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5)
55화 12. 인생 10회 차는 공부한다 (1)
아카데미의 시간은 생각보다도 빠르게 흘러간다.
교실에 앉아 교수들의 수업을 듣는 것이 매일 반복.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그것이 반복되어 일주일이 지나고.
그것이 네 번 반복되면 한 달이 지나가 있었다.
“우리 방학 언제 하지?”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도련님.”
어느덧 1학기도 끝이 보이는 상황.
남들은 기말시험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인상을 찌푸릴 때, 르윈은 방학을 찾고 있었다.
“빨리 방학이 되어야 하는데.”
“어딜 돌아다닐 생각을 하지 마세요. 저희는 방학 때 드라이르프 가문으로 돌아갑니다.”
도서관 탐사 이후 더욱 단호해진 데이지의 모습에 르윈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조금 놀다 가도 되잖아.”
“안 됩니다.”
드라이르프 가문의 권력과 재력이라면 주말마다 본가를 오갈 수 있다.
매주는 조금 과하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무난하게 찾아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르윈이 충실하게 학업에 임하고 싶다는 이유로 그것을 거부했다.
“모두가 도련님을 기다립니다.”
그 말에 거짓은 없다.
르윈의 부모님도, 형제들도, 사용인들도 모두 르윈을 기다렸다.
그러나.
‘쉬고 싶어.’
데이지는 쉬고 싶었다.
수업을 듣고, 과제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데이지는 몇 학년 위의 과정까지 모두 예습하고 있었다.
그뿐인가? 무링신 연구 동아리 활동으로 여러 교단의 교리를 연구하고, 관련 논문을 살펴보고, 종교적인 탐구를 계속 진행한다.
거기에 이전 도서관 탐사를 경험한 이후에는 전투에 관련된 훈련도 병행하고 있는 상태.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새벽에 잠드는 고된 일정이지만, 데이지는 감내할 수 있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일.
데이지가 이 아카데미에 오게 된 이유.
“도련님을 저 혼자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르윈을 모시는 일은 데이지 혼자 감내하기 어려웠다.
“예리엘이랑 하인스 있잖아.”
왜 혼자 다 하냐는 듯한 르윈의 말에 예리엘과 하인스가 시선을 피했다.
“기초 교육까지는 제가 감당하기로 했었습니다.”
숨쉬기 운동이라는 괴랄한 마력 호흡법을 익혔기에 순도 높은 마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법사와 달리 기사는 육체의 단련 또한 진행해야 했다.
“몸은 어리면 어릴수록 만들기 쉽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긴 하지.”
“그래서 기초 교육 과정 동안 제가 커버하기로 했는데…….”
오만이었다.
아무리 르윈이라고 하더라도 입학하자마자 일을 저지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르윈은 보란 듯이 활동을 했고, 데이지는 오만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었다.
“언니, 지금이라도…….”
“아니, 괜찮아.”
예리엘이 지금이라도 함께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지만, 데이지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육체적인 피로는 버틸 만하다.
하지만 정신적인 피로는 생각보다 더 버티기 힘들었다.
“조금만 쉬면 돼.”
휴식은 중요하다.
그리고 데이지가 쉴 수 있는 환경은 드라이르프 공작가뿐이다.
“그러니까 돌아가셔야 합니다.”
“음.”
데이지의 간절한 부탁에 르윈은 고민했다.
‘이번에 여행 좀 다니려 했는데.’
본래라면 가까운 곳에 만들었던 창고를 털려 했지만, 도서관 지하에 매드 온즈의 쉼터가 존재하는 것을 안 이후로는 계획이 변경되었다.
‘공간의 제약이 사라졌으니, 지금이 제일 좋은 기회인데.’
매드 온즈의 협력이 있다면 일그러진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사용 기록이 남지 않는 텔레포트 게이트가 아카데미 지하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그걸 활용해서 최대한 많은 곳을 털려는 것이 르윈의 계획이었다.
“그러지, 뭐.”
하지만 이렇게 간절한 데이지의 모습을 보니.
‘주말마다 갔다 오면 되겠지.’
계획을 조금 더 변경해 주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르윈은 생각했다.
“진짜죠?”
“싫어?”
“아닙니다.”
여기서 괜한 소리를 했다가 말을 바꾸면 자신만 손해다.
그렇기에 데이지는 르윈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방학식이 끝나고 바로 출발하셔야 합니다. ‘언제 가기로 약속하지는 않았다.’라면서 방학이 끝나기 일주일 전에 가겠다고 하시면.”
