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06)
306화 49. 인생 10회 차 (4)
슬슬 이 정도면 창조의 교단과 붙어 볼 만하다.
그러한 판단하에 진행한 대신전 강탈 작전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이걸 왜 주지?”
원칙적으로는 제국의 소유라고 하나, 대신전은 건축이 된 이후 수백 년 동안 창조의 교단이 실사용한 곳이었다.
대다수의 평민들은 물론, 사정에 어두운 귀족들은 창조의 교단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고.
제국 역시 대여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대신전에 관하여 교단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백 년이 다 되어 갈 정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상태.
그걸 갑자기 뺏는다.
당연히 반발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당초 주지 않았으면 모를까, 원래 줬다가 뺏는 것이 가장 기분 나쁜 법이었으니까!
“진짜 호구인가?”
사실 호구였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건가.
진지하게 그런 고민을 할 정도로 이번 사건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투성이였다.
“라헬이 잘 보이려고 그냥 넘긴 게 아닐까?”
“다른 것도 아니고, 신전을?”
그냥 신전도 아니다.
사실상 국가 하나가 신전이나 마찬가지인 신성국을 제외하면 가장 규모가 큰 신전이 제국의 대신전이다.
아무리 라헬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을 그냥 내어 줄 리가 없다.
신전은 예배가 이루어지는 공간.
다르게 말하면 신앙을 벌어들이는 전초 기지나 마찬가지다.
그냥 평범한 신전이라면 모를까.
전설적인 건축가가 세계 최강대국의 지원을 받아 수십 년을 건축한 바벨리안의 대신전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그 위엄에 압도가 되는, 말 그대로 보는 것만으로도 신앙이 벌릴 정도의 위엄을 갖추고 있다.
그런 곳을 그냥 내어 준다?
그 욕심만 가득한 라헬이?
“질질 끌다가 마족을 쓰러트리는 것으로 합의를 보고. 그 이후에도 온갖 변명을 하면서 시간을 끌 녀석인데.”
“아, 그거랑 관련해서 할 말이 있는데.”
그 말에 무링신은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뭔데?”
“그… 마족의 일인데.”
“하긴, 슬슬 뭔가 일이 생길 타이밍이기는 했지.”
창조의 여신과 달리, 자신에게 반기를 든 마왕을 내버려 둘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쪽도 슬슬 시끄러워질 타이밍이 되기는 했다.
‘그래도 마왕 녀석이 있으니까.’
인생 10회 차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싸웠던 상대다.
적이었을 때는 그 누구보다 강한 숙적이 아군으로 돌아섰으니, 마대륙의 일은 데르마치에게 맡기면 충분할 터.
하나 이쪽보다도 더 과격한 동네이니만큼 고전을…….
“마대륙이 점령되었던데?”
“그래. 그리 쉽지는 않겠… 응?”
르윈이 두 눈을 깜박거렸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점령되었다고?”
“응.”
“어디에?”
“무링교에.”
“누가?”
“그… 이번에 이쪽으로 개종한 애들이 다 개종시켰던데?”
“다?”
“응?”
“그럼 마신은.”
“천상에서 추락했는지 확인은 안 되는데… 일단 신전을 다 뺏기고 신상을 다 파괴당했던데?”
“…….”
“…….”
무링신아, 그게 무슨 소리니.
예상을 한참을 벗어난 대사건에 르윈은 한동안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자고로 계획이라는 것은 늘 어긋나는 법이다.
그건 인생 10회 차라고 해도 변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세운 생활 계획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인데.
자신을 포함한 다른 이들의 움직임까지 예상한 계획이 얼마나 성공률이 높겠는가?
하물며 이번 일은 인류와 마족의 최고신을 끌어내리는 계획이었다.
어쩌면 이번 생에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는 거대한 규모의 계획.
아무리 데르마치라고 하는, 같은 인생 10회 차를 겪은 전직 마왕이 함께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이루어 내지 못하리라 생각했고.
