를 보며 제국의 황금기가 다음 세대라고 확신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그 미래를 지켜 내는 것.
너무 과도한 경쟁으로 그들이 공멸하는 일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가장 빛날 것이라는 세대가 제국을 향해 검을 날리다니!
“그런 거 아니다.”
“그렇다. 이 금술을 만든 것은 오직 제국을 위한 일이요, 이 금술에 있는 영혼들 또한 모두 제국의 미래를 위해 남은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요, 우리의 맹세였으니까.”
“당신들은…….”
“제국의 기틀을 세운 위대한 영웅들이시다, 루라시온. 예를 갖추거라.”
“선조님?”
갑작스럽게 등장한 세 인물에 당황할 새도 없이, 루라시온에게 가장 많은 영향력을 주었던 선조이자 제국의 전 황제 메테스 3세의 모습에 루라시온은 당황하면서도 예를 차렸다.
“위대한 영웅들이시여,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그런 루라시온을 대신해 메테스 3세는 세이아를 비롯한 세 영웅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무엇이냐.”
“이 금술은 오직 제국을 위한 일이요, 제국의 미래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맞습니다.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를 살아가던 존재들이 미래를 살아갈 이들에게 악영향을 주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압니다.”
아무리 과거에 위대한 업적을 세웠던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과거의 존재였다.
그렇기에 금술에 남겨진 영혼들은 하나의 규칙을 세웠다.
‘미래는 현생을 살아가는 자들의 권리이다.’
아무리 제국의 기틀을 만든 위대한 영웅들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제국의 황제를 지냈던 위대한 존재들이라고 하더라도!
조언하되, 강요할 수는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오직 현실을 살아가는 후손의 선택이니.
“이것은 명백히 선을 넘은 행동입니다.”
“선조님…….”
제국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위대한 세 영웅에게도 당당히 자신의 뜻을 말하는 메테스 3세의 모습에 루라시온은 감동했다.
역시 자신을 황제로 만든 일등 공신이요, 제국에 위대한 업적을 세운 선대 황제의 모습답다고 루라시온은 생각했으나.
“누가 그걸 모르냐?”
“X발, 제국이 망할 위기니까 이러는 거 아니야.”
“모르면 알아서 눈 깔아라.”
“네, 네?”
인상을 팍 찡그리고 불편하다는 기세를 숨기지 않는 세 영웅의 말에 당황하는 메테스 3세의 모습을 보며 루라시온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무슨 말이긴, 말한 내용 그대로지.”
“개기면 제국이 망한다니까?”
“야야, 그렇게 설명하면 애들이 이해를 하겠냐? 그냥 직접 보여 주는 게 빠르지.”
“그게 무슨…….”
저벅. 저벅.
그때 루라시온과 메테스 3세의 귓가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어렴풋이 이 공간이 금술을 통해 영혼이 이어진 공간임을 알고 있는 루라시온과 메테스는 그 발걸음에 담긴 이질적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바벨리안의 핏줄이 아닌, 본래라면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기운.
그리고 그 막대한 기운을 몰고 온 존재를 보며 움찔움찔하는 세 영웅의 모습에 루라시온과 메테스 3세는 무언가가 잘못됨을 느꼈으나.
“안녕?”
방긋 웃으며 세상을 찢어 버릴 듯한 기운을 내뿜는 존재를 보며, 메테스 3세는 자신도 모르게 달려들었다.
“흡!”
메테스 3세가 누구인가.
한때 바벨리안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할 수 있었던 북방의 기마민족을 정복한 정복 군주요.
전장에서도 늘 선봉에 섰던 무인이기도 했다.
황제가 전방에 선다니.
얼핏 들으면 미친 행동이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앞장선다는 것은 아군의 기세를 올리는 데 좋아 보일 수는 있으나, 동시에 가장 위험한 곳에 존재하기에 자칫 잘못하면 국가의 명운이 고꾸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신하의 반대에도 메테스 3세가 선봉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그가 강했기 때문이다.
소드마스터이자 당시 제국 최강의 무인이라고도 불렸던 자.
그 드라이르프조차 감히 뒤에 있으라고 말할 수 없었던 무인!
비록 과거의 일이었고, 이제는 금술에 갇힌 영혼일 뿐이었으나.
그 시절 찬란하게 빛났던 모습이 빛을 바랜 것은 아니었다.
“컥!”
그러나 상대가 너무 좋지 못했다.
메테스 3세가 당시 제국 최강의 무인이었던 것은 사실이었고, 제국의 황제라는 직함을 떼고 보아도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무인이었으나.
상대는 역사상 최강의 인간이었던 괴물이었다.
“네, 네놈은 누구냐.”
금술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영혼이라는 제한의 특성상 금술을 이용하면 전생의 실력이 어떠하든 상대를 압도할 방법은 많다.
특히 지금처럼 상대가 만들어 낸 공간이라면 더욱더.
그러나 메테스 3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건 금술의 특성을 비틀어 자신을 제압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상대가 자신조차 우습게 가지고 놀 정도로 강할 뿐이었다.
‘괴물이다!’
저 뒤에 있는, 건국의 세 영웅조차 덜덜 떠는 이 괴물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게 이를 악다문 메테스 3세와 뒤에서 지켜보며 경악하고 있는 루라시온을 보며 르윈은 방긋 웃었다.
