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49. 인생 10회 차 (2)
“종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신?”
“그렇죠. 믿을 대상이 존재해야 하니까 신은 필수죠. 하지만 신만 달랑 존재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신도도 필요하겠죠.”
“그래요. 신이란 결국 신도들의 신앙을 먹고 사는 존재니까요. 신이 존재해도 신도가 없다면, 사실상 그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죠.”
무링교의 전신도 그러한 신들을 찾는 동아리,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에서 시작되었다.
물론 대다수의, 아니 모든 부원이 그냥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들어온 부였다고 하나.
지금은 다들 무링교에 취직해서 만족하고 있으니, 그리 상관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죠.”
“그게 뭔데요?”
이 세계의 진리를 말해 주기라도 하겠다는 듯한 르윈의 말에 초췌한 모습의 레피스가 이를 갈며 물었다.
빌 데인의 소드마스터 달성 기념 무링신을 위한 새벽 예배를 진행한 그녀였다.
기도를 드리는 척 몇 번을 졸 뻔한 그녀로서는 단잠이 간절했으나,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지친 몸을 끌고 왔는데 들리는 소리는 하나같이 개소리 같으니 그녀로서도 참기 어려웠다.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말 그대로 삼위일체. 그건 신과 신도. 그리고!”
레피스의 분노를 알지 못한 채 르윈은 자랑스럽게 삼위일체의 마지막 퍼즐을 말하였다.
“바로 땅, 바로 부동산이죠!”
“…….”
안 그래도 퀭한 눈동자에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 아래에 짙게 깔린 다크서클로 인하여, 그녀의 눈동자는 심연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내가 뭘 기대한 거지.’
기대한 내가 바보지.
그렇게 한숨을 쉬는 레피스였으나, 이후 들려오는 르윈의 설명은 귀가 쫑긋거릴 수밖에 없는 것들이었다.
“신실한 믿음을 가진 자들은 경전 하나만 들고 집에서 기도를 올린다고 하죠. 하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답은 ‘거의 없다’였다.
진심으로 종교를 믿는 이들은 대다수가 평민이다.
그리고 그 대다수는 문맹이었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평민들이 모두 글자를 읽을 수 있다고 착각을 할 뿐.
애초에 상위 아카데미에 다니는 이들은 평민 중에서도 상위 1퍼센트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아카데미 시스템이 도입되고, 실제로 평민들을 위한 교육이 활성화되어 글을 읽고 쓰는 평민들이 제법 많아졌다고 하지만, 애초에 경전의 해석은 전혀 다른 영역이잖아요?”
“그렇지.”
경전에서 가장 흔히 쓰는 언어가 무엇인가.
그렇게 묻는다면, 사람들은 흔히 그 경전의 주체인 신을 떠올린다.
하나 경전을 자세히 연구한 사람들은 안다.
경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해당 신이 아닌 바로 ‘들었다.’이다.
그렇다.
경전은 신의 말이 들어간 책이다.
해당 종교의 근원이며, 인간이 자신의 신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하나 그것을 작성한 것은 결국 인간이다.
신이 자신의 뜻을 적고, 그것을 하늘에서 뚝 떨어트린 것이 아닌.
신과 연결된, 혹은 신의 기적을 경험한 이들의 말을 본인 또는 제3의 인물이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다.
즉 최소 신의 말을 들은 누군가가, 최대 소문에 소문에 소문을 들은 카더라가 적힌 것이 경전이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한번 경전을 읽는 본인이 해석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얼마나 본질이 왜곡될 수 있는지는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수준이 아닌, 본질의 정반대를 넘어 그냥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장 적합한 인물이 경전을 해석하기를 바라는 것이죠.”
아무리 무링교가 신흥 종교라고 하나, 레피스의 예배가 괜히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다.
괜히 그녀의 한마디가 무링교의 길이 되고, 무링신의 진리가 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신도들은 자신의 종교로 정해진 시간에 예배를 드리러 갑니다.”
그 시간은 대부분의 종교가 같았다.
일요일 오전.
누군가는 그 이유를 창조의 여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휴식한 날짜가 일요일이기에, 쉬고 계실 여신을 향해 자신들이 감사를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평일에는 일해야 하기에, 남는 시간인 주말에 예배를 드리는 것은 그저 자연스럽게 그리된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찌 되었든 주말에 모여 예배를 드리는 형태는 아주 먼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전해져 온 인류의 생활 방식이었다.
