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2)
32화 7. 인생 10회 차는 아카데미를 즐긴다 (5)
드라이르프 가문.
그 이름은 르윈과 시종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영향력이 있었다.
절대적인 황권을 자랑하는 제국에서도, 국경 지역에서만큼은 황실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발휘할 정도.
“안녕하세요, 르윈 님.”
“르윈 님! 좋은 아침입니다!”
“편안하신지요, 르윈 님?”
그리고 그 위력은 데이지의 예상을 한참 초월한 상태였다.
“이게 아닌데…….”
아카데미 최대 규모 동아리 중 하나인 기사 동아리에서 그 난리를 피운 것이 얼마 전이었다.
그런데 이 반응은 뭔가.
오히려 이전보다도 더욱더 사람들이 모이는 느낌이었다.
‘왜 이러지?’
아무리 귀족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어린아이들이었다.
가문에서 드라이르프 가문과 친해지라는 명령을 내렸어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이 정상일 텐데.
타국의 귀족이었던 데이지는 알지 못했다.
제국이 세워진 이후부터 쌓인 드라이르프 공작가라는 이미지는 귀족들에게 하나의 신앙이 된 지 오래라는 사실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작은 소국에서, 대륙의 중심인 제국이 되는 과정.
그 과정에 드라이르프 가문은 늘 함께했다.
한마디로, 드라이르프 가문의 명성은 힘으로 쌓아 올린 것.
대부분의 아이는 기사 동아리의 소문을 듣고 ‘역시 드라이르프 가문이구나!’라고 감탄할 뿐이었다.
“언니, 말이 다르잖아.”
옆에서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예리엘의 행동에도 데이지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런 어이없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데이지의 예상 밖이었으니까.
“…….”
하지만 그보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따로 있었다.
“좋은 아침!”
방긋 웃으며, 자신에게 건네는 인사에 모두 답변을 해 주는 르윈의 모습.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돼.”
“그렇긴 해.”
소름 끼친다는 표정으로 하인스가 질색했고, 예리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 뿐 데이지 역시 둘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저럴 사람이 아닌데.’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사람이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이었다면, 알렉스를 비롯한 드라이르프 가문의 사용인들은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가문이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면, 기사 동아리에서 그렇게 대놓고 사람을 두들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저러는 걸까.’
만약 데이지가 르윈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평범하게 베르샤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르윈과 같은 반이 된 동급생이었다면 ‘저 사람은 사교성이 아주 좋구나. 아카데미의 이념에 맞게 신분을 신경 쓰지 않는 좋은 사람이다.’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를 정도로 르윈은 반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평소에도 저러면 좋을 텐데.’
드라이르프 공작가라는 배경, 그것을 제외하고도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외모, 거기에 르윈을 아는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재능까지.
‘인성만 완벽했으면, 결점이 없을 텐데.’
무결점에 가까운 조건에, 가장 중요한 것이 빠지고 말았다.
아니, 빠지는 것을 넘어 모든 조건을 검게 물들일 정도였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사람 좋게 지내는 것이 더 두려운 데이지였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닐까.
저것 또한 어떠한 일을 저지르기 위한 예비 작업이 아닐까.
“오늘도 좋은 아침이다.”
그렇게 불안한 눈으로 르윈과 그 주변을 지켜보기를 한참.
오늘도 반쯤 죽은 눈을 한 담임 교수의 등장과 함께 아카데미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
“그렇기에 마법은 약속이고, 그 약속을 얼마나 정확하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마법의 결과가 달라진다.”
‘저건 변하지를 않네.’
마법 수업 시간.
르윈은 수 세기가 지났음에도 변치 않는 내용을 들으며 생각했다.
‘심심하네.’
가문에 따라 이미 마법의 기초 교육을 받은 곳도 있겠으나, 모든 학생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기에 아카데미에서는 모든 수업을 기초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기초라는 것은 큰일이 있지 않은 한 변하지를 않는다.
그렇기에 인생 10회 차 경력의 르윈은 이 수업을 아홉 번 들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그냥 튈까?’
