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34)
34화 8. 인생 10회 차는 동아리 활동을 즐긴다 (1)
루테스 황자께서 마을의 쓰레기를 청소하고 있다!
그 소문이 퍼지자, 아카데미 학생들은 온갖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사람을 말하는 거지?”
“뭣도 모르는 양아치들이 루테스 전하를 건드렸나?”
소문 하나.
쓰레기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다.
“그냥 밖의 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거 아니야?”
“수도의 중심에서 사시던 분이니까. 이런 곳이 쓰레기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네.”
소문 둘.
쓰레기는 아카데미 밖 시설 등을 말하는 것이다.
“그냥 평소의 루테스 전하 아닌가?”
“그런 것 같기도?”
소문 셋.
그냥 평소의 루테스다.
“…라는데, 뭐가 정답일 것 같아요, 선배님?”
“닥쳐.”
싱글벙글 웃으며 묻는 르윈의 말에 루테스가 으르렁거렸다.
“아, 부럽다.”
“사람 놀리냐?”
“진심인데.”
이미 인생의 롤 모델로 삼을 정도의 영향력이었다.
인생 10회 차로서도 경험하지 못한 망나니의 삶.
그것을 어떻게 저런 어린 나이에 달성할 수 있었을까?
‘이것이, 황족?’
흔히 말하는 타고났다는 게 이런 것일까.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신분과 그걸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성이 만났다.
“선배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짜릿할 정도라고요!”
“…….”
당당한 르윈의 말에 루테스는 소름이 돋았다.
‘뭐야, 이 새끼.’
세상에는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도 존재한다고 하더니.
이 새끼도 그중 하나인가.
자신을 뜨겁게 바라보는 르윈의 모습에 루테스는 두 발짝 정도 르윈과 거리를 벌렸다.
“그런데 르윈 후배님? 봉사 활동은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그런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든 레피스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질문했다.
“당연히, 계속해야죠.”
“계속?”
“계속이요?”
르윈의 말에 데이지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레피스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졌다.
“당연하죠. 사람들은 한두 번 하는 걸로는 기억을 못한다고요.”
계속 봉사 활동을 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그 이미지를 바탕으로 나중에 신의 이름을 전한다는 계획에 모두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남이 물어볼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거죠.”
먼저 신의 이름을 파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우리의 목적을 알고 싶어 할 때까지 기다린다.
“왜 그래야 하지?”
그 목적에 루테스의 인상은 일그러진 상태로 펴질 줄을 몰랐다.
“먼저 신의 이름을 팔고 다니면, 그것 때문에 봉사를 하는 것 같잖아요.”
“그거 맞잖아.”
“맞아도 아닌 척해야죠.”
“…….”
그 짓을 매주, 계속해야 한다?
‘동아리를 때려치워야 하나?’
그에 따른 페널티가 있겠으나, 루테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처럼 가문의 명예를 위해, 혹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아카데미에 다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아, 귀찮아서 동아리 때려치워야지!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럼 아주 재미있는 일들이 생길 거예요.”
그런 루테스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르윈은 눈이 초승달처럼 휘며, 사악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협박이냐……?”
“설마요. 제가 선배님들에게 협박을 하겠어요?”
그렇죠? 라는 말에 레피스가 깜짝 놀란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겠죠!”
식은땀이 뻘뻘 흐르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데이지가 조용히 손수건을 꺼내어 레피스의 이마를 닦아 주었다.
“아, 그리고 회장님.”
“네넷!”
“저희 동아리 인원이 좀 되는 걸로 아는데, 늘 4명만 모이네요.”
“아, 그게…….”
동아리의 최소 인원은 열 명.
그리고 그것을 통솔하는 담당자가 최소 하나.
그것이 동아리의 최소 조건이었으며, 그 조건을 달성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부된다.
담당자는 교수뿐만이 아니라 조교급만 되어도 허용하기에 문제가 없었지만, 동아리 인원은 오직 현역 아카데미 학생들로만 인정.
즉, 이 동아리에는 최소 6명의 부원이 더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대충 열 명은 더 있었나?”
