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ant to Be an Extra RAW novel - Chapter (6)
6화 2. 인생 10회 차는 인생을 즐길 준비를 한다 (2)
“도련님…….”
응접실에 앉은 르윈의 옆.
르윈은 울상을 지으며 자신을 노려보는 알렉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얼굴이 뭡니까, 얼굴이!”
연륜이 묻어나는 얼굴이지만, 아직 세상의 진리를 깨닫지는 못했구나.
르윈은 인생 10회 차의 경험을 토대로 고작 60년밖에 살지 못한 인생의 후배에게 세상의 진리를 알려 주기로 했다.
“알렉스, 이 세상에 돈보다 중요한 가치는 많아.”
“또 무슨 헛소리를 내뱉으시려고 그러십니까.”
헛소리라니.
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인생 10회 차의 조언인데.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그 말을 꾹 눌러 담은 채, 대신 세상의 진리를 입에 담았다.
“얼굴도 그중 하나지.”
“…….”
“그러니까 얼굴이 최고야.”
어떠한 신념마저 느껴지는 단호한 르윈의 말에 알렉스는 입을 다물었다.
“도련님, 이 세상에는 다른 가치도 많다고 생각합니다만.”
“응, 그렇지.”
그것 또한 사실이었다.
자신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얼굴이 최고야.”
인생 초반에는 자신과 비슷한 실력의 동료들을 구했지만 전생하면 할수록 르윈의 실력은 더 높은 경지에 이르렀고, 어느덧 최고라 불리는 이들조차 르윈이 보기에는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기에 르윈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혼자서 더럽게 많은 마족 놈들을 쓰러트릴지, 아니면 마음에 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동료를 모아서 함께할지.
그 선택의 기로에서 르윈이 선택한 것은 제3의 선택지.
바로 자기가 직접 동료를 키우는 것이었다.
“이게 진리야.”
인생 10회 차에 도달할 때까지 르윈은 수많은 실력자를 키워 냈다.
르윈이 만든 기술은 기존의 기술들을 아득히 뛰어넘었고, 그런 기술들을 르윈에게 배운 이들은 모두가 강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말을 믿어, 알렉스. 실력은 키울 수 있지만, 얼굴은 키울 수가 없는 법이잖아.”
실력은 만들면 되지만, 얼굴은 만들지 못한다.
그것이 르윈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깨달은 진리였다.
온갖 기술들을 전수하고, 영약들을 구하고, 그것도 안 되면 직접 몸에 흐르는 마력을 제어하여 강자로 만들 수 있었다.
실제로 대마왕 아펠리오스와 싸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강자들을 찍어 내듯 만드는 것에 성공하기도 했던 르윈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불가능한 영역이 있었으니.
바로 외모였다.
“용사 데르덴 님이 한 말도 있잖아. 천 명의 기사를 만들 수 있지만, 빠지는 머리카락 한 가닥을 막을 순 없다.”
“용사 데르덴이 언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어라, 기록에 안 남았나?
수하의 탈모 고민에 그럴싸하게 한 말이었는데, 부끄러워서 기록에 남기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님 말고.”
“도련님…….”
옛 수하의 자존심을 지켜 주기 위해 르윈은 그 사실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꺾는 일은 없었다.
“얼굴, 외모, 생김새. 잘생기고, 아름답고, 예쁜 것. 그게 최고야.”
세상은 외모 지상주의다.
어느 시대가 되었든, 약간의 취향 차이가 있을 뿐 외모를 보지 않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렇기에 르윈은 자신의 계획을 위해 외모가 좋은 이들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사 줘.”
마음에 드는 아이들이 있으면 구매해 달라.
너무나도 당당한 그 말에 알렉스는 울고 싶어졌다.
“도련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전혀 안 괜찮습니다…….”
마른세수를 하며 알렉스는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저…….”
그런 르윈과 알렉스를 보며 호위로 따라온 기사 하나가 어벙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도련님도… 노예를 구매하시는 겁니까?”
이래도 되냐는 듯한 표정에 알렉스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하지만 르윈은 당당한 듯싶었다.
