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58)
58화 12. 인생 10회 차는 공부한다 (4)
라일라 라인하르트.
공작가의 영애로 태어나 대부분의 삶을 원하는 대로 이루고 살았던 그녀였다.
“르윈, 고민이 있어.”
“뭔데?”
그런 그녀에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학생회를 하려면 지지자를 모아야 한다고 하잖아.”
“그렇지?”
“그거 어떻게 모아?”
나름 진지한 목소리에 르윈이 고개를 돌렸다.
“흠.”
깍지를 끼고 그 위에 턱을 괴고 있는 상태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라일라의 모습.
어디서 본 모습을 따라 하는 것 같았는데, 아마도 그녀의 아버지일 확률이 높다고 르윈은 생각했다.
“무슨 헛소리야?”
“나는 진지해.”
아카데미에 들어온 이후, 르윈보다도 바쁘게 돌아다니는 라일라였다.
그로 인하여 수업 시간을 제외하고는 잘 만나지도 못했는데, 오랜만에 와서 하는 말이 지지자를 어떻게 모아야 하냐는 질문이라니.
“친구보고 해 달라고 하면 되잖아?”
학생회가 아카데미의 권력 집단이기는 하지만, 그래 봤자 아카데미 학생들이었다.
지지자라고 해서 거창한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친한 친구 몇 명 모아서 지지를 받으면 되는 일.
“아.”
그것을 떠올리자 르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너 친구 없지?”
쿵!
깍지를 낀 손이 힘없이 풀리고, 그대로 이마를 책상에 박은 라일라는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아프냐?”
“마음이 더 아파!”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냐!
그런 의미를 담아,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르윈을 노려보는 라일라였다.
“나, 친구 있어!”
“우리 빼고.”
“너 빼고도…….”
“가문도 빼고.”
“힝…….”
라일라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인맥이라고는 가문에서 만난 사람들과 르윈 등이 전부인 라일라였다.
그런 자신에게, 친구에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라니.
“해 줄 거지?”
“못해 줄 건 없는데.”
라일라가 학생회에 들어가는 것은 르윈의 계획이기도 했다.
아니, 학생회를 넘어 학생회장으로 만들 예정이었다.
“그런데 추천인은 최소 10명 이상은 모아야 하잖아.”
르윈 본인과 시종들을 포함해도 4명밖에 안 된다.
애초에 10명이라는 숫자도 최소 숫자이지, 최대 숫자가 아니기도 했다.
“작년 총학생회장의 지지자는 100명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회장님은 친구가 많으시니까.”
베르샤 아카데미는 거대한 부지에 어울리는 많은 학생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소수의 인재만 키우는 황실 아카데미와 그를 표방한 다른 수도의 아카데미와는 다른 콘셉트였다.
최고의 원석을 가려내지 못한다면, 최대한 많은 원석을 다듬는다!
‘황금 공이 아니면 실행하기 어려운 방식이지.’
제국은 물론,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거부.
가진 재산만으로 드라이르프와 라인하르트에 버금가는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자.
진짜 공작은 아니지만, 대륙 전체로 본다면 공작가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인물은 확실했다.
‘그런 사람이 왜 아카데미를 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진심으로 만들었다는 것만은 아카데미에서 생활하며 느낄 수 있었다.
“최소 인원을 채워야 하긴 할 텐데.”
라일라의 활동 반경은 매우 좁다.
같은 반에서는 르윈과 시종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였고, 동아리 활동은 노동 동아리가 전부.
“동아리에서 사귄 친구는 없어?”
“다 선배님들이라…….”
“지지자로는 못 쓰겠네.”
아무리 라인하르트라고 하더라도, 입학 후 바로 총학생회에 도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못해도 기초 교육 과정에서의 학생회장을 역임하여 경험과 신뢰를 쌓고 중등 교육 2년 차쯤은 되어야 총학생회에 도전할 만할 것이다.
‘그것도 라인하르트라서 가능한 일일 테고.’
겉으로 보기에는 아카데미 최고의 권력 집단이며, 안에서 보면 아카데미 최고의 노예 집단인 학생회이지만 일을 하는 만큼 얻는 것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공무원 취업.
