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50. 신약 (1)
마족의 생각은 단순하다.
데르마치가 인생 10회 차를 겪으며, 사실 이 새끼들 머리는 장식이나 전투를 위한 도구가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로.
그렇기에 데르마치는 온갖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수많은 것들을 고려하였고.
인간의 강해지는 방식을 따라 하며 마족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
데르마치는 인생 10회 차를 살아오며 수많은 마족과 인간을 경험해 온 존재였다.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나약했던, 인류가 고대라고 부르던 시절의 인간을 알고, 그때와 비교하면 무섭게도 발전한 현대의 인간도 안다.
그리고 그때랑 별 차이가 없는 마족들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데르마치는 인류에 많은 신경을 썼다.
마대륙에 얼마 없는, 자신의 직속 부하들 대부분을 인류에 파견했을 정도로.
“데르마치 추기경님, 곧 인류와의 회담 날짜가 찾아옵니다.”
“벌써 그날이 다가오는구나.”
마족의 새로운 시대를 연 자.
자칭 무링교의 추기경이자, 동시에 무링신이 인정한 차기 교주 1순위의 데르마치는 그런 마족이었다.
용사와 싸운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무서움을 깨달았고, 인생 10회 차의 경험을 통해 마족의 상식을 버릴 수 있었다.
“인류는 우리에 대한 신뢰가 없다. 그간 우리가 행했던 모습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건 거짓된 신이었던 파괴의 신을 따르던 마족이었다.”
“그렇습니다.”
“과거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다르다. 무링의 가호 아래, 우리는 진정한 평화에 눈을 떴으니까!”
“무링…….”
그렇다.
윤회를 거듭한 인생 10회 차의 데르마치는 머리가 장식이나 무기의 한 종류라는 소리를 듣는 다른 마족과는 달랐다.
비교하는 것이 데르마치에게 있어서는 모욕처럼 느껴질 정도로 마족과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 우리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류에게 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렇게 보면 데르마치가 상식적으로 느껴지겠으나, 그러한 답을 내기에는 한 가지 큰 오류가 존재했다.
“이번 회담에도 당연히 교주님이 오실 터. 우리가 교주님에게 복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인류도 우리가 진정으로 평화를 원한다는 것을 알겠지!”
“역시 추기경님이십니다!”
그렇다.
이런저런 포장을 해 봤자 결국 데르마치는 마족이다.
무링교가 단시간에 마대륙을 집어삼킬 수 있었던 것도, 마족에게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바로 힘, 무력을 통해서 말이다.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적들을 제압하고, 사로잡은 이들에게 신의 힘이라고 포장하여 자신의 기술을 전수했다.
그로 인하여 마족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던 파괴의 여신에 대한 신앙을 뽑아내었으니, 이는 르윈의 예상을 벗어난 성과였으나.
르윈의 예상을 벗어났다는 것 자체가 인류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다!
흔히 검은색이라고 부르는 색깔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이름이 붙어 있는 것처럼.
마족이라는 시커먼 것 사이에서 조금 밝게 보일 뿐, 데르마치 또한 마족과 같은 검은색일 뿐이었다.
검은색이 아무리 밝아 봤자 흰색이라고 불릴 수는 없다.
그리고 그것을, 데르마치는 인류의 대표들이 모인 곳에서 증명했다.
“무링교의 교주를 뵙습니다!”
“아아, 당신이 말로만 듣던 우리의 교주십니까.”
“레피스 교주! 레피스 교주! 레피스 교주! 레피스 교주!”
“이 새끼야, 교주님이 네 친구냐? 레피스 교주님이라고 불러라!”
“레피스 교주님! 레피스 교주님! 레피스 교주님! 레피스 교주님!”
“아아, 무링이시여!”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인들 중에서 가장 난폭한 놈들.
태생부터 광신도로 태어났으며, 알면 알수록 더 미친 새끼들.
사실 이 새끼는 사이비가 아닐까?
최고신이 되기 이전부터 신들로부터 그러한 평가를 받던 종교가 바로 파괴의 여신을 모시는 종교였다.
그 종교가 오랫동안 뿌리내려 스며든 마족은 이제 그 광기를 무링교라는 이름하에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살려 줘…….’
한순간에 그 광기의 집합체를 강제로 받게 된 레피스는 그저 울고 싶을 뿐이었다.
***
“…….”
레피스가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무렵.
바벨리안 제국의 대표로 참석한 알세이드 백작은 마른침을 삼켰다.
‘진다… 진다… 진다… 진다… 비긴다… 알 수 없다… 진다.’
공식적으로 제국의 첫 번째 검으로 불리는 이는 제국의 수호성이라고까지 불리는 철혈의 공작, 라이하르 디 드라이르프.
즉, 드라이르프 공작가의 가주다.
하나 첫 번째 검이라는 칭호는 라이하르 본인의 힘만으로 불리는 것은 아니었다.
