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49. 인생 10회 차 (3)
“이건 미친 짓입니다, 선조여!”
현 인류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고 일컬어지고 있는 바벨리안 제국의 황제, 루라시온 디 바벨리안이 서명만 남은 서류를 보며 울부짖었다.
“아무리 그자가 진정한 용사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의 시선에 보인 것은 대신전의 권리를 창조의 교단에서 무링교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서류였다.
‘미친 짓이다.’
아무리 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창조의 교단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매우 좋지 못한 일이었다.
비록 제국에 있는 창조의 교단의 대신전이 제국의 지시하에 건설이 되어 있었고, 명목상으로는 대여 형태로 무상으로 빌려주고 있는 것 또한 맞으나.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그곳에서 방을 빼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비록 바벨리안이라는 국가의 힘이 있었기에 다른 왕국들처럼 창조의 교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도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제국이 하는 일에 창조의 교단이 훼방을 놓으면 모를까!
제국이 먼저 창조의 교단에 라이트 레프트를 날린 다음, 마무리로 어퍼컷까지 때려 놓고 눈치를 안 볼 수는 없는 법이다.
아니, 이 정도면 아무리 제국이라도 대가리를 박고 사과해야 정상이었다.
“해라.”
“하라고 하지 않았냐.”
“뒤지기 싫으면 해야 한다.”
하나 그의 뒤에 선 제국의 위대한 영웅들은 으르렁거리며 서명하기를 강요했다.
아니, 단순히 강요를 넘어서 칼 들고 협박을 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선조시여!”
그는 마지막 동아줄로 자신을 황제로 만들어 준 일등 공신이자, 그 포악한 기마민족을 굴복시킨 위대한 영웅에게 시선을 주었다.
“…….”
그러나 마지막 희망이었던 메테스 3세는 루라시온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사실상 백기를 든 모습에 루라시온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한때 대제라 불리며 북방을 호령했던 위대한 영웅이 저렇게 초라해질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용사의 위엄인가?’
용사의 전설은 루라시온 역시 오래전부터 들어와서 알고 있으나, 바벨리안의 옛 선조들이 그에 뒤처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 명의 업적으로는 용사의 업적을 이기는 것이 부족하지만, 자신들에게는 여러 명의 선조가 함께하고 있었으니까.
‘역대 용사가 다 같은 인물이었을 줄은 몰랐지만.’
그러나 용사는 상상 이상의 괴물이었다.
한 명의 업적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 업적이었는데, 사실은 그것이 모두 한 사람이 이루어 낸 것이라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으르렁거리며 빨리 서명하라는 선조들의 모습은 너무 다급했다.
“선조들이시여.”
그렇기에 마지막으로 설득을 하기 위해 루라시온이 입을 열었으나.
“아무리 용사님이라고 하더라도 창조의 교단을 상대하는 것이 무리라고 말할 생각이라면 입을 다물어라.”
“용사님은 사람을 찢고, 마족도 찢고, 성벽도 찢고 다 찢으신다.”
“맨손으로도 찢고, 칼로도 찢고, 마법으로도 찢는다. 제국 황성 정도는 운석으로 짓누르실 분이시지.”
“…그 정도입니까?”
“메테스야, 그러니까 네가 북방밖에 정복을 못한 게다.”
“아니…….”
그거 엄청 힘들었습니다. 선조분들도 못한 일입니다.
그렇게 말하려던 메테스 3세는 이어지는 세이아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마대륙산 와이번 탄 강습 부대를 혼자서 떨군 인간이다. 그 인간이.”
“…….”
과거 북방이 제국을 호시탐탐 위협하던 시절을 살았던 루라시온은 기마병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
자칫 잘못 쓸려 나가면 소드마스터조차 생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내는 재앙을 만들 수 있는 것이 기마병이기 때문이다.
하나 그 기마병조차 우습게 만드는 것이 와이번이나 그리핀을 길들여 만든 강습 부대다.
가로막는 모든 것을 뚫어 버리고 나아가는 기마병이라고 하더라도, 허공에서 습격하는 강습 부대는 어찌하지 못한다.
