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3)
33화 7. 인생 10회 차는 아카데미를 즐긴다 (6)
루테스는 생각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동아리 활동.
참으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활동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라는 동아리에 들어온 이유도 그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얘 논문을 보면, 신앙을 잃고 신이 이름을 잃어버린 것이라면 반대로 신앙을 얻은 것은 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라는 말이 나오는데…….”
저 앞에서 열심히 논문 내용을 말하는 공작가 놈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지고 말았다.
“그, 그렇군요!”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망가진 게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일까.
가장 상석에서 굉장하다고 박수를 치고 있는 동아리 회장의 모습에 루테스는 드물게 안쓰러운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신분이 낮다고 하더라도 나이 차이가 몇 살인데.’
심지어 그녀가 손뼉을 치고 있는 논문은 창조의 교단에서 이단 심판까지 갔던 논문이었다.
‘미친놈.’
아무리 무혐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단 심판까지 간 논문을 가져올 생각을 할까.
그것도 이제 막 아카데미에 들어온 신입생이?
‘빨리 여기를 떠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갖은 핑계를 대고 불참을 하기도 했었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도망을 쳐 보기도 했다.
하지만 갖은 핑계는 모두 해결해 버리고, 도망을 치면 도망친 장소에 본인이 먼저 대기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 위치 추적 마법이라도 걸려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의심에 황실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검사까지 해 봤을 정도였으나.
‘없었지.’
그게 더 무서웠다.
차라리 위치 추적 마법이라도 걸었으면 이해라도 하는데, 그런 마법도 없이 자신의 위치를 언제든지 찾아낸다는 것은 공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루테스는 포기했다.
지금은 방법이 없으니, 그냥 르윈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 주는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무서운 새끼.’
드라이르프 가문만 아니라면, 황실의 사생아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인간 같지도 않은 형제들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인간이 세상 밖에도 존재할 줄이야.’
그 망할 괴물들을 피해서 베르샤 아카데미에 들어온 보람이 없어졌다.
“그러니까, 저희가 우선 해야 할 일은 신앙을 만드는 겁니다.”
“신앙?”
골치 아픈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야기의 주제마저도 골치가 아프게 되었다.
신앙이라니.
“그걸 어떻게 만드는데?”
루테스의 인상이 절로 일그러졌다.
신앙이란 무엇인가?
바로 신에 대한, 종교에 대한 믿음 그 자체였다.
신의 모든 것을 믿기에 신의 말씀이라는 성경을 믿고, 그 성경을 바탕으로 나오는 가르침과 계율을 믿으며, 그것과 관련된 모든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름 없는 신은 이름조차 없어. 능력은 더욱더 없지.”
그리고 신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신의 기적이었다.
참으로 웃긴 이야기였다.
신이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믿는 신앙이 필요한데, 그 신앙을 얻기 가장 편한 방법이 신의 힘이라니.
“그렇죠.”
“그 신을 믿는 유적 같은 것조차 남아 있는 게 없지.”
“맞죠. 유적이라도 남아 있으면 이름이라도 알려졌을 테니까요.”
“창조의 교단처럼 용사라도 배출했으면 성물이나 성지라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창조의 여신, 라헬의 힘을 온전히 이어받았다는 용사들이 태어난 곳.
그 9개의 지역은 창조의 교단의 성지가 되었고, 그가 사용하던 무기는 성물로서 교단에서 보관 중이었다.
“그런 대중적으로 의미가 있는 물건이 있지 않은 한, 신앙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
“뭐, 뭐! 왜?”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이상해진 것을 느낀 루테스가 약간 겁먹은 듯한 시선으로 르윈을 바라보았다.
‘고생은 내가 다 했는데.’
실제로 르윈의 기분은 매우 좋지 못했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목숨까지 다 바쳤는데.
왜 그 혜택은 다 창조의 여신이 받는 것일까.
‘진짜 양심도 없지.’
심지어 회 차가 지날수록, 여신은 일을 안 했다.