루테스의 말에 레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원의 숫자는 총 열다섯이니까요.”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곳치고는 많은 숫자였다.
딱 열 명의 인원을 지키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고, 신입생이 채워지지 않아 동아리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네요?”
“작년에 루테스 전하께서 입부하시고 숫자가 많이 늘었거든요.”
물론 루테스가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퍼진 후 대부분이 동아리를 탈퇴하였지만, 그냥 귀찮거나 페널티를 감수하고 싶지 않은 이들 몇몇이 그대로 이름을 남긴 상태였다.
“역시 선배님!”
“그 말 좀 그만해라.”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패턴을 바라보며, 레피스는 몇몇 부원의 얼굴을 떠올렸다.
‘언니, 왜 또 우리야? 루테스 전하에 이어서 르윈 디 드라이르프?’
‘터가 잘못됐어. 진작 세계수 씨앗 연구회로 갔어야 했는데. 최소 몇천 년 후에 싹이 날 예정이니까 연구할 것도 없잖아?’
‘안녕히 계세요, 회장님. 저는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그래도 나름 한 달에 한 번은 모이기는 했는데.
드라이르프 가문의 도련님이 동아리에 오시고, 덤으로 루테스 전하까지 매일 데려오고 있다는 소식에 모두 도망친 지 오래였다.
‘나쁜 새끼들.’
도와준다고 했잖아. 그래서 탈주도 안 하고 회장까지 맡았잖아!
1년 차이 나는 후배 놈들이 자신을 버리고 말았다.
이건 배신이다. 역모다.
한번 억울한 생각을 떠올리자, 레피스의 머릿속으로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왜 나 혼자 죽어야 해?’
물론, 진짜 죽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양옆에서 황자랑 공작가의 도련님이 투닥거리는 것이 심장에 매우 안 좋은 건 사실이었다.
그냥 동아리실은 이런데, 정계는 얼마나 무서울까.
하루가 갈수록 높은 분들을 모시는 공무원들의 위상이 점점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라고 할까요?”
그렇기에 레피스는 빠르게 배신자들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가능해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장 권한으로 소집할 수 있어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레피스의 모습을 보며 데이지는 생각했다.
‘어째서 익숙한 느낌이 드는 걸까?’
뭔가 복잡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움찔거리는 저 모습.
그것이 자신이 동생들을 팔아먹었을 때의 모습이라는 것을, 데이지는 알 수 없었다.
***
“아아, 머리 아파.”
중등 교육 3학년.
슬슬 아카데미 수업이 버거워지는 시기.
분홍 머리의 소녀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끙끙거렸다.
“마법 이론 싫어. 그냥 공격 마법만 잘 쓰면 되잖아.”
“응, 곧 중간시험 기간.”
“응, 성적은 이론이 더 높음.”
“아악!”
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비명을 내지른 그녀는 곧 다가올 시험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실습 시험만 하지.”
이론은 싫은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를 누군가가 큰 목소리로 불러내었다.
“피, 피르야! 손님 오셨어!”
손님?
아카데미에 손님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왜 저렇게 목소리가 떨리냐?”
“손님이 잘생겼나?”
“오, 피르피르, 누구야? 언니 모르게 언제 남자를 꼬셨어?”
“뭔 개소리야.”
밖에 나간 적도 없는데.
동아리에 위험한 폭탄들이 굴러다니기에, 주말마다 조용히 기숙사 침대 위를 굴러만 다니는 그녀였다.
그런 자신에게 남자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게 투덜거리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불렀던 반 친구에게로 다가갔다.
“도대체 누군데 그래?”
“어, 어, 어?”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 친구의 모습에 피르라 불린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애가 고장 났지?’
문 쪽에 서 있는 그녀를 살짝 밀어내고, 피르는 교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어?’
아까 웃고 떠들던 친구들의 말은 대부분 사실이었다.
손님이 남자가 맞나? 맞는다.
손님이 잘생겼나? 맞는다.
손님이 남친인가?
‘들렸나?’
들렸으면, 일단 자살해야 했다.
아, 물론 겁 없이 입을 놀렸던 저 새끼들의 목을 치는 것이 우선이겠지.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망했다!’
