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2)
52화 11. 인생 10회 차는 탐사를 떠난다 (4)
생각지도 못한 발견이었다.
아카데미 지하에 자신의 보물 창고는 물론 던전이 있는 것도 신기한 일이었는데.
‘드래곤의 쉼터가 있을 줄이야.’
드래곤의 쉼터.
간단히 설명하면, 드래곤이 잠자는 장소였다.
주기적으로 아주 오랜 잠에 빠지는 드래곤들의 특성상 아무도 모르는 지하에 자신의 쉼터를 만드는 경우가 많긴 했는데.
‘장소마다 특징이 달랐을 때 의심을 해야 했는데.’
아카데미 지하에 유적이나 던전 등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이상한데, 그 특징 또한 다 다르다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다.
“내가 까먹은 게 아닐 수도.”
“뭐가?”
“그런 게 있어.”
지금도 옆에서 재잘거리는 엘리를 처음 만났던 던전.
그곳은 자신이 잊어버린 창고 중 하나였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아닐 수도 있었다.
‘드래곤의 쉼터는 여러 공간이 이어져 있으니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
드래곤은 대부분 나태하다.
움직이는 것도 극도로 귀찮아하기에, 자신의 쉼터에 공간을 왜곡시켜 여러 공간을 이어 붙이는 일도 흔했다.
문제는 그 여파로 주변의 공간이 왜곡되는 일이 많다는 것.
거기에 천연 던전이 발생한 일 역시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여기 있지?’
문제는 드래곤의 쉼터가 왜 아카데미 도서관 지하에 있냐는 것.
르윈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원인은 크게 두 개였다.
하나는 드래곤의 쉼터 위에 우연히 아카데미가 지어진 것.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드래곤이 잠드는 기간은 최소 수백 년에서 최대 수천 년.
그동안 지상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드래곤도 모를 것이다.
‘문제는 그게 아닐 경우인데.’
반대로 드래곤이 아카데미 아래에 드래곤의 쉼터를 만드는 일도 있을 수 있었다.
괜히 쉼터 위에 영지 같은 것이 만들어지고, 영지전 같은 게 자주 일어나면 중간에 잠에서 깰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게 뭐지?”
“누가 봐도 인위적으로 만든 곳 같지?”
“언어 전문! 여기 처음 보는 글자 있는데 해석 좀 해 봐!”
그럴 경우, 지금의 상황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모기가 귀찮아서 모기 없는 곳으로 왔는데, 몸에 개미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려나?’
잠들어 있는 드래곤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귀찮은 게 없다.
막상 일어나기는 귀찮은데, 그렇다고 자신의 집에 침입한 이들을 내버려 두고 잠들기에는 몸이 간질거린다.
‘최대한 세상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놈들이기는 한데.’
개중에는 또 아닌 놈들이 있어서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애초에 하나의 종족이 아니니까.’
사람들은 드래곤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종족을 만들었고, 드래곤의 색에 따라서 또 한 번 드래곤의 특징을 분류했다.
레드 드래곤은 성격이 괴팍하기에 조심해야 하며, 반대로 블루 드래곤은 성격이 차분하다.
실버 드래곤은 고요를 좋아하며 물질적인 욕심이 없고, 반대로 골드 드래곤은 황금을 좋아하며 물질적인 욕심이 넘친다 등등.
색에 따라 드래곤의 부족을 만들고, 성격이나 서사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건 다 사실이 아니다.
애초에 드래곤은 하나의 종족이 아니다.
한 개체, 한 개체가 고유한 존재들이었으며, 그렇기에 색깔에 따라 성격이나 서사가 같지 않다.
붉은 비늘을 가진 드래곤 중에도 온화한 놈이 있는가 하면, 푸른 비늘을 가진 드래곤 중에도 괴팍한 놈이 존재했고.
황금을 좋아하는 은빛 비늘을 가진 드래곤이 있는가 하면, 정신적인 가치를 중요시하는 황금빛 비늘을 가진 드래곤도 존재했다.
각자의 자아가 뚜렷한 존재들.
만나는 존재에 따라서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었다.
‘이번 생,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니겠지?’
