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1)
41화 9. 인생 10회 차는 시험을 본다 (5)
이번 실전 시험은 과정과 결과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시험의 내용이 단순한 만큼, 한 명이 답을 알아내면 그 뒤의 사람들 또한 같은 해답으로 통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늦네.”
“늦네요.”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런데도 시험을 기다리던 라일라와 르윈의 세 시종은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르윈이 시험을 보러 간 이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다음 사람을 부르던 안내 방송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르윈이 뭔가를 저질렀다는 것을 전제로 라일라가 물었지만, 그것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었다.
“이상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설마, 시험인데.”
“모르는 일이지. 나무 인형에 불붙이고 완벽하게 파괴했다고 할 수 있는 분이시잖아.”
예리엘의 말에 불타는 나무 인형 앞에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르윈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하인스였다.
“설마. 그 나무 인형, 마법 내성이 얼마나 높은데. 완벽하게 파괴하려면 적어도 고등부에서 상위권 학생은 되어야 할걸?”
“멍청아, 애초에 지금 시험은 마법이 아니잖아.”
“불 이야기 꺼낸 건 네가 먼저잖아, 멍청아.”
“세상에 불이 마법만 있냐? 기름 뿌리고 그 위에 불붙인 다음 물리 공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도련님이라고.”
“어, 그건.”
그 인간이면 그럴 수도.
자신도 모르게 납득한 하인스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걱정하지 마.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확신에 가득 찬 데이지의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데이지에게로 모였다.
“언니, 뭔가 알고 있어?”
“아니. 하지만 도련님이 그런 짓을 저지를지도 몰라서 이미 소지품 검사는 끝냈단다.”
뭔가 위험한 것을 들고 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대답하는 데이지를 보통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의 주인에게 소지품 검사를 실행하는 시종이라니.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적어도 이곳에 있는 이들은 그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 이들이었다.
“그럼, 무슨 일일까?”
휙휙 다리를 휘저으며 라일라가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떨리는데.’
이론은 물론 마법에도 재능을 보이는 라일라였지만, 육체적인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특유의 공기화, 아니 은신 능력으로 육체적 약함이 커버가 될 수 있었지만 이런 시험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를 저지르기는 하셨겠지요.”
아마 본 실력을 어느 정도 보여 준 것일 수도 있겠다고 데이지는 생각했다.
‘인생은 실전이라고도 하셨으니.’
데이지는 평소의 르윈을 떠올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인간은 참으로 불합리했다.
진짜처럼 말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또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면 진짜로 그 일을 저질러 버린다.
둘 다 자신에게는 참으로 골칫거리인 일들이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의 예상이 맞기를 바라는 데이지였다.
‘실전 시험 점수라도 잘 받으면 어떻게든 커버가 되니까.’
이미 이론 시험을 의도적으로 망쳐 버린 르윈이었다.
물론 아예 망한 정도는 아니었지만, 드라이르프라는 이름값에 비하면 부족한 것은 사실.
그것을 이번 시험으로 커버할 수만 있다면 알렉스 집사장에게 보낼 편지에 어느 정도 체면치레는 할 수 있으리라 데이지는 생각했다.
[다음, 베르테스 라테리.]“다시 시작했네.”
“그러게요.”
“큰일은 아니었나 보네.”
이유도 모른 채 기다리기에는 제법 긴 시간.
하지만 뭔가 큰 사건이 벌어졌고, 그것을 처리했다고 하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그리 큰일은 아닐 것이다.
[데이지.]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자 곧 데이지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갔다 올게.”
“시험 잘 봐!”
“언니, 잘 봐!”
“당황하지 말고!”
라일라와 동생들의 응원을 받으며 데이지는 시험장에 도착했고.
“무엇을 고를 것이지?”
“어.”
뭔가 뜨거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뭐지?’
뭔가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난 검을 모르는데.’
한때 드라이르프 가문에서 예리엘과 하인스와 함께 기사 훈련을 받았던 데이지였다.
