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50. 신약 (5)
인류에게 있어서 불가침 영역으로 여겨졌던 창조의 교단에 무링교가 선전포고를 가했다.
사실 선전포고 자체는 이단 낙인을 찍으며 창조의 교단이 먼저 걸었으나, 인대륙 사람들의 인식은 무링교가 먼저 싸움을 걸었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록 창조의 교단이 무링교를 낙인찍었다고 하나, 무링신을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인정하였기에 위기감을 느끼고, 그들을 마신에 버금가는 위협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하나 무링교는 창조의 여신 그 자체를 부정했다.
신으로서 그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으나, 창조의 교단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창조’라는 개념 그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으나, 그동안 창조의 교단이 쌓아 온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신이 가진 고유한 개념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인류가 태초에 불을 원했고, 불의 신은 지상의 인간에게 불을 내려 주었고.
인류가 정착을 시작하며 농경 사회를 이루었을 때, 가뭄에 농작물이 말라 가는 것을 보며 기도하는 자들에게 비의 신은 비를 내려 주었다.
불의 신은 불의 신이기에 숭배를 받는 것이다.
비의 신은 비의 신이기에 기우제를 지내며 신도들이 비의 신을 찾는 것이다.
창조의 여신 또한 마찬가지다.
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알려진, 인류의 근원이 창조의 여신에게서 나왔다고 믿기 때문에 사람들은 창조의 여신을 믿었다.
그런데 그러한 창조의 여신이 창조가 아닌 탄생을 주관하는 여신이라니.
창조와 탄생.
얼핏 들으면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무언가가 창조되지 않았다면 탄생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탄생이란 창조의 하위 개념일 뿐이었다.
닭에서 달걀이 나왔는지, 달걀에서 닭이 된 것인지 이전에 닭이든 달걀이든 일단 세상에 만들어져야 무엇이 먼저인지 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이단 선언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이번 것은 무링교가 선을 넘은 것이 맞았다.
하지만.
“이 자료는 정말로 고대의 기록이 맞습니다.”
“이것 역시 고대 국가 이스탈린이 남긴 자료가 맞는 것 같습니다.”
“탄생의 여신 라헬이라고 기록된 이 문건 또한…….”
단순히 상대방을 깎아내리기 위한, 도발을 위한 자료라고 하기에는 자료의 질과 양이 심상치 않다.
하나하나가 고고학계에 충격을 줄 만한 것들이요, 더불어 조작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고대 시절의 유물은 르윈이 조작한 물건이 아닌, 실제로 아주 먼 옛날에 존재하던 유적에서 발굴한 유물이었다.
르윈의 인생 1회 차, 지금의 역사에서 고대 시절로 평가받는 시대에도 고대로 평가받던, 말 그대로 엄청난 유물!
르윈이 그 유적의 위치를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그 유적을 비롯한 인근 지역을 1회 차 마왕이 그대로 붕괴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뿐인가?
“특히 이 데르덴 님과 관련된 기록들은 해석의 여지도 없습니다.”
“그렇지. 데르덴 님과 관련된 유물만큼 레플리카가 많은 물건이 없고, 그렇기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쉬운 것이 없으니까.”
역대 용사 중 최강.
그것이 용사 데르덴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그에 대항할 수 있다고 알려진 용사는 최초의 용사 빌 정도라고 하지만, 대다수의 사학자는 최초의 용사라는 칭호에 대한 후광과, 그와 더불어 너무나도 먼 과거의 존재였기에 구전에 구전을 거듭하여 여러 전설과 전승들이 합쳐졌기에 여러모로 과장된 면이 많다고 평가했고.
그것은 르윈도 인정하는 사실이기도 했다.
실제로 그 시절의 기록을 보면서 ‘나는 이런 거 안 했는데.’, ‘단위에 0이 2개는 더 많은데?’ 같은 소리를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냉정하게 보자면 인생 1회 차 시절보다 2회 차 시절이 강할 수밖에 없었고.
2회 차 시절보다 3회 차 시절이 더 강할 수밖에 없었다.
회 차를 거듭할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고, 쓸데없는 과정을 제거할 수 있었으니까.
그 결과 인생 9회 차, 데르덴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던 시절은 르윈에게 있어서 최전성기이자, 동시에 모든 것을 완성한 시절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다시 태어나도 그 시절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지언정, 그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못할 정도로.
그렇기에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었으니, 역대 용사 중 최강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용사 데르덴을 그저 무력으로만 강했던 용사로 생각한 것이었다.
용사 데르덴은 내면적으로도 완성형이었으나, 외면적으로도 완성적인 존재였다.
그는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국가에 영향력을 끼친 것은 물론, 수많은 이종족들과 교류함에서도 망설임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마신과 관련된 것들에게 뒤진 횟수가 8번인데, 9번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으니까.
인류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살아남겠다!
그렇게 시작된 수많은 기행을 통해 데르덴은 강해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대의 기록과 잊힌 자들을 알게 되었으며.
마지막으로 모르는 게 약이라는 선조들의 격언을 옛 친구와 연인의 가문 비밀 서고에서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 자신의 생존을 위한 데르덴의 발버둥은 결과적으로 인류의 수많은 곳에 영향을 주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베르샤 아카데미의 드림 월드가 그러했고.
아카데미와 같은 교육 기관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된 것도 데르덴의 영향이었으며.
지금 인류의 대륙에 가장 영향력을 가진 국가, 바벨리안이 제국이 되는 과정에도 본의 아니게 매우 큰 영향을 준 것이 데르덴이었다.
인류의 무력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고 평가를 받는 용사, 데르덴.
그러나 역사를 공부하는 사학자들은 무력과 동시에 그가 전파한 새로운 문화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를 통해 소통이 단절되었던 국가는 물론 인간을 적대하는 이종족들과도 물자적,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용사 데르덴은 역대 모든 용사 중 가장 최근에 가까운 존재였다.
