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51. 엑스트라 (2)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름을 날렸던 가문이 하루아침에 멸문을 당하기도 하고, 찬란하게 빛났던 국가도 시대의 풍파를 맞고 사라진다.
수백 년의 시간을 최강으로 불렸던 검의 유파가 밀려 나기도 하고.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석으로 취급받던 마법 이론이 새롭게 등장한 이론에 하룻밤 만에 쓰레기가 되는 것도 가끔 있는 일이었다.
종교 또한 마찬가지였다.
시대에 따라 흥하는 종교가 있고, 쇠퇴하는 종교도 있었다.
하나 종교라는 것의 특성상 그것이 느리게 이루어지는 편이었고, 몇몇 근본이라 부를 만한 대종교들의 성세는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놀랐다.
마족이 마신을 그렇게 빠르게 버릴 줄이야.
창조의 교단이 이렇게 쉽게 흔들릴 줄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들린 창조의 교단의 흑마법사 옹호 소식은 사람들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드는 것이었다.
“딱 제국 학회에서 과거 용사님들이 무조건 제거해야 한다는 흑마법사는 특정 몇몇 학파였다는 사실을 알린 뒤부터였잖아.”
“그렇지. 대다수는 일반 마법처럼 흑마법 또한 진리를 알기 위해 공부하는 자들일 뿐이라고 했다더라.”
“마신의 유혹에 넘어가 망자들을 모욕하고, 살아 있는 자도 자신의 종으로 만들기 위해 죽이는 그런 놈들만 죽이라는 거였는데.”
“창조의 교단은 자신들의 권세를 위해 그냥 모든 흑마법사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제거했다며?”
“나쁜 놈들이네.”
“그것뿐만이 아니야. 마녀가 흑마법을 배웠다는 악의적인 소문도 다 창조의 교단에서 흘린 정보라며.”
“마녀 사냥을 시작해 놓고도, 용사님이 다른 종족을 보호하니까 안색을 싹 바꾸면서 이종족 보호에 앞섰다고도 하니까.”
창조의 교단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던 마녀가 갑자기 돌아섰다.
그 사실만 놓고 본다면, 마녀의 주장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겠으나.
그의 편에 진실을 알렸다고 하는, 창조의 교단에서도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 편인 용사 데이지의 증언이 덧붙여지자 여론은 순식간에 창조의 교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간 창조의 교단이 숨기고 있던 것이 얼마나 더럽고 음습했으면, 진실을 알자마자 지지를 선언했던 종족과 소속 용사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명세를 가진 이가 되돌아섰겠는가!
“이제 밤잠은 다 잤네…….”
“…미안해요, 선배.”
“아니요. 이게 다 망할 도련님 탓이잖아요.”
“…….”
덕분에 본의 아니게 양심 선언을 한 데이지는 눈물을 흘리며 암살 위협을 피하고자 아카데미를 휴학하고 마녀의 땅에 몸을 의탁해야 했으나.
덕분에 베아트리체와 함께 마녀의 땅에서 공부할 기회가 생겼으니, 마법사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된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졸업은 같이하고 싶었는데.’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면, 그저 르윈과 라일라, 그리고 두 동생과 함께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것뿐.
자칫 잘못하다가는 가장 연장자로서 가장 늦게 졸업장을 받게 생긴 것에 다시 한번 눈가에 습기가 차올랐으나.
천상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라헬의 눈에는 이미 피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창조의 교단, 아니 창조 호소인 교단은 해명해 보십시오!”
“이 역사적 사료와 인류를 수호했던 용사의 기록들이 전부 가짜라고 주장할 셈이요?”
“여태까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이단 심문관의 손에 죽어 나간 이들의 외침이 들리지 않소?”
“그리 떳떳하다면 신성국에 존재한다는 이단 심문소를 공개하시오!”
“그곳의 생존자가 양심 고백을 했소. 거짓 증언을 하고 동료들을 팔아넘기는 것으로 자신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이러고도 거짓이라는 것이오!”
현 창조의 교단의 교황, 바오르 2세는 인격자다.
하나 그렇다고 마냥 완전무결한 백색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교황이라는 자리는 대륙 전체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정치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자리였고.
또한 여신의 신탁을 주관하는 자로서 여신의 신탁이 있다면 주저 없이 행할 수 있어야 했다.
지금과 같은 평화의 시대에, 인격자라고 부를 수 있는 바오르 2세조차 스스로 생각하기에 부끄러운 행동을 몇 번은 해야 했다.
하물며 혼란의 시대에 오직 창조의 교단을 지키거나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 목적을 둔 교황도 많았다.
그들이 행했던 업보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시작은 선동과 날조였으나,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진실들이었기에 창조의 교단으로서도 대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그뿐인가?
