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0)
50화 11. 인생 10회 차는 탐사를 떠난다 (2)
뚝. 뚝. 뚝.
머리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
출발할 때 날씨가 흐릿하기는 했으나,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었다.
‘전에 왔던 곳하고는 전혀 다른 곳이네.’
전에 있던 곳이 잘 만들어진 유적과 같았다면, 이번에는 자연에서 쉽게 볼 법한 석회 동굴이었다.
이곳이 과연 도서관 지하인가.
만약 누군가가 그렇게 묻는다면 르윈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절대 아닌데?’
엘리를 만났던 곳보다 더욱 지하.
이곳 도서관 사서들이 말하는 심층 지대에 도착한 르윈은 이곳이 그냥 만들어진 곳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천연 던전인데.’
던전에는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든 던전.
보통은 마법사나 연금술사, 간혹 흑마법사나 리치 등의 고위 몬스터들이 자신의 거처를 던전화시킨 경우다.
르윈이 대륙 곳곳에 자신의 보물들을 숨겨 둔 곳도 마찬가지.
대부분 인간이 만든 던전이기에, 만든 이의 의지에 따라 던전의 난이도와 위험성이 바뀌는 게 특징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몬스터들이 천연 동굴 등에 서식지를 만드는 경우.
이 경우에는 서식하는 몬스터에 따라 고유한 특징이 있으므로, 준비만 잘된다면 생각보다 쉽게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귀찮겠는데?’
천연 던전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생성된 던전을 말한다.
자연의 일그러짐, 혹은 마력의 일그러짐으로 만들어지는 곳.
그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자연의 법칙이 일그러진 곳일 수도 있고, 마력의 괴현상으로 인하여 기괴한 몬스터가 존재할 수도 있었다.
아주 위험할 수도 있고, 너무나도 허무할 수도 있는 곳.
“넌 좋겠다.”
“나? 왜?”
신기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는 엘리에게 르윈은 조용히 이 던전의 특징을 알려 주었다.
“여기 마석 많거든.”
“진짜?”
마석이라는 이야기에 엘리의 눈이 밝게 빛났다.
맨드레이크의 주식인 마력.
엘리에게 마석이란 최고급 식자재나 마찬가지!
마력이 한곳에 과도하게 뭉쳐, 공간이 일그러져서 만들어진 곳이 천연 던전인 만큼 천연 던전에는 많은 양의 마력이 모여 있었다.
“어쩐지. 공기부터 좋더라.”
호흡할 때마다 들어오는 마력의 양이 심심치 않다.
그 사실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엘리였지만, 이어지는 르윈의 말에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마력이 많아서 좋기는 하지. 그래도 조심해라.”
“왜?”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마력을 흡수하면, 터지거든.”
“터져? 뭐가?”
“당연히 몸이지.”
“흡!”
처음 천연 던전을 발견한 사람들 또한 마력이 넘쳐흐르는 장소에서 마력 수련을 하면 더 좋은 효과를 얻지 않을까 생각했고, 실천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천연 던전에서의 마력 수련은 효과가 크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흡수한 많은 양의 마력을 몸이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지, 진짜?”
“사람 기준으로는 진짜.”
“나는?”
“천연 던전에서 맨드레이크를 키운 사람은 들어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맨드레이크에게 효과가 좋다면 천연 던전에 맨드레이크 농장을 만들어도 좋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오크 한 마리가 천연 던전에 잘못 들어갔다가, 며칠 만에 기사단 하나를 괴멸시키는 괴물로 튀어나온 전적이 있었다.
맨드레이크 또한 인간에게 충분히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생물.
온갖 변수가 발생하는 천연 던전에 맨드레이크 농장 같은 것을 만들었다가 무슨 일이 발생할지 누가 알까.
“도련님!”
그런 생각을 막 하고 있을 때였다.
“응, 나도 알아.”
순간, 대기가 떨렸다.
그것도 마력의 파동만으로.
“대형 잡아!”
“각 조장은 조원들 통솔해서 준비해라!”
“챙겨 줄 여유 없는 거 알지, 드라이르프?”
4~5인이 빠르게 뭉치고, 진형을 짜기 시작하고.
뒤이어서 한 사서가 르윈을 향해 말했지만, 르윈은 그것에 대답할 수 없었다.
