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0)
40화 9. 인생 10회 차는 시험을 본다 (4)
짧지만 강렬했던 아카데미 이론 시험이 끝났다.
누군가는 원하는 점수를 이루어 내어 기뻐하였고, 누군가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여 좌절하기도 하고, 몇몇 평민들은 장학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혼란에 빠지기도 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인생은 역시 실전이지.”
르윈의 말에 하인스는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르윈을 바라보았다.
‘실전 시험은 점수가 낮다고 뭐라고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데!’
그것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동아리 활동도 멈춘 하인스였다.
“도련님…….”
이번만큼은 참지 못한 하인스가 한마디를 내뱉으려는 찰나.
“다음, 르윈 디 드라이르프.”
마치 노렸다는 듯, 르윈의 차례가 돌아왔다.
“나 먼저 간다?”
뭔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하인스를 무시하며, 가볍게 손을 흔든 르윈은 실전 시험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쓸데없이 크네.”
오직 기초 교육 과정을 위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든 장소였다.
심지어 안전을 이유로 한 명씩 사용하다니.
“평화의 시대라는 건가?”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인생 3회 차 시절, 지금과 그리 차이 나지 않는 나이.
변경백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산속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했던 기억을 르윈은 떠올렸다.
흔히 고블린은 성년이 되기 직전의 아이들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 한번 싸워 봐라.
그런 아버지의 말에 그 당시의 르윈은 검을 들고 고블린과 싸웠다.
르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일정 기간이 되면 수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영지를 지켜야 하는 변경백이었다.
언젠가 그 자리를 아들에게 넘겨줘야 하는데, 아무리 어리다고 하더라도 고블린 하나 이기지 못하면 영지를 지켜 낼 수 있겠는가!
아마 사자가 자기 자식을 절벽에서 떨어트리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위험하지만, 그런 위험조차 이겨 내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강하게 크고, 강하게 자란 아이는 나중에 용사가 되어 용감하게 적과 싸웠고, 세상을 구할 수 있었다.
“그때하고 비교하면 너무 약한데.”
그에 비하면 베르샤 아카데미의 실전 시험은 너무 약했다.
미리 준비된 나무 인형에 공격을 가하는 것.
무기로 한 번, 마법으로 한 번.
그 두 가지를 개별적으로 성적을 매긴다.
마력으로 강화된 나무 인형.
처음 그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생각보다도 단단한 나무 인형에 당황하게 된다.
아마 기초 교육 과정을 밟는 동안 나무 인형을 완벽하게 파괴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일 터.
하지만 방법을 알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약간의 감각이 필요하긴 하지만, 관절 부분을 적당한 힘으로 공격하면 자연스럽게 나무 인형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
“이걸로 만족하는 건가?”
당연히 만족한다.
오히려 이게 정상이었다.
중등 교육에 들어가면 학생끼리의 대련이 있고, 고등 교육부터는 던전이나 몬스터 서식지에 실전 투입이 되기도 한다.
나무 인형은 그저 아카데미에 들어온 신입생들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것일 뿐.
애초에 기초 교육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나무 인형을 완벽하게 파괴하는 사람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음.”
하지만 르윈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알고도 모르는 척하고 싶은 것인지도 몰랐다.
제국이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스템이 이렇게 나약하다면, 대마왕 같은 놈이 튀어나오는 순간 세상은 끝이라는 소리였으니까!
그렇게 르윈이 요즘 것들의 나약함에 혀를 차고 있기를 잠시, 어느새 실전 시험장에 도착한 르윈을 반겨 주는 것은 무표정한 교수의 한마디였다.
“무기를 선택하여라.”
다부진 체격으로 보아 기사로 보이는 교수였다.
묘하게 방 안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며 르윈은 주변에 있는 무기를 확인했다.
‘그냥 다 있네.’
단검을 시작으로 대중적인 검, 대부분이 10세에서 13세가 들라고 놓은 건지 의심이 되는 대검.
검의 종류를 하나씩 가져다 놓은 듯한 곳을 지나가면, 창과 둔기는 물론 활과 암기까지 존재했다.