경험이 쌓인 르윈이 알아서 다 해결하였기에 그저 자신의 신도들에게 무조건 용사의 말만 따르면 된다고 신탁을 내릴 뿐이었다.
“아무것도 아닌데요?”
“…….”
‘아닌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잘못 건드린 것 같았다.
누가 봐도 기분 나쁘다는 기세를 풀풀 풍기는 르윈의 모습에 루테스는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얘 왜 이러냐.’
그 시선을 받은 데이지와 레피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상되는 것이 없다는 의미였다.
“뭐, 아무튼.”
황족에게 고개만 젓는 모습은 불경한 일일 수도 있으나, 루테스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저 인간 같지도 않은 놈에게 휩쓸린 피해자들.
괜한 일로 적을 만들기보다는, 르윈의 생각을 돌리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루테스는 판단했다.
“신앙부터 모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루테스의 말에 르윈은 입을 삐죽였다.
“불가능한 건 아닌데요?”
“뭐?”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요.”
맨땅에서 신앙을 얻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창조의 교단이 마족과의 전투와 용사의 죽음으로 신앙을 쌓아 올렸다고 하지만 창조의 교단에 용사가 존재하기 이전, 르윈의 인생 1회 차 시절 당시에도 최고의 교단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불가능하지 않다고? 어떻게?”
인생 1회 차 시절.
그 시절의 교단들은 지금처럼 권위를 내세우지 않았다.
사랑과 자애, 그리고 헌신.
지금은 말로만 떠드는 그것을 진짜 실천하는 곳이었다.
“일단, 그것부터 해야죠.”
“그거?”
“종교 모임이면 꼭 해야 하는 필수 코스!”
자신감 넘치는 그 목소리에 루테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레피스에게로 향했다.
“……?”
하지만 시선을 받은 레피스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루테스 디 바벨리안.
창조의 교단을 국교로 삼은 바벨리안 제국의 황자이지만, 무교였다.
레피스 원드.
가문이 창조의 교단을 믿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본인은 무교였다.
마지막으로 데이지 델 시르덴.
그녀는 집안이 창조의 교단의 협력으로 멸문당했기에 종교를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큰 의미로 종교 동아리이지만, 전원이 무교.
그렇기에 새로운 종교를 찾는, 이름 없는 신 동아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예배?”
레피스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가장 연장자이자, 이 동아리의 회장이지만 서열로는 데이지보다도 아래로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필요할 수 있죠. 하지만 예배는 사람을 끌어들인다기보다 끌어들인 사람을 안정화하는 작업이죠.”
고개를 가로젓는 르윈의 말에 레피스가 조심스럽게 손을 내렸다.
“그럼 전도인가요?”
데이지는 간혹 마을을 돌아다니며 신전에 찾아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대부분은 가벼운 권유였지만, 종종 ‘라헬 천국 마신 지옥’을 외치며 신전에 오지 않으면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저주를 퍼붓는 사람도 있었다.
“그건 강제성이 높잖아. 오히려 사람들이 싫어할걸?”
대륙 최고의 종교조차 불만이 생기는데, 이름도 없는 신생 종교가 그런 짓을 저지르면 망한다고 르윈은 주장했다.
“그럼 뭔데?”
인상을 잔뜩 찡그린 루테스의 모습에 르윈은 두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때는 좋았지.’
종교가 종교다웠던 시절.
인생 10회 차 중 초반부의 종교를 떠올리며, 르윈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봉사 활동이요.”
***
사람들은 보통 주말을 쉬는 날로 알고 있다.
평일에 일하며 쌓인 피로를 풀고, 휴식하는 날.
어떤 이들은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하루 종일 수면을 취하고, 또 어떤 이들은 가족 간의 시간을 보냈으며, 종교에 심취한 이들은 평화로운 안식을 주신 여신에게 감사하며, 기도를 드리기 위해 신전에 향하였다.
그리고 그건 베르샤 아카데미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아, 오랜만에 맛있게 잘 먹었네.”
