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50. 신약 (2)
신이 지상에 강림했다!
헛소리도 이런 헛소리가 없었다.
미치광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아 마땅한, 그런 헛소리를 내뱉는 자들이 누구인가.
“…무링신은 진정으로 평화를 위한 신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불살라 마족의 죄를 사하였고.”
“펠세스 경?”
“오늘부터 나는 무링교로 개종한다. 내 두 눈으로 그분이 우리의 죄를 대신하는 것을 지켜보았으니, 내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알세이드 백작! 제발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해 주시오!”
“내가 봤어! 내가 봤다고!”
“이 새끼, 마족 보고 온다더니 그냥 미쳐서 왔잖아!”
“마족의 정신 공격에 당한 건가?”
그러나 그렇게 헛소리를 퍼트리는 이들의 면면이 너무나도 대단했다.
“무링신은 정말 위대한 신이었습니다. 직접 자신의 몸을 불태워 우리의 죄를 사하다니.”
“성직자로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무링교를 본받아, 더욱 세상을 위해…….”
그뿐인가?
인류의 대표로 참여했던 수많은 사제 역시 갑작스럽게 신앙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이상 행동에 사람들이 당황할 무렵.
“그래. 진짜 무링신이 강림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족들의 주신은 마신이지 않는가.”
“개종한 마족들이 많다고 해도, 마신을 믿는 마족들을 믿을 수 있겠나?”
마족과의 평화 조약을 반대하는 자들의 말에,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전하였다.
“아, 그거라면 문제없습니다.”
“무링신의 숭고한 뜻을 알게 된 마족들은 마신을 버리고, 무링교로 개종했으니까요.”
“파괴의 여신,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마신을 따르는 이들은 이미 마대륙에서 사라졌습니다.”
“……?”
“……?”
“……?”
무링신이 승천하는 모습을 본 이들은 그 임팩트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보편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뒤늦게 전하고 말았다.
그에 혼란에 빠질 무렵, 결정타를 날리는 말이 있었으니.
“아, 그리고 그들 모두 무링신의 뜻에 따라 무링교의 교주님이신 레피스 교주의 말에 따르기로 맹세했습니다.”
“신이 지상에 남아 지정한 대리자이니, 인류의 평화를 위해 그분만 한 사람이 없겠지요.”
“레피스 교주의 존재는 인류의 복입니다.”
“……?”
“……?”
“……?”
대륙의 권력 구조가 개판이 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올 무렵.
그 종지부를 찍는 발언이 튀어나왔으니.
“창조의 여신께서 무링교를 이단으로 지정하셨다!”
“진정한 평화가 아닌, 악의 화신인 무링교를 한시라도 빨리 제거해야 된다고 하신다!”
“성전이다!”
“……?”
“……?”
“……?”
이 모든 것이 마족과의 종전이 선언된 지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
이대로는 안 된다.
더 이상 늦으면 진짜로 자신도 파괴의 여신 꼴이 날 수 있다.
그런 위기감에 라헬은 자신의 모든 신성을 쥐어짜 신탁을 내렸다.
그 과정으로 라헬 본인의 신성조차 조금 깎일 정도로, 자신의 모든 것을 쥐어짠 상태였으나.
“무링교를 이단으로 지정한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여신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인지…….”
그러나 여신의 신탁은 여신의 말이라면 목숨조차 내놓을 수 있는 신성국의 사제들조차 혼란스러워할 일이었다.
마족과의 전쟁이 끝났는데, 이제 와서 무링교를 이단으로 만들다니.
“이러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마대륙에서 마신을 몰아냈다고 전해지는 무링교였다.
그런데 막상 마신을 몰아내니 이단으로 지정한다니.
사냥이 끝나자 사냥개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꼴이지 않는가?
“이건 무언가가 잘못되었습니다.”
“여신님께 다시 한번 물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네들의 의견은 잘 알겠네만, 교황 성하를 비롯하여 성자와 성녀분들이 진심을 다해 기도하고 있네만, 답변이 여전히 없으시네.”
지난번 짧은 단어만 내려온 신탁에 많은 이들이 신의 말을 듣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그 창조의 여신은 신도들의 간절한 부탁에도 응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르윈 때문에 신탁을 여러 차례 내리고, 성녀의 몸을 빌려 지상에 강림한 것이 몇 번이던가.