“용사.”
“…그게 무슨?”
“내가 빌이다.”
빌. 흔하디흔한 이름이었으나, 그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다.
“최초의 용사……?”
최강은 아닐지언정, 최고의 용사.
그렇게 불리는 용사의 이름을 모르는 존재는 없을 테니까.
그러나 곧 이어지는 말에 메테스 3세는 멍하니 상대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내가 데인 배그르드다.”
데인 배그르드.
시대의 흐름에 휘청거렸다고 하나, 그래도 제국이라는 칭호를 지키고 있던 국가를 집어삼키고.
대륙에 멸망의 씨앗을 심었던 흑마법사들의 음모를 눈치채고, 결국 쓰러트린 용사의 이름이었다.
“동시에 파르텐 데르만이 나였고.”
인간이 인류의 적이라고도 불렸던 시절, 이종족들의 마음을 돌리고 마왕을 쓰러트린 영웅의 이름이었고.
“이그네스 벨 레임이라고도 불렸었으며.”
용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들을 남긴 용사의 이름이었고.
“브라임이라 불렸고, 헤타렐이라고도 불렸으며, 파테인이라는 이름으로도 살았다.”
그 뒤에 이어진 이름들 또한 모두 인류사에 깊이 새겨진 이름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데르덴 델 블레이드라고도 불렸고.”
인류의 모든 이름이 기억하는, 동시에 제국의 건국 기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위대한 이름이 들렸으며.
“그리고 지금은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고 불리고 있지.”
마지막으로는 제국 수도에 사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 볼 법한.
그러나 대륙 전체에서는 이름보다 성이 유명한.
대륙에 그 어떠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동시에 앞으로도 남길 예정이 없는 이름이 들려왔다.
***
“어?”
라헬의 두 눈이 거칠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말이 안 된다.
이건 함정이다.
그 X년이 날 속이기 위해 판 함정이 분명하다.
“파괴의 여신의 신력이, 사라졌어?”
르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끙끙거리며 다음 협상을 준비하던 라헬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공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함정이다. 함정이 분명하다.
그런 말을 중얼거리고 있으나, 그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파괴의 여신.
비록 몇몇 마족이 무링교로 개종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오랜 세월 자신과 최고신으로 군림한 신이었다.
모든 마족의 기본적인 성향은 파괴의 여신에 영향을 받았고.
그렇기에 라헬은 절대로 뚫을 수 없는, 강력한 마족의 지지를 얻은 마족의 근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존재의 신력이 이렇게까지 사라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마음먹고 숨긴다고 숨겨질 체급이 아니기 때문이다.
“흡!”
그렇기에 라헬은 안 그래도 부족한 신성력을 모조리 끌어모아 마대륙을 엿보았다.
자신에 대한 신앙이 1도 없는 곳이기에, 막대한 신성력이 소모되는 주제에 원하는 것을 보기 어렵고.
설령 본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오랫동안 관찰할 수도 없으나.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여기도 아니고. 이것도…….”
인대륙과 달리 검은 안개가 가득한 마대륙이다.
그 장막 너머를 엿보기 위해, 없는 힘도 긁어모아 사용하던 라헬은 드디어 원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내 목숨을 무링을 위해!
-압도적인 힘으로!
-무링의 영광이 우리와 함께한다!
기괴한 외침과 함께 단련하는 모습은 정신 나간 종족인 마족다운 모습이었으나, 그 구호가 이상하다.
그뿐인가?
분명 파괴의 여신의 상징이 있어야 할 신전에는 인대륙에도 제법 익숙해진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영원한 희망의 상징이요, 희생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십자가.
그것은 종교적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징이나.
자신이 알고 있는 정신 나간 종교는 그것을 거꾸로 들었다.
역십자가의 상징을 사용하는 정신 나간 종교, 무링교.
그 무링교의 상징이 마족의 땅 한복판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아니겠지.”
이성적으로는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으나, 라헬은 그 이성을 부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라헬은 신력을 쥐어짜며 공간을 비틀어 더 많은 마대륙을 엿보았다.
엿보고 엿보고, 또 엿보았다.
그렇게 지상으로 강림할 힘마저 모두 사용한 라헬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파괴의 여신의 함정이 아니었다.
아니, 파괴의 여신은 이제 그러한 능력조차 없었다.
“…그X이 당했어?”
오랜 시간, 자신의 숙적이었던 파괴의 여신이 패배했다.
신력이 갑자기 느껴지지 않는 것은 패배하여 신앙을 모조리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하, 하하…….”
다급히 자신을 찾아왔을 때는 제법 고생하는구나 싶었으나, 이렇게까지 몰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X이 어떤 X인데.
자신만큼이나 단단한 지지기반을 가진 존재가 겁은 많아서는.
그렇게 생각했던 과거를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자신에게 협력을 제안할 만큼, 정말로 목숨을 위협받았다.
“조졌다.”
그리고 그다음은 누구일까.
그것을 깨달은 라헬의 두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그렇기에 라헬은 남은 신력을 쥐어짜고 또 쥐어짜서 지상에 신탁을 내려 보냈다.
-무링교는…….
그러나 메시지를 전부 보내기에는 신력을 너무 낭비해 버린 후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