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2)
42화 10. 인생 10회 차는 소풍을 간다 (1)
시험이라는 이름의 아카데미 메인이벤트가 끝이 나고, 그다음 찾아온 것은 당연하게도 다음 메인이벤트였다.
“아카데미 일정이 바쁘다고 들었지만, 이건 좀.”
귀찮은 시험 기간이 끝나고, 다시 기사 동아리에서 검을 휘두르는 나날을 보내리라 생각했던 하인스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원래 다 이런가?”
예리엘 역시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
그녀 또한 하인스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 그런 거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르윈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려 주었다.
“그거 알아? 소풍 끝나면 곧 학기 말 시험 기간이다?”
“아악!”
르윈의 말에 하인스는 좌절했다.
엊그제 시험이 끝난 것 같은데, 벌써 시험이라니!
“시험은 1년에 한 번이면 충분한 거 아닌가?”
“시험 못 보는 애들이 꼭 그러더라.”
르윈의 한마디에 하인스가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무력의 드라이르프.
그것을 증명하듯, 르윈은 실전 시험에서 압도적인 점수를 받고 총합 점수를 올릴 수 있었다.
“그래도 얼마 차이 안 나는데.”
변명하듯 중얼거리는 하인스였지만, 르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응. 중등으로만 넘어가면 실전 시험도 점수 많아.”
“그럼 저도 상위권 노려볼 수 있다니까요.”
“적어도 나는 이겨야지.”
르윈의 말에 하인스는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뭐.”
“아닙니다.”
저걸 어떻게 이기라고.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틀어막은 채, 하인스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소풍은 하루, 이틀이니 시험보다는 좋네요.”
“공부할 필요도 없고.”
“시험 보느라 고생했다고 좀 쉬라는 차원에서 만들었다니까.”
물론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카데미의 소풍 준비 기간.
온갖 권모술수가 다 동원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아카데미 학생 숫자가 몇인데.’
과거, 아카데미 학생회에 들어갔던 르윈은 그것이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를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아카데미라고 하더라도 학생 수가 최소 천 단위.
제국 수도에 있는 대형 아카데미의 경우에는 만 단위의 학생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뿐인가? 그들을 가르칠 교사와 사용인들,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물자를 공급하는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아카데미 한 곳이 하나의 영지와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제국은 아카데미의 교장은 대영지를 맡은 고위 귀족과 동급으로 의전을 행하고 있을 정도.
‘소풍은 애들 행사가 아니지.’
시험으로 고생한 학생들에게 잠깐의 휴식을 준다.
말은 참 좋다.
하지만 다른 면모를 보면 수천수만의 학생들이 휴식을 위해 아카데미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비용은 적지 않다.
아카데미에서 인원을 분산하여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집단이 최소 수백 명은 된다.
그들이 하룻밤을 자는 것도, 한 끼를 먹는 것도 다 돈.
즉, 아카데미 행사가 자신의 영지에서 벌어지는 것만으로도 그곳의 영주와 상인들은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에 부가적인 이득도 있고.’
그렇기에 아카데미 행사 전에는 수많은 이들이 아카데미를 찾는다.
학생회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이유 또한 마찬가지.
신분제 사회에 맞지 않는, 선거라는 방식으로 뽑힌 학생회장은 ‘이게 학생들의 뜻이다!’라는 말로 아카데미 행사를 움직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어딜 가려나.”
단체 여행이 아닌 소풍은 학년에 따라, 반에 따라 목적지가 달랐다.
거기에 대부분의 학생이 귀족인 만큼 안전상의 이유로 목적지를 알려 주지도 않는다.
“황성 근처로 많이 가는 편이라고 듣기는 했는데.”
하인스의 말에 르윈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가 가장 편하니까. 구경할 것도 많고.”
제국 황성은 물론 다른 왕국들의 왕성은 좋은 소풍 장소였다.
미리 알려 주면 황실과 왕실을 지키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보호를 해 주는 것을 시작으로 온갖 공무원들이 그들을 안내해 준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겠지만, 아카데미 측에서는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었다.
“포탈을 타고 작은 영지 같은 곳을 가기도 한다던데요.”
“그것도 낭만 있으니까.”
예리엘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보통은 학생회 측에서 해당 영지의 영주에게 뇌물을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작은 영지를 경험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런 곳은 고학년이 가는 편이지. 구경보다는 몬스터 사냥하러 많이 가니까.”
“그 말을 듣기는 한 것 같은데.”
군사력이 부족한 작은 영지 입장에서는 작은 선물로 몬스터도 처리해 주고, 돈도 쓰기에 아카데미에 자주 찔러 보는 편이었다.
“보통 우리 나이면 애국심을 올리기 좋은 데 갈 텐데.”
제국 같은 곳은 번영한 수도를, 역사와 전통이 있는 오래된 왕국은 박물관이나 주요 유적지를 보여 준다.
물론 다른 것도 있기는 하다.
국적을 불문하고, 인류의 모든 이들이 한 번씩은 방문하는 곳이자 제국처럼 현재의 번영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그 어느 왕국보다 오래된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르윈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
“도련님.”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몰려오는 장소를 생각하던 순간, 잠깐 자리를 비웠던 데이지가 조용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저희가 소풍으로 갈 곳을 알아 왔습니다.”
“그걸 알았다고?”
공식적으로 아카데미 보안을 위하여 알려 주지 않는다면서, 이제 막 들어온 신입생이 알아 오게 하다니.
‘아카데미 보안, 괜찮은 건가?’
저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어지는 데이지의 말에 아카데미의 보안 따위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저희 반은 제국 수도에 있는 대성당에 간다고 하더군요.”
