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51. 엑스트라 (完)
불과 몇 년 전까지 창조의 교단이라는 종교의 대신전이라고 불린, 그때나 지금이나 인류의 최대 종교가 사용 중인 제국의 대신전에 수많은 신도가 모여 있었다.
“우리는 자기 자신조차 모릅니다.”
-무링.
“자신조차 모르는 이들이 남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무링.
말 한마디에 대신전이 진동할 듯한 무링이 울려 퍼진다.
인류를 넘어, 이 세상의 최대 종교가 된 무링교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무링교의 대신전.
수많은 이들 앞에, 무링교의 초대 교황이자 무링신이 인정한 최악의 사기꾼 레피스는 신도들에게 위대한 무링의 말씀을 전파했다.
“과거, 두 신이 있었습니다. 인류와 마족에게 추앙을 받았던 신들이었지요. 그들은 오랫동안 최고의 신으로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성 모독으로 끌려갈 이야기였으나, 지금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야기였다.
최고신으로 군림했던 창조의 여신을 사칭했던 여신 라헬과 마족을 지배했던 파괴의 여신의 이야기.
“그렇게 지상의 존재를 이용하던 두 신은 파멸하고,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인류와 마족이 싸우지 않을 수 있는, 진정한 평화의 시대가.”
-무링.
“이 모든 것이 자신을 불태워 지상과 마족의 평화를 이룩하신 무링신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며, 우리는 그분의 희생을 잊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레피스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대신전에 거룩한 빛이 번쩍였다.
-무링.
-무링…….
-무링…….
신의 힘이 담긴 그 빛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무링을 외쳤다.
그렇게 오늘도 성공적인 예배를 끝낸 레피스는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성복을 벗고 그대로 소파에 쓰러졌다.
“힘들다.”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종교인,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거물, 신에게 가장 가까운 자 등 여러 칭호로 불리고 있는 레피스였으나.
그녀의 신앙심은 놀랍게도 처음과 똑같았다.
초심을 유지한다.
그것은 대단한 일이다.
자고로 인간이란 높은 곳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자신도 모르는 본성이 나오는 법.
처음에는 선의로 움직였던 사람들이 명예나 권력을 얻고 타락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레피스는 초심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교황의 자리에 올랐고, 그것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에서도 초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 더 생각나는 말이 없어…….”
그렇다.
그녀는 아직도 무링신에 대한 신앙이 1도 존재하지 않았다.
눈앞에서 신의 육체를 보고, 그 육체가 불타 승천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으면 조금이나마 신앙이 생겨도 이상한 일이 아닌데.
최고의 종교 지도자로서, 인류는 물론 마족에게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오르면 그 기반이 되는 신을 조금이나마 믿을 만도 한데!
그녀는 아직도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의 시절처럼 무링신에 대한 신앙이 바닥이었다.
그 굳건한 마음은 천상에서 지켜보고 있는 무링신조차 경악할 정도.
이제는 오히려 레피스에게서 신앙이 생기면 무서울 지경에 이르고야 말았다.
“적절하게 돌려 막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더 이상 예배에 쓸 만한 것들이 없어.”
6~7년 전, 무링신이 별것 없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다른 종족은 물론, 다른 대륙에서도 자신의 예배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사람이 아닌 이들도 가득하였다.
“뭔가 더 소재가 있었으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오늘처럼 무링신이 무언가 기적 비슷한 것을 행해 주면 참 좋을 텐데.
아니, 기왕이면 오늘보다 더 뚜렷한 기적을 행했으면 좋겠는데!
지켜보던 무링신은 자신에 대한 신앙이 하나도 없는 놈이 저런 말을 해도 되냐고 혀를 찼으나.
동시에 무쓸모 잉여신으로서의 속박은 지상의 모든 신앙을 얻고 있는 무링신에게 아무런 권능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 막대한 신앙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자신을 믿는 자들에게 신탁을 내리거나 아까처럼 성스러운 빛을 조금 내뿜는 것이 전부였다!
“하긴 평화의 신이랬으니까. 세상이 평화로운 게 능력이겠지.”
그렇기에 다른 신들과 달리, 아무런 기적도 행사하지 않는 무링신을 보며 레피스는 지금의 평화 그 자체가 무링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보통의 교단이라면 그럴듯한 기적이 없는 것은 크나큰 문제였다.
다른 신들이 라헬을 버리고 무링신을 최고신으로 올린 이유 또한 기적도 없는 신이 최고신의 자리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겠냔 계산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그럼 그것을 중심으로 설교를 하나 만들면 되겠네!”
그러나 신이 감탄하고, 인생 10회 차가 인정한 사기꾼의 언변은 기적이 없는 신을 계속 최고신의 자리에 유지하게 했다.
그뿐인가? 막대한 기부금을 구호에 사용함으로써 돈으로 기적에 버금가는 신앙을 끌어모으고 있었고.
그 결과, 무링교의 신앙은 더 넓고 굳건해졌다.