하지만 그때 자신은 재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에 다른 길로 방향을 틀었기에 검과 연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저렇게 기대를 하다니.
‘드라이르프의 이름값 때문인가?’
그렇다면 좀 부끄러웠다.
가문의 구성원 중 하나로서, 르윈보다도 더 드라이르프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는데.
‘일단, 최선을 다하자.’
데이지는 눈을 빛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략적인 시험 내용은 이미 다 들었기에, 그녀는 자신에게 딱 적당한 검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하겠습니다.”
“흠.”
작게 고민하는 듯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교수를 뒤로하고, 데이지는 가벼운 세검 하나를 들고 시험장으로 향하였다.
털컥.
그녀가 들어오는 것과 비슷하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무 인형 하나가 솟아올랐다.
[데이지, 시험 시작.]기분 탓일까.
안내 방송 또한 조금 목소리가 들뜬 것 같았다.
‘같잖은 생각 하지 말고.’
집중.
지금은 집중을 해야 할 때였다.
소문에 의하면 저 나무 인형에는 온갖 물리 방어 마법이 각인된 상태.
대부분의 신입생은 저것에 흠집조차 내지 못한다.
‘욕심은 버려.’
멋지게 저것을 반으로 가른다.
그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자신은 천재가 아니다.
그녀는 진짜 천재를 알고 있었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
라일라 라인하르트.
아주 고귀한 핏줄을 타고났으며, 그 핏줄에 어울리는 재능을 타고난 이들.
그런 이들조차 하지 못할 일들을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이었다.
‘흠집만 내자. 자그마한 생채기만 내더라도 상위권이야.’
세검의 끝에 마력을 집중한다.
그것만으로도 데이지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이미 체계화된 마법을 사용하는 것보다 단순하게 마력을 운용하는 것이 더 어렵다.
검사와 마법사.
둘 다 마력을 다루는 이들임에도 그들의 교육이 궤를 달리하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이론이 우선인 마법사.
감각이 우선인 검사.
그리고 데이지가 선택한 길은 마법의 길이었다.
‘음.’
지금 이 순간에도 왜 이렇게 무식하게 마력을 조종해야 할까.
이보다 더 효율적으로 마력을 부여하는 기술이 몇 개가 떠오르는데.
그런 생각을 꾹꾹 눌러 담으며, 데이지는 검 끝에 마력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지금!”
지금이다.
그렇게 느껴지는 순간 땅을 박차며 나무 인형을 향해 달려 나갔다.
캉!
나무로 된 인형과 강철로 된 검이 부딪쳤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강철과 강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같았다.
‘아파.’
손목이 비명을 지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검을 놓치는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
‘다행이다.’
검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드라이르프와 연관된 이상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데이지, 시험 종료.]그것에 데이지는 만족했다.
시험 결과 또한 손톱만 하지만 작은 흠집을 내었다.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분명 그럴 것이다.
“…….”
그런데 왜일까?
왜 저 교수는 나에게 실망했다는 기색을 풍기는 것일까.
나 검사 아닌데. 다음 시험인 마법 시험에서 보여 줄 예정인데.
갑자기 억울함이 밀려왔지만, 데이지는 꾹 참아 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다.
“후.”
“……?”
얕지만 나무 인형에 제법 기다란 검상을 남긴 예리엘은 한숨을 내쉬는 교수를 보며 생각했다.
‘뭐, 뭐지?’
기사 동아리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그 정도면 실전 시험 수석을 노려볼 만한 성적이라고 들었는데.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았다는 느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저, 저기.”
“무기를 반납했으면 빠르게 돌아가도록.”
그에 왜 그러냐는 질문을 하려 했지만, 작게 헛기침을 한 교수는 냉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네.”
그에 왠지 모르게 기가 죽은 예리엘이 검을 반납하고 돌아간 뒤.
“역시…….”
세 시종 중 가장 마지막에 시험을 본 하인스는 혼자 중얼거리며 고민에 빠진 시험 교수를 보며 생각했다.
‘뭔데, 이거?’