누군가에게 있어서 천 년은 까마득한 과거이지만, 역사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어제와 같은 시간이다.
그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 당시에 살았던 이종족들이 아직 존재하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데르덴의 물건은 가짜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문헌 속에만 남아 있는, 형체도 알지 못하는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을 누군가에게 파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에 비해 기록이 많고, 아는 사람도 많은 물건은 비교적 만들기가 쉽기에 팔기도 쉬웠으니까.
어중간하게 아는 자들을 속여 넘기고, 이득을 챙기기 위해 수많은 데르덴의 가짜 유물들이 만들어졌고.
그렇기에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의 기본 교육 과정이 용사 데르덴의 유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는 법을 배우는 것일 정도였다.
그만큼 데르덴은 용사라는 것을 평가할 때 기준이 되는 존재였다.
가장 가까웠기에 역사적인 진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가장 많은 업적을 남겼기에 찾을 수 있는 역사적 자료가 많았다.
그렇기에 레피스와 제국이 제출한 자료들을 확인하면 할수록, 연구에 참여한 학자와 교수들은 점점 더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건.”
진짜다.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다른 이들은 숨이 턱 막히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장소다.
한 명이라면 모를까, 모든 이들이 진짜라고 판단한 유물이 한가득하였고.
특히 그중에서 데르덴과 관련된 기록물과 유물은 그들이 학자로 살아오면서 가족이나 애인과 주고받은 편지보다도 더 오랜 시간 보았던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들이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한참을 이어지던 침묵을 누군가가 깨었다.
어떻게 하겠느냐?
그 말의 의미를 모르는 자들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 고대의 기록물들은 해석의 여지가 많습니다.”
단순한 해석은 물론, 언어의 의미를 아는 것들도 몇 번은 재해석을 거쳐야 하는 것이 고대의 기록물이다.
언어의 뜻이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것이었다.
지역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전혀 반대로 사용되기 일쑤였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칭찬의 의미로 사용되던 말이 역적을 뜻하는 말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그뿐인가? 애초에 고대라는 시절의 자료가 많이 없기에, 아무리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이른 시간에 모든 유물이 진짜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었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한 다음에야 이 유물이 진짜라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판단한 뒤에도 이 유물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데르덴 님과 관련된 물건은…….”
그렇기에 문제가 되는 물건은 데르덴이 남긴 것들이었다.
데르덴은 정말 원색적으로 창조의 여신을 부정하고 비난하고 있다.
다른 해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일관적인 내용이면서도, 현장에서 바로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판단이 될 정도로 확실한 물건.
그것이 수두룩하다.
한두 개면 얼버무릴 수 있지, 이 정도 양이라면 그것도 불가능했다.
“…….”
“…….”
“…….”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부터 창조의 교단과는 여러 차례 부딪친 경험이 있는 이들이나, 이건 좀 위험하다.
아니, 많이 위험했다.
안 그래도 무링교가 창조의 교단에 바로 선전포고를 날린 상황인데, 이것을 공표하면 자신들은 무링교를 지지하는 꼴이 되고 만다.
자고로 학자가 정치와 연관돼서 좋은 결말이 나온 적은 드물었고, 그것이 종교와 관련된 정치면 더욱더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실을 숨기기에는 너무나 완벽한 증거가 여기에 있다.
이것을 알고도 숨긴다.
그렇다면 숨겨진 역사를 밝힌다는 자신들의 사명은 어찌 되는가?
자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종교계의 입맛에 따라 역사를 왜곡하고.
그렇기에 기존 학계에서 퇴출당한 사이비 학자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하나 늘 그렇듯 생각을 하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이단으로 낙인찍힐 만한 대사건이다.
제국과 마대륙을 등에 업은 무링교는 분명 강력한 신진 세력이나, 창조의 교단은 아주 오랫동안 인류의 신앙이었고, 인류의 수많은 신들을 포함한 인류의 최대 종교였다.
그런 창조의 교단을 공격하는 것은 인류에 있는 모든 신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즉, 인류 대다수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무리 제국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승산이 없는 싸움이었다.
제국이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압도적인 것은 맞으나, 대륙 전체가 손을 잡으면 아무리 제국이라고 하더라도 버틸 수 있겠는가!
“교수님!”
그렇게 많은 이들이 진실과 현실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느냐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전력을 다해 뛰어왔다는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대학원생, 아니 노예가 소리쳤다.
“대지의 신을 비롯한 스물여섯 개의 신들이 창조의 여신은 거짓된 신이라는 신탁을 내렸습니다!”
“……?”
“그뿐만 아니라 엘프를 중심으로 한 몇몇 이종족들도 창조의 교단을 이단으로 규정하는…….”
“……?”
노예가 드디어 미친 것인가. 아니면 자신들이 미친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세상이 미치기라도 한 것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자고로 학자나 교수를 칭하는 사람들치고 미치지 않은 인간이 없는 법.
이렇게 판을 깔아 주는데, 숟가락을 올리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바벨리안 황실 아카데미를 비롯한 5개국, 37개의 아카데미에서 동시에 창조의 여신에 관련된 시국 선언을…….’
그렇게 지식인을 자칭하는 자들 또한 시국에 편승하여 창조의 교단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창조의 교단에서는 더욱 간절하게 여신을 찾았으나, 점점 흔들리는 신앙에 라헬은 이전만큼 신앙을 얻지 못하고.
그렇기에 대답을 하지 못하여 다시 신앙이 흔들리는 악순환의 연쇄가 이어질 무렵.
“이X이…….”
자신을 놀리려는 듯 찾아온 대지의 여신을 보며 라헬은 이를 갈았으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무것도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