그렇기에 차근차근 최고신들을 압박할 예정이었다.
“…마족답구나.”
그러나 르윈의 예상과 달리 마대륙은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다.
그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였을 뿐!
“그걸 그냥 힘으로 밀어 버릴 줄이야.”
마대륙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르윈조차 모른다.
아마 그 대륙에 살고 있는 마족들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하나 인류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은 규모라고 예상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맞는다는 전제하에 마대륙이 무링교에 점령되는 과정을 따지자면.
“빨라도 너무 빠르지.”
무링신의 말에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드넓은 대륙이, 이리도 빨리 정벌이 되다니.
인류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나, 마족은 그게 가능했다.
“제 발에 넘어진 거지.”
마신, 아니 파괴의 여신의 교리는 매우 간단하고 단순했다.
하나 그것이 마족의 성향과는 너무나도 잘 어울렸고.
그렇기에 긴 시간 동안 파괴의 여신은 마족의 최고신으로서 군림할 수 있었다.
하나 우습게도 그 간단하고 단순한 방식 때문에 망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너무나도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인류와 달리 적을 막을 성벽이 없고. 그렇기에 한 번 밀리면 막을 방법이 없고. 강자에게 굴복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인식은 패배한 적을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좋았겠지.”
만약 인류였다면 이렇게 빠른 진격이 가능했을 리가 없다.
한 번의 전투에 패배해도, 곳곳에 만들어 둔 요새에서 소수의 병력으로 버텼을 것이고.
비참하게 항복할 바에는 명예롭게 죽음을 선택하겠다며 끝까지 저항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았다.
그뿐인가? 나라가 망하더라도, 부흥을 꿈꾸며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세력 또한 역사적으로 많았다.
작은 국가를 집어삼킬 수 있음에도, 괜히 강대국들이 나라를 유지한 채 속국으로 삼는 게 아니다.
짓밟으면 짓밟을수록, 악착같이 살아남아 저항하는 것이 바로 인류의 특징이었다.
그 잡초와 같은 근성으로 인류는 마족을 상대해 왔다.
그러나 마족은 달랐다.
강함을 미덕으로 삼았고, 그렇기에 강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처음 인간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으나.
훗날에는 용사에게 패배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오히려 영광스러운 일이라고까지 생각하는 마족이 존재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아?”
“그건 그렇지.”
하나 그런 것들이 다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건 좀 심했다.
대륙 하나를 완벽하게 정복하다니.
심지어 마족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파괴의 여신을, 이렇게나 빨리 뿌리 뽑다니!
“데르마치, 생각보다 더 강했구나.”
하긴 마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마신의 제단을 털었다고 하나, 신의 근처까지 도달했던 괴물이 아펠리오스다.
비록 그때의 강함을 갖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경험을 가졌으니 아주 강하리라 생각했었는데.
그것을 초월하는 업적을 세운 데르마치를 보니, 르윈은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 사실 우리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강한 것일 수도 있어.”
“어떻게 생각했는데?”
“움직임에 따라, 나라 하나 정도는 전복시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이 대륙을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
전자도 충분히 개인이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무링신은 자신이 괴물을 깨어나게 만든 것은 아닌가 고민했으나.
“여태까지는 너무 소극적으로 움직였어.”
“…아니, 충분히 날뛰었던 것 같은데?”
금술의 존재를 알자마자 제국의 차기 지도자들을 겁박하고, 더 나아가 그들을 이용하여 제국의 황제까지 협박했다.
그로 인하여 창조의 교단을 압박하려고 했고, 의도와는 조금 많이 달라졌으나 결과만 따지고 보면 창조의 교단에게 대신전을 빼앗기까지 했다.
그뿐인가? 물밑에서 엘프와 마녀, 수인 등도 열심히 갈구고 있으니.
무링신 이전, 평화의 신으로서 살았던 시절을 포함하더라도 이보다 더 날뛴 인간을 무링신은 알지 못했다.