본래라면 수백 년에 한 번 행해야 할 권능을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 사용한 대가는 크다.
그나마도 인류의 최고신이라는 자리에 있어서 많은 신력을 쌓아서 할 수 있는 일이었지.
신도가 얼마 없는 소규모 종교의 신이었다면 몇백 년은 은거해야 할 정도의 일이었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라헬은 무리하여 마대륙을 엿보았다.
자신을 믿는 신도가 없는, 오히려 적대하는 자들만 가득한 마대륙을 몰래 엿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물며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그것을 몇 번을 시도하니 신력을 바닥까지 긁어모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이면 이것만으로도 또 수백 년은 은거해야 할 상황이었다.
오랫동안 인류의 최고신 자리를 지켜 온 라헬 정도 되는 신이었기에 몇 달 사이에 제대로 된 신탁을 내릴 정도로 회복한 것이다.
“여신이시여!”
하나 그게 전부였다.
자신의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신력을 끌어모은 라헬이 교황을 비롯한 신도들의 답에 응답하려면 적어도 내년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뿐인가?
“파괴의 여신, 아직도 방을 안 뺐더라. 지독하다. 지독해.”
“…네놈년!”
“네놈인지, 네년인지 하나만 하지?”
천상에 복귀한 평화의 신, 무링신이 비웃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신이라고 할 수 없는, 이름 그대로 무쓸모 잉여신에 걸맞은 모습이나.
신과 달리 무링교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파괴의 여신을 밀어내고 마대륙을 온전히 장악했고.
승천 쇼 한 번으로 인대륙에도 무서운 기세로 확장을 하기 시작했다.
두렵다.
라헬은 최고신에 오른 이후,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나도 억울했다.
영원한 라이벌이자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파괴의 여신에게서조차 느끼지 못한 공포를, 저 하찮은 것에게 느껴야 한다니!
“남신도 여신도 되지 못한 것이!”
“…….”
남성 신인지 여성 신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천상의 존재가 지상의 생명체처럼 성별에 구애를 받을 리가 없으니까.
생식 활동이 아닌, 세상이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태어난 존재가 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신들의 성별은 대부분 지상의 존재가 믿는 신의 형상에서 유래하는 법이다.
풍요의 신은 당연히 여신일 것이다.
전쟁의 신은 당연히 남신일 것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믿는 신도들이 많으면 신들은 그 성별이 된다.
파괴의 여신만 하더라도, 초창기에는 과격한 느낌이 들었기에 마족들이 남신으로 여겼을 정도.
어떤 미친 인간과 마족들이 ‘사실 창조의 여신과 파괴의 여신은 서로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최고신들의 싸움이 알고 보니 사랑싸움이었다!’ 같은 유언비어를 퍼트리지 않았다면, 파괴의 여신은 지금까지도 남신으로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너 따위에게 밀릴 수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무링신이 아직 제대로 된 성별을 가지지 못한 이유는 매우 간단했다.
신도들이 남신인지 여신인지 정하지도 못하였다.
인류 쪽 인원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자애로운 여신으로 생각했고.
마족은 평화를 위해 힘을 숭상하는 매우 강력한 남신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숫자나 신앙으로 따져, 당연히 마족의 인원이 많으니 남신의 형상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나.
안타깝게도 마족은 오랫동안 최고신으로 파괴의 신, 즉 여신을 믿고 따르던 이들이다.
덕분에 최고신이 여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마족들도 제법 있었기에 아직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신으로서의 권위도 없고, 능력도 없고, 제대로 된 정체성도 없는 너 따위에게!”
“…….”
그 말에 무링신은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 반박을 해야 하는데, 다 맞는 말이어서 처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왜 나는 여기서도 이러고 있지?’
지상에서 처맞을 때만 하더라도 천상에 올라오면 안 그렇겠지 싶었는데.
왜 천상에서도 취급이 똑같을까.
무쓸모 잉여신이라는 이름의 족쇄는 무링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하나 과거의 무링신과 달리 지금의 무링신은 단련이 되었다.
자신을 1도 신앙하지 않는 교주의 마음이.
자신을 바지 신으로 세우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던 르윈의 행동이.
그리고 말 그대로 신을 두들겨 팬 세계수의 딸내미의 폭력이!
