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50. 신약 (7)
최근 몇 년간 대륙에 여러 사건들이 있었고.
그로 인하여 많은 이들이 크고 작은 일들에 휘말려 고통받았으나.
우습게도 타니야에게 있어서 대륙의 혼란은 평화로 찾아왔다.
“여러 교단의 지원을 받아, 새롭게 만들었으면 하는 드림 월드가 있는데.”
“드림 월드를 이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제작해 보고 싶은데, 이런 방식으로 진행이 가능할까요.”
“용사님들을 위한, 더 많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혹시 우리 아카데미에서도 드림 월드를 이용할 수 있겠습니까?”
안 그래도 용사로 선발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대륙에서 인재를 긁어모으고 있던 베르샤 아카데미였다.
그런 아카데미에서 펼쳐진 신기술은 학생들을 현혹했고.
새로운 학생이 입학할 때마다 갖은 호평을 받으며 대륙에 점차 위명을 떨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명성이 정점에 도달한 것은 르윈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마왕성 돌파.
평범한 학생들은 기본이요, 아카데미에서 제법 명성을 떨치는 학생들조차 마왕성 문지기에게 연전연패하는 것을 보며 학생들은 자만하지 않을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아펠리오스를 재현시킨 드림 월드를 경험한 순간 학생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신이란 것이 저런 존재일까?
그렇다면 저 괴물을 쓰러트린 전설 속 용사 데르덴은 어떤 존재인가!
많은 이들의 마음이 꺾였으나, 꺾이지 않은 이들은 자신의 한계를 두지 않게 되었다.
아직 할 수 있다.
용사 데르덴이 그것을 증명했다.
똑같은 인간으로서 저런 괴물과 상대를 했는데, 우리한테 그 정도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심지어 드림 월드라는 가상의 공간이, 죽음의 제한도 두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실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진 곳이 베르샤 아카데미이지 않은가!
단순히 용사라는 것에 이끌려 온 학생들은 경험을 쌓고 성장했다.
그리고 그들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타니야는 두둑한 예산과 함께 더욱 높은 대우를 받게 되었다.
마녀의 땅에서 살아갈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회적 직위 상승!
필요한 재료가 있다면 대륙을 뒤져서라도 찾아 주는 아카데미 이사장들과 수많은 상단까지!
거기에 매우 귀찮고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초기 드림 월드의 설계도까지 얻게 된 타니야였다.
일이 닥쳤을 때는 더럽고 치사하다고 눈물을 흘렸으나, 결과적으로 르윈은 약속한 것은 모두 지켰다.
‘대마녀를 달아도 이 정도 지원은 무리니까.’
베르샤 아카데미란, 그야말로 타니야 드림을 위한 꿈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그뿐인가?
유일한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르윈 디 드라이르프마저 졸업이 가까워짐에 따라 잘 찾지 않으니.
이대로 르윈이 졸업하면 타니야는 지금의 생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같이 온 친구가 요즘 애들이 참 말을 안 듣느니, 예비 위치 로드께서 썸남 근처에 자꾸 다른 여자가 들러붙느니 한탄을 하는 것은 조금 귀찮으나.
베르샤 아카데미에서의 생활은 그런 사소한 것들을 모두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잊고 있었다.
세상이 시끄러워도 자신은 평화로웠으니까.
마족이 어떠니, 종교 전쟁이 어떠니 해도 무교에 가까우며, 혼자 튀는 것 정도는 가능한 타니야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일이었으니까.
“…….”
똑. 똑.
타니야는 멍하니 자신의 공방의 문을 두들겼다.
그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마력을 회전시켰다.
‘위로 세 번. 아래로 세 번. 위로 일곱 번.’
하나, 둘, 셋.
둘, 둘, 셋.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마력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보안 시스템이 열려야 정상이건만, 문이 열리지 않는다.
보안 시스템이 고장이 난 것일까.
타니야는 고개를 저었다.
‘시스템 바꾼 지 얼마나 되었다고.’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며 얻은 최신식 마법을 적용한 것이 최근이었다.
마법을 각인시키며 물리적 문제가 없는지 또한 확인했기에 시스템이 고장 났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아카데미에 필요한 물자를 신청하고 오는 그 짧은 찰나, 누군가가 내 공방을 침입한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야 이런 일이 없었지, 과거에는 자주 있었던 일이기도 했다.
“저기요?”