문제는 그냥 성격 더러운 놈을 만나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곳에 있는 사서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성격이 정말 더러운 드래곤이라면 자신의 잠을 깨웠다는 이유만으로 아카데미 자체를 증발시킬 수 있었다.
‘이걸 말릴 수도 없고.’
드래곤의 쉼터라는 개념을 아는 인간은 거의 없다.
애초에 드래곤을 직접 눈으로 본 인간은 한 세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일.
드래곤과 직접 대화를 나눈 이는 인류의 역사를 따져 봐도 몇 없었다.
르윈이 돌에 새겨진 문양만으로 이곳이 드래곤의 쉼터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 그 몇 없는 인간 중 하나가 용사였기 때문이다.
“회장님, 여기 보물도 있는데요?”
“건들지 마! 원래 그런 보물에 함정이 있는 법이야!”
“마법 반응은 없는데.”
“물리적인 함정일 수도 있잖아?”
곳곳에서 사서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막대한 보물과 처음 보는 문자나 그림들.
오래된 유적처럼 보이지만, 그 내용물들은 누가 계속 관리한 것처럼 깔끔한 상태였다.
어쩌면 자신들은 인류의 새로운 역사를 발견한 것이 아닐까.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사서들은 곧.
“늦었나?”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그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어? 뭐야, 이거?”
“넌 멀쩡하네.”
쓰러지는 데이지를 조심히 받아 안은 르윈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너도 멀쩡하잖아.”
“저쪽에서 나랑 할 말이 있는 것 같거든.”
“저쪽?”
르윈의 시선이 향하는 방향으로 엘리가 고개를 돌렸다.
“누구세요?”
허리까지 오는 긴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한 남자가 사자 모양의 석상 위에서 르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그것도 아주 반갑다는 듯이.
“이 꺽다리 아저씨는 누구야?”
석상에서 뛰어내린 사내가 다가오자 엘리가 르윈의 등 뒤로 숨으며 말했다.
“캬, 이 정도로 자아가 또렷한 맨드레이크는 많지 않은데.”
“캬악!”
그런 엘리를 본 붉은 머리의 남자가 감탄사를 내뱉으며 입맛을 다셨고, 그에 엘리는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르윈의 등 뒤로 완벽하게 숨었다.
“이쪽은 매드 온즈.”
“기억하고 있네?”
“나도 아는 드래곤은 셋밖에 없으니까.”
“……?”
르윈의 말에 고개를 불쑥 내민 엘리가 떨리는 눈으로 매드 온즈를 바라보았다.
“뭐, 뭐라고?”
“드래곤이라고. 드래곤 처음 봐?”
“당연히 처음 보지!”
“캬하하!”
그 반응에 매드 온즈가 웃음을 터트렸다.
“네 주변에는 재미있는 애들이 많다니까, 라이칸.”
“…그건 옛날 이름이고.”
“아, 그런가? 그런데 왜 그렇게 인상이 안 좋아?”
오랜만에 들은 과거의 이름에 르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라이칸.
과거의 자신의 이름을 듣자, 동시에 그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같이 있던 애들 있었잖아.”
“음, 있었지. 잘생긴 놈 하나, 예쁘장한 애 하나.”
드래곤이 인정한 선남선녀.
“걔들 생각나서.”
“응? 근데 왜 인상이 안 좋아? 가장 친한 친구랑 연인이라며. 아, 죽은 친구들이 생각나서 그런…….”
“아니, 걔네 둘이 바람났거든.”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놈들.
“어…….”
그 말에 매드 온즈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
‘이게 아닌데?’
잘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수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불쾌한 느낌에 일어났는데, 그것에서 아는 영혼을 느꼈다.
용사.
그 빌어먹을 라헬이 선택한, 제법 재미있는 인간.
어떠한 의미로, 자신들과 비슷한 운명을 살아가는 이.
갑작스럽게 깬 불쾌감이 사라지고, 반가운 마음에 다른 이들을 다 재우고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이다. 내가 너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나름 친근함의 표시였고, 이름을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미친놈들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인류의 수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용사.
그리고 그런 용사가 말한, 최고의 친구와 연인.
그 둘이 바람이 났단다.
‘마족 놈들의 바람 마법 공격에 날아가 버렸다, 그런 거 아니지?’
바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륜.
그게 용사와 그 일행에 일어난 것이다.