“…눈치가 생겼구나.”
“도련님!”
시선을 피하는 르윈의 모습에 데이지가 발끈했지만, 아쉽게도 수업 종이 울리고 들어오는 담임 교수의 모습에 데이지는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
르윈의 담임을 맡고 있는 교수, 바르바 델릭은 제법 실력이 있는 마법사였다.
그랬기에 그는 자신의 수업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마법은 재능이다.”
마법은 재능이라고.
“흔히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라고 말하는 마법사들이 있다. 천재는 존재하지만, 노력으로 천재를 이길 수 있다고.”
노력.
참으로 좋은 말이었다.
가진 것이 없는 자들에게 노력이란 희망이었으니까.
“아카데미나 마탑에서 중간에 도망친 떠돌이 마법사나, 어중간하게 독학을 한 마법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 뭔지 아나?”
대답을 원한 질문은 아니었다.
제국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라, 비교 대상이 강력할 뿐.
베르샤 아카데미 또한 매우 뛰어난 아카데미였고, 그곳에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고귀한 핏줄이었다.
밑바닥 인생들이 하는 말을, 그들이 알 수 있을까.
“마법 가문이나 마탑이 아니라도, 마법을 대성할 수 있다.”
“…정답이다.”
그런데 왜 대답이 나온 것일까.
그것도 이 중에서 가장 고귀한 혈통인,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르프 가문의 자제가.
‘도대체 뭐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르윈을 잠깐 살펴본 바르바는 곧 수업을 다시 진행하였다.
“그건 맞는 말이지.”
하나의 마법을 대성한다.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기본 중의 기본, 흔히 기초나 하급 마법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완벽하게 이해하는 이는 드물었으니까.
“봐라.”
바르바의 손 위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이 불의 구슬은 매우 간단한 마법이다. 너희 중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이들이 제법 있겠지.”
그저 불을 구의 형태로 소환하는 마법이었다.
전문적으로 배울 수만 있다면 절망적인 재능이 아닌 한, 평민들조차 쉽게 배울 수 있는 마법.
“처음에는 불의 구슬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지.”
하지만 연습을 하면 불의 구슬 정도는 쉽게 유지한다.
그다음은 유지한 불의 구슬을 원하는 장소에 발출시키는 것.
그것이 대부분의 공격 마법의 기초이자 시작이었다.
“하지만 일단 한번 감을 잡으면 아주 쉽게 사용한다.”
마법사와 마력 운용의 궤가 다른 기사들도, 간단한 마법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 마법에 대해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은 아니다.”
바르바는 한 명의 인물을 떠올렸다.
인류를 구원했다는, 가장 위대한 마법사 중 한 명을.
“그러나 위대한 대마법사라 불렸던 한 용사님께서는 이 불의 구슬만으로 백의 마족을 불태웠다고 한다.”
그걸 바르바는 할 수 없다.
자신은 실력 있는 마법사는 맞았으나, 위대한 용사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학생들에게 이해를 못 시켜 줄 정도는 아니었다.
“봐라.”
불의 구슬의 크기가 변했다.
작은 크기로 변했다가, 바르바의 몸집만큼 커지기도 했다.
색 또한 붉은색에서 푸른색으로, 흰색에서 다시 붉은색으로 변하기도 하였고, 주변의 열기 또한 아주 강렬한 열기에서 겨울철 모닥불처럼 따스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하나의 마법을 대성한다는 것은 그것의 근원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형태는 물론 색, 마법의 위력.
그 밖에도 그 마법에 대한 모든 것을 완전히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을 때, 마법사들은 하나의 마법을 이해했다고 말한다.
“어려운 일이지.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게 끝이다.
“그러나 진짜 마법사란, 마법을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작은 마법의 근원을 알았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더 큰 마법을 알아야 하는 법.
그리고 더 큰 마법을 알면, 그보다 더 큰 마법에 도전하는 법이다.
“오래된 마법 가문이나 마탑의 역사는 길다. 그 안에 수많은 천재들이 나타났고 사라졌지.”
바르바의 머릿속에도 몇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과거에 이름을 떨쳤던 인물들.
현재에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인물들.
그들은 모두 천재였고.
“그들이 노력을 안 할 것 같나?”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하고 있었다.
“범재는 노력한다.”
재능이 없기에 더 노력한다.
노력만이 천재를 따라잡을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재도 노력한다.”