인류는 물론 마족의 역사에 길이 남을 무링교 신앙.
그 기반을 닦은 위대한 거인, 레피스 원드.
그녀의 전설은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죽어라!”
간결한 끊어 치기.
인류의 역사가 만들어 낸 최종 병기, 르윈조차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빠르고 간결한 일격이 작렬하자 대중은 환호를 내뱉었다.
“컥!”
“역시 파괴다!”
“그래. 원래 파괴가 성질머리가 더러워도 애들이 뭐라 못한 게 싸움을 X나 잘해서였잖아.”
“천상에서 싸움할 수 있었냐? 천상 시절이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도 잘 안 나네.”
“신성 치매냐? 당연히 안 되지. 그래도 빡쳐서 지랄하는 것 보면 충분히 견적 나오잖아?”
“그건 그렇네.”
주변에서 들려오는 감탄을 들으며 창조의 여신, 아니 탄생의 여신, 아니 그것도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을 뿐인 이름이 없어지고 있는 신 라헬은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놈들.’
3년 전, 끝까지 버티던 신자들을 모두 잃고 라헬은 지상으로 떨어졌다.
아직 자신을 믿는 이들이 있고, 그동안 얻은 이름값이 있었기에 이름 없는 신 취급을 받지 않을 수 있었으나.
라헬과 창조의 여신은 동일한 신이 아니라는 사실이 정설처럼 여겨지며, 그간 쌓아 온 창조의 신앙을 모조리 빼앗겼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파괴의 여신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한 라헬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온갖 이름 없는 신들의 텃세였다.
하나 그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름 없는 신들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추락한 신이었고.
또 개중에는 라헬이나 파괴의 신이 직접 떨어트린 이들도 존재했으니까.
그러니 그들의 복수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자자, 오픈 테스트! 지금부터 따로 물건 받습니다. 정배의 파괴냐! 역배의 라헬이냐!”
‘저 미친 새끼.’
한때 최고신이었던 여신들이 영혼의 맞짱을 뜨고 있게 만든 미친 새끼.
그뿐만 아니라 그 싸움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내기까지 받는 진짜 미친 새끼.
매드 온즈.
자신이나 파괴의 신이 떨어트린 것이 아닌, 순수하게 믿는 신도가 없어서 지상으로 추락한 초창기 이름 없는 신 중 하나이며.
초창기 이름 없는 신 중 대부분이 자신이 지상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무링신처럼 신격의 소멸을 선택했을 때.
그냥 잠만 처자면서 드래곤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매우 큰 일조를 한 미친 새끼.
‘누가 광기의 신 아니랄까 봐!’
그런 미친 새끼의 함정에 빠져 이게 무슨 꼴인가.
…라고 한탄하기에는 이어지는 파괴의 신의 일격이 너무나 강력했다.
“죽어라!”
“너는 그 말밖에 못하냐?”
이를 간 라헬은 신격을 모았다.
신앙이 바닥까지 떨어져 지상으로 추락했다고 하나, 그녀의 본질은 신이다.
괜히 이름 없는 신들이 드래곤이라는 이름으로, 지상에서 두려움과 경의를 한 몸에 받는 게 아니다.
지상으로 추락했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개념을 관장하는 신으로서의 본질은 남아 있다.
아니, 오히려 지상에서 행할 힘은 천상에 있을 때보다도 위!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이 지상에 속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며.
그렇기에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자들에게 보복하는 것이 합당한 것이라고 세상에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너나 뒤져!”
라헬의 양손에서 퍼져 나온 신격의 힘이 파괴의 신의 힘을 막았다.
아니, 막은 것을 넘어 역습까지 가하였다.
“큭!”
“파괴, 파괴야. 이게 무슨 일이니!”
“내가 너한테 건 보물이 얼만데!”
“이 맛에 역배 걸지!”
일방적으로 라헬을 두들겨 패던 파괴의 신이 비틀거리자 이름 없는 신들 사이에서 탄식과 환호가 동시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17전 4승 13패.
압도적인 패배를 자랑하며 밀리고 있던 라헬이 슬슬 지상의 존재로서 적응하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자고로 모든 계획은 어긋나기 마련이었다.
연말 혹은 연초에 생각했던 일 년 자기 계획이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처럼.
때때로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천재적인 인물이 그 능력을 모두 발휘하여 만든 전략과 전술이 그냥 무력만 강한 미친놈에게 박살이 나거나, 상상 이상의 정신병자를 상대하다 제 발에 걸려 넘어지는 일을 르윈은 인생 10회 차를 살아가며 보아 왔다.
하지만.
‘이건 좀 이상한데?’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던 두 최고신을 몰락시키는 데 성공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아직도 마족과 전쟁을 진행했겠으나.
자신과 같은 뜻을 지닌 인생 10회 차 마왕 덕분에, 인생 9회 차를 싸웠던 생사 대적이 지금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버렸다.
