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43)
43화 10. 인생 10회 차는 소풍을 간다 (2)
“우리 반의 목적지는 제국 수도에 있는 대성당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창조의 교단에서도 손에 꼽히는 성당으로.”
바르바는 학생들에게 소풍 지역을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수많은 선택지에서 고르고 고른 곳은 바로 대성당.
‘마법사가 대성당이라니.’
예로부터 종교와 마찰이 가장 많았던 곳이 마탑이었다.
흑마법을 시작으로 이어진 오래된 악연은 용사로 인하여 중재가 되었다고 하지만, 교단과 마탑 사이의 앙금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나마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된 곳이 성당인 것을.
“1박 2일로 진행이 되며, 간단한 짐만 챙기면 되니 그렇게 알아라.”
바르바의 말에 학생 몇몇이 환호성을 내뱉었다.
‘뭐가 저렇게 좋을까.’
고작 하룻밤을 다른 곳에서 자고 오는 것뿐인데.
물론 바르바 또한 저 나이에는 저렇게 행동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즐기는 아이가 아닌 그런 아이들을 통솔하는 입장이 되었다.
고작 하룻밤인데.
이렇게 귀찮은 일들이 많다니.
‘죄송합니다, 교수님.’
어릴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어른이 되고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담임, 그것도 공작가가 둘이나 있는 곳의 담임이 되니 자신을 가르쳤던 교수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바르바는 깨닫게 되었다.
“그래, 그래. 알아서 잘하고.”
빠르게 반 아이들을 확인한다.
무덤덤한 아이들도 있었고, 용사의 이야기를 하며 들뜬 아이들도 있었다.
‘왜 저래?’
하지만 가장 요주의 인물의 표정은 무덤덤하지도, 들뜨지도 않았다.
저걸 뭐라고 해야 할까.
바르바는 익숙하면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그 표정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가끔 그런 일이 있다.
대학원생 중 몇몇이 자신의 실수로 논문 날려 먹었을 때의 표정이 딱 저랬다.
화가 나고, 세상이 미운데.
그게 다 자기 때문이라서 누구를 원망하지도 못할 때의 얼굴.
“왜 저러지?”
뭔가 일을 저지른 것인가.
하지만 데이지 등을 통해 들은 정보에 의하면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인간은 무슨 일을 저지르고 후회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여행지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일까.
자신처럼 마법사도 아닌데, 왜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도대체 뭐지?”
이름 없는 신 연구 동아리에서 활동하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드라이르프 공작가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곳이라서 그런 것일까.
알 수가 없다.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다음 주니까, 잘 준비하고.”
밀린 연구도 많고, 슬슬 논문도 작성해야 한다.
남은 건 운명에 맡기고, 제발 아무 일도 없길 기도해야 할 뿐.
“가서 사고 치지 말고!”
유일하게 진심을 담아 내뱉은 말이었지만, 아쉽게도 반응하는 학생은 하나도 없었다.
***
‘진짜 죽고 싶다.’
아카데미 첫 여행으로 떠들썩한 르윈의 반.
그곳에서 르윈은 갑작스러운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역시 창조의 교단은 망해야 해.’
여신이라는 년은 사람을 아홉 번이나 부려 먹더니.
그것의 충실한 종을 자처하는 미친놈들은 남의 흑역사를 박제하는 것으로 모자라 남들에게 구경까지 시키고 있었다.
‘여기도 똑같겠지?’
인생 9회 차 시절.
바벨리안이라는 나라는 제국이 아니었다.
오히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작은 소국.
르윈이 그런 나라를 기억하는 이유 또한 너무 가난해서였을 정도였다.
대마왕이라는 괴물을 쓰러트리기 위해 모든 나라의 보물을 뜯어내고 다니던 시절.
인간은 물론 여러 이종족들에게서 돈과 무기를 뜯어내던 르윈조차 바벨리안에 도착해서는 오히려 지원금을 내고 왔으니까.
‘언제 망하나 했는데.’
대성당은커녕, 오히려 여러 교단의 자원 봉사단이 천막 치고 먹을 것을 나눠 주던 나라였다.
그렇기에 르윈은 이 나라의 대성당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그 내부는 대충 예상이 되었다.
‘누굴까?’
창조의 교단이 믿는 신은 오직 단 하나, 창조의 여신 라헬이었다.
수많은 신들 중 최고의 신.
인류의 구원자.