하인스 역시 예리엘처럼 기사 동아리 선배에게 실전 시험의 평가를 들었기에 자신이 있었는데.
교수가 자신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으니 왠지 모르게 점수가 잘 안 나온 느낌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난 하인스는 곧 익숙한 뒷모습을 찾고는 그곳으로 향했다.
“하, 고걸 그냥 친다고?”
그리고 돌아와서 본 모습은 평소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도련님?”
“아, 왔어? 너는 다르겠지?”
뭐가 다르다는 말일까.
알 수 없는 말을 툭 던지는 르윈이었지만, 하인스는 왠지 모르게 자신 또한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니, 애들 시험 본 거 듣는데, 막 집중해서 마력을 모으고 그대로 돌격해서 나무 인형 본체에 검상을 냈다고 자랑하는 거야.”
“자랑할 만한 거 아닙니까?”
지금 이 나이에 마력을 검에 담는 것만 해도 뛰어난 것이다.
물론 하인스 본인을 포함해 데이지와 예리엘은 학년 평균보다 나이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검을 배운 지 몇 년 안 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훌륭한 편이었다.
그런데 짧은 거리라곤 하지만 달리며 마력을 유지하다니.
이 정도면 자랑할 만한 실력인데.
“왜 달려?”
“안 달리면 공격을 못하잖습니까.”
“상대가 사람이야? 몬스터야? 하다못해 골렘이라도 돼? 가만히 있는 나무 인형인데 왜 멀리서부터 때릴 생각을 하냐.”
“어…….”
“그냥 옆에 가서 푹 찌르면 되는데. 거기에 몸통? 방어 마법의 중심부를 때린다고? 가장 방어력이 높은 곳을 굳이?”
“그, 그런가.”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있는 나무 인형이었는데.
“목을 베었어야 했나?”
“그런 놈들이 있을 것 같았는지, 목에도 마법 처리 좀 했더라.”
그러면서 눈짓으로 데이지의 손목을 가리키는 르윈이었다.
“저것 봐. 무리해서 내려쳤다가 손목 나간 거. 검사도 아닌데 왜 저렇게 열심히 하는지.”
“…….”
손목에 얼음찜질을 하던 데이지는 그 말에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했다.
르윈의 말처럼 생각도 하지 않고 무식하게 검을 내려친 것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마법 시험도 비슷할 텐데, 그때는 좀 냉정하게 해. 주어진 시간도 넉넉하잖아?”
“네.”
기죽은 듯한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은 시선을 돌렸다.
“넌 마법 못 쓰고.”
“고렇죠.”
르윈의 말에 하인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 시험은 낙제 확정.
이미 알고 있던 결과였기에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자랑이다.”
오히려 하인스를 쏘아보는 예리엘은 어설프게나마 마법도 사용할 수 있었기에 가장 불안에 떨고 있었다.
“저기 망한 사람 또 왔네.”
그렇게 오랜만에 르윈의 훈수를 들으며 시무룩하던 세 명은 르윈의 말에 흐느적거리며 걸어오는 흐릿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라일라 아가씨도 마법파였지.”
“그래도 중등 교육 가면 선택 과목이니까.”
“재능을 발견하라고 둘 다 시키는 건 알겠는데, 확실하게 길이 정해진 사람들한테는 오히려 민폐인데.”
“시험 망한 변명 그만하고. 둘 다 잘하면 되는 거지.”
르윈의 일침에 세 사람이 입을 다물었지만, 흐느적거리며 다가오던 라일라는 어느새 눈을 부릅뜨며 르윈을 향해 선언했다.
“마법 시험은 안 질 거니까!”
검과 마법은 다르다.
그렇게 주장하는 라일라였지만, 얼마 뒤 공지된 실전 시험 결과는 그녀의 입을 조용하게 만들었다.
[실전 시험 결과>수석-르윈 디 드라이르프
무력의 드라이르프.
내정의 라인하르트.
제국에 각인된 그 말이, 아카데미에서도 그대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