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09)
309화 49. 인생 10회 차 (7)
때는 어느덧 가을이 되었다.
한창 추수가 이루어지고, 바뀐 계절에 몬스터들이 난동을 부릴 무렵이었다.
그 밖에도 연말을 준비하며 한창 공무원들이 죽어 나가고.
귀족들 또한 연말과 연초의 행사와 파티를 계획하며 자신의 정치 활동을 준비할 무렵.
“때가 되었습니다.”
“이번이 인류와 마족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겠지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마족들이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나, 역시…….”
이전과 다른 점은 단 하나.
바로 마족이 미쳤다는 것이다.
“마족의 평화 협상이라니. 그걸 믿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마족은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하나 그들과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의 피해를 생각하면…….”
“마족 따위를 두려워할 이유가 있습니까!”
“있죠! 역사가 증명하지 않습니까!”
“그건 과거의 일일 뿐입니다! 지금의 인류는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습니다!”
“그건 그쪽 국가가 마대륙의 정반대편에 있어서 할 수 있는 말이겠지!”
“뭐요?”
“말은 바로 해야지. 마족 때문에 불가침이 유지되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지. 자네가 원래 우리와 대등하게 외교를 진행할 수 있는가?”
“지금 우리나라를 모욕하는 게요!”
“내가 틀린 말 했나!”
마족과의 2차 회담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
마신을 따르는 간악한 무리들이 이번에는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대륙의 운명이 크게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지난번에 마족이 흔들렸을 때, 기세를 몰아서 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마족이 흔들린 이유가 무엇이었소.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 아닌, 수많은 함정을 그냥 돌파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소. 그런 괴물들을 상대로 병사를 들이밀라는 소리요?”
“오히려 상처 입은 짐승에게 먹이를 주는 꼴일 수 있었지.”
“마족을 끝장낼 수 있었던 기회는 아니었고?”
“메테오를 처맞고도 살아남은 괴물들을 상대로 무슨…….”
“그걸 처맞고도 뒤지지 않는 놈들을 상대로……!”
자고로 인류의 평화는 힘의 논리로 진행이 되어 왔다.
힘이 없는 자는 힘이 있는 자들에게 빼앗겨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힘이 있는 자들은 없는 자들의 반발을 짓밟으며 성장했다.
하나 마족은 다르다.
인류와 비교하여 압도적인 강함을 지니고 있었고.
그렇기에 인류는 좋게 좋게 협상하려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마족의 사전에는 협상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렇기에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했고, 어떻게든 살아남아 지금의 세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갑작스럽게 펼쳐진 마족의 평화 협상은 혼돈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1차 회담이 진행되고 ‘이게 된다고?’, ‘왜?’ 같은 의문만이 가득했었기에.
2차 회담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있었음에도,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바벨리안 제국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그렇기에 이 개판을 정리하기에는 압도적인 힘이 필요했다.
현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바벨리안의 힘이.
“저희는.”
그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바벨리안의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성 장관 카트리트 백작은 담담히 제국의 뜻을 전하였다.
“평화를 위한다면 굳이 싸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굳이 싸운다고? 그 미친 것들이랑?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한 카트리트 백작의 모습에 마족과의 화해를 주장하는 주화파 인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고로 미친놈하고는 상종도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이들이었고, 대다수가 마대륙에 가까운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었다.
“하나 마족을 믿을 수 있습니까?”
그에 대응하는 척화파의 주장은 한결같았으나, 그 한결같은 주장은 인류의 뿌리와 같은 것이었다.
“그 마신을 숭배하는 이들을?”
마신은 인류의 적이다.
인류를 몇 번이나 멸망의 위기에 몰아넣은 사악한 존재들이다.
그러한 존재들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는 인류의 신앙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창조의 교단이 오래전부터 했던 말이었고.
더불어 인류의 역사에서 마족과 몇 번을 부딪친 척화파의 수장, 아리타 왕국의 의견이었다.