나약한 신은 살기 힘들었던 고대 시절, 선동과 날조, 모략과 음모가 가득했던 시대에서 살아남은 신들이 지금의 신들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못 버틴 신들은 다 잊혀 지상으로 처박혔으니까!
“신탁이다, 아이들아. 라헬은 사실 아주 나쁜 년으로…….”
“…라는 종교가 있었는데. 라헬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마신 쪽 신이라고 선동해서 그대로 망했단다.”
“옛 왕국 중 창조의 교단과 사이가 안 좋은 남신을 섬기던 왕국이 있었는데. 그것만으로 창조의 교단이…….”
신들도 눈치가 있었다.
이 정도로 상황이 불리해졌는데, 라헬이 신탁을 내리지 않는다면 모종의 이유로 그녀의 신력이 바닥이 났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렇기에 신들은 자신들만이 일방적으로 때릴 수 있는 지금, 최소한의 신력만을 남기고는 모두 신탁에 소모하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라헬하고 같이 망한다.”
“우리도 슬슬 갈아타야겠구나.”
“의리는 충분히 지켰지. 이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자 아직까지 창조의 교단 측에 남아 있던 소규모 신들 역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구멍 난 배에 끝까지 남으면 같이 수장되는 결말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라헬의 성질머리를 참는 건 좀 힘들었기도 하고.”
“그렇긴 하지.”
“파괴의 신과 말싸움하면 그렇게 쥐 잡듯이 신들을 잡았잖아.”
“더럽고 치사해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었지.”
“그에 비해 평화의 신은 원래 착하잖아?”
“그렇지. 자기 이득을 볼 수 있을 때도 남들을 챙기다가 결국 추락했을 정도니까.”
“끝까지 평화를 위해 살아갔던 멍청한 녀석이었지.”
“그런 녀석이 부활해서 다시 천상에 올라왔으면 믿을 만하지.”
이미 지상에서 인생 10회 차 용사를 만나 부활하고, 천성이 사기꾼인 존재를 본의 아니게 교주로 삼았으며.
가장 강력한 지지와 신앙을 보내는 것이 인생 10회 차 마왕과 마족이라는 사실에 암흑 진화를 거듭.
거기에 태생부터 무쓸모 잉여신, 무링신이라는 이름까지 받은 평화의 신이었으나.
안타깝게도 신들조차 지상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법이었다.
고작해야 자신을 믿는 신도들의 눈과 귀가 그들의 눈과 귀요.
그것을 벗어나서 보려면 막대한 신력이 필요했다.
그 라헬조차 마대륙을 훔쳐보기 위해서 끝없이 시도한 끝에 신력이 바닥나 저 꼴이 되었는데.
그 밑에 붙어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밑바닥 신들이 신력까지 소모해서 지상을 볼 리가 없었다.
그들이 아는 평화를 사랑하던 평화의 신은 이미 죽었다.
지상에서 암흑 진화를 하고, 그 결과 자신의 육체를 불태우면서까지 자신의 교주에게 복수를 하는 악독한 무링신만 남았을 뿐.
하나 그 사실을 모르는 신들은 하나둘 무링신에게 붙었고, 동시에 창조의 여신을 비난하는 신탁을 내리기 시작했다.
창조의 교단의 붕괴의 서막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
“12지역 선거 23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영감… 미안해요. 다시는 안 뽑기로 했는데……. 하지만 다 마족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니까. 영감도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해요……. 울어라, 염옥참마도!”
“크윽! 늙은이가 어떻게 이런 힘을!”
“살아남음이 곧 강자의 증거란다, 애송아!”
현 마왕, 헬리아스의 마왕의 선거제 전환 이후 다섯 달.
마족은 역사에 유례가 없는 전투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선거가 뭐지?”
“마왕을 민주적인 절차로 뽑는 거라는데?”
“민주적인 절차는 뭔데?”
“다수의 의견을 따르면 되는 거라고 하더군.”
“다수의 의견을? 간단하군.”
“그렇지 않네. 그러면서도 소수의 의견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하더군.”
“다수의 의견을 우선시하면서, 소수의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그게 무슨 소린가?”
머리가 장식인 마족에게 민주주의를 이해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하물며 수만 년을 대표를 선출하는 방법으로 서로 싸워 이긴 승자를 대표로 삼았던 마족이었다.
그런 마족에게 투표라는 방법을 이해시키는 건 어려웠다.
그렇기에 마족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민주주의에 의한 대표 선정을 완성했다.
“그렇군. 대표는 지지자를 일정 수 이상 모아서 출마할 수 있다고 하네.”
“아, 그건가?”