“그렇구나.”
과거의 레피스였다면 그게 무슨 상관인데,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나 지금의 레피스는 다르다.
무링교의 교주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종교 지도자로서 르윈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것이다.
“결국 신도들이 모이려면 그에 맞는 신전이 필요하구나.”
“그런 거죠!”
레피스는 자신의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온 신도들을 떠올렸다.
자리에 빼곡히 앉아 있는 것은 물론, 뒤에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서서 예배를 듣는 이들이 있었다.
그뿐인가?
그마저도 끼지 못해 문밖에서 예배 시간에 맞추어 기도를 올리는 이들까지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아무리 신실한 신자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경험을 여럿 하면 결국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무링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예배장을 찾아오지 않게 되거나 다른 종교로 갈아탈 수도 있을 것이다.
‘창조의 교단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어.’
창조의 교단이 예배를 드리는 장소는 자신들의 신전이다.
인근 종교 시설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인 동시에, 용사를 비롯한 창조의 교단의 역사가 가득 담겨 있는 장소!
굳이 예배를 듣지 않더라도, 가족 단위로 나들이를 오기에도 좋은 장소였다.
간혹 눈을 빛내며 용사 관련 물건을 사 달라는 자식들의 눈빛에 눈물을 머금어야 하는 부모가 있을지언정.
평민들 처지에서는 이보다 안전하면서도 비용이 들지 않고, 동시에 볼 것도 많은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뿐인가? 세상을 구한 용사님의 가르침이 가득한 곳이니, 애들 교육적으로도 이보다 좋은 곳이 없었다.
아카데미의 소풍 장소로 제국 수도를 비롯한 유명 대신전이 선택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건축물을 보아도, 그곳의 역사와 환경을 알 수 있다고 할 정도잖아요. 신전도 그러한 곳이에요.”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점차 급이 올라가고, 만나는 사람과 장소의 급이 올라가며 레피스 또한 깨달은 것이었다.
대륙의 이름난 건축가치고, 신전을 안 세워 본 사람이 없다고.
건축가로서 최고로 치는 업적은 한 나라의 심장부라고 불리는 왕성의 설계와 창조의 교단의 신전을 건설하는 것이라고 들었을 정도니까!
“그렇다면…….”
레피스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르윈이 갑작스럽게 부동산 투자를 하자고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심지어 무링교의 본진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제국의 수도, 바벨리안이었다.
이곳은 돈이 있다고 하더라도 땅을 구하기 어려운 곳이다.
심지어 작은 상점을 여는 것도 아닌, 신전을 건축할 정도의 토지를 구하는 것은 드라이르프 정도 되는 가문이 힘을 쓰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헌금이 얼마나 쌓였더라.’
물론 그 모든 비용을 드라이르프에서 대 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무리 르윈이 깊게 관여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으로는 무링교와 드라이르프 가문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토지를 구할 기회 정도만 주면 자금은 어떻게든 유통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감옥살이를 한 번 한 이후, 헌금 및 기부금이 막대하게 상승했고.
이전에 경전의 한정판을 판매하면서 제법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국 땅값을 생각하면…….’
지금 가진 무링교의 재산으로는 무리였다.
횡령 혐의로 한 번 털린 이후, 괜한 시비에 얻어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돈을 아껴 썼음에도 제국의 땅값은 감당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관심을 보이는 상단이 몇 개 있으니까.’
레피스는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무링교에게 관심을 보이던 상단을 몇 개 추렸다.
그 정도면 제국에 작은 성당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쓰는 예배당을 비롯한 시설도 제국 수도에 있는 것으로 감지덕지해야 할 시설이나, 이제 무링교도 세력을 제법 많이 키우지 않았던가!
“그럼 언제부터 공사에 들어가는지 알 수 있을까요? 짐이 그리 많지 않다고는 하지만, 몇 년 뒤에 완공되는지 알아야…….”
“공사 안 하는데요?”
“아.”
작은 신전이라고 하더라도 최소 2~3년은 기다려야 완성이 되리라 생각하며, 그동안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하던 레피스의 귓가에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있는 건물을 그냥 쓰려는 거구나.’
그 선택이 합리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황제가 기거하는 황성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제국의 수도 바벨리안이다.
그곳의 건물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온갖 규제가 걸려 있었고.
그렇기에 부수고 다시 짓는 과정에도 많은 시간이 허비될 것이다.