그뿐인가? 잘 길러진 명마라고 하더라도 와이번이나 그리핀이 근처에 있으면 혼란에 빠진다.
오랜 시간 말과 함께 살아온 북방의 전사들조차 다루지 못할 정도로, 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난폭하게 날뛰게 만드는 것이다.
하물며 인류의 지역보다 더욱 난폭하다는 마수들이 사는 마대륙이다.
그런 마대륙의 와이번을 길들인 마족들을 상대로 혼자서 싸운다니.
‘말이 되나?’
제국의 역사에서 그 누구보다 강습 부대를 잘 활용한 이가 바로 메테스 3세다.
그것 하나만으로 북방을 정복한 것은 아니나, 승리의 공을 따지자면 2할 이상은 강습 부대가 활약한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혹시 적의 부대가 얼마나 되었습니까?”
지금이야 와이번 기사단이나 그리핀 기사단 같은 전문 부대가 양성되었다고 하나, 그 숫자는 여전히 적었다.
난폭한 몬스터를 길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것을 조종하는 인재를 키우기는 그리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메테스 3세는 생각보다 적의 숫자가 적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했으나.
“다 합치면 일만 정도 되었지?”
“전 부대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되었지. 대충 한 번의 전투마다 천 마리 정도씩 찢으셨으니까.”
“정확하게는 첫 전투에 1,324마리의 와이번을 찢으셨다. 닭하고 비슷하니까 닭고기 비슷한 맛이 날 수 있지 않겠냐고, 요리 재료로 써 보라고 하셨기에 다 회수했거든.”
“마대륙의 몬스터로? 괜히 마수라 불리는 게 아닐 텐데.”
“그렇지. 시험 삼아 먹은 용사님의 동료가 배탈로 쓰러지셔서 그대로 폐기 처분했던 기억이 있다.”
“…….”
추억을 이야기하는 옛 선조들을 보며 메테스 3세는 입을 다물었다.
대륙과 대륙의 전쟁 스케일은 그의 예상을 아득하게 넘어섰던 탓이다.
“…….”
그리고 그런 이들을 보며 루라시온은 조용히 서류에 사인하고 있었다.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발달한 현재의 제국에서도, 와이번과 그리핀을 활용하는 기사단의 수는 제국 전체를 다 합쳐도 천이 넘을까 말까 한 수준이다.
그것도 제국이나 되어서 가능한 일이지, 작은 변방의 국가는 키우지도 못하는 전력.
그 전력을 용사는 하루면 찢는단다.
그것도 혼자서.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괴물과 무력으로 시비가 붙느니, 차라리 창조의 교단과 외교적 마찰이 있는 것이 낫다.
아무리 교단이 마족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힘을 키우는 무력 집단을 보유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창조의 교단은 종교이기에 대륙 최강의 국가인 바벨리안 제국과는 무력 충돌을 할 일은 없을 터였으니까!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건가?”
그러나 며칠 후.
외교적 전면전을 예상하던 루라시온은 자신의 앞에 놓인 편지를 보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원래 우리의 것이 아니었으니, 마음대로 하십시오.>교황의 이름이 적힌 편지에는 그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
생각보다 쉽게 창조의 교단의 대신전이 넘어간 이유는 하나였다.
“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바로 창조의 교단의 교황, 바오르 2세가 대신전을 넘겨주는 것을 승인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제국의 대신전을 넘기는 것은 무리이지 않습니까.”
교황의 말에 신력을 다 썼기에 지상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라헬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정신이 있는 아이도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어허! 여신께서는 무링교에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자고로 종교인이라는 것은 원래 제정신으로 할 수 없는 직업이었다.
자신의 삶보다 신의 뜻을 더 우선시하는 집단이 종교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로 교황 바오르 2세는 라헬 본인이 인정하는 자신의 충실한 종이었다.
창조의 교단의 모든 교인이 인정할 만한, 라헬의 광신도라는 의미였다.
“얼마 전, 신탁을 잊으셨습니까.”
