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1)
51화 11. 인생 10회 차는 탐사를 떠난다 (3)
골렘의 거대한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그대로 종유석을 부수었다.
하지만 그것에 맞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천연 던전은 그리 오래된 던전이 아니었던 탓에 골렘이 완벽하게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마무리다!”
그리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창에 마력을 감은 사서의 투창.
강력한 마력을 담은 일격이 석회석으로 된 작은 골렘의 핵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그어어어!
골렘의 핵이 파괴되고, 골렘은 다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갔다.
“…….”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골렘이 말을 할 리는 없지만, 데이지는 골렘이 무너지는 소리가 비명처럼 느껴졌다.
“생각보다 수확이 없네.”
“원래 골렘은 고급 소재가 아니면 마력석 말고 안 나오지.”
“고급 소재는 잡기 어렵고.”
“근데 마력석은 박살 났잖아?”
“그러게 왜 투창을 해서 마석까지 부숴 먹고 난리야.”
“너희가 날리라며!”
푹! 푹! 푹!
핵이 부서져 돌무덤이 된 골렘을 푹푹 찌르며 사서들은 챙길 것이 없나 뒤지고 있었다.
“…….”
골렘의 비명이 아니라 저주였나.
아무리 생명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렇게 시체를 난도질하다니.
“근데 지금 어디쯤이지?”
“잘 모르겠는데.”
“다른 팀 연락 아직 없지?”
“응, 없어.”
그런 데이지의 걱정과 달리, 사서들이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코어 반응은 아직이야?”
“네. 특별한 마력 반응이 없네요.”
코어, 혹은 핵이라고 부르는 것.
일그러진 마력이 뭉쳐져 만들어진 것으로, 그것을 파괴하면 천연 던전은 사라진다.
“그것부터 부숴야 제대로 탐사가 진행될 텐데.”
탐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수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
던전 내부의 모든 적을 없앴다고 하더라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마석 좀 얻으려고 버려두었다가, 골렘 같은 것이 튀어나와 퇴로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오늘 못 찾으면, 탐사 접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수업 좀 째면 안 돼?”
“안 될걸? 올해 졸업하는 선배 중 수업 일수 아슬아슬한 사람이 조금 많다고 들었거든.”
주말은 단 이틀뿐.
아무리 사서들이 아카데미 활동보다 도서관 활동을 더 중요시한다고 해도, 아카데미의 학생이었다.
월요일이 되면 학교를 가야 하는 것이 학생들의 운명.
도서관 사서들 역시 그 운명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도련님, 천연 던전의 핵을 부수는 것이 쉬운 행동인가요?”
하지만 데이지는 운명보다는 눈앞의 현실이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과도한 마력이 한곳에 모여 만들어진 만큼 천연 던전의 핵은 잘못 파괴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눈앞의 사서들은 코어를 발견하기만 하면 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지.”
“네?”
자신의 상식과 전혀 반대되는 대답에 데이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자꾸만 상식이 부정당하니, 사실 자신의 상식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마력 꼬인 것만 풀면 알아서 사라지잖아?”
“그게 쉬워요?”
르윈의 말처럼 꼬인 마력을 풀면 되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천연 던전의 핵은 온갖 실타래가 꼬이고 뭉쳐진 덩어리나 마찬가지.
그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 정리하는 것이 쉬운 일일 리가 없었다.
“우리 후배님, 천연 던전 핵도 파괴해 봤어?”
“전문가죠.”
르윈과 데이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서 하나의 물음에 르윈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드라이르프 가문에서 천연 던전에 데려간 적이 있던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대답에 데이지는 자신의 기억에 오류가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자신감 넘치는 건 좋은데, 처음 하면 어렵다?”
“에이, 회장이 데려온 인재인데 그 정도는 하겠지.”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인데?”
“드라이르프잖아, 드라이르프. 거긴 8살이면 맨손으로 곰을 때려잡는 곳이라는데.”