“야, 엘리, 네 친구 아니지?”
“나는 저런 무서운 친구 없거든?”
강력한 마력의 파동과 함께 땅 위로 튀어 오른 생명체는 맨드레이크.
특이한 점이라면 엘리와 달리 성인 남성의 2배 이상의 크기랄까.
“입 벌린다!”
맨드레이크가 입을 쩍 벌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사서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고.
“알아서 귀 막아!”
동시에 다른 사서 하나가 외치는 말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
정면으로 거대한 풀뿌리가 날아오고, 그것을 방패를 든 사서들이 막아섰다.
“뭐 해?”
그런 상황 속에서 혼자 두 눈을 질끈 감고 양손으로는 귀를 막고 있는 데이지의 어깨를 르윈이 툭툭 건드렸다.
“네? 귀를 막으라고 해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적이 눈앞에 있는데, 진짜로 귀를 막을 리가 없잖아.”
“네?”
귀를 막으래서 막았는데, 진짜 막을 리가 없다니.
하지만 주변을 둘러본 데이지는 혼자만 귀를 막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얼굴을 붉혔다.
“그럼 왜 귀를 막으라고 한 건가요, 도련님.”
“마법을 쓰라는 거지.”
시각, 후각, 청각.
보통 폐쇄적인 구조를 띠고 있는 던전의 특성상 이 세 가지에 대한 대처는 늘 하고 있어야 했다.
“갑작스럽게 빛이 차단되었을 때 빛 마법을 사용해서 시야를 회복하라! 라고 말하고, 독이나 수면향 같은 게 뿌려졌을 때 바람 마법을 사용해서 향을 반대 방향으로 날려! 라고 말하겠어?”
그거 말하다 다 죽겠다.
그런 르윈의 말에 데이지의 얼굴은 더욱더 붉어졌다.
“그럼…….”
“그냥 줄여서 불 켜, 날려로 짧게 말하지.”
‘귀 막아.’도 마찬가지.
자신의 귀를 막으라는 것이 아닌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을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그게 당연하다고요?”
아카데미는 물론, 드라이르프 공작가에서도 배운 적이 없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게 당연하다니.
“당연하게 하고 있잖아.”
르윈의 말에 데이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관리하는 도서관 사서들이, 매우 익숙하다는 듯 괴물 같은 맨드레이크를 토막 내고 있었다.
‘내가 잘못된 건가?’
당연한 게 아닌 것 같은데.
데이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을 제외하고는 너무나도 멀쩡하게 돌아가는 주변의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가 보상도 못 얻겠다.”
그 말을 한 르윈은 검을 들고는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도련님!”
데이지가 말릴 틈도 없이 앞으로 나아간 르윈은 그대로 검을 그었고, 그와 동시에 맨드레이크의 뿌리 하나가 잘렸다.
“힉!”
그 뿌리가 자신의 팔이라도 되는 듯 비명을 내지르며 팔을 문지르는 엘리의 모습을 보며.
‘모르겠어.’
데이지는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지 알 수가 없었다.
***
천연 던전에서 튀어나온 맨드레이크는 크기만 컸을 뿐, 그저 식물일 뿐이었다.
“이거 구우면 맛있을 것 같은데?”
“힉!”
“일단 변형된 몬스터잖아. 안전 검사는 해야지.”
“위로 올려야 되나?”
“연금술 동아리에서 보면 엄청나게 좋아하겠네.”
30분 정도의 사투 끝에 맨드레이크는 쓰러지고, 남은 것은 거대한 맨드레이크의 사체뿐.
“이거 팔면 돈 좀 되겠는데요?”
“역시 돈 안 되는 골렘보다는 슬라임이나 맨드레이크지.”
어디서 꺼낸 것인지 톱으로 맨드레이크를 써는 모습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다른 것도 나오나요?”
그런 사서들의 옆으로, 르윈은 조용히 껴들어 맨드레이크 토막 작업에 합류했다.
“보통은 골렘이지. 맨드레이크가 있는 곳에 천연 던전이 생기는 건 진짜 우연이니까.”
“아까 보니까, 잘 싸우던데. 역시 드라이르프라서 그런가?”
“그런 것치고는 시종은 정신 못 차리던데.”
“쟤가 좀 초보자라서요.”