‘조금 아쉽긴 하네.’
기존의 신전들이 미치지 않고서는 자리를 옮기지 않을 테니 새로 터를 잡는 곳은 신전을 고려하고 만들어진 곳이 아니리라.
지금과 같은 일반적인 건물이나, 조금 더 클 뿐이겠지.
그래도 이게 어디냐.
레피스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르윈이 저렇게 나오는 것이라면, 지금처럼 1년 대관을 하는 것이 아닌 무링교의 이름으로 땅을 산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어떻게든 돈 더 받으려는 건물주 눈치를 안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그렇게 생각한 레피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주말 예배 때 공지하고 이번 달 안에 이사하면 되겠네요. 그래서 어디예요?”
“거기가 어디냐면…….”
“아, 그렇구나.”
장소를 듣고 레피스는 생각했다.
‘…응?’
아무래도 너무 졸렸던 것 같다.
후배, 아니 사제 놈들이 이때가 기회라고,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안 하던 새벽 예배를 한 것이 제법 타격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디라고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제정신을 차린 상태로 들어야 할 것이다.
“…미쳤어요?”
그러나 되돌아오는 대답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기에 레피스는 물었다.
미쳤냐.
이것에 대한 질문은 비단 르윈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제국에 묻는 말이 될 수도 있고.
창조의 교단에 묻는 말이 될 수도 있었으며.
결과적으로는 이 세상을 향한 질문이었기 때문이었다.
***
평민의 하루하루는 늘 비슷하다.
일어나서 일하고, 해가 질 무렵 집으로 돌아간다.
그들의 시간은 계절에 따라 차이가 조금 있었으나, 그 또한 자연의 이치인 법이다.
“흐아암.”
그렇기에 자동으로 아침에 눈을 뜬 남자는 자연스럽게 일어났다가 오늘이 주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조금만 더 눈을 붙일까.
잠시 그런 고민을 했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지난주에도 그러다가 못 일어났지.”
단잠의 유혹은 마신의 유혹보다도 강력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그 유혹을 이겨 내지 못하고 예배를 드리러 가지 못하지 않았던가.
같은 절차를 반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눈을 비비며 집안 청소를 시작했다.
제법 치울 것이 많은 탓인지 생각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것을 느낀 그는 세수를 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집을 나와 제국의 대표 건축물이기도 한 창조의 교단의 대신전으로 향하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경의가 느껴지는 건물이다.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드는 대신전의 위엄은, 일주일 만에 보니 더욱 성스럽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대신전에 도착한 그는 늘 자신이 앉는 자리에 앉아 경전을 펼쳤다.
뒤에서 15번째 앞, 오른쪽 끝에 있는 자리들.
이른 시간에 도착했기에 더 앞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나, 그는 이 정도의 거리감이 딱 좋았다.
“여신님, 지난주에 오지 못한 것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렇게 자리에 앉은 그는 홀로 기도를 하였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한 것이, 아무래도 관대한 여신님께서 용서를 해 주신 모양이다.
그렇게 라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용서를 받았다고 생각한 그는 예배 시간이 되었음에도 평소보다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요즘 세상이 어느 때인데.”
마족이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고 하나,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기도를 올려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태만하다니.
자신은 지난주에 예배를 빠졌다는 사실을 잊은 채 연신 화를 내던 그는 강당 위에 누군가가 올라서는 것을 보며 안색을 바꾸었다.
지금 이 시간, 예배를 진행하는 자가 누구인가?
바로 창조의 교단에서도 제법 목소리를 내는 사제장의 직위에 있는 이가 진행하는 예배였다.
자신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상계에 있는 사람이 진행하는 예배였다.
그런 사람이 직접 창조의 여신의 말씀을 가르치는 시간이다.
집중 또 집중해야 한다.
지난주에 예배에 불참한 만큼 2배로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귀를 쫑긋하며 남자는 교단에 선 이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뜻 깊은 날입니다.”
“응?”
평소라면 늙은 사제의 목소리가 들려야 할 터인데, 지금 들리는 목소리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다.
그에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이어지는 말에 다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를 이곳으로 이끈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고 계실 그분의 이름을 부르며 예배를 시작하겠습니다.”
“무링.”
“무링.”
“무링…….”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남자는 작게 중얼거렸다.
“…무링?”
아무래도 내가 잘못 찾아왔나.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