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50. 신약 (6)
“신이란 존재가 원래 그랬잖아?”
대지의 신은 배신감에 부들부들 떠는 라헬을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본래 신이란 존재에 높고 낮음은 존재하지 않았다.
신이란 하나의 개념이 형상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그렇기에 누가 더 높고 낮음을 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지상의 생명체에게서 신앙을 얻기 시작하고.
그것이 과열되어 경쟁이 되기 시작하면서 신들도 인간처럼 높고 낮음을 따지기 시작했다.
내가 더 신도가 많다.
나의 신앙의 질이 더 좋다.
그렇게 서로 모은 신도들의 수와 신앙으로 벌어들이는 신력을 두고 싸우던 천상의 신들에게 어느덧 하나의 칭호가 만들어졌다.
‘최고신.’
지상의 존재에게 가장 많은 신앙을 받는 신을 뜻하는 것이었다.
어떤 신이 그러한 칭호를 먼저 꺼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불린다고 신으로서의 격이 오르거나 다른 신들을 부려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신분에 따라 신분이 나뉘는 인간과 달리, 신들은 세상이 창조된 이후 늘 똑같은, 평등한 상태로 존재했던 이들이었다.
그런 무료한 생활에 최고신이라는 칭호는 그 무엇보다 달콤한 보상으로 느껴진 것이다.
그렇기에 수많은 신이 더 많은 신앙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어떤 신들은 자신들이 모은 신앙을 모조리 사용하여 신도들이 원하는 기적을 행하였고.
반대로 몇몇 신들은 신력을 사용하여 지상에 불행을 일으키고, 그로 인하여 두려움을 얻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어떠한 신들은 하나의 종족을 우대하여 그 종족의 신앙만 독점적으로 얻으려는 신도 있었고.
어떤 신들은 최대한 많은 신앙을 얻기 위해 다른 신들을 깎아내리는 치졸한 짓까지 벌이기도 했다.
그렇다.
지상에 국가라는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
부족 형태로 지내며, 아직 사회라는 것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인간들처럼.
고대 시절의 신들 또한 제대로 된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인간들처럼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천상의 신들의 혼란이 사라진 것은 우습게도 지상의 여러 종족이 각자의 체계를 잡기 시작한 시기였다.
엘프나 드워프, 마녀와 요정들은 각자의 구역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기 시작했고.
수인은 여전히 자신의 부족을 이끌며,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거나 떠돌이 생활을 이어 나가는 제멋대로인 삶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인간들은 자신들끼리 영역을 나누고, 각자의 국가를 세우며 그곳에서 전쟁과 평화를 반복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신들도 각자의 노선을 정할 수 있었다.
대지의 신을 비롯한 자연계 관련 신들은 자신들의 신력을 모아 엘프와 요정을 비롯한 생명체들을 보호해 주는 세계수를 만들고, 그들에게 신앙을 받기 시작했고.
또한 불의 신과 대지의 신, 그리고 광물의 신 등은 드워프들에게 땅의 축복과 광물의 축복을 주어 그들의 창작 활동에 도움을 주었으며.
투쟁의 신과 생명의 신, 그리고 대지의 신은 자유롭지만 난폭하기에 다른 종족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았던 수인족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마지막으로 정착 생활을 하며 농경 사회가 된 인류에게 대지의 신을 비롯한 비의 신, 풍요의 신 등이 농사를 짓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렇다.
아주 먼 옛날, 대지는 많은 것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기본적으로 4대 속성이라고 말하는 것이 불, 물, 바람, 대지였고.
생명체들이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장소도 대지였으며.
그 대지에서 나무가 자라나고, 꽃이 피니.
드넓은 대지는 곧 대자연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뿐인가?
문명 사회가 사용한 토기와 같은 것들도 다 대지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전쟁에서 사용되는 철과 광석들도 대지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며.
농작물을 키우는 곳도 결국은 대지였으며.
마지막으로 죽음조차 대지로 돌아가는 것이니.
모든 생명체의 탄생과 죽음에는 곧 대지가 관련된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신도가 있었고.
대지의 신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그것들을 채용해 마음껏 이용했다.