“아카데미 밥도 맛있긴 한데, 식단이 매번 비슷하니까.”
“학생들을 위한 균형 잡힌 식단이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그런 것보다는 맛있는 게 좋지.”
학원을 나와 주변 마을을 돌아다니던 중등 교육 학생들은 오랜만의 외식에 들뜬 상태였다.
비록 제국 외곽에 지어진 아카데미라 하더라도, 제국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는 아카데미.
황실 아카데미를 비롯하여 수도 중심부 근처에 지어진 아카데미와 비교하면 많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수도는 수도였다.
제국 변방, 혹은 다른 왕국에서 온 이들에게는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디저트부터가 다르다니까?”
“이 집 커피가 맛있기는 하지.”
“레모네이드도 맛있는데.”
그렇기에 남들이 기숙사에서 낮잠을 자고 있거나 동아리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주말만 되면 아카데미 밖으로 나서는 이들 또한 많은 편이었다.
“아, 다 마셨네.”
근처 카페에서 산 음료를 다 마신 학생 하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 마신 종이컵을 버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찾는 행동이었지만, 이 거리에 그런 것은 많지 않았다.
“뭐 찾냐?”
“쓰레기통.”
“이쪽에 없어. 아카데미까지 가져가든가, 저기 위에 올려놓든가.”
지금 위치에서 아카데미까지의 거리는 제법 긴 편.
귀찮게 쓰레기를 들고 가는 것보다는 그냥 버리는 것이 편한 법이었다.
그렇기에 친구의 말에 그는 자신의 종이컵을 툭 올려놓고 지나쳤다.
그러나.
“가정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나?”
무심한 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뭐?”
쓰레기 좀 버렸다고 가정 교육 운운하는 걸 듣다니.
심지어 자신보다도 한참 어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상대가 자신보다 더 높은 가문이라 하더라도, 여기는 아카데미다.
어느 정도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선배를 존중해야 하는 법.
“…….”
그러나 상대가 누군지 알아차린 순간, 그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왜?’
어느 정도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존중을 해야 한다면, 반대로 심한 차이가 나는 순간, 선배가 후배를 존중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저, 전하?”
“루테스 전하…….”
그 일행 또한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된 순간,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행 중 한 명은 황족을 눈앞에서 만나게 되어서일까? 아니면 그냥 다리가 풀린 것일까.
본인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루테스를 올려다보기까지 할 정도였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기본일 텐데.”
그 불만스러운 말에 쓰레기를 버렸던 장본인은 다급히 뛰어가 자신이 버린 종이컵을 집어 들었다.
“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루테스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아주 불쾌한 표정으로, 여전히 종이컵이 버려졌던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그곳에는 아직 쓰레기가 몇 개 남아 있었다.
그가 종이컵을 망설임 없이 버렸던 이유 또한 그곳에 이미 버려진 쓰레기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착각일까?
저걸 챙겨 가지 않으면 너희를 쓰레기통에 욱여넣겠다는 말처럼 들리는 것은.
“그, 그렇죠!”
“맞지. 길거리에 쓰레기가 있으면 안 되지!”
“당연한 소리를!”
당황한 그들이 빠르게 달려와 한 손 가득 쓰레기를 집어 들자 루테스의 인상이 풀렸다.
“한 번만 더 버려 봐.”
버리면 어떻게 된다는 말일까.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참고로 그 생각에 좋은 일들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네, 네!”
종이컵을 버렸던 이는 두려움에 몸을 떨며 자리를 떠나는 루테스를 바라보았다.
‘어?’
루테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저거, 쓰레기봉투 아니냐?”
그가 생각했던 것을, 그의 친구가 먼저 말했다.
“오른손에 들린 건 집게 같은데?”
“저기 떨어진 쓰레기를 집게로 집어서 쓰레기봉투에 넣는데?”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황자.
세상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단어들의 조합에.
“…….”
“…….”
“…….”
세 사람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