드라이르프.
수호성이라고 불리는 별명에는 오랜 역사 동안 제국을 수호해 온 가문의 배경이 뒷받침해 주고 있었다.
물론 현 드라이르프 공작이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소드마스터를 젊은 시절에 달성한 재능 있는 검사였다.
하나 그의 뒤에 있는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은 그를 드높이는 칭호인 동시에 옥죄는 족쇄이기도 했다.
검의 명가라는 드라이르프에서 자라, 어린 시절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재능을 피웠으나.
가주가 되었을 무렵부터는 그 이름에 묶여 자신의 한계를 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제국의 군권을 담당하는 가문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전방에서 용맹하게 싸우는 선봉장이 아닌, 군 자체를 운영해야 하는 총사령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검을 휘두르는 자들을 관리하는 자가 되어야만 하였으니까.
그렇기에 대륙에서 최강의 검사를 꼽을 때 제국의 대표로 삼는 이는 첫 번째 검이 아닌 두 번째 검, 알세이드 백작이었다.
오직 실력만으로 백작위를 받은 입지전적인 인물이자, 오랜 시간 동안 제국에서 가장 강한 검사 중 하나로서 이름을 떨친 인물이었다.
본래 겨울을 대비하여 북방의 몬스터들을 사냥할 예정이었던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타 왕국에서 펠세스를 보냈기에 그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하나 눈앞에서 일어난 사건에 그는 세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마족의 군세에 한 번.
그리고 그들의 수준이 자신이 상상한 것을 훨씬 초월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대륙의 균형이 무너졌다.’
바벨리안조차 한 수 아래로 평가할 수 있을 만한 전력이, 단 한 사람에게 주어졌다는 것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하지?’
같은 검사라고 하더라도, 드라이르프 공작과 알세이드 백작은 결이 다르다.
드라이르프 공작이 전군을 통솔하는 총사령관으로 전쟁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 신경을 써야 했다면, 알세이드 백작은 그저 눈앞의 적을 쓰러트리는 것에만 집중하면 된다.
정치 같은 귀찮은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자신에게 맞는 삶이었고, 그렇기에 손해 보는 것도 있었으나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인물이 알세이드 백작이었다.
하나 눈앞의 상황은 그런 알세이드 백작조차 정치적인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자신조차 쉽게 상대할 수 없는 마족이 수백이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마족이 수십이다.
그리고 개중에는 어림짐작조차 되지 않는 마족도 몇 있으니.
저런 것들과 싸웠다는 과거의 영웅들은 얼마나 괴물이었으며.
그런 괴물들조차 손짓 한 번으로 나가떨어졌다는 아펠리오스와 그런 아펠리오스와 동귀어진한 데르덴은 뭐라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를 정도였다.
‘진짜일 수도 있겠군.’
용사는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이였으나, 경지에 이른 검사들에게는 그저 전설일 뿐이었다.
지상 최강의 검사가 지상 최강의 대마법사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잊힌 고대의 마법이나 주술에도 해박하며, 온갖 문자와 역사에 해박하다니.
물론 백번 양보에서 용사라면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누가 하룻밤 사이에 와이번 천 마리를 찢고, 징집된 농민도 아니고 하나하나가 기사급 이상이라는 마족의 군대를 쳐 죽이겠는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과거의 용사가 위대한 인물이었던 것은 맞으나, 과장된 부분이 너무 많았다.
하나 용사에 대한 백성들의 믿음을 알고 있었기에.
더 나아가서 창조의 교단과 척을 지고 싶은 이들은 없었기에.
그저 입을 다물고, 그러한 말도 안 되는 일화를 못 본 척했을 뿐이다.
그러나 눈앞에 살아 숨 쉬는 마족들의 전력을 보면, 그러한 말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옛 용사라면 그럴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두려웠다.
눈앞의 마족이? 아니다. 자신보다 강자가 많다고 하지만, 알세이드는 명예를 아는 기사였다.
적들이 인류를 공격한다면, 그는 인류의 대표 중 한 사람으로서 목숨을 바쳐 싸울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저러한 마족조차 두려워했다는 용사가 두려웠는가?
그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과장되었다고 생각한 역사가 진짜일 수도 있었기에, 용사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올라갈 뿐이었다.
그렇다면 명예를 알고 자신의 목숨조차 인류를 위해 바칠 각오가 된 알세이드 백작에게 두려움을 준 존재가 누구인가.
“제국에 괴물이 있었구나.”
바로 그 용사조차 굴복시키지 못한 마족들을 굴복시킨, 무링교의 교주 레피스 원드였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하는 이들은 알세이드 백작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인물이 레피스의 뒷모습을 보며 전율했다.
1차 평화 회담이 끝난 이후, 그녀의 행보는 분명했다.
제국 내에서 실리를 챙기며 교세를 확장했고.
