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6)
56화 12. 인생 10회 차는 공부한다 (2)
“야, 야.”
르윈의 손가락이 하인스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
“실전은 잘한다며.”
“아니…….”
“자신 있다며?”
“그게…….”
쿡. 쿡. 쿡.
자신의 어깨를 찌르는 르윈의 손가락을 느끼면서도 하인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도련님, 그러면 더 집중을 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실전에서 적이 마법을 기다려 줄 것 같아? 이렇게 쿡쿡 찌르는 것으로도 실패하면 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버티려고.”
“으읏…….”
하인스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최선을 다하여 집중하고 있었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역시 교수님이야.”
그 모습을 보며 르윈은 담임 교수를 떠올렸다.
“마법은 진짜 재능이구나.”
“컥!”
너 재능 없어.
대놓고 찌르는 르윈의 한마디에 결국 하인스는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도련님, 불의 구슬은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하인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검에 있어서 벽에 막힌 적은 없었는데, 마법은 아니었다.
아니, 벽에 막힌 수준이 아니라 입구에서 가로막힌 수준!
“…….”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르윈은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자, 봐.”
“네.”
“여기에 불이 있다고 생각하고.”
“생각하고.”
“마력을 넣는다.”
“넣는다.”
“그럼… 요렇게 나와.”
르윈의 손바닥 위로, 작은 불의 구슬이 회전한다.
빨주노초파남보.
수업 때는 하나의 불의 구슬에 무지개를 띄우더니, 이번에는 일곱 개의 구슬로 무지개를 표현했다.
“참 쉽지?”
“…….”
매우 드물지만, 하인스는 르윈과 같은 의견이었다.
‘교수님 말이 맞았어.’
마법은 재능이다.
그 말을 너무나도 공감한 하인스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안 쉬운데요?”
뭐가 ‘참 쉽지?’일까.
누구는 머리를 쥐어짜면서 사용하려고 해도 안 되는데.
“그냥 불을 생성하는 건 가문에 있을 때 했었잖아.”
“그건 하죠.”
하인스의 손에서 자그마한 불꽃이 타올랐다.
기본적인 원소 생성.
그 정도는 마법을 배우지 않은 기사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그걸 꾸겨서 원 모양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니까 그렇죠.”
하인스는 자신의 손에 들린 불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일렁이던 불꽃이 거칠게 흔들리더니, 자그마한 구의 형태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사라졌다.
“보세요.”
“실패한 주제에 왜 그렇게 당당해?”
“그게…….”
안 되는 걸 어떻게 하냐.
억울한 심정을 가득 담아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어지는 싸늘한 목소리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하인스.”
“누, 누나…….”
평소라면 자신의 편을 들어 주었을 데이지가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번만큼은 그녀도 하인스의 편은 아니었다.
“해.”
짧고 단호한 한마디.
거부는 허용하지 않는 단호한 말에 하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풀이 죽은 표정으로 다시 마법에 집중하는 하인스가 안타까웠지만, 데이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시간이 끌려서는 안 돼.’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자신 또한 검에 재능이 없기에 마법을 선택했다.
그렇기에 평소의 데이지라면 하인스의 실패에도 천천히 진행하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은 방학 기간에 남아서 보충 수업을 듣게 됩니다.’
베리엘에게 들은 생각지도 못한 정보에 데이지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한 명이라도 남아선 안 돼.’
모든 성적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한 과목의 성적이 낮다면 보충 수업을 받게 된다.
아카데미의 교육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아카데미의 배려였다.
이 또한 기초 교육 기간에만 있는 것으로, 중등 교육부터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 퇴학의 위험이 발생하기도 했다.
좋다, 좋은 제도다.
뒤떨어지는 학생들을 내버려 두지 않고, 어떻게든 끌고 가려고 하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방학만큼은 드라이르프 가문에서 지내고 싶었던 데이지에게는 최악의 제도였다.
‘한 명이라도 남는다면 도련님이 가실 리가 없으니까!’
어떻게 친구를 혼자 아카데미에 내버려 둘 수 있느냐.
혼자 남은 사람이 얼마나 외로울지 생각은 해 봤느냐?
그런 온갖 변명을 늘어놓으며,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데이지는 한 명의 낙오자도 용서할 수 없었다.
‘가장 문제는 도련님이지만.’
지난 시험, 대부분 평균 점수를 유지한 르윈이었다.
방학에 아카데미에 남기 위해 점수를 일부러 낮게 받을 위험성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다행히 르윈은 공부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었다.
몇몇 관심 분야를 제외하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는 양 심드렁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그러니 강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보충 수업을 일부러 듣지는 않으리라.
아니, 아니어야 한다.
‘지금은 믿자.’
르윈의 성적은 데이지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자신과 예리엘의 성적은 상위권, 라일라의 성적은 학년 수석이다.
남은 것은 하인스뿐.
하인스 또한 마법을 제외하고는 성적이 나쁘지 않은 편이니, 마법만 해결하면 괜찮을 것이다.
“도련님이 하신 말씀 잘 듣고, 따라 하기만 하면 돼.”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르윈의 저 설명을 따르라니.
너무하다는 얼굴로 데이지를 바라보는 하인스였지만.
“봐.”
“…….”
“도련님의 말처럼 여기에 불이 있다고 생각하고.”
“…….”
“마력을 넣는다.”
“…….”
“그럼… 요렇게 나오잖아?”
“…….”
“이걸 하면 돼.”
이어지는 데이지의 설명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도 똑같아.’
이게 왜 안 되냐는 듯한 표정이 르윈과 똑같았다.
그렇다.
그녀 역시 마법이라는 분야에서는 천재에 속하는 인재였다.