“무링교라는 단어만 나온 신탁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짤막하게 내려진 신탁이었기에 이번 신탁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개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의견이 갈리면 대부분 가장 권위가 높은 자의 해석이 정설로 통하는 법.
“여신께서는 말씀하신 겁니다. 이전의 신탁을 잊지 말아라.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무링교를 도와라.”
그리고 교황 바오르 2세는 이전의 여신의 의견을 종합하여 이번 신탁 또한 무링교에 더욱 힘을 실어 주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렇긴 합니다만.”
이 의견은 교황 본인의 독단적인 해석이 아닌, 신탁을 분석하는 이들의 주류 의견이었기에 이의를 제기한 사제장의 기세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니야! 네 말이 맞아! 자신감을 가져, 이놈아!’라고 외치며 허공을 때리는 라헬이었으나.
지상에 제대로 된 신탁을 내려 보내려면 아직 한 달 이상은 신앙을 모아야 했기에 라헬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창조의 여신께서 만드신 것인데, 우리 인간이 물욕에 눈이 멀어 여신의 뜻을 저버리면 어찌하겠는가.”
흔히 창작물에서 부패한 성직자가 많이 등장하고, 실제로도 많은 성직자가 부패하여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으나, 교황 바오르 2세는 가장 이상적인 종교인 그 자체였다.
오직 여신에 대한 믿음 하나만으로 교황의 자리까지 올라온 인물이며, 그 흔한 청탁 하나 받은 적이 없는 모범적인 지도자였다.
오직 여신에 대한 믿음 하나만으로 모든 신자 중 정점에 이른 자!
라헬 또한 오랜만에 제대로 된 교황이 나왔다고 기뻐했을 정도로, 그의 믿음은 굳건했다.
“본래 제국의 대신전은 우리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국이 여신님을 위해 빌려주었을 뿐.”
그것을 다시 가져가는데, 우리가 반대할 것이 무엇이냐.
평상시라면 바오르 2세 또한 이러한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여 형식이라고 하나, 위대한 창조의 여신을 위한 신전이다.
아무리 제국의 땅이고, 제국의 돈으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하물며 그것이 여신님의 뜻이거늘. 어찌 우리가 막겠습니까?”
바오르 2세의 목소리에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자신의 욕망이라고는 1도 느껴지지 않는, 오직 여신을 위한 일에 집중하려는 그 결의에 회의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지랄하지 마!
물론 라헬은 천상에서 그 모습을 보며 울부짖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목소리는 지상에 닿지 않는다.
가장 믿었던 칼이, 가장 위협적인 칼이 된 어처구니없는 상황.
그간 보여 준 바오르 2세의 신앙과 믿음에 창조의 교단의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여신의 뜻이 그러하다면…….”
“빌린 것이니, 가져간다면 다시 돌려주는 것이 맞긴 하겠군요.”
“곧 2차 대륙 회담이 있을 예정이기도 하니, 무링교의 기세를 끌어 올릴 필요가 있긴 했습니다.”
“마족 놈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인류를 대표하여 보내는 자들이니 기세를 올려 줄 필요가 있겠지요.”
고개를 끄덕이는 고위 사제들을 보며 라헬은 지상의 영상을 주먹으로 연신 내려쳤다.
이미 그 새끼들 다 무링교로 넘어가서 더 기세를 올려 줄 필요도 없다고 울부짖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목소리는 역시 지상에 닿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무링교의 힘이 되어 달라는 여신님의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다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
르윈이 들었다면 ‘그 자기밖에 모르는 것이?’라고 코웃음을 쳤을 이야기였으나, 이곳에 모인 이들은 모두 라헬에 신앙을 가지고 모인 이들이다.
개중에는 바오르 2세처럼 깨끗한 사람만 모인 것은 아니나, 여신에 대한 믿음 하나만은 진실했기에 아쉬워하면서도 대신전을 넘기는 안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
“…애들이 진짜 미쳤나?”
“그런 듯……?”
제국을 등에 업고, 슬슬 창조의 교단과 전면전을 펼치려던 르윈의 계획은 조금 더 미루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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