하지만 그 아래는 성당마다 모시는 이가 달랐다.
‘다 똑같은 놈인데.’
8명의 용사, 아니 이제는 9명의 용사라고 불리고 있을 여신의 사도.
성당은 용사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여신의 바로 밑에 놓는다.
그리고 그 용사의 업적을 찬양하고, 자랑한다.
‘개 같은 놈들.’
누군가에게는 이 세상을 구한 위대한 업적이겠지만, 르윈으로서는 그저 인생의 흑역사이자 호구 짓의 기록일 뿐이었다.
‘그리고 아카데미는 왜 소풍을 그런 곳으로 가는 건데?’
남의 흑역사를 구경하러 간다니.
그럴 시간에 던전 가서 몬스터 잡는 경험도 하고, 아이템도 얻는 게 훨씬 이득일 텐데.
‘진짜 너무 과보호한다니까.’
시험을 나무 인형으로 보았을 때부터 알아봤는데.
“도련님.”
“왜?”
“뭐가 또 불만입니까.”
“이 세상.”
“그러시군요.”
어째서 세상은 늘 자신에게 불합리하게 구는 것일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르윈을 보며 데이지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
다음 주라는 것은 생각보다 더 빨리 찾아왔다.
대충, 아카데미에 등교하여 수업을 몇 번 듣고.
동아리 활동 겸 망나니 스승님을 몇 번 만나고.
이제는 편안하게 반신욕을 즐기는 맨드레이크의 육수를 연금술 동아리에 제출하니.
“진짜 가네.”
어느새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소풍 날짜가 찾아왔다.
“생각보다 줄이 기네요.”
아카데미 외곽 지역에 있는 거대한 마법 포탈.
그곳에 수많은 학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럴 거면 그냥 마차를 타고 가는 게 좋지 않나.”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기에 포탈을 이용한다고 하지만, 어차피 르윈이 가는 곳은 수도에 있는 대성당이었다.
베르샤 아카데미가 아무리 수도 끝자락에 있다고 하더라도 마차를 타고 수도 중심에 있는 대성당에 못 갈 정도는 아니었다.
“이게 더 빠르지 않나요?”
“그렇다 쳐도, 그럼 대기하지 않게 기숙사에서 기다리고 방송으로 한 반씩 보내면 되잖아.”
굳이 왜 이렇게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걸까.
대성당을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만인데, 대기까지 하니 더욱더 불만이 쌓이는 르윈이었다.
“이것도 여행의 맛 아닐까요?”
“…….”
하인스의 말에 르윈의 두 눈이 가늘게 떠졌다.
여행 한번 간 적이 없는 놈이 여행의 참맛을 논하다니.
‘여행이 얼마나 힘든데.’
노숙은 기본이요, 먹는 것 또한 부실할 수밖에 없다.
그뿐인가? 언제, 어디서 나쁜 놈들이 자신들을 노릴지 모른다.
밖은 야생이다. 약육강식이 기본인 곳이다.
안전한 성벽과 그곳을 지키는 병사들의 도움은 받을 수 없고, 실수로 버섯 하나 잘못 먹고 세상을 하직할 수도 있는 위험한 곳이다.
“이래서 요즘 애들은.”
그런 것도 모르고 여행의 맛을 논하다니.
쯧쯧.
절로 혀가 차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르윈이었지만, 그 모습을 하인스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련님도 요즘 애들인데.’
심지어 나이는 자기가 더 많다.
그런데 저 표정은 뭐란 말인가.
마치 수백 살은 더 산 것처럼 쯧쯧거리고 있다니!
“하인스.”
한마디를 하려고 했지만, 옆에서 조용히 자신을 부르는 데이지의 말에 하인스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우리가 참아야지.’
도련님께서 기분이 안 좋으시다는데, 어쩌겠는가.
“요즘 애들은 여행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니까요.”
그래도 한마디를 내뱉는 것은 못 참은 하인스였다.
“어제 잠도 못 잤겠네.”
“네. 두근거려서 잠이 안 옵니다. 소문에 의하면 데르덴 님의 동상이 그렇게 멋지시다는데.”
“제국 대성당 담당이 누군가 했더니…….”
데르덴.
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르윈의 입이 다물어졌다.
데르덴 델 블레이드.
창조의 여신 라헬의 아홉 번째 사도이자 역대 용사 중 최강.
그리고 르윈의 바로 이전 생의 이름이었다.