‘누가 주종 아니랄까 봐.’
데이지가 듣는다면 화를 내겠지만, 이번만큼은 두 사람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하인스였다.
***
아카데미 1학기가 끝나 가는 탓일까.
“왜 안 되는 거지?”
“교과서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이게 아닌데…….”
이론 위주로 배우던 수업이 하나둘 실습으로 바뀌었고, 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였다.
“우리 예리엘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구나.”
“…….”
르윈의 감탄에 예리엘은 그의 시선을 피했다.
연금술 수업 시간.
처음으로 포션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예리엘은 르윈이 감탄할 만한 제조 실력을 보인 것이다.
“어떻게 녹색만 가득한 재료들로 이렇게 검붉은 포션을 만들 수 있었을까.”
분명 체력 회복 포션의 재료였다.
정해진 재료들을 정해진 방법으로 섞어서 만들면 되는 아주 쉬운 수업.
검과 마법과 달리, 연금술은 귀족 가문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학문이기에 아주 기초적인 포션을 제조하기로 한 것인데.
“대단해.”
이제 막 지옥에서 한 국자 퍼 올린 듯한 포션이 완성되었다.
인생 10회 차인 르윈의 지식에도 이 재료들로 저런 포션을 만드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순수한 감탄에 예리엘이 울먹이며 중얼거렸다.
“아니야. 어쩌면 이게 진정한 연금술이 아닐까?”
과거 금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연금술의 꿈이라는 현자의 돌을 만들기 위해 발전하는 학문이 연금술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든다.
연금술이 주장하는 가치를 생각하면, 고리타분한 포션보다는 이게 더 연금술에 어울리는 결과물이 아닐까!
“그럼, 이쪽은… 이게 무슨?”
그러나 학생들을 살펴보던 교수의 경악 어린 목소리에 르윈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카데미 교육 과정이 따라가기에는 너무 고도의 연금술인가 봐.”
“…….”
자신이 준 재료 중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는 건가 확인하는 교수의 모습에 예리엘은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귀 끝까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예리엘.
“…….”
그리고 그런 예리엘의 모습을 보며 데이지의 두 눈은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예리엘 너마저…….’
믿고 있었던 예리엘마저 과제에서 위험 요소를 보인다.
아니, 위험 요소를 넘어 새로운 분야를 창조한 상태!
“이대로 가면…….”
예리엘과 하인스 둘 다 아카데미에 남게 생겼다.
그리고 그 둘이 남는다면 르윈 역시 자연스럽게 남을 터.
“아, 안 돼…….”
얼마 전, 방학 기념으로 도서관 지하 탐사를 진행하겠다던 사서의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방학에 집으로 돌아갈 것이지, 왜 아카데미 지하 던전을 탐색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가문으로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어 거절한 데이지였다.
그런데 아카데미에 남게 된다면, 과연 르윈이 탐사에 참여하지 않을까.
‘이틀만으로도 그 정도였는데.’
심지어 이번에는 열흘 이상 장기 탐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학생회와 아카데미 측에서는 아직 도서관 사서들을 막을 방법을 만들지 못한 상태이다.
도망을 치지 못하면, 그 지옥에 다시 가야 한다.
그것도 열흘 이상을.
‘그것만은 막아야 해!’
데이지는 입술을 꾹 깨물고, 책상에 놓인 재료를 들어 올렸다.
약간의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약초들을 책자에 적힌 대로 자르고, 다지고, 끓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 조절.
전문적인 연금술에선 불 온도를 세세하게 조절해야 한다고 하지만, 기초 과정에서도 처음 하는 포션 제조다.
그냥 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지만 않으면 포션은 완성된다.
“후.”
약간 푸른빛의 포션을 병에 담은 데이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포션의 완성도만 따지면, 지금 실습하고 있는 학생들 중 최고 수준.
재료는 문제가 없다. 도구도 문제가 없다.
“예리엘.”
“어, 언니.”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고 있는 교수에게서 몰래 예리엘을 빼 온 데이지는 자신이 쓰던 재료를 예리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걸 써서 만들어 봐. 재료가 잘못된 걸 수도 있잖아?”
“그, 그럴까?”
부끄러워하면서도 예리엘은 의욕을 불태웠다.
르윈이 이름 짓기를, 지옥에서 막 퍼 올린 용암 포션을 최종 결과물로 내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언니…….”
그러나 그 의욕은 금세 사라졌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오는 포션마다 지옥에서 막 퍼 올린 용암 포션으로 제조되는데, 어쩌겠는가!
“…….”
하지만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그걸 옆에서 지켜본 데이지였다.
분명 자신이 만들 때는 멀쩡한 재료들이었는데, 왜 저런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건가!
‘과정에 문제도 없었는데?’
데이지가 더욱 당황한 이유는 자신이 만드는 방법과 예리엘이 만드는 방법이 동일하다는 사실이었다.
재료도 같고, 제조 방식도 같은데 결과물이 왜 이렇게 나온단 말인가!
“이, 이게 연금술?”
연금술의 신비를 목격한 데이지는 자신도 모르게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였고.
“흑…….”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예리엘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방학 시작하고 돌아가는 거, 생각보다 어려울지도.’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르윈 때문이 아니더라도 방학 때 가문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아닐까.
‘이러다가 나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두 동생들의 모습을 보니 자신이 없어진다.
몇몇 재능이 없는 분야는 있지만, 말 그대로 재능이 없을 뿐이다.
저렇게 처참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다른 의미로 재능이었으니까.
‘설마 그럴 일은 없겠지.’
“이게 도대체 어떻게…….”
하지만 눈앞에 벌어진 참상을 바라보며 경악하는 연금술 교수를 보며, 데이지는 불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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