진지하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지금 튀어 봤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낮잠 정도인가?’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학년이 조금 더 오르고 얻을 것을 다 얻은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그때를 위해서 지금은 평판을 쌓아 두는 것이 좋았다.
굳이 애들 연기를 해 가며 반 아이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두려고 노력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였으니까.
‘얘들도 다 귀족이니까.’
대다수가 자작, 남작으로 구성된 이들이라고 하지만 귀족은 귀족이었다.
‘하급 귀족의 권력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모이면 이야기가 다르니까.’
숫자는 곧 힘이다.
르윈은 그것을 인생 2회 차 시절에 직접 경험했었다.
‘끔찍했지.’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대륙의 중심이었던 제국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제국의 황제를, 마신을 숭상하는 사교도들이 조종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을 알게 된 르윈은 온갖 개고생 끝에 여러 교단과 협력하여 황제가 흑마법사에게 조종당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고, 황제를 쓰러트리기 직전까지 밀어붙였다.
하지만 황제를 살리기 위해 온 수많은 기사와 병사들에 막혀 결국 황제를 쓰러트리지 못하고 말았고, 그 틈을 노려 흑마법사들은 황제의 몸을 조종하여 제국에 선포했다.
‘사악한 사교도들이 각 교단을 지배하고 있다!’라고.
그 말에 당시 용사였던 르윈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기사와 병사들이 황제를 지키러 왔다고 하지만, 자신들이 찾아낸 증거들을 확인한다면 그 칼은 조종당하는 황제와 사악한 흑마법사들에게 향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흑마법사들은 이어서 ‘마신을 믿는 사악한 이들에게서 교단을 구하고, 거짓된 용사를 쓰러트려야 한다!’라는 말을 꺼냈고, 기사와 병사들의 검은 르윈과 각 교단의 인원들에게로 향했다.
평소 행실의 힘이었다.
흑마법사에게 조종당하기 전까지 성군으로 이름을 날리던 황제의 말에, 제국의 모든 이들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용사보다는 그의 말을 믿었다.
그뿐인가?
사악한 흑마법사들은 황제의 그런 평판을 알고 더욱더 이용했다.
황제를 조종하여 악한 귀족들을 벌하고, 백성들이 굶주릴 때 황실의 곳간을 열어 주었으며, 때때로 대회를 열어 재능 있는 평민들에게 출세의 기회를 주었다.
옛이야기에 나오는 사악한 흑마법사와 조종당하는 황제를 봤을 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소문까지 퍼졌다.
‘찬란하게 빛나는 제국을 시기한 대륙의 나라들이, 거짓된 성직자들을 매수하여 우리를 위협한다!’
그 당시에도 창조의 교단은 인류 최고의 종교였지만, 지금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상태는 아니었다.
지금의 창조의 교단의 신앙은 마신과 그를 따르는 마왕과 마족, 그리고 그들에게 넘어간 사악한 존재들을 쓰러트림으로써 쌓아 올린 것이었다.
즉, 르윈의 인생 회 차가 늘어난 만큼 창조의 교단의 위세도 강해진 것.
그렇기에 인생 2회 차는 르윈도, 창조의 교단도 지금과 비교하면 많이 약한 상태였다.
거기다 르윈은 용사로서 미숙한 상태이기도 했다.
‘잘못 판단했었지.’
아직 여신에게 대가리가 깨져 있던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위대한 여신님의 말이 아닌, 흑마법사에게 조종당하는 멍청한 황제를 더 믿는 제국민을 용사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다른 해답을 내놓았다.
저 기사와 병사들 또한 사악한 흑마법사들의 지배를 받는구나.
저 귀족들과 백성들 또한 그러한 이들일 수 있겠구나.
그 잘못된 판단은 대륙을 반으로 나누고 말았다.
제국파와 여신파로 나뉘어 10년에 걸쳐 벌어진 대전쟁.
그렇게 2회 차의 르윈은 10년의 세월 동안 전쟁터에서 살아야 했다.
‘끔찍했었지.’
치열한 전투 탓에 연애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연애는커녕 휴식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는 삶이었다.
물론, 결과는 여신파의 승리였다.