대전쟁을 두 번이나 치렀던, 그로 인하여 국력에 막대한 피해를 보았으나 아직 살아남은 전설적인 왕국의 말이었다.
대륙의 정세를 고려하면 바벨리안에 비교할 수 없겠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바벨리안과 비견되는, 아니 그 이상의 발언권을 내보일 수 있는 국가가 전쟁을 지지하니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창조의 교단의 대표에게로 향하였다.
“저희의 뜻은 늘 같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창조의 교단의 추기경은 수많은 국가의 대표들을 앞에 두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굳건한 신앙으로, 오직 여신에 대한 믿음을 담아.
“여신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마족과의 모든 일은 평화의 교단에게 맡기겠다고.”
여신이 마지막으로 행했던 말을 그대로 실천할 뿐이었다.
물론 그 여신은 그 발언을 듣고 땅을 두드리며 ‘안 돼!’라고 소리치고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그 목소리가 지상에 전해지기에는 아직도 몇 달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러니 저희는 여신의 뜻대로. 무링교의 대표이신 레피스 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마족과의 평화 협상.
찬성 1
반대 1
기권 1
그야말로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저울 위.
그 균형을 깨트릴 마지막 인물은 바로 지난 회담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존재이자, 평화 회담이라는 곳에 딱 어울리는 평화의 신을 모시는 교주.
덤으로 마족조차 개종시켜 사실상 이번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
레피스 원드의 손에 인류 역사의 중대사가 결정되기 직전이 되었으나.
‘제가요?’
레피스는 쏟아지는 시선에 그저 울고 싶을 뿐이었다.
***
“…….”
정신이 나간 상태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레피스를 보며, 무링신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저런 아이가 아카데미에서 졸업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면서 자신은 평범하다고 생각했다니.”
“인류의 손해였지.”
“나는… 인류가 꺼내면 안 되는 무언가를 내 이름으로 꺼내 버린 것인가? 그냥 평범하게 인생을 끝냈어야 하는 악마의 족쇄를, 무링교라는 이름으로 깨워 버린 것인가!”
흡족한 미소의 르윈과 대조되는 무링신의 절망에 가득 찬 표정.
우스운 것은 그 반응이 모두 하나의 연설을 듣고 나온 반응이라는 것이었다.
“왜, 잘했는데.”
“잘했으니까 문제다!”
2차 평화 회담은 무링교의 교주의 감동적인 연설과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추진되었다.
비록 아리타 왕국을 비롯한 척화파는 조금 못마땅한 느낌이었으나.
반대로 말하자면,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조차 불만스럽지만 ‘그냥 회담 한두 번 정도는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레피스가 설득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평화가 왜 필요한지를 시작으로, 평화의 신을 모시는 자신이 어떠한 각오로 이번 회담을 진행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외치던 레피스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대형 교단에서 참여한 사제들은 눈물을 흘리고, 냉혈한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의 외교관들조차 덤덤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연설!
“그걸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할 수 있다니. 심지어 나조차 순간적으로 ‘아, 진심으로 나에 대한 신앙이 있어야만 가능한 말이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고개를 끄덕이다, 레피스의 신앙이 아직도 1도 없다는 사실에 얼마나 경악을 했는가!
저것은 천성이 사기꾼이자 선동가였다.
만약 지금과 같은 안정된 시대가 아닌, 르윈의 지난 회 차와 같은 혼란스러운 시대에 태어났다면 능히 국가를 전복시키고,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지 마라!”
무섭다. 저런 녀석이 내 종교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저런 녀석이 내 이름을 달고 무슨 짓을 할지!
“지금이라도 교주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데르마치라고, 실적도 좋고 믿음도 좋은 녀석이 있는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무링신을 보며 르윈은 인상을 찌푸렸다.
“무링교의 개국 공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한테 너무한 거 아닌가?”
“원래 역사적으로 개국 공신은 제거했던데…….”
“그리고 저런 사람을 세상에 풀어놓으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 평화를 사랑하는 신으로서 안고 가야지.”