그 결과 대지의 신은 신들 중에서도 제법 긴 시간 최고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대지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것은 인류나 마족이나 다를 것이 없어서, 양쪽 대륙 모든 종족에게 신앙을 받았기에 지지 기반도 상당히 굳건한 편이었다.
“그때는 참 좋았는데 말이지.”
본래 라헬도, 파괴의 신도 발아래에 두었던 최고의 신.
그것이 대지의 신이었고, 그렇기에 갑작스럽게 성장한 창조의 교단과 파괴의 교단에게 양쪽에서 얻어터졌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
절대 끝나지 않았을 것 같았던 최고신의 자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본래 하나였던 최고신이 인대륙과 마대륙의 최고신으로 나누어지고.
그 어느 쪽 편도 아니기에 인류와 마족 모두에게 신앙을 얻었던 대지의 신은 그로 인하여 양쪽 모두에게 적대를 받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 그런 게 신이란 존재니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기에 많은 신앙을 모을 수 있었고, 반대로 이것도 저것도 아니기에 많은 신앙을 잃은 것이다.
중간에 서 있다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이득을 얻을 수도 있으나, 양쪽 모두에게 처맞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대지의 신 또한 과거 짧은 기간 최고신으로 있었던 어떠한 신을 끌어내리고 최고신이 된 것이니까.
“생각지도 못한 것은 너랑 파괴의 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최고신으로서 군림할 줄 몰랐을 뿐이지.”
그 방식은 과감했고, 소극적이었으며, 대담했고, 치졸했다.
자신의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한다.
그것을 보며 신들은 욕을 하면서 동시에 감탄하기도 했다.
동시에 그것을 어설프게 따라 하는 신들도 있었고, 정반대의 노선을 걸으며 차별화를 한 신도 있었으나.
결국 파괴의 여신과 라헬은 그 자리를 지켜 냈다.
그것을 인정한 신들은 신으로서 천상에 남았고.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덤빈 신들은 패배하여 결국 이름 없는 존재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다.
영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개념인 존재인 신들에게도 제법 긴 시간이.
“누가 그랬더라? 망각은 지상의 존재에게만 해당하는 축복이자 저주라고. 참 잘 지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네.”
아주 긴 시간 진행되었던 최고신의 자리를 둔 경쟁은 창조의 여신을 자칭하는 라헬과 파괴의 신으로 인하여 종결되었다.
그 둘의 아성에 도전하는 신들이 종종 등장하기는 했으나, 빠르게 사라졌고.
그러나 그 시간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이유는 신들이 최고신의 자리를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라헬과 파괴의 신에게 굴복했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그 둘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 두 신이 흔들릴 때까지 기다린 것뿐이었다.
다만 그것이 모든 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늦었을 뿐.
“우리는 원래 이런 사이였잖아?”
최고신이 되면 축하해 준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최고신을 노리는 모든 신이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동시에 흔들리는 최고신을 보며 기회를 노리지 않는 신은 없을 것이다.
한때 최고신의 자리에 올랐던 대지의 신과 같은 이들은 더욱더.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느니, 배신이라느니.”
그렇기에 대지의 신이 라헬을 비웃는 것이었다.
“우리 사이에, 이게 당연한 거잖아?”
너무 오래되어서 라헬이 잊고 있을 뿐, 원래 신들의 관계란 이런 것이었으니까.
“네, 네X이…….”
그 비웃음에 라헬이 이를 갈며 노려보았고.
그 모습에 대지의 신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전보다 더 냉소적인 비웃음도,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분노하는 모습에 분노나 실망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진짜 과거를 잊고 사는구나.”
“뭐?”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는 시선에 라헬이 더욱 분노했으나.
“말했잖아. ‘우리’ 사이에 이게 당연하다고.”
“그게 무슨…….”
“왜 내가 모든 것의 원흉인 것처럼 생각하는 거야. 너의 적으로 돌아선 것이 나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무리 머릿속이 꽃밭이어도, 그건 좀 아니잖아.
그렇게 내려다보는 대지의 신의 시선에 창조의 여신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
‘세상을 창조한, 진정한 의미에서 신들의 신인 존재는 라헬이 아니다.’