그 과정은 감추어지지 않았기에 모든 이들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가?
레피스 원드는 1차 회담을 진행한 것만으로도 저 마족들을 굴복시켰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렸기에 고작 말 몇 마디로 저들을 굴복시켰는가!
“…….”
모든 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마족들을 내려다보는 레피스를 바라보았다.
마족들은 차마 그녀의 시선을 마주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말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
인류의 대표자들과 마족의 대표자들이 모두 한 사람의 입이 열리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계의 중심은 바벨리안이 아니라 레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레피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말라 가고 있었다.
그녀 또한 눈치가 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역사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고.
그렇기에 더욱더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시선에 한 줄기의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니, 빛이라기보다는.
‘사람?’
레피스는 순간 자신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헛것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저 멀리, 십자가에 자그마한 사람이 묶여 있다.
인류와 마족의 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저런 게 있을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을 매단 십자가는 점차 레피스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것을 끌고 오는 이는 무링교의 사제복을 입은 르윈이었다.
‘또 무슨 미친 짓을!’
레피스는 경악을 하려 했으나, 고개를 푹 숙인 채 십자가를 끌고 오는 르윈은 점차 가까워졌고.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도 레피스가 아닌 십자가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저것이 무엇인가.
사람들은 물론 마족들까지 웅성거리기 시작할 무렵.
“아아.”
마족에게서 큰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선두에서, 가장 먼저 무릎을 꿇었던 마족.
무링교 마대륙 지부의 최고 수장이자 사실상 무링교의 2인자, 추기경(자칭) 데르마치.
그는 눈물을 흘리며 십자가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우리의 죄를 대신하기 위해 직접 지상에 내려온 무링신이시여.”
‘…뭐?’
신이 지상에 강림하다니.
창조의 여신이 인간의 몸에 깃들어 인류에게 직접 말을 전했다는 전설이 있다고는 했으나, 직접 신이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말을 레피스는 듣지 못했다.
아니, 레피스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러했다.
그렇기에 모두가 경악할 무렵.
“그렇다. 나의 충실한 종, 교주 레피스의 간절한 기도에 따라 내가 이 자리에 섰노라.”
섰다기보다는 강제로 끌려 나온 모습이었으나, 그 말에 의문을 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저것은 지상의 존재가 아니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무링신에게는 압도적인 존재감과 신성함이 존재했다.
그렇다.
아무리 무쓸모 잉여신이라고 하더라도, 신은 신이다.
오히려 신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 제한되었기에 신력을 사용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지금까지 받아 온 모든 신앙을 간직하고 있기에, 겉모습만은 그 어떤 신보다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 그 자체!
정말 쓸모없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보다 더 쓸모가 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레피스 앞에 십자가가 꽂혔고, 곧 르윈이 십자가에 마법으로 불을 붙였다.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
레피스가 놀라기도 전, 미리 준비되었던 것인지 불꽃은 순식간에 십자가를 집어삼켰고.
무링신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아아아악!”
신이 내었다기에는 너무나 처절한,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성스러운 기운은 감출 수 없는 외침에 모두가 입을 떡 벌린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악한 신을 섬기었던 아이들아, 너희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저 내가 무능하여, 너희를 잘못된 존재에게서 구해 내지 못했을 뿐. 그것을 나의 종 레피스가 구원했으나, 너희의 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신의 육신이 불타기 시작한다.
하나 그와 동시에 성스러운 빛이 하늘을 향하기 시작한다.
하늘이 열리고, 지상의 상식으로 존재하는 그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빛이 지상에 내려온다.
오직 단 한 존재, 무링신에게로 향하는 빛.
“너희의 죄는 내가 대신 짊어지고 불태워지니. 너희는 앞으로 나의 뜻에 따라 평화를 사랑하며 살아가라.”
“아아…….”
“무링이시여…….”
그 모습에 모든 마족이 눈물을 흘리고, 인류의 대표로 참석한 성직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아니, 성직자들뿐만이 아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파견 나온 병사들과 오직 국가와 자신의 주인에게만 충성을 바치는 기사, 신보다도 이 세계의 진리를 찾길 원한다는 마법사들조차 그 성스러운 위엄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십자가가 완벽하게 불타고, 무링신의 육체 또한 사라질 무렵.
세상이 성스러운 빛에 휘감기고, 모두가 깨닫는다.
지상에 내려온 신이 다시 하늘로 올라갔음을.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의 아이들아, 레피스 교주는 나의 분신이나 마찬가지니. 너희는 모두 그녀의 말을 따라라.
세상이 열리고, 최초로 지상에서 천상으로 승천한 신의 마지막 유언.
새로운 역사의 첫 페이지를 시작하는 말은 그렇게 끝을 맺었고.
‘나한테 왜 그러세요?’
오랜 시간 준비한, 레피스를 향한 무링신의 최고의 복수에 레피스는 감격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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