‘어차피 다 검을 들 텐데.’
단순하게 나무 인형을 파괴하기에는 둔기류가 가장 좋을 것이지만, 대부분이 열 살인 신입생들이었다.
잘 사용한다면 창이나 활이 검보다도 좋겠지만.
‘그건 또 멋없다고 싫어하겠지.’
그러니까 검이다.
매우 범용적이고, 멋도 나는 검.
그리고 대부분의 기사 가문이라면 가장 많이 보고, 또 다루었을 무기.
“이걸로 하겠습니다.”
르윈 역시 검을 선택했다.
“정말인가?”
하지만 그것만으로 무표정했던 교수의 표정이 조금 변하였다.
“네.”
그도 그럴 것이 르윈이 선택한 검은 가장 짧은 단검이었다.
일반적인 단검의 3분의 2의 크기.
르윈조차 한 손으로 쉽게 들 수 있을 정도였다.
“괜찮죠?”
르윈의 말에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온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곳에 있는 모든 무기는 사용하라고 가져다 놓은 것.
거의 사용되지 않는 무기를 사용한다기에 놀랐을 뿐, 구석에 단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대검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상관은 없었다.
“그럼 조심하거라.”
“나무 인형에 질 순 없죠.”
그렇게 대답한 르윈은 교수의 뒤편에 있는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털컥.
르윈이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나무 인형 하나가 튀어나왔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시험 시작.]그와 동시에 울려 퍼지는 안내음.
그것을 들으며 르윈은 차분한 발걸음으로 나무 인형을 향해 다가갔다.
“이건 진짜 너무 쉬운데.”
걸음은 빠르지 않았다.
천천히, 아주 가볍게.
대부분의 학생이 전력으로 달렸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르윈은 알고 있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뭘.”
골렘이라면 모를까.
단순하게 단단한 나무 인형에게 과한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칼끝에 마력을 집중하고, 약점을 정확하게 찌르는 것.
아주 작은 단검으로도 할 수 있는 쉬운 일이었다.
굳이 요란할 필요가 없다.
마력을 과하게 집어넣을 필요도 없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칼날에 마력을 코팅하는 수준으로만.
검기처럼 집중할 필요도 없고, 지금의 나이에 검기를 쓰는 것도 너무 주목을 받는다.
‘이미 주목받고 있지만.’
여기서 더 받는 것도 써먹을 수 있는 것이 많지만, 불편한 점도 많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 나무 인형에 도착한 르윈은 그대로 단검에 마력을 담고, 나무 인형의 관절에 찔러 넣었다.
‘하나.’
팔의 관절을 베어 내고.
‘둘.’
다리의 관절을 베어 내고.
‘셋.’
마지막으로 목 부분과 상체를 베어 내는 것으로 르윈은 검에 담은 마력을 회수했다.
“끝.”
빠르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리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그것만으로 툭 하고 튀어나왔던 나무 인형은 사지가 분해되어 바닥에 널브러지게 되었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시험 종료.]기분 탓일까.
조금 떨리는 목소리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는 것을 들은 르윈은 다시 천천히 자신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
“반납하면 되나요?”
“그래.”
그리고 무뚝뚝한 교수에게 단검을 반납한 후, 기지개를 켜며 시험이 끝난 이들이 대기하는 곳으로 향하는 르윈이었다.
***
“시험 중지.”
고등 교육 기사학과 담당 교수 중 하나인 베테스는 르윈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통신구로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르윈이 사용한 단검을 집어 들었다.
“마법 도구는 아닌데.”
무게 중심이 잘 잡혀 있는, 잘 만든 단검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걸로 기사용 목각 인형을?’
훈련용 나무 인형이 소모품이라고는 하지만, 매번 교체를 하기에는 비용적으로 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하나를 만들 때마다 아주 단단하게 요청을 한다.
마력을 담지 않는다면 고등 교육에서조차 흠집을 내기 힘들고, 설령 마력을 담는다고 하더라도 마력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면 베어 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나무 인형이 사지가 잘린 채 널브러져 있다.
중등 교육 과정을 밟고 있는 이들 중 저렇게 나무 인형의 사지를 분해시킬 수 있는 이들이 있을까.