“거기?”
“네.”
조금 전 르윈이 떠올리던 장소.
제국은 물론 수많은 왕국들의 여행 장소 1순위.
바로 창조의 교단의 역사와 용사의 전설이 가득한, 성당이었다.
***
아카데미에는 여러 조직이나 파벌이 비공식적으로 존재한다.
서로 이익이 되는 이들이 모인 파벌이 다수 존재하고, 동아리 활동을 통해 모인 이들 중 마음이 맞는 이들이 더욱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따로 뭉치기도 한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런 조직들이 만들어지는 기간은 아카데미 입학 초기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 역시 올해 아카데미 입학식이 지난 후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아주 우연히, 피로 회복제나 위장약 등의 제품을 사기 위해서 아카데미 1매점에 자주 방문했고, 그것들을 사게 된 원인 제공자가 모두 같다는 사실에 뭉치게 된 조직.
일명, 1매점 사교 모임!
“이번 소풍은 어디를 가는 게 좋을까요?”
그곳에서 내부 고발자로 활동하는 데이지의 말에 아카데미 일정 조정을 담당하는 총학생회장 데일드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보통 신입생들은 수도로 많이 가기는 하는데.”
그 말에 아카데미 전반부에 대한 정보를 담당하는 베리엘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수도는 위험합니다.”
“왜죠?”
“괜히 황실과 엮일 수 있습니다.”
베리엘은 루테스와 르윈의 관계를 예로 들며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 루테스 전하도 휘두르는 사람입니다. 황실 쪽 요청으로 루테스 전하가 황실로 향하게 되었는데, 거기에 르윈 님까지 함께 가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 말에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동의했다.
“솔직히 그 루테스 전하가 꼼짝도 못할 줄은 몰랐는데.”
“덕분에 저도 좋은 걸 챙길 수 있어서 작년보다 편하게 전하를 다룰 수 있게 되었지만.”
“저희 도련님이 그보다 더 날뛰고 있으니.”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쉰 데이지가 피로 회복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마치 미리 이야기한 듯, 원탁에 모인 모두가 데이지처럼 피로 회복제를 마시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르윈 님이 루테스 전하보다 더 골치가 아픕니다. 루테스 전하께서는 아카데미 명물로 이름을 높였지만, 르윈 님은 아니시니까요.”
베리엘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를 알고 있는 메이드들이 보았다면 많이 놀랄 모습이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그 완벽한 메이드가 저런 표정이라니.
“오히려 학생들의 평가는 좋습니다. 교우 관계가 놀랍게도 원만하고, 모두에게 친절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알고 있는 베리엘이었다.
“하지만 최근 도서관에서 사서장과 몰래 만났다고 합니다.”
공식적인 아카데미의 문제아들은 모든 학생들이 안다.
황족, 폭군 루테스 디 바벨리안.
화염 마법 연구 동아리의 회장, 폭발마 레드 윈터.
연금술 동아리 회장, 실험마 벨레테스 아디아스.
마지막으로 졸업한 이후에도 아카데미에 남은 대학생, 논문 귀신 레벨스 데리아드.
이 아카데미에서 그들의 이름과 악명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기에 일반 학생들은 그들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로써 르윈 님은 아카데미의 비공식 문제아들과 모두 접촉했습니다.”
아카데미 명물 취급을 받는 문제아들과 달리, 아는 사람들만 아는 비공식 문제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조용하다는 평가를 받는 학생 또한 존재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그들이 왜 비공식 문제아 취급을 받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다음 탐사에, 르윈 님이 합류할 것 같습니다.”
탐사.
정기적으로 도서관 사서들이 도서관 지하에 있는 유적을 탐험하는 행사를 말한다.
지금까지 아카데미 지하에 문제가 될 만한 것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도련님은 왜 또.”
그 말에 데이지는 머리를 붙잡으며 그대로 원탁에 얼굴을 박았다.
이제는 이름이 있게 된 신의 동아리라든가.
도서관 탐험이라든가.
아카데미 입학 몇 달 만에 저지를 일들은 절대 아니었다.
“소풍으로 흐름이 끊기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도서관 사서.
일반 학생들의 인식에는 책벌레들이 모인, 아주 조용한 집단으로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대대로 이어지는 총학생회장의 정보에서는 그들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아카데미 최고 무력 집단.’
학생들은 자기 단련을 목적으로 하는 기사 동아리와 마법 동아리를 아카데미 최고의 무력 집단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다.
도서관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그들의 집착은 모두의 예상을 초월했다.
“사실, 위험 요소가 없다는 것도 아카데미에서 확인한 곳까지입니다. 그 이상은 사서들만이 알죠.”
거의 모든 메이드를 통솔하는 베리엘은 알고 있었다.
도서관 사서 학생들에게서 종종 전투의 흔적이 보인다는 것을.
간혹 그것에 관해 물으면 동아리 훈련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지만.
‘진짜 그럴까?’
아카데미 곳곳을 돌아다니는 메이드조차 도서관 지하는 출입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곳만큼은 베리엘조차도 미지인 곳.
그런 곳에 요주의 인물들이 모여 함께한다니.
“데이지 님.”
“네.”
학생인 데이지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차라리 조금 무리를 해서 타국으로 빠진다거나.”
“그것보다는 외곽 지역 영지가 더 좋지 않겠습니까?”
“종교에 관심이 많다고…….”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위험 요소를 데리고 과연 어디를 갈 것인가.
수많은 지역이 오고 갔고, 그 결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안전하고, 그러면서도 르윈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만한 곳!
그렇게 제1매점 사교 모임의 주도하에 르윈의 여행지는 제국 수도의 대성당으로 정해진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