“응. 오늘 목적이 그거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도련님은 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는 표정이지만, 르윈은 상큼하게 무시했다.
“그런 거야.”
“그런… 거군요.”
드라이르프 공작가의 삼남이, 일곱 살의 나이에 노예 시장에 와서 얼굴이 잘난 노예를 요구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떤 의미로 미래가 기대된다고 해야 할까?’
기사는 드라이르프 공작 가문의 앞날이 살짝 걱정되었다.
알렉스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아쉽게도 그들이 가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걱정은 바르란이 몇 명의 노예들과 함께 도착하는 순간 더 커지고 말았으니.
“물이 안 좋네.”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르윈의 모습에 두 사람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것인가.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발언과 함께, 서로를 바라본 기사와 알렉스는 서로의 표정을 확인하며 자신이 들은 것이 환청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
태연하게 다음을 외치는 르윈의 모습에 두 사람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
“이게 무슨 일인지, 참.”
외모가 잘난 노예라니.
노예 시장에서 30년을 활동한 바르란에게는 익숙한 요구였다.
특히 귀족가의 도련님들이 그런 요청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사춘기 청소년쯤은 되는 나이면 모를까, 저런 어린 나이에 외모를 따지는 것은 바르란조차 본 적이 없었다.
“크게 될 사람인가?”
그렇게 헛웃음을 지으면서도, 바르란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바르란은 경력이 경력인 만큼 벨테시스에서 제법 큰 규모의 노예 상단을 운영하고 있었고 소식도 빨랐다.
“예전에 신전 기사단에서 신전 홍보용으로 얼굴이 잘난 신전 기사들만 모으기는 했었는데.”
제법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았기에 반짝 유행되기는 했었다.
하지만 기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닌 무력.
기존 기사들의 불만이 하나둘 터져 나오기 직전, 결국 얼굴을 우선하여 뽑은 기사단 하나가 오크 토벌에 실패하며 반짝 떠올랐던 유행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드라이르프 공작가가 그런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다른 곳도 아니고, 제국의 무력을 담당하는 곳에서 그런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저 어린 도련님의 일탈인 것일까.
그럼 저 도련님이 원하는 것은 어떤 욕구일까.
일반적으로는 성욕이겠지만, 나이대를 생각하면 아니다.
“과시욕.”
한참을 고민하던 바르란은 그런 결론을 내렸다.
의복이나 장신구 따위로 자신의 격을 드러내는 것은 하급 귀족이나 하는 행동이다.
상급 귀족 소리를 듣는 이들에게는 그보다 더 뛰어난 장식이 있었으니, 바로 ‘사람’이었다.
“그걸 저 나이에?”
사실이라면 진짜 다른 의미로 크게 될 인간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바르란은 그에게 어울리는 수준의 노예들을 떠올렸다.
“너무 잘나면 주인이 빛을 잃을 수 있으니.”
아직 어린 나이지만, 수많은 노예를 보아 온 바르란은 알 수 있었다.
르윈의 외모는 빛이 날 것이다.
드라이르프 가문이라는 찬란한 배경과 합쳐지면 10대 중반만 되더라도 아카데미의 여성들을 꽤 울게 만들겠지.
그렇다면.
“일단 패망한 귀족 가문의 영애 쪽으로 찾아야겠군. 최근 큰 사건이 없었으니 대부분 몰락한 하급 귀족이겠지만, 일반 노예보다는 낫겠지.”
화려하지만 주인이 빛을 잃는 일은 없게.
그러면서도 세련되게.
그러면서도, 능력이 뛰어나 주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비록 아이일지라도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찾아서 가져간다.
바르란은 자신이 있었다.
르윈 디 드라이르프의 의중을 파악하고, 그에게 딱 어울리는 노예를 제공할 자신이.
하지만.
“다 별론데?”
“네……?”
“물이 너무 안 좋아.”
“네에……?”
그가 데려온 열두 번째 노예가 퇴짜를 맞는 순간, 그는 자신이 뭔가 착각을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저 아이는…….”