눈앞에서 방긋 웃고 있는 얼굴을 피르는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알고는 있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올해 아카데미 초반, 가장 이름을 날린 두 명 중 하나가 분명한데!
‘르윈 디 드라이르프가 왜?’
뻔한 이야기였다.
흔한디흔한 가문의 자제인 그녀가, 드라이르프 가문과 연결된 건 딱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아, 안녕?”
“…….”
그것을 떠올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굳었다.
‘바, 반말은 심했나?’
까마득한 후배이지만, 그보다 더 까마득하게 위에 있는 가문의 도련님이셨다.
일단 무릎부터 꿇었어야 했나.
아니, 그건 황족한테나 해야 하는 일인데.
아니, 아카데미에서는 하면 안 되는 행동이었나?
“…….”
말없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붉은 머리의 소년에 피르는 덜덜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주 잠깐이었지만, 피르에게는 몇 시간은 지난 것 같은 침묵 후.
르윈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 저기.”
고개를 숙인다.
그 행동 하나만으로도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피르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웃는 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네!”
“레피스 회장님께서 그러시는데.”
제법 긴 이야기였지만, 딱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것이었다.
‘동아리 나와라.’
‘우리 동아리, 동아리 활동 안 하는 동아리라며!’
그것 때문에 가입했고, 여태까지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일까.
“아, 특별한 사정이 있는 분들은 안 나오셔도 된다고 하셨어요.”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것일까.
르윈의 입에서 도망칠 길 하나는 남겨 주는 말이 나왔다.
다만.
“그런 분들은 미리 루테스 선배님한테 말해 두면…….”
“누, 누구?”
“루테스 선배님이요. 아, 피르 선배님한테는 후배시죠?”
“…….”
도망치려면 일단 제국의 황자를 넘어가야 했다.
그 말에 피르는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입꼬리를 강제로 끌어 올렸다.
“나, 나는 특별한 일 없어!”
“아, 그렇구나! 일단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할 예정이니까, 그때 만나요!”
그렇게 말하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는 르윈의 모습을 보며 피르는 굳은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X 됐다.”
귀족 영애로서 내뱉을 말은 아니었지만, 이보다 더 그녀의 심정을 표현하는 단어는 없을 것이다.
“피르피르, 왜 그래? 남친한테 차이기라도 했어?”
그녀가 한참을 움직이지 않자, 친구 하나가 다가와 피르의 목에 팔을 걸며 장난을 쳤다.
“…….”
평소였다면 귀찮다며 저리 가라고 했을 피르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어?”
반대로 친구의 목에 자신의 팔을 걸고, 그대로 힘을 주어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악! 사람 살려!”
“문 앞에서 왜 그러는 건데? 너희 때문에 쟤들 못 들어오잖아?”
또 다른 친구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건넸지만, 돌아오는 것은 피르의 빠른 발차기였다.
“아악! 미쳤어? 이게 무슨 짓이야!”
목을 조른 친구를 기둥 삼아 날린 이단 옆차기를 맞은 친구가 비명을 내뱉었지만, 피르의 분노를 막을 순 없었다.
“이 새끼들아, 남친? 나아아암친? 그분이 누구이신 줄 알고! 다 같이 죽자는 거잖아!”
“아악! 도대체 뭔데!”
“뭐야, 왜 그러는 건데?”
갑자기 벌어진 육탄전에 주변 이들의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고, 비슷한 소동들이 다른 반에서도 하나둘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아악!”
“왜, 왜 그래?”
어떤 반에서는 책상에 머리를 박은 채 비명을 지르는 이가 있었고.
“죽자.”
“야, 말려!”
“난 차라리 죽음을 택한다!”
“이 미친 새끼야!”
한 명은 5층 창문을 열며 소리를 질렀으며.
“그럼 다음 문제는… 아니, 그렇게 문제가 풀기 어려웠나?”
어떤 이는 수업 시간까지 시체와 같은 몰골을 하여 교수를 당황하게 했다.
성별도, 나이도 다른 이들.
그들의 공통점이라고는 붉은 머리를 한 소년을 만났다는 것과 한 동아리에 가입했다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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