“그런가?”
“너처럼 첫 탐사에 미믹인 줄 모르고 보물 상자 열다가 당하진 않겠지.”
“선배, 그랬어요?”
“자기 경험담이었구나…….”
“아, 아니거든?”
낄낄거리며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는 사서들과 그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르윈의 모습.
‘진짜 내가 이상한 건가?’
그럴 리가 없다.
천연 던전에 대한 내용은 중등 교육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제국의 수많은 전문가가 작성한 내용이 틀릴 리가 있을까!
“어, 연락 왔다.”
“붉은색이면 부회장 쪽이지?”
“뭐래? 핵 찾았대?”
“네. 곧 해체하니까 마력 폭풍 대비하고 있으래요.”
그러나 연락이 오고 몇 분이 지나 이질적인 마력이 느껴진 뒤.
“끝났네.”
“생각보다 깔끔한데?”
“작년에 회장이 했을 때는 멀미 나고 난리 났었는데.”
“역시 회장은 꼭두각시고, 부회장이 진짜라니까?”
너무나도 쉽게 끝나 버린 상황에 데이지는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인정을 했다면, 이제 받아들이는 일만 남았다.
“저기.”
“왜?”
“원래 천연 던전이 자주 생기는 건가요?”
데이지가 알고 있기로, 몇몇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면 천연 던전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과도한 마력이 특정 지역에 뭉치는 현상이 평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세계수가 있다는 엘프의 수도.
세계 최고의 마석을 보유한 드워프의 마석 광산.
그리고 정확한 위치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초대 용사가 잠들어 있는 무덤 근처가 대표적인 곳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
그리고 다행히도 데이지의 상식은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원래 천연 던전이라는 것이 잘 안 생기는 거잖아?”
“그렇죠.”
“그런데 이곳 지하는 이상하게 천연 던전이 잘 튀어나오더라고.”
“대충, 도서관 탐사가 진행된 이후부터 계속 생겨났다고 전해지고 있기는 하지.”
“나도 5년 동안 스무 번 이상 봤으니까, 정상은 아니지.”
옆에서 쉬고 있던 다른 사서의 말에 데이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정상적인 숫자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핵을 완벽하게 제거한 것이 아닌가 했었대.”
“뭐, 옛날에는 제거에 실패해서 사고가 좀 있었다고 했으니까.”
“근데 지금은 아니잖아?”
르윈의 기준으로도 깔끔한 일 처리였다.
던전의 핵을 정확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제거된 핵의 마력 파장은 매우 깔끔한 편이었다.
‘이 정도 실력이면, 웬만한 용병보다도 깔끔한 편이니까.’
던전의 핵을 제거하는 것은 마법 실력보다는 경험적인 면이 크다.
용병 길드에서도 전문적으로 천연 던전을 해결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이곳에 있는 사서들은 아주 훌륭한 전문 인력.
“저 아래에 그 원인이 있겠지.”
“그걸 찾는 게 우리 목표고.”
“미지에 대한 탐구. 그게 사서의 목적이잖아?”
호흡이 척척 맞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르윈과 데이지는 생각했다.
‘사서의 목적이 그게 맞나?’
이번만큼은 르윈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통신구 울리네. 뭐래?”
“회장 쪽에서 출구 발견했다는 것 같은데?”
“던전 핵이 문제였던 게 맞는 것 같네.”
“회장 쪽으로 집합하래?”
“어.”
고개를 끄덕인 사서의 말에 짧은 휴식이 끝이 났다.
“앞으로가 진짜인데, 끝까지 같이 갈 거지?”
“당연하죠.”
자신을 바라보며 하는 말에 르윈은 고개를 끄덕였고.
“여기서 혼자 남는 게 더 위험할 테니까요.”
데이지 역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사서 역시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는 통신구의 내용을 확인하며,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리고 중간중간 약간의 갈림길을 바꾸니 곧 많은 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회장!”