단아한 외모, 그리고 상당히 고등 교육을 받은 인재였다.
거기에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인재!
하지만 르윈은 그러한 설명을 듣지도 않은 채 다음을 외치고 있었다.
“아까부터 말했지만, 설명할 필요는 없어.”
“그런…….”
불합리한 요구였다.
사람에 대한 가치를 듣지 않고, 사람을 구매한다니.
하지만 이어지는 르윈의 말에 바르란은 자신이 큰 착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주인장, 내가 아까부터 말하고 있잖아. 외모가 최고로 좋은 사람을 데려오라고.”
외모.
그 한마디에 바르란의 머릿속이 번쩍였다.
“…….”
‘그렇지.’
외모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저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판단이 되기에.
그렇기에 이 아이는 설명을 묵살하고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한 것이다.
“허허.”
“알았지? 그럼 다 치워.”
태연하게 물갈이를 요청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며 바르란은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을 수 있었다.
‘뭐든 될 놈이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눈앞의 이 도련님은 아주 크게 될 놈이라는 것을!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매물을 가져오겠다.
그렇게 선포한 바르란의 뒷모습을 보며 르윈은 생각했다.
‘이번에도 허탕이면, 그냥 다른 곳으로 가야지.’
르윈은 눈이 높았다.
아니,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인생 10회 차를 살면서 이 세상이 존재하는 온갖 미남 미녀를 만나 봤기 때문이었다.
그의 기준에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이종족도 있었고, 심지어 적으로 만난 마족들도 있었다.
‘대마왕처럼 얼굴에서 자체적으로 빛이 나는 것 같은 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얼굴만으로 대륙에 이름을 떨칠 정도는 되어야지.’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르윈은 그 말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고, 각자의 이야기를 지닌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도 급이 있지.’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이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야기는 다수의 사람이 아는 이야기가 되고, 어떤 이야기는 단 한 명의 사람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즉, 다수가 아는 이야기의 주인공과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인지도 차이.
각자의 인생은 자신이 주인공이겠지만, ‘세상’이라는 거대한 이야기 안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엑스트라로 살 수밖에 없었다.
“도련님, 도대체 어떤 수준의 얼… 아니, 아이들을 찾으시려는 것입니까.”
울 것 같은 얼굴로 말을 걸어오는 알렉스에게 르윈은 계획에 부합하는 외모를 알려 주었다.
“주인공은 못 돼도 최소한 엑스트라로 남을 수 있는 수준.”
“네……?”
“그것도 얼굴로.”
“…….”
그게 무슨 헛소리세요.
표정만으로 그렇게 말하는 듯한 알렉스를 무시하고, 르윈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너무 잘났지.’
르윈은 자신이 ‘세상’이라는 거대한 이야기에서 주인공급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류의 관점에서는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인류의 주인공.
마족의 관점에서는 주인공의 앞길을 늘 가로막았던 최강, 최악의 적.
못해도 주인공의 마지막을 담당하는 최종 보스였고, 잘하면 이 세상을 구원하는 역할의 주인공.
…이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엑스트라가 딱 맞지.’
인생 10회 차는 자신의 역할을 때려치웠다.
그리고 평범하게 살고자 마음먹었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기에는 르윈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났다.
세계 최강대국, 그곳에서도 최고의 권력자라고 할 수 있는 공작 가문에서 태어난 것이다.
신분도 신분이지만, 외모 또한 무시 못하는 수준.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르윈의 외모는 눈에 띄었다.
드라이르프 공작 가문의 혈통들을 생각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르윈의 외모는 더 피어날 일만 남았다.
그렇기에.
‘가려야지.’
르윈 디 드라이르프에게로 향하는 관심을 가릴 수 있는 이들.
수많은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르윈은 그 조건을 채워 줄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태생적으로 잘난 얼굴만 필요할 뿐.
그리고 그 조건을 채울 존재들을.
“제가 가진 최고의 매물들입니다.”
다행히도 구할 수 있을 듯싶었다.
오