‘그것은 거짓된 존재로서 그저 세상을 농락한 악신일 뿐이다.’
‘마신을 인류의 적이라 칭하며, 뒤에서는 마신과 모략을 꾸며 전쟁을 지속하게 만들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당장 이단 심문관들의 손을 잡고 지하실 나들이를 한 다음, 며칠 후 강 위에 둥둥 뜬 신원 미상의 시체로 발견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말이었다.
하나 이 발언을 한 존재들은 그러한 걱정이 없었다.
“이, 이게 신탁이라고?”
“그렇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시여, 이게 도대체 무슨 뜻입니까…….”
“자네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신의 뜻대로 이것을 세상에 공표해도 괜찮다고 보는가?”
“그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창조의 여신을 따르는 광신도, 이단 심문관이라고 하더라도 천상에 존재하는 신을 지상을 넘어 지하로 끌고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께서는 왜 창조의 교단을 적으로 돌리려는 건가.”
“최근 창조의 여신이 진짜 창조의 여신이 아니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설마 그게 진짜…….”
“쉿! 조용히 하게. 그와 관련해서 창조의 교단에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렇겠지요.”
“하나 몇몇 교단에서 나온 말에 따르면, 신들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라헬을 밀어내려는 신들이 존재하는가 하면, 눈치만 보며 상황을 지켜보려는 신도 존재했다.
그리고 신의 행보에 따라 신도들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적극적인 종족은 예상 밖의 복병, 엘프였다.
“우리는 그동안 창조의 여신과 그들을 따르는 자들에게 속았다!”
“이는 세계수의 뜻이다!”
엘프 중에서도 창조의 여신을 믿는 이들이 제법 많았으나.
다른 종족과 달리 엘프는 신보다 세계수를 더 신뢰하는 성향이 강했다.
천상에서 기적 조금 내려 주면서 목소리만 높이는 신들과 달리, 세계수는 현실에 존재하는 자신들의 수호자이자 아버지였으며, 동시에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세계수가 대지의 신을 비롯한 과거 엘프가 믿었던, 그리고 지금도 많은 엘프들이 믿고 있기도 한 신들의 편을 들며 창조의 교단을 성토하니.
하이 엘프를 비롯한 대다수의 엘프들은 창조의 교단을 적대하기 시작하였다.
“아니,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그동안 창조의 교단이 했던 행동들은 인류사에 도움이 되었는데.”
물론 그 안에서 반발하는 자들이 나오기도 했다.
그간 창조의 교단이 용사와 함께 마족을 막아 냈던 일은 사실이었고.
그것으로 대륙이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몇 번이던가?
“지금 세계수의 의지를 거스르는 것이냐!”
“인간 학자 놈들도 역대 용사들이 라헬에게 속았다는 기록을 찾아내어 연구하고 있는데.”
“데르덴 님은 아예 쌍욕을 적어 두셨건만, 소식이 늦구나. 그러니까 인간 놈들이 우리를 숲에 사는 촌놈들로 생각하는 거 아니냐!”
자고로 신은 자신과 가장 먼 곳에 있는 존재요, 세계수는 바로 옆에 숨 쉬고 있는 존재였다.
엘프로서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는 명확한 일이었다.
“그렇죠!”
“용사님도 쌍욕을 했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렇게 반발했던 이들이 하나둘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넘어가지 않는 이들이 조금 있었으나 세계수가 눈물, 아니 수액 시위를 하는 순간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아빠 최고!
본의 아니게 딸을 볼모로 잡힌 세계수는 열심히 일했다.
이번 일만 잘 성공시키면 처음으로 이산가족 상봉도 추진한다는 말에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인간뿐만 아니라 이종족들 사이에서도 창조의 교단에 저항하는 종족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나 모든 종족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기존에도 광신도였던 수인들은 역시나 반발이 심했으나, 충분히 예상했던 일.
그러나.
“마녀가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는데…….”
예상외의 복병에 르윈이 바로 타니야에게 쳐들어갔다.
난데없이 작업실을 폐쇄당한 타니야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