“아니야.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하나 르윈은 신이 공인한 미친놈 타이틀을 받고도 만족하지 못했다.
인생 9회 차 동안 라이벌이었던 데르마치는 짧은 시간에 마대륙을 점령하고 평화의 시대를 열었는데, 지난 회 차부터 준비했던 자신은 여태까지 무엇을 했는가!
“조금 더 과격하게 할 필요성이 있었어!”
“여기서 더?”
신성국에 마법 폭탄 테러라도 할 생각인가.
무링신은 각오를 다지는 르윈을 보며,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창조의 교단이 너무나도 쉽게 대신전을 넘긴 탓에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응? 뭐야. 여기 창조의 교단 신전 아니었어?”
“여기 맞는데. 뭐지?”
“무링교……? 최근에 유명한 그 종교 맞지?”
매주 주말마다 찾아오는 신실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많으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신전을 찾는 이들도 많은 편이었다.
헌금을 내는 것이 꼭 필수는 아니나, 모두가 헌금을 내는데 내지 않으면 잘못한 것처럼 느껴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평소 고된 노동으로 인하여 지쳤는데,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주말을 종교에만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이유는 많았다.
자고로 신앙이라는 것에 미친 사람들도 있으나, 무언가에 기대기 위해, 흔히 마음의 안식처, 혹은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종교를 찾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무링신께서 말씀하시길, 평화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라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창조의 교단으로 생각하고 대신전을 찾은 이들 대부분은 대신전을 운영하는 교단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돌아가지 않았다.
기껏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한 번 정도는 듣고 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화는 배부름이다. 영혼이 배고픈 자들은 평화롭지 못하고, 육체가 배고픈 자들도 평화롭지 못하니. 그러니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는 늘 배고픈 자들에게 구원의 양식을 베풀어야 할 것이니라.”
레피스의 말에 처음 무링교의 예배를 듣게 된 이들은 제법 그럴듯한 말이라고 생각했으나, 이어지는 레피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일단 먹고 합시다.”
일단 먹고 하자니, 뭘?
사람들이 그리 생각하는 순간, 강당의 문이 열리더니 사제복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바구니를 들고 걸어오기 시작했다.
“무링신께서 말씀하시길, 이것은 나의 피요, 살이니. 이것으로 말미암아 여러분의 배고픔이 조금이나마 사라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오!”
바구니 안에 들어 있는 빵과 포도주를 받은 이들이 감탄했다.
제법 큼지막한 빵 속에는, 많지는 않지만 신선한 채소와 고기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참고로 예배가 끝난 이후에는 간단한 식사도 가능합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듯, 먼저 빵을 한 입 베어 문 레피스는 과거 용사의 기념품을 팔던 곳이 식당이 되었다는 것을 알렸다.
그것도 무링교에서 봉사를 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식당이.
“고, 공짜요? 그렇게 하면 무링교에 무엇이 남습니까.”
과거 창조의 교단에서도 자주 빈민들을 위해 식량을 배급하는 일이 있었으나, 비정기적인 행사에 가까웠다.
이렇게 신전 안에 대놓고 식당을 무료로 개방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며, 악용하려는 자들 또한 많았기에 국가 차원에서도 잘하지 않는 일이었으나.
“무엇이 남긴요. 여러분과 무링신께서 말씀하시는 평화가 남지 않습니까.”
레피스는 인자한 웃음과 함께, 그것이 그저 신의 뜻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누가 보면 진짜인 줄 알겠네.”
“진짜일 수도 있잖아?”
“신앙이 하나도 없는데! 그냥 천성이 사기꾼일 뿐이라고!”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며 무링신이 이를 갈았으나, 그 사기꾼 덕분에 신앙이 모이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이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무링신은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어쩌겠는가.
쓸모없음 잉여신.
그 이름을 타고난 평화의 신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을.
그렇기에 한숨을 내쉬며, 무링신은 돈으로 신도를 끌어모으는 사이비 종교의 행태를 그저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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