“아, 무사했네.”
르윈과 데이지의 모습을 보고 다행이라는 듯 손을 흔든 바르타스는 잠시 후 모든 이들이 모이자 자신만만한 얼굴로 문을 가리켰다.
“이곳이 이번 목표! 여기만 탐사하고 복귀한다!”
그 말에 사서들이 환호하고, 데이지는 절망했다.
“도련님.”
“왜?”
“이런 장소에, 누가 봐도 문처럼 보이는 게 있는데, 이게 정상인가요?”
데이지는 허탈한 목소리로 말하며 회장이 가리킨 문을 바라보았다.
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
사람 수십 명은 한 번에 지나갈 수 있는 거대한 문이 그곳에 있었다.
“당연히 아니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문이 던전 한복판에 존재한다.
누가 봐도 문제가 많아 보이는 문이었지만, 그렇기에 사서들은 더 흥분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분들은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죠?”
“그야, 미지가 저곳에 있으니까?”
“미지!”
그놈의 미지!
“그게 뭔지 확인하러 가죠.”
“좋은 자세네.”
“애가 맛이 간 것 같은데?”
더는 참을 수 없는지, 이제는 앞장서는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과 엘리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문 열어!”
수십 명의 사서가 문을 밀고, 나머지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상황.
거대한 문이 끼익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금씩 밀리고, 그 문이 열리자 보이는 모습에 모두가 당황했다.
“저게, 미지?”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번쩍이는 빛에 데이지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거대한 사자였다.
“유적이다!”
“저 동상, 골렘 아니지?”
“그 옆에 보이는 건 가고일처럼 생겼는데?”
“그냥 석상 아니야?”
던전에서 흔히 나오는 게 골렘인 탓에 사서들은 긴장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움직이지 않는 석상들에 하나둘 조심스럽게 문 안으로 들어갔다.
“골렘 아닌 것 같은데?”
“마력 반응도 없어. 그냥 상징물 같은데?”
몇몇 인원이 안전을 확인하고, 다른 함정의 위험성도 없는 것이 확인되자 사서들은 다시 한번 환호했다.
“지긋지긋한 던전은 끝!”
“르윈 후배가 발견한 유적도 아직 다 해석 못했는데!”
“여기, 글자 있다!”
“무슨 언어인데?”
“모르니까 글자라고 말한 거지, 멍청아!”
사서들에게 있어서 마석이 가득한 천연 던전보다는 유적이 더 가치가 있었다.
돈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지식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채, 책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책이었다.
단순한 내용으로도 이곳의 문화나 생활 등을 알 수 있고, 역사서 같은 것이 발견되는 순간, 학회가 뒤집힌다.
“으하하, 뭐라고 쓰여 있는지 하나도 못 알아먹겠어.”
“해석이 필요한 고서라니, 이거 재미있는데?”
하나하나 발견되는 물건들에 사서들이 광기에 물들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며 데이지는 공포감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도련님.”
여기 좀 이상해요.
장소는 물론, 사람들까지도 이상하기에 데이지는 르윈의 소매를 꾹꾹 잡아당겼으나.
“…….”
르윈은 한곳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건 무슨 모양일까?”
“글쎄, 도마뱀? 아니면 드래곤일 수도 있겠네.”
“드래곤을 숭상한 흔적은 유적에서 쉽게 볼 수 있으니까.”
벽 이곳저곳에는 글자를 비롯한 그림들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르윈이 알고 있는 것이었다.
‘망했네.’
전문가도 알아볼 수 없는 상징물이었으나, 이곳에 있는 그 무언가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드래곤 그림.
워낙 대충 그렸기에 도마뱀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드래곤의 쉼터.’
인간이 부르기를, 드래곤 레어라고 칭하는 곳.
즉, 지금 이곳에 드래곤이 잠들어 있다는 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