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7)
57화 12. 인생 10회 차는 공부한다 (3)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르윈만큼 그 말에 공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것들이 계속 튀어나오니까.’
그 전까지 중심을 잡고 있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하고, 효율 자체가 말도 안 되게 차이 나는 새로운 이론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론만이 아니다.
드워프들이 만든 새로운 아티팩트로 인하여 전투 양상이 바뀌는 일도 있었고, 갑자기 발견된 고순도 마력석 광산으로 인하여 마법 전투가 순수 화력 싸움이 되기도 했다.
인생 10회 차.
수천 년의 역사를 몸으로 직접 경험한 르윈이었기에 그것을 더 강하게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배움이 언제나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까지도 인류의 정점이라고 불리는 검사, 데르덴 델 블레이드 님은 말씀하셨다.”
“…….”
특히나 과거의 자신이 나오는 가르침이라면 더욱 그렇고.
“진정한 검사는 검 한 자루로 모든 것을 베어 낼 수 있다고.”
그 가르침이라는 것이 자신이 한 적 없는 말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그런 소리 한 적 없는데.’
르윈에게 가장 익숙한 무기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검을 고를 것이다.
용사라면 검을 들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인생 1회 차 그런 생각으로 검을 들었고, 그 이후에도 잘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 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마족은 더욱더 강해졌다.
용사가 검 하나 들고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은 기적이 되었고,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동료들과 함께 싸우는 것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마족은 모든 부족이 하나가 되어 쳐들어오는데, 인류는 최대한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검 하나로 모든 것을 베어 낼 수는 없었다.
아펠리오스를 직접 본 사람이라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순수하게 검으로만 이긴다고?
‘말이 안 되지.’
애초에 이긴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생존을 원했던 여태까지와는 달리 너 죽고 나 죽자는 생각으로 목숨을 버려 가며 싸운 것이 컸고, 왠지 모르게 당황한 아펠리오스의 행동이 합쳐진 결과물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혼자서는 절대 이기지 못했으리라.
인류 중 손에 꼽히는 이들을 모으고 모은 다음 전멸을 각오해도 이긴다는 확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펠리오스는 강했으니까.
“그러니 우리는 검을 배워야 한다.”
결론은 수업을 열심히 들으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말을 인용하다니.
“귀찮아.”
자신의 전문 분야여서일까.
최근 마법으로 까였던 하인스가 의욕을 보이는 듯싶었지만, 르윈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데르덴 님은 말씀하셨다. 검의 기초는 체력과 자세다.”
그보다는 계속해서 처음 듣는 발언을 하는 교수가 문제랄까.
“올바른 자세로 검을 휘두르는 것은 중요하다.”
맞는 말이었다. 단순한 내려치기라고 하더라도 자세에 따라 몸에 가는 무리가 달라진다.
“각자가 가문에서 배운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험 내용은 아카데미 교본에 따라…….”
하지만 교본 같은 것을 따라 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사람의 특징은 다 다르다.
키나 몸무게 같은 간단한 것을 시작으로, 팔의 길이나 다리의 길이, 여자의 경우 가슴의 크기에 따라서도 자신에게 맞는 자세가 달라진다.
그런데 교과서를 보고, 그 자세를 무조건 따라 해야 한다니.
“이 교본은 데르덴 님께서 인류를 위해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창조의 교단에서 대륙 전체에 뿌린 것이다.”
심지어 그 교본이 전생에 자신이 만든 교본이라니!
‘난 그런 거 만든 적 없다고!’
역시 창조의 여신은 나쁜 년이 맞고, 창조의 교단은 악이었다.
“데이지.”
“네, 도련님.”
“나, 이 수업 때려치워도 돼?”
르윈의 진심 어린 말에 데이지도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안 됩니다.”
“이 수업 별로인데.”
“도련님은 원래 수업을 다 별로 안 좋아하셨습니다.”
“그건 그렇네.”
기초 교육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역사를 뒤바꿀 만한 일이 아니라면, 기본이란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수업은 인생 10회 차를 진행하며 대부분 알고 있는 것.
새로운 것이라면 모를까, 매번 똑같은 것을 듣는 것도 이제는 질렸다.