아무리 황제에 대한 믿음이 강력하다고 하더라도 10년 동안 대륙에서 고립된 제국은 서서히 분열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튀어나오는 흑마법사들의 모습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결국 마지막 순간, 절호의 기회를 포착한 용사는 단신으로 황제와 흑마법사의 수장을 습격했고, 결국 승리하여 기나긴 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 흑마법사의 수장은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면서 르윈에게 저주를 걸었다.
당시의 몸이 멀쩡했으면 혹은 주변에 신관이라도 있었으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텐데.
기회를 노리고 단독으로 침입을 한 탓에 2회 차 르윈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 상태였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아군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인생 2회 차의 용사는 세상을 구했고, 르윈은 그 인생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하나는 흑마법사란 놈들은 어차피 죽는 거 한 놈은 데려가자는 마인드를 지닌 독한 놈들이기에 저주를 걸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는 것이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민심도 힘이다. 용사도 집단 공격에는 버티기 힘들다.’였다.
열받는 일이었지만, 르윈은 흑마법사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좋은 방법을 자기들만 알고 있었다니!
인생 2회 차의 깨달음 덕분에 르윈은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굳이 힘을 들일 필요도 없었다.
주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용사라는 직함은 약간의 친절만으로도 민심을 쉽게 휘어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민심으로 귀족, 때때로는 왕족조차 압박했다.
효과는 대단했다.
별것 아닌 일을 요구해도 온갖 핑계를 대며 일을 미루던 이들이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마족과의 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한껏 편해지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유가 생기니 자신의 단련 외에도 동료들의 훈련을 봐주고, 더 나아가 숨쉬기 운동을 연구할 시간까지 얻을 수 있었고.
흑마법사들의 마지막 가르침인 ‘숫자에 장사 없다.’를 실현, 수많은 동료와 함께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었다.
‘진짜 위험했었지.’
첫 번째로 경험했던 마왕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이었다.
마왕과 용사의 일기토로 승부를 보자고 했을 때, 곧이곧대로 믿었다면 무조건 졌을 정도였다.
아니, 수많은 동료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았으면 인류가 패배했을지도 몰랐다.
‘네가 그러고도 용사냐!’
마법 폭격을 맞으며 수십 명의 검사에 둘러싸인 마왕의 표정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았다.
여럿이서 한 명을 공격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행한 일은 정의의 이름으로 세상의 악을 징벌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한 번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마왕이 다수의 힘에 쓰러진 것이 한이 되었는지, 그 이후의 마왕들은 용사와의 일기토를 신청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다. 곧 시험 기간이 되니, 앞으로 수업 준비를 잘하고…….”
옛 추억을 떠올리니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르윈은 그렇게 생각하며, 낙서로 가득한 교과서를 덮고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저기는 저렇게 묶여 있고, 저 셋은 늘 함께 다니고.’
아직 학기 초기.
서로 비슷한 가문끼리 뭉치거나, 이미 연이 있는 가문끼리 함께 움직이는 편이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개인의 능력이나 인맥 등을 살피며 구성원이 바뀔 수 있겠지만.
‘오늘은 저기다.’
그 모든 것을 지닌 르윈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도련님?”
갑작스럽게 자리에 일어서는 르윈의 행동에 데이지가 눈살을 찌푸렸지만, 르윈은 그녀를 제지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잠깐 친구 좀 만나고 올게.”
“도련님 친구 없…….”
참 무례한 말을 꺼내는 못된 시종을 무시하며, 르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로 떠들고 있는 아이들에게로 다가갔다.
“아까 수업이…….”
목표는 마법 수업 첫 쪽지 시험에서 괜찮은 성적을 받은 그룹.
지겹다 못해 가벼운 공식 정도는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르윈이었지만, 르윈은 오늘 수업에 대해 질문했고.
“아, 르윈 님, 그건.”
질문을 받은 아이는 당황하면서도 르윈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노력했다.
“같은 반 친구끼리 르윈 님이라니. 편하게 부르라니까?”
“아, 네! 르윈.”
“네도 필요 없고! 그나저나 마법에 관심이 많나 봐?”
“어, 네. 아니, 아니. 맞아.”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르윈은 오늘도 새로운 친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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