같은 마법을 보고도, 천재는 범재가 보지 못한 것을 본다.
그리고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기에 그것을 따라간다.
범재가 천재의 등을 쫓아 따라간다면, 천재는 눈앞에 펼쳐진 빛을 잡기 위해 달린다.
“다시 말하지만, 마법은 재능이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는 자는 천재라도 한계가 찾아오는 것이 마법이다.”
그 증거가 마탑과 마법 가문이다.
흔히 좋은 집안을 나와서 좋은 마탑에 들어가서 마법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나의 마법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천재가 대를 이어서 가문이나 마탑에 마법을 남긴다.”
수 대에 걸쳐 만들어진 마법.
그것이 명가이고, 마탑의 수많은 학파들이었다.
“마법은 재능이 존재한다는 증거이자, 노력의 역사다.”
바르바가 이렇게 거창하게 말한 이유는 단 하나.
“오늘부터 너희의 재능과 노력을 확인하겠다.”
여태까지의 이론 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실전 마법을 배우는 시기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목표는 이 불의 구슬을 발현시키는 것.”
손을 움켜쥐는 것과 동시에 불의 구슬이 사라지고, 그의 손에는 분필이 잡혀 있었다.
“기본적인 주문은 이런 것이지만, 조금 바뀌어도 상관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머릿속에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것으로…….”
수업은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담임을 맡은 적은 적지만 바르바는 나름 경력이 있는 교수였고, 그의 수업 능력은 뛰어난 편이었다.
‘몇 명은 이미 할 줄 아는 것 같으니, 목표는 절반 정도로 할까?’
올해 신입생들 중에서도 나름 이름 있는 가문이 많이 모인 반.
조금 기준을 높게 잡고 진행하더라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바르바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불의 구슬을 실행하라고 말하였고.
“그래, 훌륭하다.”
“아직 마력의 흐름이 불안하다. 조금 더 집중해서…….”
“이미지를 구체화해라. 그러지 않으면 마법이 발현되지 않아.”
“너무 출력이 강하다. 조금 더 잔잔한 불꽃을 떠올려라.”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명의 학생 앞에 선 바르바는.
“…….”
눈앞에 보이는 무지갯빛 불의 구슬을 보며 생각했다.
‘이건 어떻게 하는 거지?’
불의 온도에 따라, 색상의 변화가 존재한다.
그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법사가 임의로 색을 집어넣는 일도 있었다.
흑염 그 자체가 자신의 상징인 불의 마법사는 시대에 한 명씩은 꼭 튀어나올 정도였으니까.
“르윈 디 드라이르프.”
“네, 교수님.”
“이건 뭔가?”
그러나 여러 색깔을 한 번에 집어넣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쓸데없으니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그야말로 겉보기에 집중한 마법!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설령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하는 사람이 없는 일이었다.
“불의 구슬인데요?”
“아니, 그건 아는데…….”
“그리고 예쁘잖아요.”
“무지개색이?”
“네.”
허허.
바르바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예뻐서 이런 걸 만들다니.
“혹시 드라이르프 가문은 마법도 가르치는 건가?”
르윈을 향한 질문은 아니었다.
이미 바르바와 협력 관계인, 데이지를 향한 물음이었다.
“…….”
그 질문에 데이지는 고개를 저었다.
기초 마법을 가르치기는 했으나, 전문적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
데이지의 대답에 바르바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한 번 보고 불의 구슬을 완벽하게 만든 것은 물론, 저렇게 비효율의 극치인 색상 변환을 하다니.
‘천재구나.’
그냥 천재도 아니고, 괴물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바르바는 더욱더 이해할 수 없었다.
‘왜 황실 아카데미로 안 간 건데?’
나름 명문인 베르샤 아카데미지만, 괴물을 키워 낼 정도는 아니다.
아니, 이 정도면 황실 아카데미에서도 외래종 취급일 것이다.
“잘… 하는구나.”
“감사합니다!”
바르바는 자신의 칭찬에 방긋 웃는 르윈과 감탄하는 학생들을 보았다.
“으읏!”
그리고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자, 또 다른 공작가의 아이가 울먹이고 있었다.
“세 개밖에 안 돼…….”
빨강, 파랑, 녹색이 하나에 담긴 불의 구슬을 만들었으면서도 르윈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것에 분해하는 라일라의 모습에.
‘때려치우고 싶다.’
마법은 재능이다.
본인의 입으로 말했지만, 진짜 재능들을 보니 이들을 자신이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이 되는 바르바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