“그건 쉽지.”
파괴의 신이 몰락하고 무링교가 득세한 세상.
하지만 그 근본은 마족이었다.
“세력전이군.”
“그렇지. 패싸움하면 되는 거야.”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유리한 법이니까, 민주주의지.”
“그러면서도 소수가 더 강자일 경우, 소수의 의견이 무시되지도 않을 수 있으니까.”
“그렇지. 소수 세력이 다수 세력을 이기면, 소수가 다수가 되는 법이니까!”
헬리아스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기겁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마왕 투표를 취소했을 수도 있었다.
하나 안타깝게도 수많은 국가와 종족으로 나누어진 인대륙과 달리.
마족은 마대륙의 모든 지적 생명체들을 부르는 말로써, 수많은 부족을 수많은 종족이 지휘하고 있고.
그 대표를 마왕으로 삼은 연합 왕국의 형태였다.
인대륙과의 전면전을 앞두고, 주요 부족장이 모두 마왕성에 모여 통솔을 할 때도 제대로 된 통치를 하기 힘든 것이 마대륙이다.
종교 전쟁 이후 그 피해를 복구하고, 더 나아가서 정비하기 위해 모든 부족장을 돌려보낸 상태에서 통치는커녕 그들의 소식을 제대로 듣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렇기에.
“…이게 뭐냐?”
헬리아스가 사실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버린 뒤였다.
“저쪽은 9천의 지지자를 확보한 아델 라이트입니다. 용아족의 신성으로 유명하죠. 그리고 저쪽은 전통의 강자, 머메이드족의 카시나스로 1만 2천의 지지자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
“그래서 마왕님, 이전 투표에서는 일대일 무제한 전투를 진행했는데. 그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대충 이야기를 들으니, 수십 명을 일대일로 붙여 살아남은 자들끼리 계속 붙이고. 그렇게 한쪽의 지지자가 모두 쓰러지면 승리 처리를 했으나, 이제는 너무 숫자가 많아져서 일대일 심판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
“…….”
그 이야기에 헬리아스의 정신은 아득해졌으나, 그 이후의 말은 더욱더 가관이었다.
“그래서 128강부터는 10명씩 묶어서 진행하려는데.”
“…하하.”
총합 2만의 대군이 격돌하는 게 128이란다.
“마음대로 해.”
결승전이 된다면 백만 대군끼리 붙는 장관도 볼 수 있겠다.
헬리아스는 그렇게 헛웃음을 지었고.
“X발.”
그게 왜 진짜지.
몇 달 후, 가슴이 웅장해지는 민주주의의 결말을 눈앞에서 본 마왕은 절로 욕설을 내뱉었다.
하나 동시에 마음이 편해졌다.
승자에게 마왕의 자리를 내어 주고 떠나면 되는 것이니까.
어찌 되었든 마족 전부의 지지를 받는 마왕의 탄생이니까!
“나 348만의 지지를 받는, 뉴 지옥의 불꽃 발텐데르는 무링의 뜻이자, 민중의 뜻을 받들어 새로운 마왕이 되기 위해서!”
하필 이겨도 저 돌대가리가 이기고 말다니.
마족, 이대로 괜찮은가?
헬리아스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한숨을 내쉬며 마왕의 자리를 내주려는 순간.
“현 마왕 헬리아스에게 민주적인 절차로 도전하겠소!”
결승전에서 라이벌을 쓰러트린 주인공 녀석이 최종 보스를 상대하게 되었다.
“…응?”
문제는 그게 최종 보스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싸우라고, 저것들과?’
대지를 가득 채운 수백만의 마족들이 보인다.
소수의 지지자가 모이고 모여 결국 하나가 된 아름다운 민주주의의 현장.
문제는 그들이 눈을 빛내며 마지막으로 쓰러트리고자 하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이다.
‘내 지지자는 몇이냐?’
마왕성 다 뒤져도 천 명이 간신히 넘지 않던가.
“야.”
1,000명 VS 348만 명.
이게 말이 되냐? 그냥 너 마왕 해라.
헬리아스가 그렇게 말하려는 순간,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이번에도 헬리아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마왕님을 상대하려면 일단 우리부터 쓰러트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대사제!”
“이 새끼야?”
먼저 튀어 나가는 데르마치와 그 뒤를 따르는 무링교의 마족 지부 사제장들을 보며 헬리아스가 눈물을 흘렸고.
그렇게 약 열흘간 이어진 대전투가 끝날 무렵.
마족 민주주의 공화국 초대 마왕, 헬리아스가 탄생했고.
몇 달 후 그녀가 눈물의 즉위식을 할 무렵.
옆 대륙에서 어느 한 종교가 완전히 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