‘거의 없지.’
베테스가 기껏 떠올린 얼굴은 셋이 넘지 않았다.
베르샤 아카데미가 아무리 황실 아카데미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제국의 수도권에 위치한 아카데미였다.
제국은 현재 세계의 중심.
아무리 역사가 짧다고 하더라도, 다른 왕국에서 입학하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베르샤 아카데미의 수준은 높은 편이었다.
그런 베르샤 아카데미에서, 한 단계 위의 교육 과정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의 실력이라니.
그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
그렇기에 시험에 조작이 있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검이 아니라면.”
르윈이 사용한 단검을 들고, 베테스는 시험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떤가?”
그의 물음에 베테스보다 먼저 나무 인형을 확인하고 있던 이들이 대답했다.
“아무 문제 없다.”
“관절 부분에 뭔가 있을까 했는데 없어. 그냥 평범한 인형이 맞아.”
“그냥 드라이르프의 이름값을 했다 같은데?”
그들의 정체는 이번 기초 시험의 감독관들.
시험장에 몰래 숨어 학생들을 지켜보는 존재들로, 이번 시험의 점수를 매기는 존재들이기도 했다.
“검기?”
“그건 아니었어. 마력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깔끔했지만, 압축된 느낌은 없었거든.”
“열 살에 검기는 좀 그렇지. 나도 아카데미 고등부 때 겨우 배웠는데.”
“넌 원래 실력이 없었고.”
“내가 너보다 아카데미 성적 좋지 않았었냐?”
별것 아닌 일처럼 투덕거리지만, 이들 또한 제국에서 제법 인지도가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이렇게 태평하게 굴고 있는 모습이라니.
‘드라이르프 가문에서 뇌물을 받고 짜고 치는 것이 아니라면.’
조작이 아니라면 실력이라는 말이었다.
“대단하군.”
“그 말은 무기에도 문제가 없다는 말이지?”
“그렇지.”
베테스가 툭 던지는 단검을 받은 이가 자연스럽게 단검에 마력을 담기 시작했다.
“기분 탓인가? 오늘따라 검기가 잘 뽑히는 것 같은데.”
“네가 그런 말 하니 의심이 가기는 한다.”
“그러게. 저 새끼 실력이 저 정도가 아닌데.”
“이것들이 뒤지려고.”
교수 하나가 욕설을 내뱉으며 단검을 휘두르자 나무 인형에 기다란 자상 하나가 생겼다.
“흠.”
깔끔한 일격이지만, 나무 인형이 반으로 갈라지지는 않았다.
“둘 다 이상 없네.”
가장 단단한 몸통이라지만, 기사 작위도 있는 교수의 일격이었다.
아무리 단검이라고 하더라도, 대충 만든 검이라고 하더라도 평범한 나무는 쉽게 베어 버린다.
“진짜 맞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시험에 문제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이들은 한 가지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드라이르프제 괴물 맞네.”
무력의 드라이르프.
그 이름은 핏줄부터 괴물이었다.
현 공작인 드라이르프 공작은 물론, 황실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는 르윈의 형제들 또한 아카데미의 모든 기록을 갈아 치우는 괴물들.
그런 핏줄이 황실 아카데미가 아닌 베르샤 아카데미에, 그것도 어중간한 성적으로 입학을 하였기에 많은 말들이 나왔으니, 이번 시험으로 증명했다.
“몸이 강하면, 머리가 좀 나쁠 수 있지.”
“아니. 아카데미에 들어오자마자 루테스 전하와 접전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잖아.”
“일부러 여기에 들어왔다?”
“그럴 수도 있지.”
몇몇 가설이 그들의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베테스의 말에 다른 교수들은 머릿속에 떠오른 가설들을 지워 버렸다.
“혹시 모르니 조금 더 조사해야겠다만.”
“일단 성적은 작성해야지.”
“뭐, 다 만점 주겠지만.”
“이게 만점이 아니면 애들 다 기준 미달 줘야 하잖아?”
의문이 남아 있지만, 일단 교수들의 평가는 모두 같았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만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