똑. 똑. 똑.
세 번 문을 두들기자 반대쪽에서 세 번의 두들김이 들려온다.
묘하게 엇박자인 것이, 자신이 두들긴 소리가 반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더 열받는다.
하나 어쩌겠는가?
“또 왜 그래요…….”
상대는 싸워 봤자 나만 손해인 또라이 새끼다.
홍수가 내 집을 덮친다고 막아 내려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허리케인을 무찌르겠다고 돌격하는 기사가 없는 것처럼!
자연재해와 같은 것들은 상대하지 않고 도망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인 법이었고.
타니야는 그 사실을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지내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문 좀 열고, 말로 하죠?”
방심했다.
최근 이런저런 것을 만들며 상승하고 있는 마법과 마법 공학 실력을 너무 믿었고.
최근 몇 년을 평화롭게 지내다 보니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고 말았다.
‘…느꼈다고 하더라도 변하는 것은 없었을 것 같았지만.’
하나 그간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상황을 대처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원하는 게 뭔데?”
제국은 말한다.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말라고.
하지만 타니야는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제국인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테러리스트와 협상할 수 있다!
“문 열어…….”
그것도 아주 간절하게.
***
본래 마법사들은 종교와 연관이 되는 것을 꺼려하는 이들이었다.
마법이라는 학문 자체가 종교적으로 부딪칠 것이 많은 학문이었고.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조금 꺼려지는 계열이라고 하나, 흑마법의 학파 일부가 마신과 엮여 흑마법을 배우는 모든 마법사들이 몰락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종교와 연관되는 것을 철저하게 거부하였고.
아예 마녀 같은 경우에는 종족 자체가 마법을 잘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냥을 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기에, 더욱더 종교와 거리를 두고 있는 편이었다.
“물론 창조의 교단은 예외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지지를 하는 건 좀 곤란한데.”
그렇게 푸념을 늘어놓는 르윈을 보며 타니야는 생각했다.
‘잘못 걸렸다!’
제법 긴 이야기였으나, 줄이면 이것이었다.
마녀가 다 망해 가는 창조의 교단을 지지하고 있다.
이거 어떻게 책임질 거냐.
‘내가 위치 로드도 아니고, 장로 회의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대마녀도 아니고, 가문의 주인도 아닌데!’
그냥 일반 마녀 A에게 윗선들 관리 안 하냐는 말을 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그렇지?”
“그, 그렇죠!”
하지만 더럽고 치사해도 참아야 했다.
테러리스트가 폭탄을 들고 자신의 집을 점령했으니까.
‘간신히 문 안으로 들어왔다고, 방심하면 안 돼.’
방 안에 들어오는 것은 1차 목표일 뿐이었다.
최종 목표는 이 망할 테러리스트를 나의 공간에서 내쫓는 것이다.
그때까지 상대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
할 수 있다. 아니, 해야만 한다!
‘1년만 더 버티면 내 세상이 찾아오니까!’
그렇기에 타니야는 가장 확실하고, 완벽한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름하여.
“그럼 직접 마녀의 땅에 가서 대마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실래요?”
폭탄 넘기기!
이 미치광이를 마녀의 땅으로 보내는 것은 조금 양심이 아픈 선택이지만, 애초에 이 폭탄이 눈앞에서 자폭하겠다고 소리치는 이유는 멋대로 창조의 교단을 지지한 윗선의 문제이지 않았던가?
“그게 가능해?”
“그건…….”
솔직히 말해서 매우 어려운 일이기는 했다.
마녀의 땅에 들어갈 수 있는 인간은 한 세대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마녀들은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니까.
하나 타니야에게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플라나 님을 잘 꼬시면 어떻게든 되겠지!’
차기 위치 로드가 연인이라고 주장하는 자의 주인이 르윈이지 않던가?
‘안 그래도 하인스가 소드마스터가 된 이후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리미리 윗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친구인 베렐스가 듣는다면 ‘그게 뭔 미친 소리니…’ 하고 중얼거릴 말이었으나, 타니야는 진지했다.
진지하게 이 폭탄을 마녀의 땅에 투척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거라.』
“네?”
그날 밤, 플라나를 꼬시기 전 미리 가문에 연락을 넣은 타니야는 가주로부터 믿기지 않는 말을 듣게 되었다.
“데려가도 된다고요?”