“네놈의 평가가 가장 심한 것 같은데?”
그렇게 인생 10회 차와 신조차 감탄할 정도의 명연설을 보여 준 레피스는 이번에도 인류의 대표자로서, 마족과의 평화 회담을 이끌 인물로 선정되었다.
이전과 다른 것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일에 단출한 구성을 유지했던 이전 1차 회담과 달리, 이번에는 인류의 힘을 보여 주기 위해 수많은 국가에서 많은 이들을 선발했다는 것.
‘내가 저 사람들의 대표?’
덕분에 레피스의 부담감은 더욱 강해졌지만, 그것이 시작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레피스는 알지 못했다.
***
어느덧 붉게 물들었던 낙엽이 거의 다 떨어지고, 북방의 몇몇 지역에서는 첫눈이 관찰되었다는 소문이 들어올 무렵이 되었다.
슬슬 싸늘한 바람이 불어올 계절.
하나 이곳에 모인 인류의 긴장감은 그보다 더 차가웠다.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편히 쉬거라.”
마지막 야영을 준비하며, 아리타 왕국의 기사 펠세스가 소리쳤다.
그에 아리타 왕국의 선봉대는 능숙하게 야영 준비를 끝내고 휴식에 들어갔다.
“제법 긴장되는 모양이구나.”
“상대가 마족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최강의 검사란 누구인가.
검을 잡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백날 나오는 질문이나, 그 해답은 늘 나오지 않았다.
하나 그중에 후보로 언급되는 이들은 대부분 비슷하니, 아리타 왕국이 자랑하는 최강의 기사인 펠세스 역시 그중 하나였다.
그런 펠세스조차 작게 떨리는 손을 멈추지 못했다.
마족이라는 이름은 인류에게 그 정도의 두려움을 주는 존재들이었다.
“평화 회담이라.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
아리타 왕국은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역사를 가진 왕국이다.
지금은 바벨리안에게 자리를 빼앗겼지만, 제법 긴 기간을 대륙의 최강 국가로 이름을 날리던 왕국.
그랬던 왕국이 흔들렸던 이유는 두 번의 마족과의 대전쟁에서 선봉에 섰던 탓이었기에.
아티라 왕국만큼 마족의 위험성을 아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평화 회담을 진행할 놈들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으나, 그렇기에 오히려 믿음이 가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
역사대로라면 들이받으면 받았지, 평화 회담을 진행하자고 하고 뒤통수를 칠 놈들은 아니었다.
좋게 말하면 정정당당했고, 나쁘게 말하면 생각이 없는 놈들.
그것이 마족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평화 회담이라는 것에 어색함을 느끼고, 위화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나 마족은 사악한 마신을 따르는 무리다. 어떠한 일이 생길지 모르니 각오하거라.”
여차하면 내일이 인류와 마족의 개전일이 될 수 있다.
아리타 왕국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기에 선봉에 펠세스를 비롯한 최정예 기사들을 보낸 것이다.
하나 그들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펠세스 경!”
“이런!”
소수 정예의 기습을 예상했던 아리타 왕국의 생각과 달리 마족은 인류와 비슷한, 아니 그보다 더 많아 보이는 숫자로 회담장에 등장했다.
“함정인가!”
고작 회담에 저렇게 많은 병력을 데려올 이유가 있을 리 없다.
그렇기에 펠세스는 물론 인류에 혼란이 번질 무렵.
“…응?”
펠세스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눈을 껌벅일 수밖에 없었다.
“저것이 무엇이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치 마신을 눈앞에 영접한 듯, 동시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수많은 마족의 모습은 펠세스를 비롯하여 인류의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었으니까.
“무링교의 교주님을 뵙습니다.”
마치 마신을 경배하듯, 인류의 대표를 향해 소리치는 그 모습은 인류의 상식과는 백만 년쯤 동떨어진 모습이었으니까.
‘…이게 뭐야.’
하나 분명한 것은, 그 누구도 사건의 당사자가 된 레피스보다는 혼란스러울 리 없다는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