“미안.”
자신의 입에서 사과의 말이 나온 게 언제였을까.
아마 자신이 드래곤, 혹은 매드 온즈라고 불리기 이전이었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인류가 태고의 역사라고 부르던 시기.
그 시절 이후, 처음으로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할 게 뭐 있어.”
“아, 음. 그럼 지금 이름은 뭐지?”
“르윈 디 드라이르프. 그냥 르윈이라고 불러.”
“어, 그래.”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기묘한 침묵이었다.
수많은 이들이 있었지만, 지금 의사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자신과 용사, 그리고 맨드레이크뿐.
“아, 그런데 왜 왔나?”
결국 침묵을 이기지 못한 내 말에 르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야말로, 아카데미 지하에 왜 있는 건데?”
“아카데미?”
아카데미. 인간의 교육 기관.
“그게 왜 위에 있지?”
그게 왜 내 쉼터 위에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는 동안 지었겠지.”
“음.”
그럴 수 있었다.
내가 지상의 땅을 따로 구매한 것도 아니고, 대충 적당한 곳에 쉼터를 짓고 잠을 자고 있었을 뿐이니까.
그 위에 아카데미가 지어졌어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여기까지 내려왔지?”
그러나 그런 상황을 대비하여 제법 깊은 곳에 쉼터를 지었다.
그리고 그 위에 공간을 이어 붙여 위장용 던전도 몇 개나 두었다.
그런데 이곳까지 도달하다니.
“아카데미 도서관 탐사 차원에서 내려왔는데?”
“요즘 도서관들은 지하 탐사도 하고 그런 건가?”
인간이라는 종족이 아무리 전투 종족이라고 해도, 사서라는 것은 책을 관리하는 직업이다.
그런 이들까지 지하 탐사에 내려보내다니.
인간에 대한 편견이 조금 더 강화되는 순간이었지만, 이어지는 설명들에 오해를 조금은 풀 수 있었다.
“나 때문이구나.”
오지 말라고 만든 던전이, 오히려 인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인간이라는 종족은 내 예상보다도 훨씬 호전적이었던 것이다!
“인간은 역시 어려워.”
인간에게 잊힌 이후 인간에 대해 틈틈이 공부했지만, 여전히 어려웠다.
“어렵지.”
용사 소리 듣던 르윈 역시 공감하는 말이었다.
역시 내 잘못은 아니었다.
라헬 그년이 이상한 게 맞았다.
“여기까지 내려온 노력은 가상하나, 이곳은 내 집이다.”
이곳을 탐사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은 나에게 아주 큰 해다.
원래라면 다 죽여 비밀로 감추는 것이 맞으나 용사와 관련된 이들이니 너그럽게 넘어가기로 했다.
“기억은 왜곡하겠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드래곤에 대해 알고 있는 르윈 역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순히 합의를 해 줬으니, 보답은 해 주어야겠지.
“미지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목표라면, 괜찮은 고서 몇 개를 선물로 주면 좋아하겠지.”
적당히 마지막으로 도착한 유적에서 고서를 발견한 것으로 기억하게 만들면 된다.
그 이후에는 적당히 공간을 조작해 이곳과 이어지지 않게 만들면 되겠지.
“그나저나, 아직도 라헬을 믿고 있지? 개종은 어때.”
“요번 생부터 때려치웠어. 지금은 독실한 무링신의 신자야.”
“무링?”
그런 신이 있었나.
이름이 존재하는 신 중에서도 그런 이름은 없었고, 이름을 잃었던 놈들 중에서도 그런 이름을 가진 이는 없었다.
“그런 놈이 있던가?”
놈인지 년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기억에 없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내 기억이 정확했는지, 르윈 역시 나의 말에 긍정을 표했다.
“당연하지. 내가 만든 신인데.”
“…만들어?”
“어. 신이 이름을 잃어버릴 수 있으면, 반대로 신앙을 모으면 신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
제법 그럴싸한 말이었다.
라헬에게 엮인 이 녀석이라면 새로운 신을 만드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냥 날 믿으면 안 되나?”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눈앞에 있는데, 참으로 서운했다.
“나름 신인데.”
지금은 이름이 잊혔기에 매드 온즈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그래도 한때 신이었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