수도에 있는 명문 아카데미의 학생회 출신은 제국 공무원 시험을 프리 패스하는 수준이며, 지방의 유명하지 않은 아카데미의 학생회조차 아주 높은 점수를 추가로 부여받는다.
약소한 가문이나, 가문에서 위치가 애매한 이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을 것이다.
“아카데미 학생회라면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준비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맞기는 한데.”
아카데미의 학생회 선거는 2학기 중간시험이 끝난 이후에 진행된다.
선거에서 뽑히고, 그 후 기존 학생회 인원들에게 인수인계를 받으며 졸업식이 끝나는 순간 정식 학생회로 일을 진행한다.
그러니 학생회 선거에 출마하려면 못해도 1학기가 끝나기 전에 진행하는 것이 맞는 일.
“근데 곧 시험 기간이잖아.”
“맞지.”
르윈의 말에 라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끝나면 얼마 후 방학이고.”
“그것도 맞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불안한 눈으로 르윈을 바라보았다.
“가능하겠어?”
“가능할 리가 있겠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질문으로 하다니.
본래라면 가장 싫어하는 대답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르윈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겠네.”
일단, 사람과 대화가 진행이 되어야 친구를 사귈 수 있다.
하지만 라일라의 존재감은 아직도 미미했다.
“용케도 동아리 활동을 했구나.”
“대부분 혼자 하는 일이었거든.”
당당히 하는 말치고는 참으로 안쓰러운 답변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신의 저주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저 존재감으로, 남들과의 사교 활동은 어려운 일이니까.
‘매드 온즈에게 데려가 볼까?’
드래곤이라면 이 기현상에 대해 아는 것이 있지 않을까.
갑작스럽게 든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그럴싸한 이야기였다.
한때 신이었던 존재라면 이 괴현상에 대해 아는 것이 있겠지.
‘모르면 더 무섭겠지만.’
그쯤 되면 자칭 세상을 창조했다는 라헬이 아닌, 진짜 이 세상을 만든 존재에게 축복이든 저주든 뭔가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안 될까?”
라일라의 간절한 모습에 르윈은 딴생각을 접고, 그녀의 물음에 대답을 해 주었다.
“라인하르트의 이름이면 6명 더 모으는 건 일도 아닐 테지만.”
“그건…….”
“싫지?”
“응.”
초고위 귀족이라면, 그리고 아직 어린 나이라면 좀 건방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타고난 저 존재감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천성일까.
너무나도 올곧은 그 모습에 르윈은 피식 웃고 말았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진짜?”
그렇기에 르윈은 소꿉친구를 위해 방법을 알려 주었다.
“지금 이 시기에 친구를 사귀기에 좋은 방법이 있거든.”
“뭔데?”
라일라의 두 눈이 별처럼 반짝였다.
“이제 곧 시험이잖아.”
“그렇지.”
“너도 공부 좀 하고 있지?”
“당연하지. 학생회에 들어가려면 성적은 필수니까.”
“거기에 학년 수석이기도 하고.”
“르윈도 이번에는 제대로 해! 그래야 이기는 보람이 있지.”
“이길 수는 있고?”
“당연하지!”
미성숙한 가슴을 쓱 내밀며 자신감을 내보이는 라일라를 보며 르윈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럼 조건은 다 됐네.”
“조건?”
“응. 내가 말한 방법을 사용하려면 아주 중요한 조건이 있거든.”
“그게 뭔데?”
“공부를 잘해야 한다.”
“응?”
공부를 잘하는 것과 친구를 사귀는 일에 무슨 상관이 있는가.
“아주 놀라운 이야기인데.”
“뭔데?”
“세상에는, 공부를 못하는 애들도 있거든.”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르윈의 모습에 라일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부를 안 해서 그런 거 아닐까?”
“아니야. 죽어라 노력을 하는데도 못하는 애들이 있어.”
“왜?”
르윈의 말에 라일라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그녀는 아주 성실한 노력파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천재과에 속하는 존재였었다.