‘새로운 걸 찾기는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선동과 날조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저기서 용사 데르덴을 팔아먹으며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사가 이상한 것은 아닐 것이다.
창조의 교단이 배포한 교본이라고 하니, 아마 창조의 교단에서 그런 식으로 홍보를 한 것이겠지.
‘절대 공짜가 아니야.’
인류를 위해 배포했다고 하지만 공짜로 뿌렸다고는 안 했다.
미래를 위한 안배라며, 돈을 끌어모으는 신전의 특성을 생각하면 확실했다.
‘그걸로 용사의 무기도 만들어 주고, 동료들 장비도 챙겨 주기는 하지만.’
그 무기와 장비는 어차피 다시 회수한다.
그뿐인가? 똑같은 모형을 용사의 이야기와 함께 판매하는 것을 지난 소풍 때 두 눈으로 목격했다.
‘망할 놈들.’
검술 담당 교수의 지도에 따라 검을 휘두르며 르윈은 생각했다.
만들려면 좀 똑바로 만들 것이지, 이렇게 효율도 안 좋은 방식으로 교본을 대륙에 뿌리다니.
‘그것도 내 이름으로.’
안 그래도 인생 하나하나가 흑역사인데, 이제는 한 적 없는 흑역사까지 만들어져 퍼지고 있었다.
이쯤 되면 용사의 진정한 적은 마족보다 창조의 교단이 아닐까.
“그냥 둘 다 망해 버렸으면.”
“네?”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진심에 옆에서 검을 휘두르던 데이지가 당황한 모습으로 르윈을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을 하실 때면, 늘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진짜야.”
수상하다는 시선이 쭉 이어졌지만, 검술이 약점인 데이지로서는 수업에 더 집중을 해야 했다.
예리엘이나 하인스처럼 자신 또한 최하점을 맞이할 수는 없는 일.
그렇게 자세를 잡고 열심히 검을 휘두르는 데이지를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저 쓸모없는 교본은 이번 생에 어떻게든 없애야지.’
***
기말시험이 가까워지면서 실습이 많아졌다고 하지만, 이론 수업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청탑에서 만든 이 공식은 마력을 다루는 데 기본으로…….”
아니, 오히려 배우는 양은 더 늘어났다.
“…….”
기초 마법 이론 수업.
멍하니 교수의 말을 들으며 르윈은 생각했다.
‘이건 좀 들을 만하네.’
뭐만 하면 전생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검술과 달리 마법 이론들은 그 역사가 깊었다.
거기에 하인스처럼 실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실전파들이 많지만, 르윈은 달랐다.
‘일단 이론상 맞아야 일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
르윈은 철저한 이론파였다.
애초에 용사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숨쉬기 운동 또한 이론으로부터 시작된 호흡법이었다.
인생 3회 차 시절 생각해서, 다음 생에 연습하고, 그것을 세 번을 반복하여 인생 6회 차에 숨쉬기 운동을 완성했다.
‘괜히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이론 시험을 보는 게 아니니까.’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남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뛰어난 검사가 새로운 검술을 창안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남에게 전해 줄 수 없다면 그걸로 끝.
본인의 이름이 전설처럼 남을 수는 있겠지만, 그가 가진 기술이 후대로 전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 그런 기술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만들고,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었는지.
그것을 후대에 전할 수 있으려면 그 기술에 대한 이론을 완벽하게 알아야 했다.
‘나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을 남에게 전할 수는 없으니까.’
“이러한 청탑의 방식을 적탑을 비롯한 여러 마탑에서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정하게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청탑하고 적탑은 원수처럼 지냈으니까.’
거기에 간간이 수업 내용과 르윈이 경험했던 것들이 일치하기도 하니, 검술 수업과 달리 흥미가 생기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이러한 이론들로부터 파생된 것이, 마법의 용사라고도 불렸던 하우스 렐 베르트 님의 입체 마법진입니다.”
“…….”
그곳에서 갑자기 용사의 이름이 튀어나오는 것만 빼고는.
“기존에는 상징적 도형들을 가지고 평면적으로 마법진을 만드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마법진은 종이에 그리거나 땅에 그린다.
하지만 그것을 허공에 그린다면, 그리고 평면적인 도형이 아닌 두꺼운 입체 도형으로 그린다면.