『그래. 그것이 로드의 뜻이니.』
“……?”
마치 이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한 반응에 타니야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
마녀.
마법에 특화된 종족으로 겉모습은 인간 여성과 같으나, 인간과 달리 한계가 없는 마력량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아주 긴 수명이 특징인 종족이었다.
물론 이것은 개별 차가 존재하므로 어떠한 마녀들은 인간과 비슷한 수명을 지니고 있고, 또 어떠한 마녀는 엘프와도 비견되는 수명을 지녔을 정도로 차이가 있기는 했으나.
다르게 말하면, 재능만 있으면 인간이 꿈꾸는 영생과 비슷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존재였고.
그러한 사실이 알려져 온갖 박해를 당한 전적이 있는 종족이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의 피로 목욕을 하여 수명을 늘린다.
흑마법사들을 받아들여, 그들의 기술을 훔쳤기에 가능한 것이다.
흑마법사를 넘어 마신과 직접 결탁을 한 인류의 배신자들이다.
증거도 없이 그냥 무작정 마녀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누군가가 내면,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마녀를 사냥했다.
그것을 직접 경험한 마녀는 지금까지 없으나, 원한과 악의는 여러 기록과 마법을 통해 후대에 전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긴 시간을 고통받던 마녀는 용사의 등장으로 해방되었다.
창조의 교단과 용사.
과거의 역사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마녀들도, 그것들이 마녀라는 종족에 어떠한 영향력을 끼쳤는지는 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르지.”
진짜 역사를 이어받고 있는 위치 로드는 알고 있었다.
“마녀 사냥을 처음 시작한 곳이 창조의 교단이라는 사실을.”
용사조차 모르는 사실일 수 있었다.
그것을 현 위치 로드, 플라임은 알고 있었다.
배운 것이 아니다.
그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바벨리안의 금술과 비슷하면서 전혀 다른 것이, 위치 로드에게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를 구원한 것은 단 한 명, 용사님이시지.”
애초에 제국의 세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이 금술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인에는 마녀의 도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르윈, 아니 데르덴의 밑에 수많은 재능을 갖춘 이들이 반강제로 성장하는, 아니 성장을 주입받고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일을 겪고 있을 무렵.
자신들의 과거와 비슷한 처지인 바벨리안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몇몇 마녀가 그들의 금술을 도왔기 때문이었다.
이는 황자나 황녀도 모르는, 오직 황제만 아는 사실이었다.
위치 로드는 제국의 금술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황성과 황족의 피에 이어지는 금술을 정기적으로 확인해 주고, 제국은 그 대가로 남몰래 마녀에게 막대한 지원을 해 준다.
괜히 마녀가 조용히 숨어 살면서도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제아무리 돈을 긁어모으는 마녀들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제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돈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다만 그것이 단 한 명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만.”
그렇기에 금술에 이상이 생겼을 때, 그것 때문에 제국의 황제를 직접 만났을 때.
그를 통해 들은 내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었으나.
직접 데르덴을 보고 만났던 플라임이었기에 의외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인간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대륙이 개판인 이유는 다 용사님 때문이라고.
신과 싸운다니.
평범한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 인간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플라임은 창조의 교단을 지지하는 선언을 하였다.
그렇게 된다면 그 용사님의 성격상 직접 쳐들어올 테니까.
모든 것이 계획된 일이다.
이미 한 번 겪어 본 사람이었으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용사님을 만나고.
무섭지만 추억으로 남았던 과거의 일들을 웃으며 나누고.
손바닥 뒤집듯 창조의 교단의 지지를 철회하고, 무링교를 지지하면 다 해결될 것이다.
마녀는 용사에게 구원받았으니까.
그것에 대한 보답을, 모든 마녀의 대표자로서 하면 되는 것이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고.
그 계획은 제법 괜찮았다.
그러나.
“…….”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르윈을 보며, 플라임의 두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용사의 옆에 있는, 플라임의 입장에서는 한참 핏덩어리인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 때문이었다.
“그럼 하는 김에 하나만 더 하자.”
“뭘요…….”
“흑마법 부흥.”
“…….”
“그것도 좀 해라.”
“그게 무슨 소리세요…….”
어차피 창조의 교단 적대할 거, 대륙 전체를 적대하라는 선언에 천 년을 넘게 산 대마녀 플라임은 뒷목을 잡고 쓰러져 그대로 세상을 떠날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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