“그건 나도 몰라.”
“세상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많구나.”
그중에서도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너의 존재감이란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올 뻔한 말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르윈은 라일라의 말에 공감을 해 주었다.
“그래. 그런 이해하기 어려운 일도 많지. 그렇기에 네가 도와줄 수도 있는 거고.”
겸사겸사 친구도 얻을 수 있다.
그런 르윈의 말에 라일라의 머릿속에도 하나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아!”
“알겠지?”
“응!”
시험 기간, 노력해도 공부를 못하는 애들, 그리고 공부를 잘해야만 가능한 일.
“스터디 모임을 만드는 거야.”
그리고 겸사겸사, 시험 관련으로 고생하는 다른 친구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
풀잎 냄새가 가득한 방 안.
“안녕하세요! 이번 스터디 모임의 회장을 맡게 된 라일라 라인하르트라고 합니다!”
“어…….”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라일라의 모습에 몇몇 인원들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예, 예리엘?”
그중 하나는 자신들을 데려온 이를 바라보았다.
‘왜 이분이 이곳에 있어?’
그저 시선뿐인데,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다 이해가 된 예리엘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을 해 주었다.
“우리 학년 수석을, 스터디 모임의 회장님으로 모셔 왔습니다.”
“…….”
“…….”
“…….”
그 말에 다른 이들은 말없이 예리엘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뭐, 왜, 불만 있어?”
“아니!”
“그럴 리가 있겠어?”
“무려 학년 수석님이신데!”
“헤헤…….”
이어지는 예리엘의 말에 그들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라인하르트에 불만을 느끼다니!
“그냥 조금 놀랐을 뿐이야.”
“맞아. 이번 시험을 대비해서 연습할 수 있다고만 들었으니까.”
“라일라 영애님 같은 분이 시험에 떨어질 리가 없잖아?”
다급히 고개를 젓는 이들은 예리엘이 기사 동아리에서 만난 동급생들이었다.
반은 다르지만, 검을 수련하며 친해진 이들!
예리엘은 수많은 동기 중에서도 자신처럼 연금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데리고 온 것이었다.
“맞아. 라일라 영애님께서는 연금술도 잘하시지. 그렇기에 우리를 가르쳐 주시는 거고.”
“라일라 영애님이?”
“네! 제 친구인 예리엘의 친구들이잖아요? 친구의 친구끼리 도와야죠.”
제 친구.
그 한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예리엘에게로 향했다.
‘모시는 분이 드라이르프니까, 라인하르트하고 친한 건가?’
‘르윈 님을 모시고, 라일라 님을 친구로 두었다고?’
‘저런 애를 괴롭히려고 한 선배들은 얼마나 미친 거지?’
아카데미 초반, 예리엘과 하인스를 괴롭혔던 선배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미 르윈 디 드라이르프라는 인간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린 예리엘과 하인스는 그것을 괴롭힘으로 느끼지 않았으나, 제삼자의 시선에는 아주 미친 짓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 전에.’
“치, 친구의 친구요?”
“응! 아, 그리고 친구의 친구니까 말도 편하게 해도 돼.”
동급생이니까, 같은 나이잖아.
그렇게 말하는 라일라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한번 예리엘에게로 향했다.
“뭐, 왜?”
그 시선에, 또 뭐가 불만이냐는 표정을 짓는 예리엘이었다.
“아니, 그게…….”
같은 나이가 아닌 사람도 있는데.
아니, 그 전에 공작가와 편하게 말을 놓아도 되는 걸까.
온갖 말들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지만, 그것이 입 밖으로 나가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평범한 가문인 자신들이 어떻게 라인하르트의 말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 그래.”
“우리도 평소에 친하게 지내고 싶었으니까.”
“친구의 친구면, 친구지!”
그 말에 라일라는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러고는 준비해 둔 약초를 들어 올리며 자신 있게 말하였다.
“친구의 점수는 내가 지킨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예리엘의 손에 제조되는 포션들을 보며 조금씩 사라져 갔고, 본의 아니게 이들의 포션 제조 연습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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