잔뿌리 하나를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으며 작업하는 사서들의 모습에 르윈도 잔뿌리 하나를 떼어 입에 넣어 보았다.
‘효과가 엄청나게 뛰어난 느낌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은데.’
쓴맛과 함께 아주 미약한 마력이 느껴졌다.
영약 취급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포션 만들 때 재료로 들어가면 좋은 수준.
“이건 보통 어떻게 처리하나요?”
“비싼 부위는 1매점에 보내면 알아서 처리해 주고, 나머지 부분은 연금술 동아리나 에이나 선배한테 줘.”
“에이나면, 블룸버그 선배요?”
“오, 알아? 신입생은 알기 어려운 선배인데.”
“네. 저번에 조금 친해졌거든요.”
“이게 공작가의 친화력?”
에이나를 안다는 말에 놀라는 사서들의 모습에 르윈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공작가가 아니라, 제 친화력이죠. 그나저나 에이나 선배라면 포션 재료로 넘기는 건가요?”
“응, 맞아. 포션만 놓고 보면 연금술 동아리도 그 선배 못 이기거든.”
“에이나 선배, 내후년이면 졸업인데, 그때는 어떻게 하냐.”
한숨을 내쉬는 사서의 모습에 르윈은 에이나에게 들었던 푸념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저번에 들었는데 에이나 선배, 출석 일수 아슬아슬해서 잘하면 1년 더 다닌다던데요?”
“오호?”
“백작가 영애님이면 1년 정도는 꿇어도 괜찮지!”
포션 제조 시설에서 나오지 않아 유급 위기라는 르윈의 말에 도서관 사서들은 환호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데이지는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얘들, 무서워.”
동족이 토막 나는 모습을 보며 부들부들 떠는 엘리를 쓰다듬으면서도, 데이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무 익숙해.’
아카데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거대한 맨드레이크의 등장은 충분히 놀랄 만했지만, 그것을 대처하는 사서들의 모습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뿐인가?
지금의 대화만 들으면 골렘을 비롯한 다른 몬스터들 또한 만난 것이 확실했다.
‘거기에 생각보다 더 조직적이야.’
연금술 동아리와 에이나 블룸버그.
둘 다 공식, 비공식 문제아로서 베리엘의 입에서 언급된 인물이었다.
그뿐인가? 매일같이 찾아가던 제1매점도 사서들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사실에 데이지는 묘한 배신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던전에서 얻은 물건을 판매하고, 다시 던전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는 것도 자연스러워.’
최근 몇 년간 행한 일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아주 먼 옛날부터 도서관의 사서들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갔고, 자신이 졸업한 이후에도 그것이 이어질 수 있도록 책으로 후대에 지식을 전파하듯, 지하 미궁과 던전을 전파했을 것이다.
‘이게 도서관 사서들?’
베리엘이나 학생회장에게 들었던 것보다 더욱더 심각했다.
“저거 골렘 아니냐?”
“안 움직이는데? 그냥 돌덩어리 아니야?”
“골렘이 원래 돌덩어리지, 멍청아.”
“천연 골렘은 덜 만들어지면 원래 안 움직여. 가끔 선공 안 하는 골렘도 있기도 하고.”
“그냥 의심스러우면 핵이 있을 것 같은 부분을 찌르면 돼.”
어떤 동아리가, 골렘일 수 있다며 돌덩어리를 하나하나 찌르고 다닐까.
“도련님.”
“왜?”
“뭐 하세요?”
“확인 사살.”
“…….”
옆에서 사서들이 부숴 버린 돌덩어리를 한 번 더 찌르는 르윈의 모습을 보자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데이지였다.
“아주 익숙하시네요?”
“원래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고 하잖아? 조심해서 나쁠 거 없지.”
“애초에 이런 활동을 하지 않으면 제일 좋지만요.”
데이지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저 멀리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악! 이거 골렘 맞았어!”
“화난 것 같은데?”
“자고 있을 때 때리면 원래 사람도 화내!”
“시끄럽고, 대형이나 잡아!”
시끌벅적한 모습으로 이전의 맨드레이크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골렘과 싸우는 사서들을 보며 르윈은 신이 난 듯 검을 들어 올렸다.
“가자.”
“하아, 네.”
누가 봐도 가기 싫은 표정으로, 데이지는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