과연, 그 마력의 위력은 평면적인 도형과 같을까.
“하지만 아카데미의 석사 과정을 밟으셨던 하우스 용사님께서는 더 강력한 마법진을 만드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사악한 교수에게 속아 아카데미의 노예를 자처했던 시절.
인생 4회 차의 르윈은 석사 과정 논문을 위해 그러한 생각을 했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덕분에 그 당시의 마법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고, 인류의 첫 번째 마대륙 정벌에도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도움이 되기는.’
그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인생 1회 차 시절, 인류의 역사상 첫 번째 마왕이 등장했고.
인생 2회 차 시절에는 마족과 손을 잡은 흑마법사의 손에 인류의 가장 강대한 제국이 농락당했다.
그리고 인생 3회 차 시절, 두 번째로 등장한 마족에 의해 인류는 아주 큰 피해를 얻었고.
그로 인하여 인생 4회 차 시절, 선택받은 용사가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창조의 교단을 중심으로 대륙의 모든 국가는 힘을 모았다.
‘그리고 깨졌지.’
이대로 계속 당하기만 할 수 없다.
언제까지 마족의 공세를 막기만 해야 하는가!
그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었다.
첫 번째 마왕과 두 번째 마왕과의 전투는 모두 인간의 대륙에서만 진행이 되었고, 전장이 된 대륙은 무참하게 파괴되었다.
거기에 흑마법사들의 농간으로 이루어진 전쟁 또한 마찬가지.
더는 우리의 땅을 전장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 마족들은 종족별로 부족 생활을 하니, 하나로 뭉치기 전에 친다면 승산이 더 높으리라.
그러한 생각은 전쟁 초기에 어느 정도 맞아 들었고, 눈에 띌 만한 성과를 얻어 내기도 했다.
마왕이 없는 마족은 단합되지 않은 상태였고, 인류는 그대로 마족과의 전쟁을 끝낼 수도 있었으니까.
‘그 새끼만 없었으면.’
그때, 인류에 용사가 존재하듯 마족들에게도 영웅이 나타났다.
바르바토스.
공석인 마왕을 대신하여 마대륙의 수많은 부족을 하나로 묶은 이.
그를 중심으로 마족은 하나로 묶였고, 인류에 반격했다.
그리고.
“사악한 마족인 바르바토스가 하우스 용사님과 자폭하지 않았다면, 마법진은 더욱 발전되었을 텐데.”
작게 한숨을 쉬며 아쉽다는 듯 내뱉는 교수의 말처럼, 바르바토스는 용사와 함께 폭사했다.
‘그것도 내가 만들고 있던 마법진을 이용해서였지.’
당시 만들었던 입체 마법진 이론은 완벽하지 않았고, 바르바토스는 그것을 노려 만들어지고 있던 마법진에 자신의 마력을 꼬아 자폭했다.
“입체 마법진은 평면 마법진과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지녔지만, 아직도 불안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알려 드릴…….”
교수 역시 그러한 점을 말하며 입체 마법진의 불안정함을 이야기하는 것을 끝으로 수업은 종료되었다.
‘발전은 없었나 보네.’
손바닥에 마력을 집중한 르윈은 마력으로 이어진 선들을 이어, 하나의 입체 도형을 만들어 내었다.
“나는 완성했는데.”
인생 4회 차의 실패를 경험하고, 그 이후에 노력한 결과 가장 짧은 생을 살았던 인생 8회 차에 입체 마법진을 완성해 내었다.
“역시 인류는 발전이 늦어.”
그리 오랜 삶을 살지 않아도 이렇게 완성을 시키는데.
인생 8회 차와 9회 차에서는 너무나도 바빴기에 인류에 완성된 이론을 남기지 못했으나.
‘굳이 남길 필요는 없지.’
괜히 남겼다가 교수들의 눈에 띄면 곤란하다.
잘못하다가 대학원에 끌려가는 악몽은 한 번이면 족했다.
“나중에 어느 노예가 발견하겠지.”
르윈이 주먹을 움켜쥐는 것과 동시에 완벽한 입체 마법진 역시 사라졌다.
대학원의 악몽이 인류의 진보를 막은 순간이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