***
“데르덴 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더럽고 사악한 마신의 앞잡이야. 인류는 너희에게 지지 않는다.”
포탈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지만, 그만큼 이동하는 시간은 짧았다.
심지어 대성당은 제국 주요 시설 중 하나로 취급되었기에 대성당 바로 옆에 포탈 시설이 갖추어져 곧바로 대성당 관람이 가능했다.
“그러자 마왕을 뛰어넘은 대마왕, 아펠리오스는 사악한 속삭임으로 데르덴 님을 유혹했습니다.”
“용사여, 이 세계의 절반을 주겠다! 네가 인류를 배신한다면!”
그렇게 대성당에 도착한 르윈은 볼 수 있었다.
금발의 멋진 용사가 피를 흘리면서 대마왕과 대적하는 모습을.
그런 용사를 매우 요사스러운 목소리로 유혹하는 대마왕을.
“그러나 데르덴 님은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나는 인류를 버리지 않는다! 닥치고, 덤벼라. 사악한 마신의 사도여!”
“와.”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대충 맞는데, 전혀 느낌이 다른데?’
르윈이 기억하는 대마왕 아펠리오스는 저렇게 요사스러운 목소리가 아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르윈이 기억하는 마왕은 아주 간절한 목소리였었다.
심지어 저 중간에 무슨 말들이 있었는가?
‘혀, 협상을 원한다면 조금 더 줄 수도…….’
인류의 영토와 마족의 영토는 거의 비슷하다.
정확하게 측정을 한다면 인류의 영토가 조금 더 클 수 있겠지만, 거의 5 대 5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대륙의 반을 지배하는 마족의 왕이, 인류의 영토를 쳐들어와서 협상으로 반 이상을 줄 수도 있다니.
‘쳐들어와서 자기 땅을 주겠다고 하는 호구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자신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역대 마왕 중 협상을 말하는 마왕은 없었는데.
‘열받아서 내가 걷어찼지.’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당시의 르윈, 데르덴은 옛 연인과 친구의 배신에 전문 용어로 꼭지가 돌아 버린 상태였다.
“대마왕 아펠리오스는 강했습니다. 하지만 인류를 등에 업은 용사님은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크아악! 내가 당하다니!”
르윈은 공허한 눈으로 눈앞의 연극을 바라보았다.
용사 데르덴의 검에 결국 아펠리오스가 쓰러지고, 그 위에서 처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용사는 마왕의 최후를 보고 안심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웃고 있기는 했지.’
데르덴을 연기하는 용사는 아주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신이시여.”
‘망할 여신이시여.’
대사도 조금 다른 부분이 있지만, 비슷했다.
“저는 이제 안식을 취하려 합니다.”
‘나 이제 쉰다.’
“휴식을 허하소서.”
‘진짜 한 번만 더 살려 봐라.’
“인류를 보살펴 주소서.”
‘이제 인류는 알아서 살려라.’
그대로 데르덴을 연기하는 배우가 쓰러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났다.
동시에 구경하던 인원들의 박수와 환호가 튀어나왔다.
“와아아!”
“여신님이시여!”
심지어 몇몇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고 있다.
“음.”
그 모습을 지켜보며 르윈은 기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지켜보고 있었나?’
최후의 결전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기억하는 르윈이었다.
그러나 연극의 내용은 뭔가 조금씩 애매하게 다르지만, 큰 줄기로만 보면 르윈이 기억하는 것과 일치했다.
“연극 ‘최후의 결전’을 봐 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도 명연기를 펼쳐 준 배우들에게 박수로 화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새 쓰러진 용사와 마왕이 손을 붙잡고 관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었다.
“다음 연극은 3시간 뒤에 있을 예정이며, 연극을 다 보신 분들을 위한 기념품이 기념관에 준비되어 있으니 구경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성직자의 안내에 연극을 구경하던 대부분의 인원이 한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기념품?”
“대성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인데, 모르세요?”
“응, 몰라.”
예리엘의 말에 르윈은 즉답했다.
“빨리 안 가면 줄 서야 합니다.”
“그냥 안 가면 안 될까?”
“저희 반 다 가는데요?”
분명 자유 시간이라고 들었는데.
반째로 이동하는 모습에 르윈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래, 가 보자.”
거기에 두 눈을 빛내는 예리엘과 하인스의 모습에 르윈은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이게 뭐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