무링신의 맷집을 키우고, 그의 정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런 신에게 패배하면, 넌 그것보다 못한 신이 되는 거네?”
나 못났다! 근데 그런 놈한테 진 너는 뭐냐!
그렇다. 무링신은 지상에서 생활하며 배운 것이다.
밑바닥에는 더 밑바닥이 있다고.
1층 아래에 지하실이, 지하실 아래에는 지하 2층이 존재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큭!”
그야말로 동귀어진의 수다.
물속에 빠지자 같이 죽자고 상대의 발목을 잡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공격이었다.
자신을 깎아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신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추악한 수.
하나 천상에서 고고하게 최고신으로 추앙을 받았던 라헬에게는 그것보다 효과적인 공격이 없었다.
“열심히 노력해 봐. 널 기다리고 있는 파괴의 여신과 함께 도마뱀을 받게 될 그날을 기다릴게.”
그렇게 비웃은 무링신은 무언가를 떠올렸다는 듯 방긋 웃으며 한마디를 추가했다.
“천상에서 그렇게 싸우고 싶어 했는데, 지상에 내려가면 싸울 수 있겠네. 매드 온즈가 너네 싸울 만한 장소 만들고 있다니까, 기대해도 좋아.”
천상의 신들은 물론, 지상에 떨어진 이름 없는 신들조차 기대하는 희대의 매치업.
모두가 팝콘과 판돈을 준비하고 있는 세계의 대결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무링신은 이죽거렸다.
***
창조의 교단이 무링교를 이단으로 선언했다.
보통이라면 그날로 모든 교단이 무링교를 적으로 돌리고, 온 대륙의 백성들이 무링교를 향해 돌을 던졌을 것이다.
“추기경, 미쳤는가?”
“교주님, 교주님께서 그것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무링신은 절대 이단이 아닙니다. 무언가 잘못 전달된 것이 분명합니다!”
하나 각 교단을 대표하여 평화 회담에 참석한 이들이 자신의 교단이 무링교를 적대하는 것을 막아섰다.
평범한 성직자들이었다면 모를까, 인류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던 만큼 그들은 교단의 중진이었고.
그런 이들의 격렬한 반대에 창조의 교단의 휘하 교단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각 교단이 혼란에 빠질 무렵, 그보다 더 큰 혼란을 가져오는 선언이 있었으니.
‘오늘부터 바벨리안의 국교는 창조의 교단에서 무링교로 변경되었음을 선언한다.’
건국제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행사를 준비한 바벨리안 황실은 국가의 국교를 변경하는 초강수를 선언했다.
그것도 인류의 신앙이라고 할 수 있는 창조의 교단에서, 그 창조의 교단이 이단으로 선언한 무링교로 말이다.
당연히 그 선언에 제국 안팎으로 큰 소란과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귀족은 물론, 제국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공작가와 열두 개의 후작 가문조차 알지 못했던 일이었다.
말 그대로 황실의 독단.
아무리 황실의 힘이 강한 바벨리안 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곳이 무링교의 대신전입니까?”
“역시 대단하군요.”
“무링…….”
마족의 사절단이 제국을 찾아왔다.
평범한 사람들은 처음 보는 마족의 모습에 경악했고.
아카데미를 다니며 기본 이상으로 단련을 한 귀족들은 무저갱 같은 마족의 강함을 눈치채고 경악했다.
“아아, 교주님!”
“교주님을 뵙습니다!”
“흑… 무링…….”
그리고 그들은 모두 교주 레피스의 등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는 마족들을 보며 다시 한번 경악했다.
그들이 아는 상식에 마족은 피에 미친 악귀였으나, 눈앞에 있는 마족들은 피가 아닌 신앙에 미친 악귀 그 자체였다.
“이, 일어나세요.”
그 시선에 당황한 레피스가 다급히 마족을 일으켜 세우려 했으나.
“아아, 교주님의 손이 내 어깨에 닿았어.”
“성불하여도 좋다.”
“부럽다…….”
신체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말 그대로 성불할 듯한 마족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이, 일단 들어가죠.”
그에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뜨거워지는 것을 깨달은 레피스는 그들을 대성당 안으로 집어넣으려 노력했고.
“…….”
“…….”
“…….”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게 맞는지 두 눈을 껌뻑이고만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