계획이 완벽하게 어긋났으나, 그 결과는 오히려 좋았던 어긋남이다.
이런 것들만 가득하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왜?’
모두가 인생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주인공이 되는 자들은 적다.
그런 의미로, 르윈은 너무나 많은 생을 주인공으로 살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삶이 아닌, 주인공으로 사는 삶을.
용사로서 영웅적인 희생을 강요받고, 남들이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너무나 짧은 삶을.
그렇기에 르윈은 자신이 받을 스포트라이트를 주변 사람에게 주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라일라는 많은 인지도와 노동을 얻게 되었고.
세 시종은 용사로서의 힘과 명예를 얻었으며.
레피스는 교주가 되어 인류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본래 원하기만 한다면 르윈이 전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었으나, 르윈은 그러지 않았다.
이미 과거에 다 했던 것들이고, 그렇기에 그것들이 얼마나 귀찮은 것들인지 알고 있었으니까.
인생에 한 번쯤은 해 볼 만한 것들이기는 했으나, 인생 10회 차로서 다 해 봤으니 다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왜?”
세상은 왜 자신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것일까!
그냥 엑스트라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자유롭게 살아 보려고 했는데!
“세상은 왜 날 내버려 두지 않는 건데?”
“도련님…….”
그런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결혼 적령기를 훌쩍 지난 공작가 자제를, 지금까지 내버려 둔 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닌가요?”
“가만히 내버려 두다니. 내가 본 맞선이 몇 개인데?”
“다른 가문이었으면 악성 재고로 팔아 버렸을 겁니다.”
“라일라도 아직 결혼 안 했잖아?”
“…그렇게 일하시는 라일라 님과 집 안에서 백수로 지내는 도련님을 같은 선상에 두신다고요?”
그게 사람이 할 생각입니까.
그렇게 말하는 듯한 데이지의 생각에 르윈은 억울했다.
‘내가 얼마나 일을 많이 하는데.’
엘리를 통해 세계수를 관리하고, 마녀와의 연계를 통해 흑탑의 재건을 진행하며, 종종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라헬과 파괴의 신의 투기장을 구경하러 가기도 한다.
그뿐인가? 최고신의 자리가 바뀐 혼란스러운 시기, 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을 처리하며 하루가 부족하다는 듯 살아왔다.
그저 그것이 세상에 알리지 못할 일이라는 것일 뿐.
더불어 다 자업자득이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나, 나도 하는 일이 있는데!”
“그렇죠. 이 혼담도 일입니다. 가문의 일. 그 밖에도…….”
가문의 삼남으로서 맡겨진 무수한 업무를 보며 르윈은 한탄했다.
“삼남이 무슨 일이 이렇게 많은데. 형들은?”
“라테일 님은 수도에서 공무를 진행하고 있고, 라그일 님은 지방 파견을 나간 상태입니다.”
이 집구석에 있는 사람은 너뿐이고, 그러니까 너 혼자 일해야 한다.
“덤으로 혼담도요. 가주님께서 올해는 정말로 보내 버리겠다고 작정을 하고 계시니,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내 엑스트라의 삶이!”
좌절하는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인생이 소설도 아니고, 자기 인생에 엑스트라로 사는 게 말이 되나요?”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일 뿐이다.
용사의 삶이 아니더라도,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삶에서 르윈은 주인공일 뿐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운명을 조종하던 신들을 쓰러트리더라도.
아무리 빛나는 부분을 타인에게 넘기더라도.
아무리 본인이 엑스트라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안 돼?”
“당연한 소리 그만하고, 빨리 업무나 처리하세요.”
그것만큼은 인생 10회 차조차 바꾸지 못하는 불변의 진리였다.
마침
[작가 후기>안녕하세요.
갈아만든 배입니다.
드디어 세 번째 연재작이었던 [나는 엑스트라를 원한다>를 완결지었습니다.
매번 이 시기가 될 때쯤에 생각하는 것이지만, 그저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쉽네요.
엑스트라 같은 경우는 가장 크게 아쉬웠던 것이 너무 수정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전과 달리 너무 큰 틀믈 잡아 버렸고, 그래서 너무 전개가 늘 어졌던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다음 작을 진행해도 또 새롭게 아쉬운 것이 생기겠지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뿌듯한 것은 이번 작품에서도 휴재는 없었습니다.
17년도 처음 프로로서 연재를 시작해서 세 개의 작풍을 진행하는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와도, 아파서 빌빌거려도 마감만킁은 어떻게든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은 만족스럽습니다.
차라리 휴재하고 조금 더 좋은 상태로 진행하는 게 맞시 않겠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연재라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맞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한 명의 독자로서 휴재 공지 뜨면 가슴이 아프기에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당일 연재를 함께 감당하게 된 출판사분들에게는 그저 압도적인 감사를······.
그럼 다음 작품에서도 휴재가 없는 것을 목표로 하며, 동시에 매번 실패하는, 빠르게 돌아오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아 보며.
다음 작품에서 독자분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